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중고책을 구매할 때 책 상태를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데, 보통 ‘최상’으로 기재된 책을 사곤 했다. 이왕이면 깨끗한 책으로 읽고 싶기도 하고, 혹시 나도 한번 읽고 되팔게 될 때 좋은 상태 그대로 팔고 싶기에 그렇기도 하다. 아니면, 꼭 필요한 책인데 책 상태가 별로인 것만 있다면 그것도 그냥 구매하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그 책의 최상인 상태를 다시 구하곤 한다. ^^

 

며칠 전, 알라딘에서 새 책을 구매하면서 직배송으로 올라온 중고도서 한 권을 장바구니에 같이 담았다. 절판본이기도 하고 정가 이상으로 거래되는 책인데 내 눈에 띄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글이라 한 권 더 사서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해줘야겠다 싶은 마음에 냉큼 담았는데, 책 상태가 ‘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제품 상세페이지 열어봐도 어떤 부분에서 그 책이 상급으로 분류되는지 따로 설명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 어디가 찢어졌나? 너무 낡았나? 그래도 상급 정도면 지저분한 상태는 아닐 것이니 그냥 결제했다. 막상 도착한 책을 살펴보니 새 책과 같았다. 너무 깨끗했다. 담당자가 실수로, 혹은 지나치게 완벽한 사람이라 ‘이 정도의 책은 상급으로 할 거야.’라고 생각했을까? 뭐, 암튼, 구매자의 입장에서 좋았다. 이왕 받은 김에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펼쳤는데, 이 책이 왜 상급으로 분류되었는지 알겠더라. 이 책이 양장본이었는데, 양장본 뒤표지 안쪽에 처음 이 책을 구매한 사람의 메모가 있었다.

 

처음에 책 보자마자 실장님 생각이 났는데 선물로 드릴게요! 재미있게 읽으세용. ^^*

2010, 8, 3 은영이~

 

 

2010년 8월 3일에, (아마도 여직원일 터인) 은영이가, (같은(?) 직장의 상사인) 실장님에게, (뭔가 어울릴 듯한) 이 책을 보자마자 생각나서, (마음을 담아) 선물로 안겼던 것. ^^

 

누군가의 지극히 사적인 메모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더 어떤 마음을 담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뜬금없이 호기심이 쏠렸다. 이 책의 어떤 면을 보고 실장님에게 잘 맞을 책이라는 판단을 했는지, 혹시 은영이는 실장님에게 실장님 이상의 감정이 있었는지, 실장님은 이 책을 선물 받고 다 읽긴 했을는지, 지금 은영과 실장님은 여전히 어떤 관계로든 교류하며 지내는 사이인지... 무엇보다 가장 궁금했던 건 이거다. 이 책은 어떻게 5년여의 세월이 흘러 나에게까지 왔을까, 하는 것. 실장님이 이 책을 다 읽고 안 읽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떻게 이 책이 실장님의 손에서 흘러나왔나 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실장님은 이 책을 헌책방에 팔았는지, 너도 한번 읽어봐라 하며 실장님의 지인에게 주었던 건지,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는지, 그 손에서 떠나온 책은 5년 동안 어떤 주인을 만나고 다녔을지... 별것 아닌데, 몰라도 그만인데, 중고책 한두 번 사는 것도 아닌데, 괜히 궁금해졌다.

 

 

사실 나도 아주 오래 전에는 구입한 책 첫 장에 구입한 날짜나 어떤 마음으로 구입했는지 하는 마음을 적기도 했다. 책 하단에는 내 책도장을 찍기도 했고, 맘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긋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위의 사연처럼 책의 첫 장에 마음을 담은 메모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냥 있는 그대로 읽거나 보관하기 시작했다. 책도장 절대 안 찍고, 메모나 밑줄도 안 한다. 아마도 소장하지 않는 책을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그랬던 듯하다. 누군가가 받을 책이 깨끗하고 새 책 같았으면 하는 마음. 별것 아닌 마음인데, 내가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를 수도 있지만, 뭐, 나는 그렇다고.

 

 

 

이런 사연 있는 책을 받은 경우가 2년 전쯤에도 한번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책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책을 구입할 때 만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거의 20년 전쯤에 출간된, 지금은 절판된 책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딱 한번만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굳이 찾아다녔다. 아주 얇은 문학도서였다. 오랫동안 단 한권의 중고도 보이지 않다가 발견한 반가움에 냉큼 결제했다. 책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만족했지만, 무엇보다 그 책의 전 주인이 적은 메모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이 책이 나에게 오기까지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주인들을 만났을지 모르겠지만, 날짜를 보아하니 아마도 이 책의 처음 주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출간일이 1996년 9월 6일, 책 안에 써진 이의 흔적은 1996년 10월 27일. 이 정도면 처음 이 책을 새 책 상태로 구매한 이의 흔적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마음속에서는 공부를 하고자 하나 뭔지 모르는 힘이 날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지금도 도서관 자리를 옮긴 채 건성으로 종이 위에 눈동자를 남겨놓을 뿐이다. 멍한 머릿속은 어떠한 input도 거부한 채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 그러나 실망이란 말만큼은 하지 말자.

너무도 익숙해버린 단어지만 정말 이젠 떨쳐낼 때다.

넌 네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즐겼고 여러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한 과도기일 뿐이다.

더 이상 내 삶을 타인의 시각에, 잣대에 맡기지 말자.

내 삶에 행동 주체, 판단 주체로서 내 자신을 세워야 한다.

1996. 10. 27. 일요일

도서관 2열에서 교수법 print를 기다리며... ”

 

이렇게 쓰여 있다.

 

글씨체로 성별을 구별해도 된다면, 글쓴이는 아마도 남학생일 것 같다. 남학생이라면 제법 글씨를 잘 쓰는 편인 것도 같다. 나에게 온 이 책이 문학 수업을 들을 때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애기를 들었는데, 이 책을 소장했던 사람이 아마도 문학을 전공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교수법 print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사범대쪽 학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이 수업이 맘에 들어서 수강한 학생일 수도 있겠고...

 

일요일의 도서관. 수업에 필요한 복사물을 기다리는 시간.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나, 또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머릿속이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을 수도 있겠다. 눈으로는 글자를 쫓고 있으나 읽는 그대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 또한 공감했다. 자꾸만 실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오직 자신을 위한 일이어야 하는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음에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 이 책이 선택되었던 듯하다. 단 몇 줄의 글이 그(혹은 그녀일지도 모를)의 마음을 풀어놓는, 다시금 열정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줄 수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글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건너 나에게 왔던 이 책은, 다시 또 내 마음을 풀어놓는 공간이 될지도 모르겠지, 하면서. 누군가의 흔적으로 시작된 시간여행, 1996년에 학생이었을 이 책의 전 주인은 아마도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공감. 비슷한 고민으로 그 시간을 보냈을 동기 같은 마음. 일요일의 도서관 2열에서 수업자료, 혹은 과제물을 위한 자료를 기다리는 그 시간의 무료함이나 불안함일 수도 있겠지.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모를 누군가의 흔적 하나로, 타임슬립하여 십몇 년 전의 그 시간으로 잠깐, 돌아가고 싶어지게 했던 순간이다.

 

 

운명처럼 내 손에 들어온 헌책에서 지나간 것들의 흔적을 발견할 때면 내 심장의 박동소리가 커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잊히기도 하고,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일부러 저장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다시금 마주하는 시간이 온다. 설핏 웃다가,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 걸어놓았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떨림과 울림이 찾아오거나... 시간은 흐르고,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별을 한다. 무언가를 향해 달리기도 하고, 잠시 멈추어 숨고르기를 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면서 잊히는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 진행된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그럴 때, 이렇게 우연히 찾아드는 것들이 우리를 유실물 보관창고로 안내한다. 나리코처럼...(『잃어버린 것들의 나라』가쿠타 미츠요) 우리의 잃어버린 흔적을 찾아서. 아니면 누군가가 우연처럼 나의 흔적을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무엇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세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진짜로 깨닫게 되는 것은 대개 나이가 한참 들어서이다. 나 역시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물건, 혹은 시간, 장소, 사람조차도 잃어버린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서 그것이 없어지고 난 빈 공간을 안고 살아간다.

(7페이지, 작가의 말)

 

 

 

5년 전 혹은 20여 년 전,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리에 앉아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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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5-03-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메모가 있는 중고책을 팔다니요. 실장님은 선물해주신 은영씨를 잊었나 봅니다. ㅋ

구단씨 2015-03-20 18:24   좋아요 0 | URL
5년은 아마도, 그런 시간인가 봅니다. ㅋㅋ
그냥, 은영이의 마음이 궁금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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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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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있는 책장과 바닥의 상자 속에 담긴 책까지 슬쩍 둘러보니 내가 가진 책이 얼추 400권쯤 되는 듯하다. 그보다 조금 더 적거나 많아지기도 하지만 평균 400권쯤 유지하고 있다. 방이 작기도 하고 워낙 정리를 안 하는 사람이기에 책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감당이 안 된다. 도서정가제 전에 사들인 책이 아직도 상자 속에서 그 자태를 숨기고 있을 정도이니, 정리 안 하는 것으로 따지면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을 것도 같다. (응? 이거, 자랑은 아닌데 자랑인 듯 당당하게 들리는 건 왜인지... ^^;;) 그래서인지 크게 책 욕심은 없다. 그저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사고, 천천히 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이다. 그럼 꾸준히 사면서도 평균 소장 권수를 유지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지 곰곰 생각해보니 책을 미련 없이 내 손에서 떠나보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다 읽은 책 중에서 소장하고 싶은 건 따로 챙겨두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번 읽고 안 읽는 책들은 인터넷 헌책방에 팔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복지센터에 기증한다. 그러니 책을 계속 사면서도 내게 남겨진 책이 많지 않음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좋은 습관이다. 어차피 책을 보관할 곳도 없고, 정리도 안 되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잘 고른 듯하다.

 

그럼, 나는 이렇게 책을 처리(?)하는데 다른 이들은 책을 어떻게 감당하나? 내 주변의 오프라인 사람 중에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인지 누구네 책장은 이 정도더라, 하는 광경을 말하긴 좀 어렵다. 반면 온라인 지인들은 대부분 다독가이고 장서가 혹은 애서가들이다. 책 보유 권수가 나의 몇 배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책 놓을 장소가 모자라 장롱 안에까지 책을 보관한다는 사람도 있다. 장롱 안에 넣어두어야 할 옷이나 이불은 집 잃고 헤매고 있는데 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 누구나 같은 고민인가 보다. 방이 넓으면 넓은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책을 보관할 곳이 늘 부족하다고 하는 걸 보면 책을 매개로 같은 생각, 공감을 이어가고 있다. 웃음이 나면서도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 고민이 남는다. 아마 그 고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어쩌랴... 앞으로 계속 책을 읽는 한, 책을 좋아하는 한 끌어안고 가야 할 행복한(?) 비명인 것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만나면서 어느 정도 사람과 책을 견주어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됐다. 이를테면 책 좋아하는 사람과 책 모으는 사람은 다르다. 앞쪽은 ‘애서가’, 뒤는 흔히 ‘장서가’라고 부른다. 애서가이면서 동시에 장서가인 경우는 뜻밖에 많지 않다. 반대도 똑같다. 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애서가는 아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서 책장을 한번 눈으로 훑어보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애서가인지 장서가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어서 그저 책을 물건 삼아 진열해놓은 사람인지. (174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애서가와 장서가가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장서가는 아니다. 그럼 애서가인가? 흐음... 책을 좋아하니 애서가라고 해도 되겠지만 책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건 아니니 완전한 애서가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 이런 겸손함이라니... 근데 사실인 걸. 나는, 아직은, 발가락 하나 걸친 애서가라고 하기에도 벅차다.) 그저, 책으로 일상에 관심 둘 곳이 조금 늘었다고 해야 하나. 책에서 일상을 보고, 일상에서 소설의 한 장면을 발견할 때 찾아오는 매력이 즐거울 때가 있다. 헌책방지기 윤성근이 만난 사람들도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고, 책과 함께한 즐거움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유명인의 서재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한 책 이야기다. 학생부터 회사원, 선생님, 번역가, 수의사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책과 어떤 인연을 맺으며 지내왔는지 들려준다. 멀쩡한 아파트는 책으로 가득 채우고 반지하에서 월세 사는 사람, 어느 한 분야에 꽂혀 책을 수집하는 사람, 컨테이너 하나 빌려 서재를 만든 사람 등 책에 쏟는 애정이 다양하다. 그 책들을 유지하고 보관하는데 여러 가지로 애를 먹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그럼에도 책이 좋다는 것! 말 그대로 애서가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나하나 듣다 보면 책을 좋아하는 그 절절한 마음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나와는 다른 방식, 다른 관심, 다른 과정으로 책을 접해온 사람들이지만 책을 대하는 마음에서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애틋해진다.

 

솔직히 이런 책이야기를 몇 번 만나서 그런지 새롭게 다가온다거나 신선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 중 몇 부분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많은 책을 읽다보면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럴 때는 마치 금맥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 허섭 씨는 그런 책이 있으면 보통 십여 권씩 따로 사뒀다가 마음 맞는 사람에게 읽어보라며 선물하는 걸 즐긴다. 학사재 구경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교무실 한쪽에 있는 선반 문을 여니, 그렇게 한꺼번에 사둔 책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17페이지)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보통 같은 책을 두 번 구입하는 경우는 실수가 아니고서는 생기지 않을 일인데, 같은 책을 몇 번 구입해서 선물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좋은 책이 상대에게 좋은 책이라는 보장은 없다. 상대방이 내가 고른 책을 받으며 느낄 부담도 염두에 두게 된다. 다만, 이제는 이런 소심한 바람을 갖는다. 내가 읽어서 좋았던 그 책이 다른 독자에게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거, 그 책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그 누군가도 알아챘으면 하는 거...

 

책을 볼 때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다는 말에 서찬욱 씨는 단호하게 ‘완전한 혼자’여야 한다고 답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심지어 가족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 책이 안 읽힌다. (82페이지)

‘반드시’는 아니지만 나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워낙 집중력이 약한 사람인지라 조용한 곳에서 읽어도 책 읽기를 완전히 소화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을 때는 정말 짜증이 난다. 간만에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는데 한 페이지도 제대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앵그리버드가 된다. 화가 난다~! 다른 누군가는 천둥 번개가 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던데, 나의 예민함을 이럴 때 활동성을 높인단 말이지.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만화를 좋아하면 일단 만화를 보는 거죠. 저도 어릴 때는 만화를 정말 좋아해서 많이 봤어요. (중략)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명랑 소설 같은 걸 읽다가 조금씩 무게가 있는 책들로 발전한 거예요. 무엇보다 어릴 때 가정 환경이 중요해요. 어떤 사람은 아이가 동화책 보고 있으며 책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도 하거든요. 어릴 때 자연스럽게 책이랑 친해지지 않으며 어른이 돼서도 책 읽기가 쉽지 않죠. 무엇이든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기 시작하면 그 책 본문에 나온 책이라든지, 참고 문헌이나 주석 같은 데 또 다른 책이 소개돼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책을 찾아서 읽으면 지금 읽는 책 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지 쉽게 알 수 있어요.” (213페이지)

책을 어떻게 접해야 가장 좋은 건지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만화든, 소설이든, 잡지든, 그냥 읽히는 대로 읽는 게 가장 좋은 시작이 아니겠냐고, 그렇게 읽다 보면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질 테니 일단 읽는 대로 나두라고 말하곤 했다. 무엇보다 어릴 때 책 읽는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건 경험상 너무 잘 아는 일이다. 주변의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에 따라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다름을 분명하게 보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소개해준,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 평범한 애서가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와 닮아서 웃기기도 했고, 이렇게 책을 대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감탄하기도 했다. 관심의 폭을 넓혀 책을 대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책을 통해 사람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겠고, 내가 만나는 책에 좀 더 애정을 주어도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책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존재로 남아주길, 책을 통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늘 밤엔, 어떤 책을 펼쳐볼까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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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이 사는 맛 -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채현국.정운현 지음 / 비아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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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내가 접하는 노인들을 보면 ‘노인은 당연히 이래도 된다’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나를 향한 말이 아니어도 반감을 갖는 경우가 잦았다. 노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진행되어야 할 어떤 일을 앞에 두고 노인이니까 먼저, 많이, 잘못했어도 그냥 넘어가야 하는, 식의 경우를 봐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둥둥 떠다닌다. ‘당연히?’ 왜 당연한 건지 잘 모르겠는데 나이 들면 다 그렇단다. ‘근데 저 노인은 젊었을 때도 저랬잖아’라고 말하면 대꾸가 없다. 그런 건 또 그냥 넘어가야 한단다. 도대체 왜 나이 들면 다 그렇다는 이유로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면 노인 공경 못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 그런 모습을 보면서 걱정은 된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정말 저렇게 되는 걸까 싶은 노파심에 내 의견을 말하면, 시쳇말로 나는 싹수없는 없는 젊은이가 되는 거다. 그러니 더욱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진다. 어쨌든 노인들이 볼 때 나는, 집 근처 경로당의 노인들에게도 엄마네 교회 노인들에게도 난 그냥, 누구네 싸가지 없는 딸이다.

 

쓴맛이 사는 맛이라니, 비관론이 아니냐는 질문에 선생은 오히려 ‘적극적인 긍정론’이라며 반박한다. 쓴맛조차도 사는 맛이며, 오히려 인생이 쓸 때 삶은 깊어진다면서 말이다. 그게 다 사는 맛이란다. (36페이지)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노인의 시선으로 노인을 감싸는 게 당연한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도 노인이면서 책임감 없는 노인들을 봐주지 말라고,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거리의 철학자라 불리기도 했고,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교육자인 채현국이다. 『쓴맛이 사는 맛』은 그가 한 말의 한 문장이 제목이 되어 채현국이 구술하고 정운현이 기록한 책이다. 1장과 2장은 정운현이 기록한 채현국의 이야기이고, 3장은 채현국이 그의 삶과 벗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찾은 고생과 여유,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사, 격변의 한국사가 그의 인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시하게 사는 게 행복을 찾는 과정이라는, 지금의 힘든 시간이 지나면 달콤한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오늘을 지내는 쓴맛도 사는 맛이라면서 인생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조금은 긍정으로 보게 한다. 잘 살기 위해 스펙과 성공을 좇는 젊음에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자신의 존재감을 말한다. 살아남기 위한 온갖 발버둥 속에 그 의미를 집어넣는 듯하다. 그와 그의 지기들이 함께한 역사도 지금 그의 삶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겠지. 한 사람의 일대기 같으면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야 할 이들과 함께하는 귀한 소통의 시간이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여든의 노인이 살아온 이야기와 현재의 세태를 말하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든의 노인이 이렇게 세상을 볼 수 있구나’ 싶은 그의 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가르치려 들고 지적하는 게 특권인 것처럼 여겼던 대상이었는데, 그게 전혀 옳지 않음을 스스로 말하는 노인이라니. 세대 간 갈등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면 서 있는 위치도, 시선도, 우선인 것도 달라질 것이니 어떻게 모든 시선이 하나가 될 수 있나 싶었다. 세상은 변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중심에 선 사람들도 달라지니까. 결코, 같을 수 없는 세대라고 생각했던 게 조금 달라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의 열린 사고가 변해가는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게 뭔지 바로 아는 사람의 눈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흔히 나이 먹는 건 쉬워도 어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하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어디에서 잠깐 강연을 들으러 다녀온 기분이었다. 이 한 권으로 세대 간, 사람 간의 서로 달랐던 사고가 한 번에 하나가 되진 않을 테지만, 적어도 ‘꼰대’가 아닌 ‘어른’의 개념과 인식을 알 수 있는 기대감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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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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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거리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는 그저 술과 밤에 취한 어리석은 방랑객일까?

지구 한복판을 통과해 반대쪽으로 나온 사람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간신히 국경시장에서 탈출한 나는 망연히 주저앉아 도리어 지난밤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억을 너무 많이 팔아버린 내게 그리워할 것이라고는 그곳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인가?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에는 아직 국경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으니까.

소경이 자기 어둠 속에서 만들어낸 풍경에 머무는 것처럼 나는 눈을 감은 채 풀숲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어제와 비슷한 달이 내 몸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지러진 달은 나를 국경시장에 데려가주지 않았다. ―「국경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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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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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게으르고 귀찮다는 이유로 선뜻 어딘가로 떠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면 쉽게 마음도 발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어딘가에서 며칠 머물러야 하는 경우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소화제와 변비약이다. 낯선 곳에서 즐기는 것보다 불편하고 예민한 것을 먼저 느끼다 보니, ‘여행’이란 단어가 나와 친근할 리 없다. 변명 같지만, 여행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다. 반면 누군가의 여행기를 듣거나 간접적으로 낯선 곳을 보는 것은 내가 갖는 불편함과는 별개로, 살짝 설렌다. 타인을 보는 게 그저 밀어내는 시선의 이방인을 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편해질 때가 있다. 여행이 주는 묘한 매력을 여행자는 분명 알았을 거다. 밥장의 표현대로라면 여행자의 ‘여행 독후감’은, 그걸 읽는 다른 이에게 그 여행의 흥분, 설렘, 감동, 여운까지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밥장은 '밥장=그림'과 동의어였다. 온라인을 통해 그의 여행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여러 책 이야기를 하고 여러 나라 이야기를 해도 그냥 독자, 가끔 그림과 함께 여행이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 책 『떠나는 이유』를 한 페이지씩 계속 넘기다 보니, '밥장=그림=여행'으로 보인다. 내가 보는 그의 동의어가 한 가지 더 늘어난 거다. 취재차 함께 한 여행이든 그만의 여행이든, 그에게 여행이 굉장히 가까운 지기 같았고, 위로였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에너지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의 많은 여행기가 있지만, 그의 이번 여행기에서는 사진보다 노트에 그린 후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는 글씨도 너무! 잘 쓴다) 처음부터 그가 노트에 후기를 그리고 쓰진 않았으리라. 언젠가부터 그에게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들이 사진에 전부 담아질 수 없음을 알게 된 후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압도적인 풍광을 만나면 반사적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모니터로 보면 그때 보았던 장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실망하기 일쑤입니다. 태양 아래 모든 것들은 각기 다른 빛줄기를 반사합니다. 습도와 온도, 계절에 빛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가 인식할 때 비로소 ‘색’이 됩니다. 아직까지 사람의 눈처럼 해상도가 높거나 정교한 기능을 따라잡는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고, 또 같은 색이라도 사람마다 달라 보인다고 합니다. (128페이지)

 

여행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된 중독자처럼 보이는 그의 여행기가 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느 명소에서 풍기는 위압감이나 감탄사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느끼는 사람의 시선을 담아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거의 십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에스토니아, 그리스 등 세계 곳곳을 넘나들며 다닌 흔적들이 그에게 계속 길을 걷게 하는 듯하다. 좋아서 시작한 게 업이 되고 즐기면서도 어느 순간 그 안에 갇히게 된 마음을 열어야 했을 것 같다. 숨을 쉴 수 있는 곳, 혹은 숨을 쉬게 하는 계기. 그에게 그림을 사랑하면서 즐기고 업이 되었고, 때로 찾아오는 그 갇힘을 풀어주는 것은 여행이었을 거다. 그런 여행이 편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을 테지. 그래서 그의 여행기는 그 자신에게도, 그걸 듣는 이에게도 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낯선 풍광에서 느끼는 어색함이 아닌, 다른 점을 인지하고 그 길을 걸음으로 느긋해지는 마음의 여유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풀어가는 아홉 단어로 쓴 여행기는 건조한 삶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단어들이다. 여행에서 찾은 아홉 가지 키워드가 인생에서 찾고 싶은 어떤 것을 기대하고 그리게 한다. 소박한 행운을 만난 기쁨, 자연이 주는 고마움, 내 것을 나눔으로 느끼는 부유함, 언젠가 펼쳐보며 든든함을 느낄 기록 같은 일들이 그의 여행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의 여행기는 여행지의 정보나 공간에 대한 게 아닌, 그곳을 상상하면서 더 채울 수 있는 향기 같은 것이다. 그가 방송 프로그램으로 함께 한 여행지들, 함께 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는 더 푸근하게 들린다. 이런 과정으로 이런 여행지를 이런 마음으로 다녀왔구나, 하는 후기를 듣는 게 정겹다. 영상을 통해서 보던 어느 장면을 이런 배경으로 담았구나 싶은 앎과 재미, 공감을 공유하게 된다.

 

 

여권을 들춰보면 여행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여권은 꼬질꼬질할수록 제맛입니다. 출국 창구 직원에게 여권을 건네면 빈 곳을 찾는 데 잠깐 애를 먹습니다. 몇 쪽을 뒤적거리고 나서야 마땅한 곳을 찾아 출국 도장을 찍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통과한 후 가만히 뒤쪽을 넘겨봅니다. 일본은 QR코드까지 있으며 네팔은 손으로 씁니다. EU는 형제처럼 똑같고 아르헨티나는 EU를 애타게 닮았습니다. 타이는 입국할 땐 네모, 출국할 때는 세모이고 뉴욕은 타원입니다. 파라과이는 진하고 큰 빨간 동그라미입니다. 대한민국은 촘촘하고 소박합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생긴 도장을 받을지 디자인은 새로울지 기대해봅니다. 여권이 만료되는 2021년까지 입출국 도장으로 빈틈없이 채워보고 싶습니다. (99페이지)

 

여행이란 이름으로 나설 때보다, 여행을 떠올리는 시간이 더 즐거운 이유를 밥장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그의 기록이 즐겁다. 기억에 남는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여행의 연장이란 것을,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록하는 그 모든 순간이 여행이 되고, 어느 사물 하나로도 여행이 시작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매 챕터 끝에 함께 한 음악들 역시 그의 여행의 매력을 돕는다. 그때, 그 장소에서만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고 세상을 더 빛나게 보게 하는 음악들이 언급된다. 가슴을 더 뛰게 하는 건 음악 역시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런 여행과 음악이 함께했으니 더할 나위 없었을 테지. ^^

 

 

떠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튀어나올 때마다 꺼내 들고 싶은 책이 되지 않을까.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보고 싶을 때마다 펼치고 싶은 페이지가 아닐까. 작은 사물 하나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사진, 그림이 아닐까. 여행도 좋지만, '여행(그곳)에 대한 상상'이 더 좋다고 느끼게 하는, 내가 읽은 『떠나는 이유』는 그런,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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