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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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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있는 책장과 바닥의 상자 속에 담긴 책까지 슬쩍 둘러보니 내가 가진 책이 얼추 400권쯤 되는 듯하다. 그보다 조금 더 적거나 많아지기도 하지만 평균 400권쯤 유지하고 있다. 방이 작기도 하고 워낙 정리를 안 하는 사람이기에 책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감당이 안 된다. 도서정가제 전에 사들인 책이 아직도 상자 속에서 그 자태를 숨기고 있을 정도이니, 정리 안 하는 것으로 따지면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을 것도 같다. (응? 이거, 자랑은 아닌데 자랑인 듯 당당하게 들리는 건 왜인지... ^^;;) 그래서인지 크게 책 욕심은 없다. 그저 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사고, 천천히 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이다. 그럼 꾸준히 사면서도 평균 소장 권수를 유지하는 건 어떻게 가능한지 곰곰 생각해보니 책을 미련 없이 내 손에서 떠나보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다 읽은 책 중에서 소장하고 싶은 건 따로 챙겨두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 번 읽고 안 읽는 책들은 인터넷 헌책방에 팔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복지센터에 기증한다. 그러니 책을 계속 사면서도 내게 남겨진 책이 많지 않음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좋은 습관이다. 어차피 책을 보관할 곳도 없고, 정리도 안 되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잘 고른 듯하다.

 

그럼, 나는 이렇게 책을 처리(?)하는데 다른 이들은 책을 어떻게 감당하나? 내 주변의 오프라인 사람 중에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인지 누구네 책장은 이 정도더라, 하는 광경을 말하긴 좀 어렵다. 반면 온라인 지인들은 대부분 다독가이고 장서가 혹은 애서가들이다. 책 보유 권수가 나의 몇 배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책 놓을 장소가 모자라 장롱 안에까지 책을 보관한다는 사람도 있다. 장롱 안에 넣어두어야 할 옷이나 이불은 집 잃고 헤매고 있는데 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 누구나 같은 고민인가 보다. 방이 넓으면 넓은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책을 보관할 곳이 늘 부족하다고 하는 걸 보면 책을 매개로 같은 생각, 공감을 이어가고 있다. 웃음이 나면서도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 고민이 남는다. 아마 그 고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어쩌랴... 앞으로 계속 책을 읽는 한, 책을 좋아하는 한 끌어안고 가야 할 행복한(?) 비명인 것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만나면서 어느 정도 사람과 책을 견주어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됐다. 이를테면 책 좋아하는 사람과 책 모으는 사람은 다르다. 앞쪽은 ‘애서가’, 뒤는 흔히 ‘장서가’라고 부른다. 애서가이면서 동시에 장서가인 경우는 뜻밖에 많지 않다. 반대도 똑같다. 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애서가는 아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서 책장을 한번 눈으로 훑어보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애서가인지 장서가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어서 그저 책을 물건 삼아 진열해놓은 사람인지. (174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애서가와 장서가가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장서가는 아니다. 그럼 애서가인가? 흐음... 책을 좋아하니 애서가라고 해도 되겠지만 책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건 아니니 완전한 애서가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 이런 겸손함이라니... 근데 사실인 걸. 나는, 아직은, 발가락 하나 걸친 애서가라고 하기에도 벅차다.) 그저, 책으로 일상에 관심 둘 곳이 조금 늘었다고 해야 하나. 책에서 일상을 보고, 일상에서 소설의 한 장면을 발견할 때 찾아오는 매력이 즐거울 때가 있다. 헌책방지기 윤성근이 만난 사람들도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고, 책과 함께한 즐거움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유명인의 서재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한 책 이야기다. 학생부터 회사원, 선생님, 번역가, 수의사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책과 어떤 인연을 맺으며 지내왔는지 들려준다. 멀쩡한 아파트는 책으로 가득 채우고 반지하에서 월세 사는 사람, 어느 한 분야에 꽂혀 책을 수집하는 사람, 컨테이너 하나 빌려 서재를 만든 사람 등 책에 쏟는 애정이 다양하다. 그 책들을 유지하고 보관하는데 여러 가지로 애를 먹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그럼에도 책이 좋다는 것! 말 그대로 애서가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나하나 듣다 보면 책을 좋아하는 그 절절한 마음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나와는 다른 방식, 다른 관심, 다른 과정으로 책을 접해온 사람들이지만 책을 대하는 마음에서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애틋해진다.

 

솔직히 이런 책이야기를 몇 번 만나서 그런지 새롭게 다가온다거나 신선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 중 몇 부분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많은 책을 읽다보면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럴 때는 마치 금맥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 허섭 씨는 그런 책이 있으면 보통 십여 권씩 따로 사뒀다가 마음 맞는 사람에게 읽어보라며 선물하는 걸 즐긴다. 학사재 구경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교무실 한쪽에 있는 선반 문을 여니, 그렇게 한꺼번에 사둔 책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17페이지)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보통 같은 책을 두 번 구입하는 경우는 실수가 아니고서는 생기지 않을 일인데, 같은 책을 몇 번 구입해서 선물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좋은 책이 상대에게 좋은 책이라는 보장은 없다. 상대방이 내가 고른 책을 받으며 느낄 부담도 염두에 두게 된다. 다만, 이제는 이런 소심한 바람을 갖는다. 내가 읽어서 좋았던 그 책이 다른 독자에게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거, 그 책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그 누군가도 알아챘으면 하는 거...

 

책을 볼 때 주변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다는 말에 서찬욱 씨는 단호하게 ‘완전한 혼자’여야 한다고 답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심지어 가족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 책이 안 읽힌다. (82페이지)

‘반드시’는 아니지만 나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워낙 집중력이 약한 사람인지라 조용한 곳에서 읽어도 책 읽기를 완전히 소화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을 때는 정말 짜증이 난다. 간만에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는데 한 페이지도 제대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앵그리버드가 된다. 화가 난다~! 다른 누군가는 천둥 번개가 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던데, 나의 예민함을 이럴 때 활동성을 높인단 말이지.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만화를 좋아하면 일단 만화를 보는 거죠. 저도 어릴 때는 만화를 정말 좋아해서 많이 봤어요. (중략)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명랑 소설 같은 걸 읽다가 조금씩 무게가 있는 책들로 발전한 거예요. 무엇보다 어릴 때 가정 환경이 중요해요. 어떤 사람은 아이가 동화책 보고 있으며 책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도 하거든요. 어릴 때 자연스럽게 책이랑 친해지지 않으며 어른이 돼서도 책 읽기가 쉽지 않죠. 무엇이든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기 시작하면 그 책 본문에 나온 책이라든지, 참고 문헌이나 주석 같은 데 또 다른 책이 소개돼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책을 찾아서 읽으면 지금 읽는 책 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지 쉽게 알 수 있어요.” (213페이지)

책을 어떻게 접해야 가장 좋은 건지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만화든, 소설이든, 잡지든, 그냥 읽히는 대로 읽는 게 가장 좋은 시작이 아니겠냐고, 그렇게 읽다 보면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질 테니 일단 읽는 대로 나두라고 말하곤 했다. 무엇보다 어릴 때 책 읽는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건 경험상 너무 잘 아는 일이다. 주변의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에 따라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다름을 분명하게 보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소개해준,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 평범한 애서가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와 닮아서 웃기기도 했고, 이렇게 책을 대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감탄하기도 했다. 관심의 폭을 넓혀 책을 대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책을 통해 사람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겠고, 내가 만나는 책에 좀 더 애정을 주어도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책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존재로 남아주길, 책을 통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늘 밤엔, 어떤 책을 펼쳐볼까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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