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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우연 -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순간
필립 코틀러 외 지음, 허병민 엮음, 오수원 옮김 / 다산3.0 / 2015년 3월
평점 :
오늘 모닝책은 -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순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준비된 우연>
표지가 되게 근사하고, 무려 78인의 세계적 석학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이런 젠장할, ㅋㅋㅋ 책을 끝까지 다 읽어갈 무렵에서야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세계적 석학 78인의 프로필이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려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그 아무리 유명하고 대단한 석학이래도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내겐 도대체 처음 듣는 이름이고 막말로 '듣보잡'인데;; 책에 실린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면서 나는 계속 계속 누구신데요? 적어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일을 하는 분이신지?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말문을 여는게 좋지 않겠냐며 오만상 욕을 욕을 하면서 읽었는데.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록에 실린 세계적 석학 78분의 컬러사진과 프로필을 보며 혼자 뒤늦게 어찌나 무안하던지;; (책을 제대로 살펴 보지도 않고 ㅋㅋ 무턱대고 욕부터 했던거 사과드립니다;;) 참고로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멋진 꽃중년 아저씨는 이타이 탈감(Itay Talgam) '사람을 리드하는 지휘자'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의 마에스트로입니다.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자면..
“당신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발견했을까? 그들의 운명을 지금 여기로 이끈 결정적 순간은 도대체 언제였을까? 세계적 석학 78명의 웃음과 눈물, 고민과 통찰이 담긴책이다.
- 책소개 중에서
나는 특히 06 - 터닝 포인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공학 디자이너 - '크리스 뱅글'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루드비히 씨가 퍽 맘에 들어 했던 내 자동차 핸들 디자인이 생산 담당 엔지니어들의 심사를 받아야 할 일이 생겼다. 엔지니어들은 교양 넘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지만, 단호한 태도로 내 디자인을 비판했다. (중략) 그렇게 무안을 당한 뒤 나는 디자인 센터로 돌아오다 입구에서 루드비히 씨와 마주쳤다. 그는 미팅 결과를 물었고, 나는 별 생각없이 엔지니어들의 의견을 전했다. 나는 루드비히 씨에게 “새 디자인을 고안하려고요.”라고 말했다.
루드비히 씨에게 딱히 어떤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루드비히 씨를 올려다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얼음장같이 굳은 채 불타는 눈길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얼굴은 무시무시한 분노로 일그러졌고, 입에 문 담배는 커다랗게 숨을 들이쉬면서 나를 향해 소리지르는 통에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뭐야?” 그가 고함쳤다. “그냥 그렇게 당신이 디자인한 걸 포기하겠다고? 고작 몇 밀리미터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든 걸 포기하겠다는 거야?” 분노로 부풀어 오른 루드비히 씨는 몸을 한껏 세우고는 내 앞에 우뚝 섰다.
♣ 준비된 우연 - 크리스 뱅글 :p52
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에피소드는 마치 영화 한 장면처럼 완전 인상깊게 읽혔는데..
하필이면 디자인 까이고 시무룩하게 돌아서는 그 길에 불곰 같은? ㅋㅋ 루드비히씨랑 딱, 마주치는 바람에 험한꼴(?)을 당하게 되지만 ㅋ 오!!! 불곰같은 루드비히씨는 또 얼마나 멋진지!! ㅋㅋ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가보자면..
온몸의 피가 갑자기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핸들 청사진을 뒤로 숨겼다. 하지만 루드비히 씨는 그 스케치를 낚아채더니 대기실 테이블 위에 있던 잡지와 재떨이를 쓸어버리고 스케치를 넓게 펼쳤다. 쿵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은 그는 가슴 주머니에서 10센티미터짜리 작은 자와 샤프펜슬을 꺼냈다. 나는 뭔가 쓸모가 될 만한 자세를 취해보려 했지만 루드비히 씨가 몸을 구부리고 테이블 위를 모두 차지하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저 그의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중략)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서 굴러 떨어졌다. 30분, 또 30분이 지났다. 주변 공기는 우울하고 어두웠다. 마침내 그는 엔지니어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디자인을 찾아냈다. 나는 내가 만든 참담한 재앙이 그의 어깨 너머에서 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루드비히 씨는 단 몇 도 디자인을 기울여서 단단한 부분들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도 인체공학적인 자세를 망치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다.
내가 떨어진 물건들을 정리하는 동안 그는 일어나서 자리를 떴다. 그리고 문을 나가기 전 마지막 조언 몇 마디를 더 던졌다. “엔지니어들에게 다시 가서 이 빌어먹을 핸들을 생산하라고 지시하게. 내가 승인한 당신의 디자인 그대로 말이야. 이건 아름다운 디자인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어. 언제나 디자인을 위해 싸우란 말이야!”
♣ 준비된 우연 - 크리스 뱅글 :p53 ~54
하나하나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이 책의 제목이 왜 <준비된 우연>인지?
"영감은 존재한다. 그러나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는 파블로 피카소의 명언이 더 깊이 깊이 마음에 새겨지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