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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을 후회함 -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
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을 인생에서 배재한 상태인 나는 언제나 손쉬운 공격 대상이 된다.
나와 친밀한 관계인 사람들 조차 가끔 아무 의미없는 참견을 하곤 하는데,
그럴 때 내가 내세우는 논리라는 것은 그냥 오버리액팅으로 폄하될 때도 종종있다.
좋은 사람을 못만나서 그래, 일단 낳아보면 달라질걸, 훗날 외로워질 텐데 ...
내 인생 전반에 걸쳐 그렇게 다각적인 시점에서 우려를 표명해주니 뭐 이건 머리를 조아리며 고마워라도 해야할지..
이 책을 고르면서도 뭔가 신박하거나 완전무결한 논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모성애를 신격화하는 문화에 대해 한번쯤은 반문 해볼 법도 하고, 여성 자신의 신체 결정권에 대해 조금은 급진적인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이 사회에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수백년간 너무 안들어줬으니 이제는 그럴 때라고도 생각한다.
이 책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같은 증언 문학으로 봐도 무방하다.
여성들이 가부장적 문화권력 앞에 얼마나 무기력해지고, 자기 신체에 관한 발언을 얼마나 차단당하는지, 나아지리라는 희망 앞에 얼마나 좌절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드러난다.
저자가 언급했듯, 이 책은 긴 여정의 첫 걸음일 뿐이다.
수많은 증언, 그 이상의 무엇이 이 책에는 없다. 다만 희미한 방향만을 제시한다.
그래도 첫걸음은 언제나 중요하나고 생각한다.
토론이 확장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겠지만,
다행이랄지 최근의 낙태법에 대한 논란이 이 확장의 한 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과 비난을 한쪽 성이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야만적이고 봉건적이니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본다면 어느 쪽 성을 가졌더라도 받아들이기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넌 후회할 거야! 그렇게 돼. 아이가 없는 걸 후회한다고!
부모가 될 생각이 없는 유대, 이스라엘 여성과 남성에 대해 연구하던 2007년 당시, 이 몇 마디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말은 아이를 원치 않는 사람, 특히 엄마가 되길 원치 않는 여성드를 향한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틀림없이 후회할 것이다. 엄마가되지 않으면 여성들은 후회한다. 끝.
마치 판결문처럼 들리는 이 말 때문에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를 가지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고, 후회는 무기가 되어 여성들에게 계속 아이를 낳게 하고, 아이가 생긴 뒤에나 후회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 두번 다시 `누구의 엄마도 되고 싶지 않다`는 소망조차 가져서는 안 된다는 단언을 그냥 내버려두기가 힘들었다. - 9
후회는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고 무언가를 형성하고 느끼고, 행동이나 발전을 회피하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감정일까? -78
아빠들도 긴장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도피처로 숨는 것은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여러 연구를 통해 아빠들은 아이가 태어난 후 갑자기 직장에서의 초과근무가 뚜렷이 증가하고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저녁시간과 주말에 가능한 집에 있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모든 아빠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갑자기 아이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느껴 바깥으로 나가려고 한다. 물론 사회적으로도 용납된다. 반대로 엄마가 오늘 요가를 할거야. 내일은 친구들과 술 한잔 하러 나가야겠어라고 말한다면 모두가 왜 저러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 168
사회는 질서 유지를 위해 엄마들의 기대와 희망이 현실화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과 그 의미를 부인한다. 사회의 이런 방식은 실망을 더욱 강화시킬 뿐인데도 여전히 엄마들을 몰아댄다. 끊임없이 엄마들을 정해진 형식에 끼워넣어 맞춤 형태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서 실망의 부산물인 고통과 아픔, 슬픔을 해결할 도구는 쥐어주지 않는다. - 199
2016.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