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보카 수능 필수 2000+ - 수능·내신 한 번에 잡는 고교 필수 영단어|수능·모평·학평·교과서 필수 영단어 총정리|미니 암기장 제공 해커스 보카 수능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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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0일 동안에 1회독을 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자매편인 <수능완성1800+>은 45일 코스였었죠. 이 책도 3회독이 권장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3회독을 할지는 책 p6에 표준적인 사용법이 나옵니다. 이렇게 해도 되고, 자신 있는 수험생은 더 확실하게, 책 내용 구석구석을 다 소화하는 방식으로 4~5회독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워낙 풍성하다 보니 사용 방법은 얼마든지 (자신에 잘 맞는)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겠네요. 혹 자신 없는 수험생들이라고 해도 이 책이 워낙 세밀하게 단어를 구분하기 때문에, 취약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거나, 아니면 빈도가 낮다 싶은 단어는 좀 건너뛰는 식으로, 자신에게 맞게끔 전략적으로 학습하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자매편인 <수능완성1800+>이 최빈출/빈출로 이분해서 단어를 다뤘다면, 이 책은 그 방식과는 좀 다릅니다. DAY 10까지는 기본 어휘를 다루지만, DAY 10에서 45까지는 주제별로 어휘를 나눠 놨습니다. 심리, 대인관계, 사회, 경제, 미디어-음악, 물리학 등 모두 36개 영역입니다. 평소에 모평, 학평을 치면서 특정 분야 지문에서 유독 점수가 안 나온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만이라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겠습니다. 

 

DAY 16에는 "법, 정치" 주제 관련 어휘가 정리됩니다. 모든 단원 앞에는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그냥 상황이 재미있는 거고 딱히 암기 비법을 알려 주는 건 없습니다. attorney 같으면 변호사라는 뜻인데, 그와 관련된 말 district attorney(지방검사) 같은 걸 함께 정리해 놓았네요. 

 

proof 같은 단어를 보면 일단 대표 뜻으로 "증명, 증거"가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책은 "시험에는 (이 단어가) 이렇게 나온다"면서, shatterproof(부서지지 않는), waterproof(방수) 등을 가르쳐 줍니다. 이럴 때에는 "증거"하고는 무관해 보이는 뜻들이죠. 이처럼 이 책은, 꼭 독해 지문 안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뜨뜻으로 탈바꿈하여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단어들을 잘 정리해 주는 게 장점입니다. 


 

p225, DAY 22의 표제어 중 하나인 RENEW를 보면 TIPS라고 해서 renew a book(책의 대출기간을 연장하다), renew a contract(계약을 갱신하다) 처럼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 줍니다. 이 용법들도 여태 학평, 수능 등에서 출제가 1회 이상 되었던 것들만 추렸겠습니다. 

 

p255를 보면 표제어 중 하나로 apologize가 나오는데 TIPS에서 "for 뒤에는 사과의 원인, to 뒤에는 사과의 대상이 온다"고 합니다. 물론 전치사 for에 이유, 원인의 용법이 있다는 건 다 알지만, 이렇게 동사와 연결하여 완성된 뜻을 다시 상기시키는 건 유익한 시도인 것 같아요. 

 

p406에는 표제어 중 하나가 costly인데, 공부 좀 한 학생은 척 보기만 해도 뭘 말하고자 하는지, 유의해야 할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 것입니다. 이 단어는 부사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형용사죠. 이런 모습을 한 다른 예는 timely, leisurely, erderly 등이 있다고 TIPS에 몰아서 제시됩니다. 

 

매일 학습분이 끝나면 말미에 "1등급 완성 단어"라고 해서 약간 수준이 높은 단어를 따로 모아 놨습니다. 함께 하루분 공부로 마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혹시 좀 힘에 부친다 싶은 학생은 이 부분은 2회독, 혹은 3회독 시로 미뤄 둘 수 있겠습니다. 


 

어휘 자체를 위한 어휘 공부가 아니라, 결국은 독해를 잘하기 위해 어휘 공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연결어"를 성격에 따라 분류하여 따로 공부하게 했습니다. 연결어의 뜻만 정확히 알아도 독해 지문의 맥락, 흐름을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은, DAY 46~50은 혼동어만을 집중적으로 모아 놨다는 점입니다. 아마 대학생이라고 해도 때로는 헷갈릴 만한, 비슷하게 생긴 애들을 용케도 모아 놓았네요. 이처럼 헷갈리는 항목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이렇게 대비를 시키면 더 기억이 오래 가는 건 당연합니다.

 

p482의 aptitude, altitude, attitude 같은 건, 고등학생이 보았을 때 서로 충분히 헷갈릴 만합니다. 이처럼 겉모습만으로 수험생들이 충분히 혼동할 만한 단어들만 잘 모아서 이렇게 정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의다 싶습니다. 

 

또 거의 모든, 빠진 것도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표제어는, 너무 어렵지 않은 범위 안에서 "어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수험생의 기억을 돕는 배려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어원 설명이 너무 쉬운 것만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p507의 neutral 같은 걸 보면 이게 왜 "중립, 중성"이란 뜻인가. ne(부정)+utr(어느 한 편)처럼, 제법 어려운 형태소 분해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동의어로 unbiased, impartial 같은 걸 함께 제시한 것도 멋집니다. 특히 unbiased는 요즘 부쩍 자주 보이는 단어이기도 하죠. 

 

이 책의 또하나 특징은, 보통 "동사+particle"로 이뤄지는 구동사(句動詞. phrasal verb)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하다는 겁니다. p151에 look만 봐도, look down on, look up, look for 등 다양한 예가 나오고 이게 또 생생한 예문과 함께 나온다는 게 또 장점입니다. 

 

자매편인 <수능완성1800+>하고 이 책을 비교하면, 어떤 레벨 차이가 나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커버하는 어휘 수가 더 많고(따라서 분량도 더 많습니다), 주제별 분류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으니 이 책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학생들이 있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한 권을 먼저 마스터하고, 그 책이 좀 지겹다 싶으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생각하고 이 책으로 옮겨타서 기분전환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이 책도 분책 가능한 부록으로 미니암기장을 제공합니다. 어휘 구성이 다르므로(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당연히 부록의 내용도 다릅니다. 역시 절취+휴대가 간편하다는 게 최고 장점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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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보카 수능 완성 1800+ - 최빈출 영단어로 수능 1등급 단기 완성 / 수능.모평.학평.EBS 필수 영단어 총정리 / 미니 암기장 제공 해커스 보카 수능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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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영어도 역시 1위 해커스다" 첫 페이지에 이런 말이 써 있는데요. 제가 지금 중학교 보카 책도 함께 보고 있습니다만 진짜 잘 만들긴 잘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무슨 공부를 해도 일단 책이 공부를 하고 싶게끔 깔끔하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편집과 디자인 면에서 정말 입이 딱 벌어집니다. 

 

1800 뒤에 플러스 기호가 붙은 건 1800개 이상의 어휘가 수록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1800개 어휘는 학평모평(평가원이나 시도교육청), 수능 기출, 그리고 EBS 연계 교재 등에서 추출했다고 합니다. 혹시 EBS 연계 교재를 본 분은 알겠지만 어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익히 아는 어휘라고 해도 잘 못 보던 뜻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단어를 알아도(사실 제대로 아는 게 아니지만) 해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죠. 그냥 영단어 하나에 대표 뜻 하나만 아는 식이 되어서는 독해가 안 됩니다. 이 교재는 제가 여태 본 중 저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것처럼 보입니다. 


 

p14에서 commonplace는 생긴 것만 보면 무슨 장소를 뜻하는 명사 같지만 형용사로 주로 쓰이며, 명사로 쓰일 때에도 (장소가 아니라) "다반사"라는 뜻입니다. 이 비슷한 게 household라는 단어죠. 그러니 common+place로 이 단어에 접근하면 뜻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공부할 때 가장 무서운 게, 내가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할 때입니다.

 

p44에 보면 virtue(명사)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TIPS를 제시하는데 virtue의 혼동어를 잠시 짚습니다. 형용사 virtual하고 혼동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실 영단어에서 둘은 어원이 같고 뜻도 깊은 레벨에서는 서로 통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공부한다면 수능 지문에서 완전히 미로에 빠지고 말 겁니다. 실제 어원이 어떠하든 무관하게 둘은 구별해서 virtue은 미덕 선행 장점, virtual은 "가상의"로 외워야 하겠습니다. 후자는 뭐 모르는 사람이 없겠고, 전자도 선행 장점이라는 뜻을 반드시 알아야 실제 독해 지문에서 햇갈리지를 않습니다. 


 

p73에 보면 TIPS에서 "시험에는 이렇게 나온다"라는 제목을 달고, substitute ⓐ for ⓑ: ⓑ를 ⓐ로 대신하다, 또 substitute ⓑ with ⓐ도 같은 뜻임이 설명됩니다. 그러니 어휘 책으로 구문 공부도 겸할 수 있죠. 또 잘 보면 뒤의 with는 by로 바꿔 쓸 수 있다고도 일러 줍니다. 

 

p85에 보면 omit라는 표제어 밑에 TIPS에서 "주의해야 할 혼동어"를 다시 짚습니다. 이처럼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수험생들이 이 단어와 잘 혼동하는 다른 단어를 세밀하게 짚어 준다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공부할 때 "어? 이거 비슷한 게 전에 뭐가 하나 있었는데..."라며 헷갈려하는 경험을 꼭 겪습니다. 이때 해결이 안 되면 알던 것도 (벌써) 까먹었고, 지금 하는 건 그것대로 또 공부가 안 됩니다. emit(내뿜다)이라는 단어를 같이 정리하여 알려 주는군요.


 

지금까지 예로 든 저 단어들뿐 아니라 이 책에 실린 1800+의 모든 단어들은, 잘 보면 표제어 뒤에 [모평]. [학평], [교과서], [수능] 하는 식으로 그 출처를 다 표시하고 있습니다. 고교 수준에서는 좀 어렵게들 느껴지는 단어이므로, 그냥 같은 레벨이라거나 이런 단어도 나올 수 있다는 정도로는 이 책에 안 실었음을 확실히 보여 주는 듯합니다. 또 현실적으로, 내가 지금 시간이 촉박하니 그냥 수능기출만 하겠다, 교과서에 나왔다고 하니 그것마저 안 할 수는 없다, 뭐 이런 식으로 좀 걸러 가면서 하고 싶은(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p301에 보면 표제어가 claim인데, TIPS는 아니지만 여튼 동의어로 insist, assert, demand 등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꼭 편집상 TIPS라고 안 되어 있어도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 있으니 수험생들은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하겠네요. 

 

p300에는 popular가 나옵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그 뜻입니다. 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본 바로는 최근 출제 지문에 이 단어가 "대중을 상대로 한" 같은 뜻이 있었기에 그 뜻들도 좀 추가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예컨대 popular vote라고 하면 꼭 인기투표가 아니라(그런 뜻도 있지만) 국민투표, 혹은 선거하고 같은 뜻입니다. 또 "사람이 많이 사는"의 뜻으로 같은 계열의 populous도 옆에 배치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 책은 최빈출단어를 연두색, 빈출단어를 보라색으로 구별해서 표시합니다. 그래서 역시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에게 옵션을 제공해 주는 셈입니다. 그렇지 않고 모든 단어를 다 커버하려는 의욕 넘치는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빈도를 구별해 주면 효율이 더 오르는 게 당연하죠. 참 볼 때마다 너무도 세심히 주의를 기울인 솜씨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용 어휘책, 혹은 미국에서 출간된 고교생용 어휘책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무리 단원을 열심히 공부해도 내가 과연 객관적으로 성취를 하고 넘어가는 건지 점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Daily Quiz란이 매 단원 끝마다 나오는데, 여기서 간단하게 문제들을 풀어 봐야 자기 실력 점검이 가능하죠. 

 

이 책에서 또하나의 장점은, 종전의 교재들은 편집만 예쁘다거나 혹은 코믹한 암기 요령만 덧붙였을 뿐 사실상 단어장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건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중간중간에 "어근으로 외우는 어휘"란을 넣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대학생용 어휘책은 VOCA라는 단어를 반드시 넣곤 하죠. 그런 책들을 보면 반드시 어근, 어원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이 책은 고교생용인데도 어근을 통해 설명하는 시도를 합니다. 물론 어근 중심 설명은 해커스가 최초는 아니고 N사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한 것입니다만 그런 책은 대학생용 교재를 그저 요약했을 뿐이라 고교생이 학습하기에 좀 버거운 게 사실이었습니다. 


 

어떤 책이건 막상 외운 단어가 생각이 안 날 때, ABC순으로 페이지수를 다 적은 색인(index)가 있으면 찾아보기에 정말 편합니다. 이 책도 색인이 충실하게 짜여져서 수험생의 편의를 더합니다. 

 

책 뒤에는 91쪽 분량의, 떼어 내어 휴대하기 편한 부록 미니암기장이 제공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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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2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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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p151에 보면 대중공사에서 통과된 결의라면 조실이나 주지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절을 팔아먹는 결의"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이 점을 들어 절의 살림살이는 철저히 민주적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성철 스님은 철저한 수도의 자세로 유명합니다. 2권 p122과 p38에 보면, 그 공력 높은 춘성 스님(욕쟁이 스님)도 성철의 장좌불와를 따라하다가 치아가 다 빠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성철 스님도 노년(스님에게는 나이를 안 따지지만)에 신장이 나빠져 큰 고생을 했지만 여튼 그토록 혹독한 수행을 하고도 정정했기에 그런 명성을 얻었죠. 건강이 나빠지고 안 나빠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어지간히 독한 마음가짐(혹은 득도를 향한 감연한 심지)이 아니고서는 수행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어렵습니다. 장좌불와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품은 어느 학승의 질문에 대해 혼쭐을 내는 성철의 모습이 p171에 나옵니다. 

 

이런 성철도 젊었을 적 간월암에서 힘든 수행 끝에 결국 포기하자 만공 스님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으나, 세월이 많이 지나고 "괴각쟁이"에 대한 명성을 익히 알던 만공이 정혜사로 찾아오자 성철도 급히 그곳을 찾고 반갑게 해후합니다. 여기서 성철은 청담 스님을 처음 만나게 되죠. 


 

p27에 다시 탄허 스님이 나옵니다. 성철 스님의 스승 동산은 탄허 스님을 두고 "선(禪)의 무리가 아니다"고까지 했지만 여전히 성철은 그를 경외했습니다. 1940년 여름, 그의 나이 스물 아홉 되던 해에 드디어 성철은 득도합니다. 소설에서는 이 대목에서 잠시 그가 신동, 책벌레 소리를 듣던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성철 스님이 득도한 후 명성이 높아지자 속세에서 그의 처였던 이덕명이 찾아옵니다. 이미 성철의 모친 마산댁 강씨도 출가하여 법문에 귀의했지만 덕명은 십 년을 더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차에 득도한 스님(남편)의 명성이 들리자 작정을 하고 찾아온 것입니다. 

 

"이 인간아, 나 이덕명이다."

 

성철은 당연히 호통을 쳐서 쫓았고 부인은 "잘 먹고 잘 살아라"며 절을 나섭니다. 명문가의 여식이고 선비 가문의 교양을 두루 쌓아 만석꾼의 집에 시집 온 그녀로서는 기가 찼을 터입니다. 후반부 p205 이하에서 출가하여 일휴라는 법명을 받은 그녀가 꿈에서 싯다르타를 만나는 장면이 있으며, p238에서는 열반에 듭니다. 천하의 성철 스님도 속세의 부인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자 일시 평정심을 잃습니다. 앞서 모친이 찾아왔는데도 만나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승려들도 "스님이기 전에 인간이 아닌가?"라며 비판했다는 대목이 있었죠. 그러나 큰스님의 경지를 어찌 짐작하겠습니까.


 

p97에 우파사나라는 여인의 불교 설화가 나옵니다. 이 이름은 1권의 p85에도 언급된 적 있었습니다. 그때는 청년 이영주가 그를 두고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으나, 이제는 훤히 도통하여 그 의미를 두루 설법하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1권에서 "석가모니야, 아들 말고 나를 잡아가라!"며 아들을 향해 화를 내고 아내의 눈을 멀게 한 부친 이상언은 2권 p109에서 출가한 아들의 모습이 의젓하더라면서 마음을 풀고 불교를 존중하게 됩니다.

 

성철 스님은 종래 대승의 경전이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며 오역이 많아 가르침이 그르쳐진 바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대승의 경전이 실은 부처님의 육성은 아니라고도 했죠. 그러나 결국 불심(佛心)을 담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도 했는데, 이 발언이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큰스님의 호방한 말씀이야 어찌보면 달과 손가락을 분별하자는 취지로 선해할 수 있는데, 속 좁은 이들의 관점에서는 또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조사가 오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가 오면 부처를 죽여야 하지 않겠습니까?(p152)"

 

"정화에 매진했던 동산 스님은 열반하는 날까지 도량을 청소했다고 하니...(p140)" 맥락이 좀 다르긴 하나 1권의 p213에는 "도량을 쓸고 또 쓰는" 주리반특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철 스님은 사소하고 번잡한 예를 극히 꺼렸습니다. 본인 자신이 왜정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컸었고 스승들도 항일에 한 발 담근 분들이기도 했는데... 어느날 일본 승려들이 한국의 고승으로 이름 난 성철을 찾아와 다례를 선보이자 성철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친 매너로 차를 마셔 버립니다. 해방 후 대처 등 왜습을 일소하려는 움직임에 성철 스님도 한 몫을 보탭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되 결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받거나 굴욕을 느끼지 말게 하라는 동산 스님의 가르침이 1권 후반부에 나왔죠. 성철도 득도 후 많은 부자들의 방문, 시주를 받았으나 세속의 권력, 부 등에 초연한 대스님 답게 그들을 골탕도 먹여 가며 가난한 사람들의 딱한 형편에 눈도 돌리게 만듭니다. 

 

속세의 현실에 대해 결코 외면하지 않은 스님이, 예를 들어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군부 출신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박 대통령은 생전 그를 여러 차례 만나려 했고 한번은 그의 장모가 찾아온 적도 있으나 성철은 매번 거절했다고 합니다.

 

"출가한 승은 부모와 국왕을 예(禮)하지 않는 법이다.(p184)"

 

성철 스님 하면 "삼천배"로 유명합니다. 삼천배를 한 사람이라야 자신을 만날 자격이 있다는 겁니다. 법정은 이를 두고 "굴신 운동"이라 비판했으나 성철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삼천 번 절을 하면 당연히 기진맥진이 됩니다. 그 와중에, 수행하여 득도한 여러 고승이라든가 석가모니의 고행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말 조금이라도 실감해 보게 되죠. 내 안에 있는 부처님을 만나 보라는 게 성철의 의도였지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게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따님인 수경은 할아버지(이상언)로부터 각별히 신경 써서 교육도 받은 신여성이었건만 기어이 출가하여 불필 스님이 됩니다. p243에는 "와 개한테는 불성이 없노?"라는 부친, 아니 큰스님의 질문에 미소만 짓습니다. 마치 마하가섭의 심심상인 고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죠. 개한테 불성이 있고 없고는 1권의 p92에 "구자무불성" 화두가 언급되었더랬습니다. 스님의 청년 시절이었죠. 

 

이 땅에 조계종을 처음 만든 지눌이 무려 700년 전에 "돈오점수"를 제창했건만 성철은 이를 수정하여 "돈오돈수"를 내세웠습니다. 이 역시 수백 년 종조의 가르침을 뒤엎는다 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글자 자구에 집착하면 이는 이미 교승(敎僧)이요 소승(小乘)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범하게 대처한 자세 역시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입니다.

 

"승은 잘나서는 안된다. 알음알이의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 나무꾼도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p248)"

 

"석가는 원래 큰 도적이요, 달마는 작은 도적이다."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 나는 당신을 존경하며 예배합니다."

 

이 법어는 많은 오해를 받았으나 법어 뒤에 나오듯 "악마와 성인을 구별 않고 다 같이 섬긴다"는 불교의 본래 정신에 조금도 어그러지지 않는 말입니다. p249에는 못된 남편에게 학대 받은 아내더러 오히려 네 남편에게 가 사과를 하라고 권합니다. "금마도 인간이면 뭐 느끼는 기 안 있겠나." 기가 막혔지만 스님의 가르침이라서 여인은 시킨 그대로 합니다. 남편은 처음에 너무 학대를 많이 받아 아내가 미친 줄 알았으나 전후 사정을 듣고 스님 앞에 나아가 진심으로 참회를 합니다. 이렇게 해서 구제불능의 악인을 교화하다니 과연 우리 곁에 왔다 간 부처님이라는 말을 들을 만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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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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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는 만석꾼의 잘생긴 아들이었고 유학의 엄격한 가풍 아래서 자라났습니다. 모친은 마산 출신 강상봉이라는 분이었는데 이 어머니께서 불교를 믿었습니다. 청년 이영주는 일본까지 가서 불서를 얻어올 만큼 다소 늦게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소설에는 이런 말이 일절 없지만, 독자인 제 생각에는 끝내 일제의 마수로부터 나라를 지켜내지 못한 유림, 유교의 가르침에 대한 일정 부분 실망이, 불교 입문에의 한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권 중반부 p139에 보면 중이 되겠다고 한 아들에 대해 너무도 실망이 컸던 나머지, 그 부친은 며느리(즉 이영주의 처) 덕명을 향해 놋재떨이를 던졌고 이 사고로 엉뚱하게도 모친 강상봉이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p18에 보면 부친이 제전 제자였다는 말이 있는데 이때 제전은 祭田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국어 사전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p30 이하에는 이영주의 처 덕명이 산파의 도움을 받아 출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 묘사가 아주 생생하고 다소 무섭기도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산파는 전라도 사람인데 지리산과 소백산맥이 험하긴 해도 전라도와 인접한 지역이 이 소설 초반부 배경인 경남 산청이므로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독자인 저도 경남 산청 출신인 어느 선배님한테 이 고장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선 중기 선조 연간에 사림이 대거 등용되고 동서 분당을 거쳐 사색당파가 생겼는데, 그 중 동인의 한 분파인 북인의 학문적 종조가 바로 남명 조식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 초반부에 꼬장꼬장한 유림의 분위기, 그 중에서도 남명의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간혹 나옵니다. 

 

이 1권 중반을 넘어가면 이영주는 불가에 입문하여 성철이라는 법명을 받고 나서도 내내 교(敎)와 선(禪)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동산 스님 아래에서 가르침을 받는 중이니 당연히 그는 선불교의 가르침을 열심히 받아 도를 터득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도, 이단시되는 교종 불교의 가르침을 내내 기웃거리는 겁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p15에 보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고 사서삼경에 통달한 책벌레였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남명의 제전 제자라 통했던 부친 밑에서 엄격한 유교 가르침을 전수 받은 그입니다. 또 산청 지역은, 이곳 서부 경남 일대가 모두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공부를 매우 중시하는 지역입니다. 성철 스님의 유년기만 그러한 게 아니고 심지어 21세기인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데 서울대 합격자가 그렇게도 많죠. 판검사 출신도 많고 저 경남도지사를 지내는 중인 친문 핵심 김경수 씨도 이곳 산청에서 멀지 않은 고성 출신입니다. 고성도 그렇게나 수재가 많이 난다는 고장입니다. 청년 성철이 교과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 이런 배경을 알아야 잘 이해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산청 출신의 그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성철 스님은 주먹으로 일어섰어도 능히 한가닥 했을 분"이었습니다. 이 소설에는 그런 대목 묘사는 없지만, 대신 경허 스님의 제자로서 그에게 불만을 품고 음식에 소금 대신 비상을 뿌려 독살하려고 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의 주인공 관섭을 찾아가 무작정 우기며 궁금한 걸 물어 보는 장면(p70)에서 그런 분위기를 살짝 풍깁니다. p237에는 스승인 동산 스님더러 "순 짐승 같은 영감"이라고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처럼 배포가 좋은 청년 이영주도 생전 처음 살모사를 보고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리는 걸 보면...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p81에서 막상 살모사 고기 맛을 보고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격으로 아주 신이 나서 술과 함께 흡입해 대는 장면입니다.

 

머리도 밀지 않은 청년이 혼침의 고충을 호소하는가 하면, 참선에 든지 사십여 일만에 동정일여를 이뤘다 하여 소문이 파다히 나 사방에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영주는 이때 동산 스님을 만나고, 그에게서 취모검과 그의 스승 용성 스님(백용성, 전북 장수 출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p98 이하에 취모검 전설이 재미있으므로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p184 이하에 용성 스님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이 있습니다. 기미독립선언문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라는 대목이 그의 솜씨라고 합니다. 손자 제자뻘인데도 성철에게만은 꼬박꼬박 "스님"이라며 존중합니다. 

 

"그래서 교승과 선승은 서로 다른 것이다. 교는 알음알이이므로 알음알이를 통해 깨치려고 하지만 이는 깨달음에 불과하지 진정한 깨침이 아니다. 알음알이를 모두 토해냈을 때 비로소 너의 심신이 거울같이 되는 것이다."

 

"그럼 팔만대장경 같은 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여기 해인사에 버젓이 모셔 놓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뜻을 알라고 모셔 놓은 것이다."

 

"그건 모순입니다."

 

영어에 lucus a lucendo라는 숙어가 있습니다. 라틴어에서 온 어구인데, "숲이라는 말은 '밝지 않음'에서 유래했다"는 뜻으로, 말도 안 되는 견강부회를 비꼴 때 쓰입니다. 숲이 만약 환한 장소라면 저 어원 설명이 그럴싸할 텐데, 그렇지 않고 어두운 곳이죠. 그러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밝지가 않으니 이름이 그리 붙었다"고 한 건데 이런 식이면 세상에 설명 못 할 이치가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동산 스님이 궤변론자라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여튼 성철은 이런 동산 스님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합니다. p188에는 춘성 스님이 등장하는데 욕쟁이로 유명한 분이고 어느 사모님의 밍크코트를 불쏘시개로 던져 버린 일화로 또 유명하죠. 또 영부인 육영수에 대한 이야기도 p196에 나옵니다. 

 

임제 스님(먼 예전 중국 선불교 태두 중 한 명)은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 내 밑씻개만도 못하다(p247)."고 했습니다. 이 말이야말로 동아시아 대승 불교, 그 중에서도 선불교의 호방함을 잘 알려 줍니다. p198에는 청년 성철과 탄허 스님과의 역사적 만남이 나옵니다. 저 앞 p182를 보면 전북 김제 출신인 탄허택성의 전설적인 일화가 소개됩니다. 국보로 불리던 양주동을 무릎 꿇게 했다거나, 함석헌으로부터 감탄을 자아냈다거나 하는...

 

1권의 마지막에는 그 유명한 경허 스님의 양대 제자 중 한 분인 만공 스님과의 극적인 만남이 묘사됩니다. 이처럼 이 소설은 그저 성철 스님 1인의 일대기에 머물지 않고, 일제 강점기부터 대한민국 성립 초창기에 걸쳐 한국의 불맥을 좌우했던 거물급 스님들의 전설적인 일화가, 작가분의 빼어난 필력에 얹혀 두루 소개되는 게 무척 큰 재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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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없는 2주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0
플로리안 부셴도르프 지음, 박성원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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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이 주변에 없으면 이유 없이 불안해지고 어쩔 줄 몰라하는 증상을 "노모포비아"라 부른다고 합니다. 딱히 십대들에만 해당되지 않고 어른들, 심지어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증상이 종종 나타나기도 합니다.

독일 작가분이 쓴 이 소설을 읽고, 지구촌 어디건 간에 사람 사는 모습을 참 놀랍도록 서로 닮아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도 다양한 인터넷 게시판,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메신저의 스냅샷을 올리고 남들(때로 자신 포함)이 주고받은 대화(상황의 어이없음)을 평가하거나 비웃곤 하는데, 이 책 p13, p15, p43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을 이렇게나 바꿔 놓았나 싶습니다.

"일상적인 수업을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실험용 토끼가 아니니까요." 고3도 아니고 중3이 이처럼 교사에게 당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헬름홀츠 중학교(p101)의 분위기가 부럽습니다. 하긴 나라가 민주주의이면, 비록 미성년자들이 교육을 받는 학교라고는 하나 (교육 지표가 민주주의 시민 양성인 이상) 당연히 학교의 분위기도 하나부터 열까지 민주주의 방식이라야 합니다.

또 우리 한국인들은 그간 너무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 익숙한 나머지 "튀는 수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창의력이 자동 배양이라도 되는 양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학생들은 "그저 일상적인 수업 진행"을 요구합니다. 더군다나 나이 어린 아이들인데.... 하지만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었음이 잠시 후에 밝혀지기도 하는데요.

학생들이 선생님(교생)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이 판에도 아멜리와 칼라 같은 애들은 "선생님 말을 끝까지 들어 보자"고 합니다. 여튼 평가의 주체는 교사이니 잘 보일 필요가...

"30년 전 사람들은 폰 없이 어떻게 지냈을까요?"

30년 전이면 중학생들에게는 무척 예전으로 느껴지겠으나 지금 이 세상에는 30년 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회상하는 어른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어른들조차 "아, 폰 없을 때는 대체 어떻게 지냈을까?"라며 아찔해한다는 거죠. 그런 삶이 상상이 안 되는 건 애와 어른이 따로 없다는 뜻입니다. 어른들, 심지어 노인들도 유튜브, 소셜 미디어, 그 중에서도 단톡방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모릅니다.

몇 년 전에 모 방송국 기자가 어느 PC방에 들어가 갑자기 외부 전원을 내려서, 주로 학생들이 이용하던 서비스 공간 안에서의 반응을 살펴 봤습니다. 당연히 이거 뭐냐면서 욕설이 난무했겠는데, 이걸 두고 그 기자는 "게임을 즐기면 이처럼 성향이 폭력적으로 바뀐다"고 보도하여 당시 아주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위에서 독일 모 중학교 학생들은 "민주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며 교사(담임 라이머 씨[p97]가 아파서 교생이 대신 중)에게 항의헸습니다. 그러나 이는 그 이색적인 수업이라는 게 "핸드폰 없이 지내 보기"라는 프로젝트라서, 아이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폰을 제출하는 과정이 포함되었더랬습니다. 그러니 저토록 반발하고, 의젓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도 아는 거죠.

톰은 용감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 같은 인상을 (소설 초반에) 줬지만, 더 읽어 보니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 같은 아이네요. "내일이면 슈미트 (교생) 선생이 이베이에 (아이들이 제출한) 폰을 다 팔아먹을 거야." 물론 말한 본인도 안 믿는 헛소리입니다. 요한나는 반대파였는데 제비뽑기에서 운 좋게 제출 의무를 면합니다. 반면 교생 슈미트에게 우호적이던 아멜리는 "핸없사"에 제대로 걸렸으니 인생은 아이러니입니다.

요한나와 아멜리는 베프인데 요한나가 어제 아멜리를 바람맞혔습니다. 그런데 핑계가 생긴 게, 핸드폰을 제출했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거죠. 게다가 요한나는 마지막에 아멜리의 가슴을 후벼 파는(p38) 한 마디를 던지는데, 그건 "자신이 아론과 사귄다"는 겁니다. 아론은 반장이며 소설 앞에서 교생 슈미트에게 가장 먼저 따지고 든 학생입니다. 아론은 제법 똑똑해서 "선생님의 쇼핑 백 안에 들어 있는, 자신이 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적힌 쪽지의 내용을 추측해서 적어 오기를 우리에게 숙제로 내 주려는 거죠?"라며 제법 합리적인 추론을 합니다.

생각 외로 아멜리는 (여자애답게) 다정다감한데, 괜히 아론에게 요한나가 널 좋아한다고 알려 줘서 후회하는 중입니다. 거짓말로 한 건데 알고 보니 진짜였던 것! 요한나는 교생 슈미트의 백 안에 "요금 명세서"가 산더미같이 있을 거라고 적었다며 깔깔댑니다. 또 요한나는 부모님께 핸드폰 사용에 대해 자신에게 잔소리하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곤 나갑니다. 얘가 아멜리 대신 핸없사에 당첨되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톰은 멍청할 뿐 아니라 애가 비뚤어지기까지 했네요. 핸없사에 당첨되었지만 그는 본래 폰이 두 개라서 불편이 없습니다. 또 속으로는 폰 없으면 안 된다는 주의이지만 슈미트 선생의 의도는 "폰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짐작하고 제 양심을 속인 후 거짓말을 써 낼 거라고 공표하고 다닙니다. 뭐 다 좋은데 주위에 떠들지는 말아야죠.

여튼 아멜리는 베프 요한나가, 자신이 내심 찍어 놓은 아론과 그렇고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에 괴로워서 미칠 지경입니다. 반장 아론은 키도 작고 잘난척이나 하는 타입인데 내가 왜! 그런 애한테 마음을 뺏겨서 이 고생인지. 그러나 아멜리는 수학 과외 중(과외를 아론에게 받습니다. 비법 전수) 뜻밖의 말을 듣습니다.

"요한나는 톡 말고는 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애야. 삶 전체가 톡으로 이뤄져 있지.(p58)"

요한나가 실제 어떤 애이든 무관하게, 이런 말을 쓸 줄 안다는 자체가 아론이 어른스럽다는 증명입니다. 여튼 이 말을 듣고 나서 아멜리는 종전까지 자신이 요한나에게 느껴 왔던 신비감 같은 게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아이는 그저 톡에 살고 죽는 생각 없는 천박한 애였다는 거죠.

아론은 원래 슈미트 선생을 좋아했고, 요한나를 그녀를 두고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아... 그러나 요한나에게 아주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는데(그걸 구태여 요한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우리 독자들은 당연히 여긴 일이지만), 이 충격 때문에 요한나는 단톡방에 아주 못된 소리를 지껄여 놓았다가, 잠시 후(그래도 다행이죠)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고는 공개 사과하고 다리 위로 향합니다. 낌새를 채고(죽으려 한다는 것만 알았지 단톡방에 얘가 뭐라고 떠들었는지는 아직 모르는) 아멜리는 슈미트 선생에게 급히 연락합니다. 그리고 슈미트 선생은 의외의 능력을 발휘해서 요한나를 잘 설득하는군요.

이 소설에는 의외의 반전이 나와서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저는 사실 (마음에 안 들긴 해도) 톰의 반응이 어느 정도는 (소설 결말에 가면) 사실이 아닐까, 결국 "폰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계도적으로 강조하면서 끝이 나지 않겠나 싶었는데, 물론 그렇기는 하나 그게 다는 아니었습니다. 약간 <죽은 시인의 사회>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밝은 결말입니다. 스포라서 자세히 적진 않겠으나, 디지털 감옥에서 빨리 빠져나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올바른 소통과 관계를 회복하자는 게 여튼 소설의 주제입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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