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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평점 :
벼르다 읽은 책.
간결한 작가의 문장이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 세계 속의 전쟁, 과연 누구를 위해 울리는 조종인가..
누가 좋으라고 이런 안타깝고 소모적인 전쟁을 벌이는지,
그 안에서 작은 먼지처럼 존재하는 인간의 삶, 생명...
이 작품이 고전이지만, 분쟁과 전쟁 폭력이 멈추지 않는 세상 속에서는
늘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치열한 게릴라전의 한복판을 마초 같은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강렬한 로맨스도 펼쳐지는데,
그런 점이 올드패션 하면서도 그 구식의 미학이랄까, 고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로버트, 마리아, 엘소르도, 파블로, 안드레스, 안셀모... 캐릭터 모두 강렬하지만
그중에서도 '필라르' 라는 존재가 가장 와닿았다.
-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 존 던
- 곰곰이 생각해 보면 뛰어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쾌활했다. 쾌활한 편이 훨씬 나았고, 또한 그것은 어떤 일의 징표 같았다. 마치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벌써 불멸을 맛보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그건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인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쾌활한 인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 41
- 누구한테 용서받아요?
그걸 누가 알겠어? 이 세상엔 이제 하느님도 안 계시고, 하느님의 아들도 성령도 모두 안 계시니 누가 용서해 줘? 난 잘 몰라.
그럼 영감님한테는 이제 더 이상 하느님이 없다는 건가요?
없어! 정말 없어. 만약 이 세상에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하느님이 이 눈으로 똑똑히 보아 온 일들을 일어나게 하셨겠어? 그놈들이나 하느님을 믿으라지.
그들도 하느님을 주장하고 있죠.
신앙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확실히 하느님이 없는 것이 섭섭해. 하지만 이제 인간은 자신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해.
- 86
- 옳고말고, 하고 그는 확신에 차서는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스스로에게 말했다. 난 민중을 믿고, 민중이 바라는 대로 자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믿어. 하지만 넌 살인 행위가 옳다고 믿어서는 안 돼, 하고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불가피하게 살인 행위를 해야 하더라도, 옳은 일이라고 믿어서는 안 돼.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모든 일이 그릇되고 말 거야. - 106
- 죽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는 마음속에서 죽을 때의 모습을 그려 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은 산비탈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곡식 들판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하늘에 떠도는 매였다. 살아 있다는 것은 도리깨질을 하고 왕겨를 불어 내는 먼지 자욱한 타작마당에 놓여 있는 질그릇 물동이였다. 살아 있다는 것은 두 다리 사이에 끼고 타는 말이요, 한쪽 다리로 누르고 있는 카빈총이요, 언덕이요, 골짜기요, 나무를 따라 흐르는 개울이요, 골짜기 저쪽 산비탈이요, 그 건너편 언덕들이었다. - 122
-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는 살기 쉬웠을 거야.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싸우게 태어났으니 고생이 없을 수는 없지.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할 때야. 파시스트 놈들이 공격을 해 왔으니까 우린 결심을 한 거지.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우고 있어. - 220
-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 243
2025.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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