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곧 수영 대회가 열릴 거야! - 우리 아이 첫 성교육 그림책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22
니콜라스 앨런 지음, 김세실 옮김, 손경이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5/pimg_7738261053009367.jpg)
아아, 나는 정말 이런 책인 줄 모르고 읽었는데, (물론 아이의 성교육에 관한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풀어갈 줄 몰랐다는 얘기) 몇 개의 그림과 몇 문장이 전부인 이 책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도 모르게 낄낄낄 웃어댔더니, 재미있는 웹툰 보는 줄 알았다고 옆에서 슬쩍 고개를 들이민다. 며칠 전 여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말이지. 둘째가 초등 고학년인데, 아직도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잘 못 해주겠다면서 성교육에 관한 책을 같이 골라보자는 거였다. 나라고 이걸 잘 고를 수가 있었을까? 난감해서 여동생과 둘이 머리 맞대고 몇 권 골라서 구매했는데, 그때 이 책 알았더라면 차라리 학년 구분 없이 이 책으로 성교육의 포문을 열어주라고 했더라면 좋았겠다!
성교육에 관한 책은 많이 있지만, 나름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채워진 내용이지만, 그 설명의 처음을 어떻게 시작하느냐 하는 고충은 언제나 있었다. 어떻게 태어났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배꼽으로 태어났다,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났다, 하나님이 보내주셨다 등등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답변만 내놓았을 우리. ㅎㅎㅎ 이 책으로 어떻게 하면 쉽고 즐겁게 아이와 성교육을 함께할 수 있는지 알게 될 터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5/pimg_7738261053009372.jpg)
윌리는 브라운 아저씨의 몸 안에 사는 3억 마리의 정자 중의 하나. 브라운 아저씨의 몸에 3억 마리의 정자가 어떻게 복작대며 살고 있을까 싶지만, 그 장소가 엄청나서 3억 마리 수용이 가능하다. 그중의 하나인 윌리. 윌리는 수학은 못 했지만, 수영 하나는 끝내준단다. 곧 있을 중요한 수영 대회를 준비하며 3억 마리의 정자 모두 열심히 수영 연습을 했지. 윌리는 매일매일 정말 열심히 수영 연습을 했어. 왜냐고? 일등을 한 정자만이 소피아 아주머니의 몸 안에 있는 난자 조이를 만날 수 있거든. 그럼 도대체 경쟁률이 얼마야? 윌리는 계산을 못 했어. 수학을 못 했거든. ㅠㅠ 하지만 수영은 아주 많이 잘했어. 엄청나게 잘했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5/pimg_7738261053009373.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5/pimg_7738261053009375.jpg)
드디어 수영 대회가 열리는 날. 선생님이 물안경과 등 번호, 지도를 나눠줬어. 조이에게 가는 길을 잘 찾아야 할 텐데. 브라운 아저씨와 소피아 아주머니가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그 밤, 선생님의 출발 소리와 함께 수영 대회는 시작되었어. 브라운 아저씨의 몸을 통과해 소피아 아주머니의 몸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도를 보고 외웠지. 윌리는 꼬물꼬물 즐겁게 헤엄치면서, 뽀글뽀글 열심히 헤엄쳤어. 수학을 못 하는 윌리는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수영했어. 드디어 도착 지점! 윌리는 수학을 못 했어도 수영은 진짜 잘했나 봐. 드디어 조이를 만나고, 조이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윌리. 조이도 윌리가 마음에 들었나 봐. 조이는 살며시 문을 열고 윌리를 맞이했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5/pimg_7738261053009377.jpg)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진짜 경이로웠어. 아주 놀랍고, 신비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지. 무언가가 쑥쑥 자라나기 시작하고, 계속 자라고 커졌어. 소피아 아주머니의 배 속에 꽉 찼지. 마침내, 아기가 태어났어. 작은 여자아이, 이름은 에드나야.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이렇게 막힘없이, 이렇게 재밌게 할 수 있던 거야? 이 얇은 그림책에 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니 놀랍다.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마냥 어렵고 난감하기만 했던 내용을 이렇게 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뛰어난 능력 같았다. 사실 유아기에 이미 성에 관한 질문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줘야 좋은지 몰라서 여기저기서 도움을 찾곤 하지만, 항상 부족했다. 이상하게 말하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점점 궁지에 몰리듯 말문이 막히기도 하는. 성교육 전문가들은 솔직하게 대답해 주는 게 좋다고 하지만, 솔직하게 어떻게? 19금 수준으로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해롭지 않게, 가장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성 가치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설명에 가까운 성교육이 가장 필요한데 말이다.
이 책은 어른의 눈으로 봐도 아이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눈높이에 최적이라고 느껴진다. 유아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이면서, 어쩌면 곤란해질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식이 유쾌하다. 사실에 가깝지만,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에 그동안 비밀에 싸여있던 탄생의 순간을 보여준다. 어른인 내가 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아이에게도 흥미로운 상상으로 모험하듯 읽어갈 수 있을 듯하다. 어떻게 아이가 만들어지고 태어나는지, 나의 존재감과 이성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함께 알아가는 이야기다. 소중한 존재이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자세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5/pimg_7738261053009378.jpg)
무엇보다 웃음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가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책의 끝부분에 퀴즈처럼 등장하는 한 문장.
“그런데 꼬마 윌리는 어디로 갔을까? 누구 아는 사람?”
아무도 손들지 않아도, 누구도 윌리의 행방을 알 수 없어도 저절로 보이는 윌리의 모습이 어쩌면 좋을까. ㅋㅋㅋ 수학은 정말 못 하고, 수영은 끝내주게 잘하는 에드나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유전자의 힘이란, 놀랍고 놀랍다.
마지막에 손경이 박사가 알려주는 성교육 팁까지,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새겨 읽으면 더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