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타니처럼 -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한성윤 지음 / 써네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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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이 선수를 TV 중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국대는 지금과 달라서 훨씬 실력 좋고 이름값도 높은(빅리그 소속)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제 스무 살을 넘긴 오타니 쇼헤이, 대곡상평 투수의 공을, 이대호 선수를 포함해서 단 한 명도, 배트를 제대로 공에 갖다 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투수 관리 차원에서 다른 투수를 상대팀에서 올린 후에야 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지 공략을 시작했는데, 겨우 이기긴 했지만 오타니에 한해선 아예 손을 대지도 못하는 처량한 모습이었는데, 그 정도로 차원이 다른 선수였고 나이가 저렇게나 어렸다는 점도 충격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대로 오타니는 이도류(二刀流)입니다. 이도류란 일본 무사들 중에 양손으로 칼 하나씩을 휘두르는 부류를 가리키는데, 손이 둘이라고 누구나 양손잡이가 가능한 게 아니라 대부분은 칼 하나도 두 손으로 핸들링해야 합니다. 칼 한 자루도 힘에 부치는데 두 손으로 두 칼을 휘두른다면 일단 정밀도는 둘째치고라도 타고난 힘부터가 남달라야 합니다. 이도류 자체가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며, 동네 야구도 아닌(동네 야구라도 해도 드물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프로야구에서 한 선수가 투구(그것도 선발)와 타격을 겸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반쯤은 신화화한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 대표적인 중근세 일본 칼잡이였다고 하며, 미국인이긴 하지만 20세기 초의 조지 허먼 루스가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낸 야구 선수였지만 그 역시도 젊었을 때는 투수 전업에 가까웠으며 홈런왕 커리어를 이어갈 때는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마야구의 박노준 선수, 프로야구 원년에 김성한 선수 정도가 투타겸업을 했었으며 둘 다 야구천재라고는 불렸지만 이 역시도 투타 모두에서 성적이 압도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리그의 수준이 낮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평소에 야구에 관심없던 여성들도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오타니를 TV에서 보고 깜짝 놀라는 걸 봤는데 유명한 선수인 건 알았지만 저렇게 키도 크고 잘생긴 줄은 처음 안 데서 온 충격으로 보였습니다. 이 선수의 만찢남 신화는 사실 그 외모에서 방점을 찍는 건데, 실력이 그렇게나 좋으면서 외모까지 비현실적이니 여성들이 열광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 선수는 인성마저도 최고로 평가받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2015년 한국 선수들을 향해 눈빛을 번득이며 이를 악물고 던지는 걸 보고 애가 아주 못됐겠구나 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가졌더랬습니다. 선수가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전의를 불태우는 건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며칠 전 한국에 와서도 한국 팬들을 향한 립서비스도 잊지 않고 좋은 말들을 해 주는 걸 보고 적어도 매너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인성은 여러 일화를 통해 이미 주변에서 호의적인 증언이 넉넉하게 나옵니다. 

사람은 노력으로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오타니도 일단 그 큰 신장, 운동신경, 파워 등이 타고난 DNA에 크게 기대는 선수입니다. 물론 노력의 힘은 숭고하지만 이렇게 애초에 타고난 사람을 평범한 사람이 노력한다고 능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p43을 보면 오타니 선수는 양친 모두가 운동선수라고 하는데, 책에 보면 흥미로운 서술이 있어서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일본에 2세 야구 선수는 많지만 그 대부분이 부친의 퍼포먼스에는 못 미치는데, 운동과 관계 없는 여성과 결혼한 이가 많기 때문이다." 약간 웃음도 나오는 구절인데, 젊은 남자들이야 일단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에게 끌리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이 쓰일 시점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사항이겠는데, 오타니 선수가 현재의 배필을 그분으로 고른 건 그렇다면 2세도 운동선수로 키우려는 치밀한 계획(?)도 한몫 했다는 뜻이겠습니다(농담입니다). 

그라운드에서 온갖 욕 들어가며 고생하는 직종이 바로 심판입니다. 선수가 공에 맞으면 관중들이 걱정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심판이 공에 맞으면 손뼉을 치며 웃는다고도 했었습니다(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라운드에서 각광을 받는 건 어디까지나 선수이며 심판은 조연으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직분입니다. 이런 심판들에게도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며 인사를 깍듯이 하는 게 오타니라고 하니(p127) 그 인성의 훌륭함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타니 선수는 프로 첫 팀에 입단할 때부터 "사과"를 해야했다고 나오는데(p182), 아직 얼굴에 솜털도 안 가신 어린 선수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워낙 뛰어난 선수라서 LA 다저스가 일찌감치 관심을 두고 접촉했었는데 기어이 일본 국내 팀에 입단했으니 그 미국 구단에 미안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종류의 사과는 마음을 먹는다고 아무 처지에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다. 선택 받은 인생이라야 할 수 있는 종류의 사과이겠는데, 그렇다고 이런 행동을 할 꿈도 안 꾸는 한심한 운동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그의 인성은 경외의 대상입니다. 

위대한 선수가 그 실력뿐 아니라 이처럼 경기 외적인 요소로부터까지 높은 평가를 받고 일종의 현상까지 일으키는 건 매우 드물게 봅니다. 그에게서 풍기는 일종의 선한 영향력이 그만큼 볼륨이 크다는 뜻이며, 앞으로도 그가 많은 팬들에게 계속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영감과 의욕을 북돋우는 존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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