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4쇄)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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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숲 속, 그곳에서... 『나무들의 밤』

 

 

처음엔 책의 비싼(?) 가격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그냥, 한 권의 그림책인 것 같은데 상당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니, 왜 이럴까 싶었다. 막상 책을 펼쳐 들고는 책 가격 따위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두툼한 종이의 재질에 무게감을 느꼈고,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보이는 나무 그림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런 그림, 처음 봤다.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낯설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첫 페이지에서 언급했던 그 나무의 정령이 정말 모든 나무 그림에, 그 나무뿌리에서부터 살아 숨 쉬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하게 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가야 할지 모를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아직 내가 모르는 자연, 지구 어느 곳에서 시작된 신성한 의미, 사람을 끌어당겨 품에 안고 있을 것 같은 차분한 안도감 같은 게 이 책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반딧불이 인도하여 따라간 길, 컴컴한 숲 속을 걸어 만난 신비한 광경, 어둠 속 셈바르 나무 한 그루가 반짝이며 서 있던 모습. 셈바르 나무에 착한 정령들이 살고 있다고 믿게 된 마음의 시작. 친구로 지내게 된 목동과 반딧불, 어려움에 빠진 생명을 보호해주는 셈바르 나무를 찾아가는 길. 숲 속에서 길을 잃게 되면 셈바르 나무를 찾으라는 메시지...

조물주 샨카르가 인간에게 허락한 나무 한 그루에서 꽃과 열매로 배를 채웠다. 인간이 곡식을 심어 먹기 전까지는 그러했다는 이야기. 조물주가 허락하고 나무가 내어준 양식. 그렇게 계속된 나무와의 시간과 역사, 자연의 신화가 시작된다. 두마르 나무, 뱀 여신의 나무, 누에, 다람쥐, 열매의 탄생, 노래하는 나무가 된 사자 나무, 여러 가지 동물로 바뀔 수 있는 취하는 나무, 집 짓는 데 썼다는 덩굴나무, 황소의 눈병을 낫게 했다는 뱀 머리 나무, 감싸고 보호해주는 울타리 나무... 아직 여기에 담기지 못한 나무들의 밤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이다음 이야기를 찾아야 할까.

 

 

인간사의 모습을 살짝 엿보는 것 같기도 했다. 부족한 것을 채워주려 아낌없이 내놓는 나무. 언제든 필요한 것을 내어줄 듯한 자세로 모든 걸 감싸주겠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나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에 풀과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는 연인의 사랑. 술을 과하게 마시면 다른 것으로 변해버리는 나무가 보내는 경고. 뱀이 감싸고 있는 세상을 풍자하는 듯한 뼈있는 말. 다른 것이 되고 싶은, 간절하게 바라는 꿈을 그리는 동물. 첫 번째 열매를 맺고 신성한 축하 등불을 밝히는 의식에서 탄생의 경이를 느낀다. 신비로운 이야기지만, 어쩌면 우리 내면의 위험한 사고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봤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보는 모습들, 후회들, 경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인간사의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의미 있는, 아름다운, 나무들의 밤이겠지만 말이다.

 

 

인도 중부 곤드족의 예술과 민간전승을 바탕으로 했다는 그림책 『나무들의 밤』은 세 명의 곤드족 아티스트의 섬세함과 시각적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의 전통에서 유래된 표현이 소개 글에서처럼 생소하긴 하지만, 그걸 느낄 겨를도 없이 그 신비함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 마법의 공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 진짜 어느 숲에서 마주한 것 같은 광경, 하나하나 소개된 나무들의 사연 있는 이야기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을 손으로 작업했다는 이 그림책이, 책이 아닌 신비로움까지 가진 이유가 전설 같은 이들의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림과 이야기가 너무 잘 어우러져 그 나무들의 밤에 초대받고 싶어질 정도다.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이야기에 또 하나의 상상을 그리며 이 자연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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