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초능력. 사회화로 인해 생긴 달갑잖은 능력들이 소재로 등장하는 점이 재밌다.작은 동네 마트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소시민들의 작은 능력과 소소하면서 번다하며 중요한 감정들.위즈덤하우스의 위픽시리즈는 아주 짧은 단편들의 시리즈로 늘 흥미로운 시각의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일단 책들이 참 예쁘다고 늘 생각한다.좋아하는 시리즈.:)- 손님들이 등장하면 명희는 조건반사인 듯 긴장을 했다. 암에 걸려 있는데도 겨우 이런 것 때문에 긴장하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원래 조건반사란 그런 것이 아닌가. 습관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거머리 같은 것. 집요한 것. 사형수가 사형대를 향해 걸어가다가 바닥에 고인 물을 저도 모르게 피해 가는 습관 같은 것. 명희는 그런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22- 그런 것을 유머라고 하는 사람들이 짜증스러웠다. 짜증스럽다가 실망스럽다가 종내는 환멸이 느껴졌는데 환멸이라니 아, 이런 게 환멸이구나. 특정한 누구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넓고 깊게 고이는 부정적 감정...... 이겨내고 싶지도 않고 해결책도 보이지 않으니 그냥 외면해버리고 싶은 감정...... - 53- 그렇다.현실은 늘 픽션을 초과한다.상상할 수 없는 일은 늘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난다.픽션은 언제나 상상할 수 있는 것만을 상상하지만현실은 늘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우리를 습격한다.갑작스럽고징그럽고끔찍한 방식으로.희망은 조금씩과장되어도 좋다.그렇다고 생각한다.초인은 오늘 마트에서 지나치는수많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저 사람일지도 모르고이 사람일지도 모르고당신일지도 모르고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계엄령의 밤은끝날 것이다.종료될 것이다.사람이사람을 살리는 한에는 - 작가의 말 중2025. mar.#초인의세계 #이장욱 #위픽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