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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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이 기쁜 저자중 하나인 신형철 평론가.

느낌의 공동체를 매우 재미지게 읽고, 몰락의 에티카는 원전을 먼저 읽고 보느라 띄엄띄엄 보고 있는 중이지만,

그의 글은 언제나 나의 어떠한 면을 자극한다.

이번엔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영화를 많이 보지 않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영화는 반은 넘게 보았으니, 나름 나의 감상과 신형철의 비평을 비교(한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하며 읽는 재미도 있다.

문득 문득 지루할 것 같은 순간이 다가오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한편씩 읽는 방법도 좋겠다.

신형철의 책이 좀더 자주 나오길, 그리고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해석은 일종의 창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유에서 현실적 유를, 감각적 유에서 논리적 유를 창조해낼 수는 있다. 원칙적으로 해석은 무한할 수 있지만, 모든 해석이 평등하게 옳은 것은 아니다. 정답과 오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더 좋은 해석과 덜 좋은 해석은 있다. 이를 가르는 기준은 다양할 텐데, 나에게 그것은 `생산된 인식의 깊이`다. 해석으로 생산된 인식이 심오할 때 그 해석은 거꾸로 대상 작품을 심오한 것이 되게 한다. 이런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해석이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석은 작품을 다시 쓰는 일이다. 작품을 `까는`것이 아니라 `낳는`일이다. 해석은 인식의 산파술이다. - 책머리 중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p.26,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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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쁨 2 - 베토벤까지의 음악사 음악의 기쁨 2
롤랑 마뉘엘 지음, 이세진 옮김 / 북노마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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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부터 밀린 리뷰를 주륵주륵 써내려가려니 이건 뭐 거의 책을 다시 읽는 수준.

고양이는 자꾸 무릎에 앉으려고 호시탐탐 노트북을 공격하고... 뭐 이래서야 오늘 안에 정리한다는 계획은 물건너 간다. 안녕...

북노마드에서 출간한 음악의 기쁨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책.

1권에서는 음악 양식과 기법들에 관한 대담이 이뤄졌고, 드디어 2권에서 가장 잘 아는? 부분이 다뤄진다.

중세부터 베토벤에 이르는 시기의 음악들. 작곡가들의 이야기.

3권에서는 그 이후부터 현대 음악사까지를 다룬다니, 가장 잘 아는 부분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어느 정도 잘 아느냐의 문제인데, 실상은 자신있게 펼친 첫 장부터 모르는 인명이 줄줄 등장하면서 나의 무지함을 비웃지만, 그럼에도 역시 가장 잘 아는 부분이라는게 슬프기도...

대담자들 간의 유쾌한 입담이 현장감있게 서술되어 있어서,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도 있다.

안토니오 솔레르...를 더 찾아봐야겠다.

바흐의 예술관은 어땠나요?
바흐의 예술관을 요약한 듯한 한마디가 전해지고 있죠. ˝나처럼 일하면 누구라도 내가 한 만큼은 할 수 있다.˝
천재의 겸손이군요. 그렇게 엄청난 작품들을 남겨놓고선..... -p. 228

그는 슈만처럼 꿈을 꾸고, 라벨처럼 돌변하고, 포레처럼 조바꿈을 하고, 스트라빈스키처럼 헐떡거리죠. - 스카를라티에 대한 감상, p.242

모차르트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이 절대적인 지배를 행사하기 원했습니다. 음악이 어떻게 사용되는 간에 말이죠. 음악은 무엇을 하든 ˝결코 음악이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라고 본인이 직접 말한 적도 있고요. -p.321

베토벤은 그 지신의 극을 노래하는 서정시인입니다. 이미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베토벤과 더불어 음악은 학science이 아니라 의식conscience이 되었다고. -p.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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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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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할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소설가 김연수의 모습에 이미 졌다.

채 두장을 읽지도 않았지만, 분명 이 책은 재밌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 김연수 작가의 이 원대한 계획의 결말은 이래저래 하다보니 남의 잃어버린 시간까지는 찾고 싶지 않아졌다... 이다. :)

내용은 소설을 쓴다는 것,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

잘 써놓은 소설을 읽기만 하면 될 것을, 나는 왜 쓴다는 것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읽어대는지.

뭐라도 쓸것 처럼 말이다. 내 자신이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어쨌든 이 책은 절대 지루한 교양수업같은 글이 아니다. 즐거워 하며 읽을 수 있는 글임을 보증한다.

그리고 리뷰를 쓰려고 다시 책을 들춰보다 보니, 마쿠라노소시를 읽게 된 것이 순전히 김연수 작가 덕이었다.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p.54

예로부터 예술은 절망 속에서 꽃핀다는 말이 있었는데, 좌절과 절마이 선사하는 이 거대한 생산력을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모든 위대한 예술은 거기 한때 큰 좌절과 절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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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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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은 `빛의 호위`에서도 르포 같은 느낌으로 잘 쌓은 이야기를 보여주어 매우 호감이었는데,

먼저 출간된 책이지만, 나는 뒤이어 읽은 로기완을 만났다 역시. 촘촘하니 꽉 채운 느낌의 이야기다.

분명 제목은 ~ 만났다 인데 난 왜 자꾸 ~ 만나다로 읽는지.

이야기의 후반부 까지 만나기 위해 로기완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 보려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 때문일까.

아무래도 만났다라는 완결의 의미 보다는 그의 흔적을 만나다 라는 현상의 의미로 다가왔나보다.

탈북자 신분으로 중국에서 숨어지내던 로기완은 사고를 당한 어머니의 시신을 판 돈으로 아무런 기약도 없는 유럽의 나라 벨기에로 떠난다.

이 단순한 설명이 주는 막막함이 그냥 훅 다가왔다.

이 세상은 요지경이어서, 이 세계 어느 곳에서 어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에서와 같은 현실을 꽤나 자주 접할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겠는가 싶고.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p.10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p. 48

그러나 내가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누군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나는 무력했고 아무것도 몰랐으며 항상 너무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느 지점에서 고조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삶 속으로 유입되어 그들의 깨어 있는 시간을 아프게 점령하는 것인지, 나는 영원히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누구의 위로나 체온도 없이 가까스로 그 시간을 지나온 후에야 조금은 지친 모습으로 그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러므로 나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었다. -p.124

자세한 것을 묻지도 않고 섣부른 판단도 하지 않는다. 박은 그저 묵묵히 들어준다. 내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야 박은 조심스럽게 말 할 뿐이다.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 됩니다.˝ 출국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p.183

믿고 싶다. 결국엔 위로의 언어로 기억되기 위해 쓰여지는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가 그들의 삶 너머의 누군가에게도 살아가는 한 방식으로서 읽힌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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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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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의 이 전 작품이 술술 재밌게 읽혔던 기분에, 신작도 보았다.

뭐 그랬다. 그 정도의 느낌. 그 이상도 아니도 아주 별로도 아니고.

고난속에 있는 한 가족이 곤경에 처한 한 남자를 만나 어쩌구 저쩌구.

유쾌하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한 헐리웃 영화같은 이야기다.

뭐 그렇다.

엄마는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그런데 엄마는 이제 그 말을 하지 않는다. -p.478

2014.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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