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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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거리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는 그저 술과 밤에 취한 어리석은 방랑객일까?

지구 한복판을 통과해 반대쪽으로 나온 사람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간신히 국경시장에서 탈출한 나는 망연히 주저앉아 도리어 지난밤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억을 너무 많이 팔아버린 내게 그리워할 것이라고는 그곳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인가?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에는 아직 국경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으니까.

소경이 자기 어둠 속에서 만들어낸 풍경에 머무는 것처럼 나는 눈을 감은 채 풀숲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어제와 비슷한 달이 내 몸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지러진 달은 나를 국경시장에 데려가주지 않았다. ―「국경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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