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0 - 3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0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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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의 분량이 점차 늘어나는 시점.
명희와 강선혜라는 성향적으로 대비되는 두 여성.
결혼과 사회적 활동에 대한 고민들.
딸을 출가시키고도 병들거나 하면 죄인이 되는 친정 엄마의 입장들.
홍이도 심란한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기생 산호주로부터 봉순이가 상현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중학생이 되는 서희의 큰아들 환국도 서서히 캐릭터로서의 서사를 쌓기 시작한다.

총독대신 사이토를 목표로 한 남대문 폭탄 의거 강우규 독립운동가에 대해 알게 된 점.
김원봉, 이성우의 의열단의 활동이 활발했었다는 점.
이 때 역시 이승만을 교활한 야심가라는 평가가 있었다는 점.
일본에서는 박열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던 시기였고, 관동대지진으로 조선인 학살이 있었던 생지옥의 현장에 대해서도 스케치하듯 언급된다.
악귀처럼 굴던 임이네는 심각한 병에 걸려서도 무섭도록 삶에 집착하는데, 그마저도 악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난 세대들의 삶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3부에 접어 들어 정말 재밌다는 말을 한번 더 하게 된다.

- 독립투사들 중에서 이동휘만큼 변신을 거듭한 사람도 드물게야. 아전의 아들로 태어나서 궁전 진위대장, 참령에까지, 기독교의 전도사가 된 일도 있었고, 교육사업에 정열을 쏟았는가 하면 상해 임정을 요리하였고, 또 공산당을 조직하였으니 기구하다면 참 기구한 생애 아니겠나. (...) 그러나 그 사람을 변절자라 할 수는 없어. 독립 투쟁의 신념만은 투철했으니까. 그런 민족적인 의식 때문에 패배했다 할 수도 있을 게야. 민족자본주의자니 기회주의자니 하고 욕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인데, 과연 이동휘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면 러시아 혁명정부로부터 그 많은 자금을 받아냈을지 의문이야. - 326

- 밤에 잠자리에서 서희는 물었다.
"환국아, 너 아버님 기억하느냐?"
"합니다."
"보고 싶으냐?"
"네."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처럼 잠긴 목소리였다.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시다."
비로소 순철이가 환국이에게 던진 말에 대하여 서희는 아들에게 해답을 준 것이다. - 360

2024. jul.

#토지 #박경리 #3부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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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9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이전에 안 읽은 부분에 돌입해서 몹시 흥미진진하다.
독립운동의 정체기랄까, 물 밑에선 움직이고는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고 사람들만 상해 나가는 시기.

이제 익숙해진 등장인물들의 삶이 펼쳐지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다.

간도를 벗어나 귀국한 서희 일행의 면면들을 들여다보는 과정.
뭔가 진척이 없는 독립의 길, 강탈된 나라에 점점 익숙해지는...
서울 상가들의 한 달 넘는 동맹 철시, 1030호의 상점들이 참여한 독립에 대한 염원.
서희 주변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가 형무소에 수감되고,
개화라는 바람이 불었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에 대한 차별은 서글프게 존재한다.

이상현이라는 캐릭터는 식자의 무능. 그것으로 그치고 마는 건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답답하기도 하고.
용이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한복이는 동생이라는 혈연을 이유로 군자금을 전하는 일에 관여하게 된다.
조준구는 서희 앞에서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평사리 집을 돈 오천원에 판다. 원래 그의 집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비굴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는 모습, 복수의 마무리라고 하지만, 읽고 있는 나도 최서희도 힘 빠지는 지점이 아닌지.

- 믿을 수가 없다. 이자는 누가 머라 캐도 믿을 수 없단 말이다. 처처음에사 만세만 부르믄 독립이 될 줄 알았제. 그러크름 말들 하니께. 흥!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겍이라. 되는 기이 머가 있노, 하낫도 되는 기이 없단 말이다. 우리댁 나으리만 해도 안 그렇건데? 이십 년을 넘기 기다리도 아무 소앵이 없었은께.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기는커녕 사람 얼굴조차 가물치 콧구멍 아니가. 함흥차사라 함흥차사. 되지도 않을 일이라믄 진작 말 일이제. 식솔들만 생고생을 시키고. 좌우당간에 충신이 되든 역적이 되든 군사를 몰고 와서 쌈을 해야 무신 결판이 나제. 만판 만세 불러봐야 소앵이 있나. 목만 터지제. 목만 터지건데? 모가지는 날아 안 가고? 그거를 두고 개죽음이라 하는 기라. 나 겉이 무식한 놈이사 군대쟁이 영문 모르고 나섰지마는. - 12

- 그 주술 같은 것에서 풀려나기는 월선이 죽은 후부터였지만 용이는 임이네에 대한 애증을 이제 모두 넘어서버린 것이다.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대상에서 그 미움마저 거두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용이의 삶, 삶의 종말,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 91

- 1894년 갑오경장은 형식이나마 천인의 면천 조치를 취했고 이어 동학란이란 거센 바람도 신분제도, 그 오랜 폐습을 완화하는데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뿌리 깊은 천인들의 애사가 일조일석에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역인, 광대, 갖바치, 노비, 무당, 백정 등 이들은 변함 없는 천시화 학대를 받는 것이었고, 양반이 상민을 대하는 것 이상으로 상민들은 그들 천민 위에 군림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백정이라면 거의 공포에 가까운 혐오로 대하였으며 학대도 가장 격렬했었다. 문둥이나 송충이처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이 지켜야 하는 분수를 어겼을 적에 가차없는 사형이 가해지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불문율이기 때문에 백정은 아닐지라도 백정의 사위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불문율이란 대개의 경우 대중의 충동적 행위였으니까. - 191

- 여한과 미진, 울분을 풀 길 없는 밤이었다. 관수나 석이에게도 그랬었지만 서희라고 후련한 밤이었을까? 여한은 마찬가지, 이제 서희는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가. 조준구가 걸어오지 않는 이상 보복은 끝난 셈이다. 간도 땅땅에서 이를 갈며 맹세한 보복은 사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더 가혹하고 더 잔인하고, 보다 더 철저한 것이었을 것을. 관수나 석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살찐 암탉 같았던 젊은 날의 조준구, 여전히 살찐 암탉이지만 늙은 닭이 되어버린 조준구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끝날 원한이 이렇게 싱겁게 끝난 것이며, 아니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 199

- 서희는 남편 길상에게 대하여는 언급을 아니한다. 그런 만큼 괴로운 것을 혜관은 안다. 친일을 더해야겠다, 친일을. 그 말은 확실히 혜관을 감동시킨 것이다. 용정촌에 군자금을 보낸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위장을 한다는 뜻인 것은 물론이지만 그 말은 서희의 괴로움, 서희의 갈등, 서희의 냉정, 서희의 총명을 웅변 해주었던 것이다. - 234


2024. jul.

#토지 #3부1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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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 2017년 18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강영숙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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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어른의 맛보다 자선작 라플린이 더 좋았다.
얼마 전 은퇴이민을 국가적 사업으로 삼자 운운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느꼈던 이물감이 떠오른다.
대중의 반응은 대게 해외 고려장 아니냐, 진짜 문제를 외면하는 전형적으로 의식이 얕고 비천한 밑천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분노하는 그런 반응들이었던 것 같다.

라플린은 그것을 시각화한 작품. 푸드 데저트가 된 가상의 국가에 노인이건 청년이건 삶을 슬프고 비정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사람들의 암울함이 와닿았다.
이런 점에 공감하는 건 출생률 꼴찌, 자살률 일등, 노인 빈곤 일등 같은 지표들이 이미 수치로 현실화 해주고 있기 때문일 텐데, 이 작품은 2017년 코로나 이전의 작품이라는 점도 이런 문제의식이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는 반증.

박민정의 <당신의 나라에서>, 조해진의 <작은 사람들의 노래>도 좋았다.

- 니가 나중에 혼자되면, 우리 여기서 같이 살자.
순간 승신은 당황했다. 표정 관리를 잘하기가 어려운 말이었다. 승신의 남편은 은퇴하면 동남아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승신은 늙어서 같이 살자는 사람이 많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왠지 수동적이고 만만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은 별로였다. - 어른의 맛 중

2024. jul.

#어른의맛 #강영숙 #이효석문학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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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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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입양아라는 정체성을 가진 남동생이 스스로 삶을 버린 후 이유를 찾고자 고향집으로 돌아간 헬렌 모런.
초반부부터 약간 조울증이 아닌가 싶게 롤러코스터 타는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고, 어떤 면에서는 사회 부적응자의 면모가 있는 주인공이다. 진심으로 동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말과 행동들이 묘한 이질감을 불러온다.

문장이 설익었다는 느낌은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설정인지 좀 모호한데 아닌 것 같다.
동생의 죽음이 관대했다고 해석하는 마무리도 이건 좀... 이라는 생각.

주인공의 처지와 희미하게 분위기로만 짐작되는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 등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수월치 않은 이야기였다.

-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는 아주 이상하고 심각한 상황이기 마련이므로 어떤 연유였는지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 엄격하고 적절한 형이상학적 조사가 이뤄져야만 한다. 어쩌면 내 동생의 죽음을 조사함으로써ㅓ 내 삶에 다시 활기가 생길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 알아낸 사실들을 양부모에게 알리면 그들의 삶도 안정되고 강해질지 모른다. 나는 내 생각이 합리적이고 의미 있다고 느꼈다. 나는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태도라고 혼잣말을 했다. 삶이란 성장하려는 본능, 생존하려는 본능, 힘을 축적하려는 본능이다. 생의 철학자 니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 13

- 우리는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몹시 실망스러웠고, 둘 다 원한 적도 없는 이 나라로 보내진 것이 너무나 못마땅했으며, 둘 다 동양인 신분이 아니어서 동양인 칸에 체크한 적이 없다. 누가 국적을 물으면, 우리는 대개 '입양아'라고 대답했다. - 91

2024. jul.

#내가당신의평온을깼다면 #패티유미코트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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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2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8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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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선의 죽음이 왜 그렇게나 슬펐을까. 이전에 읽었을 땐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는데...
그 세월의 사이에 나도 가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어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고향으로 향하는 서희.
길상과의 관계는 파탄의 지경이지만, 앞으로 격변에 격변을 거듭할 그들의 삶이 어찌 될지는 알 수 없겠지.

8권까지가 이전에 읽었던 토지의 전부이고, 앞으로 9권부터는 정말이지 모르는 내용이라 기대가 된다.

- 공 노인은 두메며 길상이며 원선이 봉순이 모두 기찬 얘기책 속의 인물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나하나의 인생이 모두 다 기차다. ' 뜻대로 안 되는 것을 뜻대로 살아볼려니까 피투성이가 되는게야. 인간의 인연같이 무서운 거이 어디 있나.' - 58

2024. jun.

#토지 #2부4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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