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석들 창비세계문학 88
에밀 졸라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 그대로 이놈의 집구석들, 닫힌 문 너머의 민낯은 참 추하다만, 누가 감히 돌을 던지랴. 시간 맞춰 봐야 하는 막장 드라마보다 재밌다. 그 재미를 지금도 우리가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좀 웃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이가 빠진 것처럼 읽어왔으니, 그 오랜 세월 동안 해리가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온 모습을 다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꾸준히 찾아서 읽게 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에게 잡히는 악당들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그에게 남아있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안쓰럽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지켜보고 싶으면서도, 어쩌면 그가 겪는 고통의 시간이 그가 범인을 쫓는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작품을 펼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렇게 빠진 이를 하나씩 채워가는 재미를 배우는 중이어서 그런가. 점점 해리의 시간 속에 빠져들던 중에 시리즈의 12번째 작품 을 만났다. 10년 동안 한 권도 빠짐없이 만나온 독자는 어땠을까. 전작 목마름에서 이룬 해리의 행복에 기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는데, 그의 인생 이제는 고통 없이 활짝 필 수 있었을까?


전작의 해리는 라켈과 결혼했다. 이제 더 행복해지는 일만 남았구나 싶었을 때, 이 소설의 첫 부분은 술에 절어있는 해리였다. 그렇게 행복한데 왜 그는 다시 술에 파묻힌 채로 오늘을 버티고 있는가. 경찰학교에서 학생도 가르치고 그의 심신도 안정되어 보였는데, 다시 살인범이 나타나면서 해리는 현장으로 복귀한다. 나쁜 놈도 잡았는데 그의 삶은 왜 자꾸 피폐해지는지 모르겠다. 해리 개인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날도 술에 취해 누군가에 의해 집으로 옮겨진 해리는, 다음 날 자기 몸의 피 칠갑을 이해하지 못했다. 옷에는 여기저기 피가 묻어있었고, 그의 손도 피투성이였다. 그의 기억은 전날 밤 술을 마시던 바에서 멈춰있었다. 그가 술을 마신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이 정도로 기억이 끊긴 적이 있었나? 바의 사장과 다투면서 묻은 거로 생각하기에는 피가 묻은 정도가 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 사건들. 한 여성의 살인 사건은 남편의 자백이 있어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그가 사랑하는 라켈의 죽음 소식은 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약혼자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이었다. 스베인 핀네. 이 미친 녀석이 해리에게 복수하고자 라켈에게까지 손을 뻗은 듯하다.


이제 해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라켈을 죽인 범인을 찾는 것.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해리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스베인 핀네를 의심하고 그를 쫓으면서도, 그날의 사라진 기억을 찾으려고 애쓸수록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한다. 누가 라켈을 죽인 것인지 단 한 사람으로 단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스베인 핀네가 아닌가? 해리와 연관된 사람이 계속 등장한다. 그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해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데도, 그게 진심인지 읽는 나도 자꾸만 의심이 든다. 무엇보다 해리는 라켈의 남편으로 범인의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으니, 나는 해리마저 의심해야 했다. 누구도 놓칠 수 없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라켈이 죽은 날 밤, 해리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싸우기까지 했다. 그의 옷과 손에 묻은 피는 그날 바에서 묻은 게 맞는 걸까? 아니면 해리에게 지워진 기억 속에 라켈의 죽음과 연관된 뭔가가 있는 걸까? 해리 역시 그 부분을 찾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는 여러 용의자를 쫓으면서도 그 자신마저 의심해야 했다. 그동안 그가 겪은 고통은, 라켈을 죽인 범인 속에 자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다.


왜 하필 칼이었을까. 이 소설의 제목은 단순하게도 한 단어, 한 글자다. . 다양한 살인 도구를 뒤로하고 칼 하나로 피해자들을 괴롭힌 이유는 뭘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만 있다가, 이 책을 다 읽고서 작가의 인터뷰를 소개한 부분을 봤다. 칼로 살인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가까워야 하는데,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그럼 해리가 범인일까? 설마, 그럴 리가 없어. 그럼 누구지? 라켈과 가까운 사람이 해리 한 명은 아닐진대,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상대방과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서, 귓가에 살짝 입을 대고 하고 싶은 말까지 더해가면서 찌르는 칼의 잔인함은 어느 정도일까. 특히 가까운 사이에서 파고들어 오는 칼의 깊이는 말할 수 없는 공포였을 것 같다. 나를 찌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바로 눈앞에서 확인하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소설 속 범인을 찾는 일이, 범인이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살인의 이유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보이는 해리의 고뇌를 볼 수 있던 게 이 소설의 미덕이 아닐까 한다. 거기에 해리 주변 사람들의 삶을 엿본 것도 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해리 역시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을 테고, 그 상처가 고스란히 되돌아온 건지도 모른다. 특히 라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후회가 그를 더 아프게 했을 거다. 그의 죄책감은 더 깊어지겠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좌절, 고통, 사랑, 믿음, 배신, 질투 같은 감정들을 모두 본 것만 같다. 해리 역시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누군가의 실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갈등하며 헤어질 수도 있고, 잘못을 알면서도 미워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워한다. 인간이어서 그렇다.


사랑으로 시작된 모든 것. 좋은 감정, 나쁜 관계, 선한 마음, 악랄한 복수심, 피와 살인, 연쇄살인범,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 각자의 비밀.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져 함부로 범인을 단정할 수 없게 하면서 추리소설의 쫄깃함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읽을 때마다 해리의 고통이 끝나기 바라는 독자의 간절함을 무시하는(?) 작가의 다음 무기는 무엇일까. 더 잃을 것이 없다고 여겼던 해리에게 라켈을 잃는 고통을 선사한 작가가 어떤 이야기로 다시 해리를 소환할지 기대된다. 이런 재미의 벽돌책이라면, 등에 이고지고 다니리. ^^



##요네스뵈 #해리홀레 #해리홀레시리즈 #비채 #김영사 #소설 #추리소설

#문학 #해외문학 ##책추천 #책리뷰 #북유럽소설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읽고 반해버렸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12년 전에 절판된 초기 소설집이 복간되어 독자 앞에 나왔는데, 최근작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만 역시 김보영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역시 안 변했어. ㅎㅎ 저자의 작품을 읽은 지 오래되었다. 재미있는 건 알았지만 그 세세함은 기억나지 않았고, 얼핏 작품의 분위기만 생각나던 터에 만난 작품이다. 평소 방송에서 보던 그의 재치 있는 말솜씨가 문장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러니까 문장으로 보는 방송 화면 속의 곽재식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듯하다. 작가이기도 하면서 교수도 겸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의 수업을 듣는 재미도 상당할 것 같다. 자칫 지루하고 어려운 과학 수업을 이런 강의로 듣는다면 졸림에 눈 비비는 학생은 없지 않을까. ^^


헌혈하고 받은 빵이 이상하다.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지구의 인간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알게 된 묘한 현상 하나로 시작되었다. 내 피를 뽑아내어서 누군가의 몸으로 들어가는 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그 피를 뽑을 때는 누구에게 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선뜻 내 몸에서 뽑히는 피를 지켜보는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인간이 아닌 이가 지켜보는 지구인의 행동은 의아했지만, 이미 지구인으로 그 시선을 따라가는 나는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헌혈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헌혈 독려 소설쯤 되시겠다.


미치도록 팔딱팔딱 뛰면서 읽었던 소설이 바로 슈퍼 사이버 펑크 120이다. 읽을수록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저자도 우리와 같은 경험이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왜 사이버 세계에서 우리는 편해질 수 없는가. 웬만한 사이트 하나 이용하는 정도가 뭐가 어때서 매번 회원가입의 절차를 거쳐야 하느냔 말이다. 주인공은 운영하는 회사에 문제가 생겨 정부 기관의 고지서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 확인을 위해서는 기관의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말로만 들으면 간단하겠지만,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등장하는 가입 절차를 당신은 기억할 테지. 서류 한 장 확인하려는데, 이 프로그램을 깔아서 확인하라고 하고 주소를 적으려다가 버벅거리며 첫 화면으로 돌아가고. 보안 프로그램은 왜 또 애를 먹이는가. 120분 안에 마감해야 하는데 속절없이 시간만 허비하게 하는 가입 절차라니. 나이를 먹을수록 더 어려워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는 알림 내용 같은 것을 찾아내려 모니터 '뚫어져라' 쳐다보고 헤매던 기억이 나만의 것은 아니리라. 이거 뭔가, 정말 간단하고 쉬운 절차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님?


판단이라는 작품은 문장 하나하나가 울분을 토해내게 했다. 너무 흔하게 봤던 직장 상사의 갑질이 아니던가.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 김 대리는 이 과장에게 공격당한다. 인사로 고개만 까딱했다는 게 이렇게 잔소리를 넘어서는 인격 모독을 당할 일인가? 김 대리의 태도를 지적하며 끝이 없는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이 과장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이 소설을 읽는 모두의 마음이렷다. 이 공격을 받으면서 우리는 고민한다. 이걸 계속 듣고 있어? 아니면 한방 받아칠까? 길고 긴 이 과장의 진상 발광이 끝날 무렵 김 대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궁금했다. 결론은 안타까웠지만, 현실에서의 우리 역시 김 대리와 다른 선택을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다. 직장에서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그 우위에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남자는 기억에 문제가 있다. 기억 밖으로 도주하기는 한 인간의 고뇌를 엿보게 한다. 도망치는 남자가 잡힐까 봐 가슴을 졸이면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로, 그가 잡히지 않기를. 그러다가 그의 기억 한 자락이 떠오를 무렵, 그가 닿은 어느 집 문을 열고 났을 때는 가슴이 아파져 온다. 그의 사랑, 그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왔을지 듣고 싶어서 말이다. 의외의 반전에 눈물이 핑 돌았던 건,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맞이할 장면일지도 모를 기시감 때문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오늘의 고단함마저 감사하게 여기고 싶은 순간이다.


열 편의 작품 모두 흥미롭고 재밌다. 전설의 괴물을 불러온 이상한 녹정 이야기, 시간여행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시간여행문, 게임 속에 있다는 걸 인지한 게임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신들의 황혼이라고 마술사는 말했다등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상적인 모습에서 상상력을 발휘한다. 이야기 자체로도 즐겁지만, 소설 곳곳에 과학 이야기가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즐거움도 볼만하다. 그렇다고 그 과학 지식이 소설의 흐름을 방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짧은 정의를 보태주는 것 같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세계를 여행한 기분이 든다. 그 세계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우리 삶을 비춘다. 공동체로 살아가며 베풀어야 할 일들, 우리가 맞이하게 될 인생의 후반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이들의 고단함을 봤다. 저자가 단순하게 흥미로만 적어본 SF소설이 아니라는 말씀.


소설 속에 우리가 겪는 현실이 있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삶의 고단함도 있겠지만, 저자는 재치와 반전의 판타지를 더하며 인생이 그리 쓰지만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인간미까지 놓치지 않는 작품들에 감동까지 더해졌으니, 우리 사회를 보는 맛이 절망적이지 않다는 희망이 생긴다.


#빵좋아하는악당들의행성 #곽재식 #비채 #SF소설 #SF #판타지 #단편집

##책추천 #책리뷰 #소설 #문학 #과학 #단편소설 #작가님귀여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나의 첫 세계사 여행 : 유럽.아메리카 + 중국.일본 + 인도.동남아시아 +서아시아.아프리카 - 전4권 나의 첫 세계사 여행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송진욱 그림 / 휴먼어린이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읽다 보면 세계여행하고 싶어질 테고, 그렇게 여행과 세계사 공부까지 한꺼번에 완성하는 책. 쉽고 재밌게 세계사를 학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