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날 정도로 종이가 한장씩 안넘어가는 이상한 종이 두께. ㅡㅡ

아직 읽는 중인데 진짜 물리적으로 종이가 이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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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뒤에 쓴 유서 오늘의 젊은 작가 41
민병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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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라니(물론 조금 다른 문장임) 되게 까뮈가 떠올라서 조금 웃었다.

그러나 이 글은 웃으며 읽기에 적당한 글은 아니다.

어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서술자를 연민하게 된것인지 조금 헷갈렸다.

-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아니 매일 그 일에 대해 생각했다. - 9

- 문학은 제게 불행을 불행으로 말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불행을 불행으로, 슬픔을 슬픔으로. 나를 나로. 저는 그 방식을 담을 수 있는 문체와 형식에 대해 계속 고민할 생각입니다. - 68

- 나는 어떤 분야의 작가든 좋아할 사람은 이미 다 좋아한 것 같았고 한 명 한 명 흥미를 잃어 가는 중이었다. 나는 달관하고 싶지 않았다. - 90

- 나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그 누구도 슬프게 묘사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훗날 더 자세히 쓰거나, 생략될 뿐. - 104

- 나는 기억하고 싶었다.
내가 쓴 소설에 기억을 묶은 뒤 망각하지 않도록.
끝없는 공포를 밀어내면서. - 122

2023. mar.

#달력뒤에쓴유서 #민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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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 - 동물을 돌보는 기쁨, 동물의 아픔을 보는 슬픔, 수의사 일일드라마
김명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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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해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미야옹철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내적 친밀감 많이 쌓인 수의사의 수의사 이야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지만,
직업인으로서의 수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

수의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할만 하지 않을까 싶다.

첫 반려 고양이인 아톰 이야기에선,
루키와 에코가 생각나서 같이 마음이 아렸다.

- 가장 흐뭇한 순간은, 처음 반려동물과 살게 되어 첫 예방접종을 온 보호자를 대면할 때다. 초보 집사로서 수의사의 조언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초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첫 예방접종을 해주었던 고양이가 노령묘가 될 때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이 모든 고맙고 반가운 설레는 순간들이 수의사라는 이 직업을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 76

- 49대 51의 확률에서 어느 것이 51일지를 고민한다.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의사는 늘 스스로 아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좀 더 나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 99

2023. may.

#수의사는오늘도짝사랑중 #김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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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창비세계문학 38
류이창 지음, 김혜준 옮김 / 창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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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란 도시는 아무래도 체념과 무기력의 이미지로 다가오는데,
이 소설도 그런 이미지의 연장으로 다가왔다.

상실로 가득한 기울어진 마음이 붕괴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애증으로 변해버린 물질의 시대의 작가.
그 자체아닌지.

중국문학에서 보여지는 광인의 이미지가 술꾼으로 치환되었다. 이성과 감성, 도덕과 본능 사이를 끊임없이 고뇌하는 술꾼.
애처롭게도 요령이 없어 적당히 타협할줄 모르는 술꾼.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가슴을 울리는 문장들에 자주 쓸쓸해졌고 홍콩에 대한 영화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독서였다.

- 늘 혼자와서 술을 마시죠? 그녀가 물었다.
그렇소.
고통스러운기억을 잊어버리고 싶어서요?
기억 속의 기쁨을 잊어버리고 싶어서요.
고체의 웃음이 얼음처럼 술잔 속에서 헤엄친다. 상상해볼 필요도 없다. 그녀는 나의 유치함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사냥꾼이 꼭 모두 용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네온사인의 숲 속에서 그네에 매달린 순결이란 이미 진귀한 것이 되어버렸다.
한잔. 두잔. 석잔. 넉잔. 다섯잔.
나는 취했다. 머릿속에는 고체의 웃음뿐이다. - 14

- 바퀴는 쉬지 않고 돈다. 홍콩이 손짓하고 있다. 노스포인트에는 샤페이로의 운치가 있다. 스타페리 부두는 새롭게 단장했다. 마천루들은 모두 별을 따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상처받은 감정은 여전히 불빛의 지시를 필요로 한다. 방향에는 네가지가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상품을 제조하고 있다. 브랜디, 증오를 브랜디에 담근다.
모든 기억은 축축하다. - 34

- 이런 위대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전쟁과 평화’처럼 그렇게 위대한 작품이 안 나오나요?
나는 웃었다.
그는 나더러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
러시아에는 유사 이래로 똘스또이 한명밖에 없잖은가. 나는 대답했다. - 41

- 현실은 여전히 잔혹한 것이어서 나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었다. 술이 나의 우울을 잊어버리게 할 수 있다면 몇잔 더 마신들 어떠랴. 이성은 절름발이다. 깊은 산의 짙은 구름 속에서 길을 잃어 어디로 갈지 모른다. 누군가는 봄날을 빌리지 못하여 감정의 호수 속으로 뛰어든다.
한잔. 두잔. - 42

- 인간은 하느님의 장난감일까? 하느님은 희망과 야망으로 인간을 가지고 노는 걸까? 그래서 까뮈가 떠오른다. 카프카를 추모하기 위해 그는 ‘이방인’을 썼다. 그는 인간의 행동과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해 낙관을 표했다. 하지만 인간의 성품에 대해서는 비관을 표했다. ...... 그런즉슨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답은 아마도 근본적으로 인생에는 목적이 없다라는 것이리라. 조물주는 거짓말을 창조했다. 야망, 욕구, 희망, 쾌락, 성욕...... 이 모두가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원료다. 한가지라도 빠지면 인간은 쉽사리 참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인간은 깨달을 수가 없다. 조물주가 이를 허락하지 않으므로. 모두들 말한다. 덧없는 인생, 꿈과 같다고. 사실은 꿈이 너무나 덧없는 인생과 같은 것이다. ...... 더이상 생각하지 말자. 계속 생각하면 미치광이가 될 거다. - 60

- ‘사랑의 교환소’를 나서자 바닷바람이 손가락처럼 뺨을 어루만진다. 너무 많은 네온사인, 너무 많은 색깔, 너무 많은 고층빌딩, 너무 많은 선박, 너무 많은 웃음소리와 울음소리...... 힘을 합해 현대문명을 떠받치며 인간이 갑자기 달을 좇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끔 만든다.
이리하여 술 한잔이 나타났다. - 78

- 선생님, 현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시고 동시에 커다란 결심으로 이상을 추구하십시오.
서명은 막호문이었다.
나 자신을 방 안에 가둔 채 온종일 울었다. - 113

- 이게 도대체 무슨 놈의 세상인가? 나는 생각했다. 돈이 되는지 ㅣ아닌지에 따라 글이 좋고 나쁘고가 결정되고, 영화가 훌륭하고 아니고 역시 그러하다니. 문학과 예술이 공리주의자의 마음속에서는 그저 독약을 싸고 있는 한겹의 당의에 불과하다니.
희망은 비눗방울이다. 찰나의 춤을 추면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하다가 문득 손가락 하나에 터져버린다. 나는 결국 나의 우둔함을 깨달았고 더이상 찬란한 환상을 좇고 싶지 않았다. 내가 번밍에 빠져 있을 때마다 술은 나를 미친 듯이 웃도록 만든다. - 120

- 지금은 번민의 시대야. 나는 생각했다. 양식있는 지식인이라면 모두 질식감을 느낄 거야. - 163

- 여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회다. 나는 생각했다. 비열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일수록 더 높이 올라가고, 양심에 충실한 사람들은 영원히 사회의 밑바닥에서 남들에게 짓밟힌다. - 168

- 나는 모진 마음을 먹고 단호하게 문예와 관계를 끊어야 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자신을 글쓰는 기계로 간주해야 한다.
이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다. 최소한 나는 방세를 못 낼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술을 못 살까봐 걱정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 비록 더이상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인식할 도리가 없기는 하지만.
나는 기생충이 되었다. - 198

- 계속 생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 264

2023. may.

#술꾼 #류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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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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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은 서너권 읽었었던가..
약간 취향은 아니다 싶은 마음에 그동안 패스해왔는데,

가가형사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지인이 재밌게 읽었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느리고 뚝심있는 방식의 수사는 어쩌면 약간 일본의 분위기랄까 싶기도 하고, 그런 속도에 맞는 템포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열편 중 마지막 시리즈라는데, 그 마지막을 읽은 것으로 만족한다.

내내 가슴을 졸이며 살았을 히로미의 삶에 연민이 들었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그림자처럼 주변에 존재하며 살인을 하는 다다오는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복잡한 마음이다. 그게 일본 특유의 동반 자살을 미화하는 그런 정서인지... 딸에게 최후의 행동을 맡기고, 기꺼이 그 역할을 하는 딸도 조금 생경하다.

그리고 아마도 시리즈 내내 등장했을(아닐수도 있고) 가가형사의 유년기 어머니의 가출의 의문이 전업주부 우울증이었다는 점이 좀 가슴아프다.

주요 내용은 아닌데, 여자아이가 검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가 형사가 ‘명실상부한 여성의 시대’라는 말을 하는 대목이 있는데, 좀 어이없이 실소가 터진 부분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도키코와 다리를 놓아주는 장면도 조금...ㅋ

- “그래 그러니 헛고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
“그런데도 하겠다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런 게 우리 일이야.”
(...)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 말인가요?”
가가가 마쓰미야를 보고 씩 웃었다.
“뭐, 그런 셈이지.”
마쓰미야가 한 말은 가가의 아버지가 습관처럼 하던 말이었다. - 200

- “건강하게 살고 있으면 좋으련만, 쉽지 않을 거야.”
“어째서요?”
“우린 말하자면 다 짜내고 남은 찌꺼기니까.”
“짜내다니, 뭘요?”
“원전은 연료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네. 그 녀석은 우라늄과 인간을 먹고 움직여. 인신 공양이 필요하지. 한마디로 우리 작업원들의 목숨을 쥐어짜야 움직인다 이 말이야. 내 몸만 봐도 알 수 있어. 이게 바로 목숨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일세.”
노자와가 양팔을 벌렸다. 벌어진 셔츠 사이로 갈비뼈가 앙상한 가슴이 드러났다. - 364

- 힘내거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 히로미 너는 틀림없이 행복해질 거다. - 455

2023. may.

#기도의막이내릴때 #히가시노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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