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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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반이상 여기저기서 읽은(심지어 여러번) 이야기라 조금은 덜 즐거웠다.

그렇다고 하여 계간지를 끊을수도.
단편모음집을 안 볼수도
각종 문학상 작품집을 읽지 않을수도 없으니.

결국 계속 이럴 수밖에.

그래도 여러번 읽어도 이장욱은 이장욱이다.
이미 읽은 단편을 또 읽으면서도. 어쩜 이렇게 문장이 우아할까 감탄하고 있는 나.

절반이상의 하루오는 몇번을 다시 읽어도 좋고.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과 올드맨리버도 무척 좋다. 다른 단편들도 물론.

:)

2015. Jun.

이상하게도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견딜 수 없어져. 모두가 나와 같은데 왜 외로워 지는 걸까? 혹시 모두가 나같이 외롭기 때문일까? - p. 98. 올드맨리버 중.

파우스트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겠지."
그러자 메피스토펠레스가 대꾸했다.
"아니, 더 많은 수수께끼들이 연달아 나오게 될 거야."

세상에 밑줄을 긋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나는 저 수수께끼들 앞에서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으로 좋았다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했으니 다행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수수께끼는 푸는 것이 아니라, 겪고 사랑하고 싸워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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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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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실패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비참하다기 보다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매혹적인 실패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 이후는 생각하게 되지 않는 환상성이 있기 때문일까.

표제작인 국경시장은 어느 팟캐스트에서 성우들의 낭독연기로 들었던 기억이 얼핏 난다. 그때도 무척이나 매혹되었었지만. 뭐랄까. 이미 남들이 연기해 버린 후라서 완결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아 김성중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봐야겠다가 되지 않았었다.

책으로 묶여 나와 이제야 글로 체화하니 작가가 눈에 들어온다. 좋아하게 될 것 같다. :)

국경 시장
평화로운 배낭여행객의 추억담처럼 시작해 기묘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단편.
기억을 소진하면서도 끝없이 소유하려는 무참한 욕망. 실제로 이 국경시장이 어딘가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것만 같다.


2015. Jun.

해가 저물면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저녁 무렵의 개들은 이방인을 향해 사납게 짖어댔지만 나무 열매를 먹어 입술이 검게 물든 아이들이 개들의 목줄을 끌어당겼다. 이 시간이면 마을은 허물 벗는 뱀 눈처럼 부옇고 탁한 어둠 속에 가라앉고, 길에는 오직 내 자전거 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게 좋았다. 습도가 너무 높아 사람이나 짐승이나 축 늘어져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내게 꼭 맞는 리듬이었다. - p. 12. 국경시장 중

"다리를 고치는데 얼마나 들까요? 저한테는 비늘이 아주 많은데."
"나는 이대로가 좋아."
음식은 내려놓은 걸인는 모욕이라도 받은듯 노기 띤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함은 대단한 자산이야. 시장 상인들이 번갈아가며 잘 돌봐주거든. 침구도 바꿔주고 먹을 것도 쟁반 가득 날라다 준다네. 보름에 한번 시장으로 나오면 이렇게 고급 요리도 맛보고 말야. 그런데 걸을 수 있게 되면...... 끔찍해! 안락한 습관에서 쫓겨나 갑자기 생활인이 되어야 하다니. 그건 기적이 아니라 재앙이야."
이 기묘한 논리에 나는 역겨움과 찬탄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마음껏 나태하면서도 비난 받지 않는 지위를 획득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내가 바라는 삶이기도 한데 나는 그처럼 과감할 수 없다. 하긴 `내가 바라는 삶` 같은 게 있기나 할까? 나는 절망에 고착되어 있으면서도 절망을 누리는 것이 좋았고, 그런 자신에게 또 다른 절망을 느꼈다. - p. 24. 국경시장 중

`참을 수 없이 지겨웠다`라......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 인물이 내뱉을 법한 대사 아닌가? 그들은 격렬히 혐오하는 무엇으로 자기 성정을 드러내는데 주변과 도시에 저주를 퍼부어대면서 산책하곤 한다. 미워하는 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법이다. 좋아하는 것만 봐선 도저히 알 수 없는 본질 말이다. - p. 66. 관념 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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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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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지만 왠지 매우 일본적? 인 동화랄까.

고양이 덕후인 나는 고양이만 끼여들면 사족을 못쓰고 어머 이건 사야해...를 실행하곤 한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나커서 그 선택을 싫어하지도 못하기도하고.

단 한번의 생을 살아가면서 물질과 문명과 과거 현재 미래는 나의 행불행에 크게 관여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관계의 끈은 놓치지 말자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뭔가 감동을 막 너 머겅. 두번 머겅. 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



2015. Jun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겠지."
당연한 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인간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뭔가를 얻으려고 한다. 그정도면 그나마 낫다.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뭐든 손에 넣으려고 하는 사람들 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로채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누군가가 얻고 있는 그 순간에 누군가는 잃는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위에 성립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게 그런 세상의 룰을 자주 들려주었다. -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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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영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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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인간>에서 보여주는 회복에 관한 강한 거부는 되찾을수 없는 기억을 움켜쥐는 것과 같다.
끝끝내 회복하지 못한 언니와의 관계, 살아남은 자식으로서의 부채감, 오래되어 단단해진 내면의 상처. 그런 것들을 이렇게 담담하고 치열하게 그려낸다.
이따위... 라고 중얼거리면서.

<훈자>
가보지도 않았고 앞으로 갈 일도 없을 이국의 고산지대에 그토록 빠져들었을까.
퍽퍽하고 감당할 일 많은 현실도 그곳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은 꿈으로 발현되는데.
신경이 곤두서는 불면의 감각이 잘 드러나 있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다.

<에우로파>
무너진 자신를 일으켜 세우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어떤 작품 하나 빠지지 않고 감정의 너울이 넘실거린다. 조금 시무룩하게. 활기 찬 한강은 상상하기도 쉽진 않지만. :)

2015. Jun.

그해가 지나가기 전에, 당신은 늦은 밤 그녀의 방에서 물었다. 난 정말 모르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통념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삶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당신에게 등을 돌린 채 화장을 지우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얼핏 어두워졌다. 거울을통해 당신의 눈을 마주 보며 그녀는 대꾸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통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 p. 20회복되는 인간 중

마침내 수술실에서 걸어나온 그녀는 울먹이는 당신을 위로하려고 했다. 커다란 멸균 가제와 반창고를 우스꽝스럽게 이마에 붙인 채 머뭇머뭇 반복해 말했다. 괜찮아. 진짜 금방 낫는대. 시간만 지나면 낫는대. 누구나 다 낫는대. - p. 31회복되는 인간 중

모든 통각들이 너무 허약하다고, 당신은 수차례 두 눈을 깜박이며 생각한다. 지금 당신이 겪는 어떤 것으로 부터도 회복되지 않개 해달라고, 차가운 흙이 더 차가워져 얼굴과 온몸에 딱딱하게 얼어붙게 해달라고, 제발 다시 이곳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게 해달라고, 당신은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닌 기도를 입속으로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린다. - p. 34. 회복되는 인간 중

잊을 수 없는 여름밤의 한 순간이었다. 인아의 노래가 아름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순간 인아를 사랑하게 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인아의 노래가 갑자기 끝났을 때, 지난 20 여년 동안 억눌러왔던 생생한 갈망이 단박에 빗장을 끄르고 내 심장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을, 그 어둡고 남루한 골목 한가운데서 나를 마주보며 서 있는 것을 알아 보았다. - p. 69. 에우로파 중

내 안에서는 가볼 수 있는데까지 다 가봤어. 밖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길이 없었어. 그걸 깨달은 순간 장례식이 끝났다는 걸 알았어. 더 이상 장례식을 치르듯 살 수 없다는 걸 알았어. 물론 난 여전히 사람을 믿지 않고 이 세계를 믿지 않아. 하지만 나 자신을 믿지 않는 것에 비하면, 그런 환멸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 p. 91. 에우로파 중

<파란 돌>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는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은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던 꿈 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 215

<노랑무늬영원>

놀라운 일은 그 직후부터 시작됐다. 가까스로 유예되고 있었던, 격렬하고 부정적인, 가장 원초적인 감정들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공포, 후회, 수치, 분노, 원망, 증오, 억울함, 비참함, 살의. 그리고 혼자라는 것. 철저히, 당연히, 언제까지든 혼자라는 것. -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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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6-24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고라 생각하는 단편집!

hellas 2015-06-24 23:58   좋아요 1 | URL
초식성인듯하지만 은근히 살벌한 육식성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보물선 2015-06-25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싶네요. 다시 읽고 싶은 책이예요.

hellas 2015-06-25 00:18   좋아요 0 | URL
:)!!!!
 

이젠 좀 더 여유롭게 식사중.

나를 좀 더 관찰하는 느낌. 쟨 뭔가. 왜 나에게 먹을것을 가져다 바치는가. 뭐 이런.

이른바 야외 자율 급식 모드. 허겁지겁 배채우기 급급하던 지난주완 달리 적당히 먹고 나중에 또 찾아와 먹는 모양.

그런데 오늘 꼬리를 자세히 보니 끝 삼센치 정도가 아예 구부러져 굳어진 모양. 어쩌다 그랬는지. ㅡㅜ

여튼. 장마 땐 어쩔까나. 지붕이 없는 곳이라 그게 좀 걸린다.

201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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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5-06-2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동안 무사하길 ㅠㅠ

hellas 2015-06-25 00:11   좋아요 0 | URL
밥때만이라도 비가 안오길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