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나려 흔들리는 당신에게 - 해낼 수 없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중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양소울 옮김 / 멀리깊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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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우리 나라에도 많은 독자를 보유한 철학자입니다. 한국에서는(일본에서도 상황이 비슷했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알프레드 아들러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개론서 수준의 프로이트 관련서적만 봐도 아들러의 이름은 언제나 언급되곤 했죠. 지금 이 저자 덕분에 동아시아의 대중은 알프레드 아들러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부모님이 이상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머리가 굵어 가며 부모님과 의견 충돌도 빚게 되고, 실망스러운 모습도 보게 되고, 어쩌면 그렇게 부모님께 실망을 느끼면서 사람은 어른이 되고 성숙해지는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이 생각만큼 완벽한 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며, 그 빈 부분은 차라리 내가 메우자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만의 인격과 세계관이 무르익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영어로 person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persona에서 왔는데 이 말은 가면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삽니다. 이는 남을 속이고 떳떳지 못한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와 상대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의 목적이 더 많을 겁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솔직하겠답시고 대뜸 인상을 쓴다거나 욕설을 한다면 어디 사회 생활이 가능하겠습니까? 사람은 그래서 그 의도가 무엇이건 상황이 어떠하건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게 그 숙명과도 같습니다.

기시미 이치로 저자의 책은 언제나 독자의 현실적 니즈를 고려한 실용적이고 친절한 충고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이 책에서도 p112에 건강에 대한 주제로 유익한 말씀을 들려 줍니다. 내가 건강할 때는 신체의 각 부분에 대한 의식이 없습니다. 내 맘대로 언제나 움직여 주는 게 내 몸입니다. 내 몸에 대한 의식이 특별히 시작될 때는 바로 신체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이상을 가능하면 조기에 발견하라, 이상이 생겼으면 괜히 무시하지 말고 이건 정상이 아니다, 병원에 갈 필요도 있다며 빠른 인정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5년 후면 연세가 칠순이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도 고령자이죠. 이 나이 또래의 어르신들이 항상 걱정하는 건 첫째가 자신의 치매, 둘째가 배우자의 치매입니다. 치매가 시작되면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닦기, 샤워하기, 식사 등 가장 간단한 걸 헷갈려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거죠. 옆에서 간호하는 이가 명심할 게 있다고 합니다. 본인이 자녀이건 배우자이건 간에, 환자 곁에서 먼저 자신이 행복해하라는 겁니다. 간병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간병자가 마음이 불편한 건 다 이심전심으로 알 수 있나 봅니다. 간병자의 불편함을 눈치 챈 환자가 병이 낫기란 더 어렵다는 거죠. 늙은 부모님 구완하는 분들은 자신이 먼저 행복해지는 게 진정한 효도란 점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죽음은 도착지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어디로 가기는 가는데 앞으로 향할 곳이 어디일지 알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을 두고 "방랑 감정"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게 꼭 불안감이겠습니까? 저자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감정의 고양(高揚)을 느낀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 것입니다.

죽음을 우리가 앞에 두고도 꼭 우리가 좌절과 공포에 떨어야 할까요? 우리는 갑자기 용무가 생겨 잠시 먼 곳으로 떠날 때도 친구, 부모님과 헤어진다며 울음을 쏟기도 합니다. 아니 어디 끌려가는 것도 아니고 돌아올 일정이 뻔히 정해져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막상 길을 떠나 뜻밖에 보람되고 재미 있는 체험을 하면, 이거 돌아가서 전해줘야지 라며 더 신이 날 거면서 말이죠.

물론 죽음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겁니다만 혹시 사후세계에 뜻밖의 무엇이 마련되었을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정말로 죽음 후에 완전한 존재 소멸, 절망, 고통만이 예비되었다 해도,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경건한 마음으로 담담히 현실을 직면하는 게 건전한 생의 태도일 것입니다. 괜히 확실치도 않은 일을 가지고 지레 좌절하고 슬퍼하며 미리 영혼을 파괴할 필요는 없습니다.

p172에는 영화 <만추>가 언급됩니다. 한국인인 남자는 하오[好]라는 중국어가 "나쁘다"는 뜻인 줄 잘못 압니다. 중국인인 여자는 이를 바로잡으며, "나쁘다"는 하오가 아니라 "화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이 글자는 흙 토(土) 변에 아닐 불(不)을 쓰는 글자인데 윈도에서 기본 제공되지 않네요. 우리 식으로는 언덕 배, 무너질 괴라고 읽는데 현대 중국어뿐 아니라 전통 한문에서도 "나쁘다"라는 뜻을 갖고는 있습니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겁니다. 과연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가? 모든 선악의 문제는 결국 개개인이 살면서 선택을 하는 과정이 아닌가? 내가 혼자서 선이고 악이라 우기는 그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나도 편하고 타인도 얼마나 편해지겠는가 말이죠. 누구에겐가는 하오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화이가 될 수 있는 겁니다. 확실한 건, 개인의 하오와 화이를 남한테 강요하는 그 사람만큼은 확실하게 "화이"라는 겁니다. 또, 저자가 "절대의 선"이라 단언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삶"입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관계를 끊고 혼자 사는 분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솔직히 공감이 잘 안 돠고 그런 환경에서라면 꼼짝없이 적응에 실패한 후 죽을 것만 같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서 매우 자주 여러 채널에서 재방송이 되는 프로그램이죠. 그 이유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다들 지쳐서 그렇겠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매우 심한 편에 속하는 사회입니다. 어제도 주한 외국인들이 기어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하는 뉴스가 나왔죠. 외국인들이 한국 특유의 정에 끌려 한국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이런 이면이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책 p199에는 그런 독자들을 향해 저자가 "타자의 도움 없이는 살아낼 수 없는 게 인생"이라며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합니다. 그 도움이라 함은 공짜로 주는 도움도 많을 테고(실제로 아무리 사회가 각박하다 해도 지나가다가 한두 번쯤은 대가 없는 도움을 받고들 살지 않습니까?), 돈을 주고 얻는 도움도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 보면 대가를 분명 지불했는데도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한국 같은 사회에 산다는 건 조금 축복이기도 합니다.

독일어에는 참 다양한 단어가 있습니다. mit는 영어로 with 같은 전치사인데, Mitmenschen이라고 하면 여러 뜻이 있겠으나 저자는 "연결성"을 강조하여 아들러의 책 중 이 단어를 "동료"라고 번역했다고 합니다. 맞는 말씀이지만 원어의 뉘앙스는 다소 깎여 나가죠. 이래서 철학(서)의 완전한 번역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철학 제대로 공부하려면 원 언어를 배워 원서로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미트멘셴으로 대해야지, 게겐멘셴(gegen은 영어로 against라는 뜻입니다)으로 대하면 타인이나 나나 똑같이 지옥이 됩니다. "고독은 관계의 당연한 일부"이기는 하나 그게 일상이 되면 안 됩니다. 저자는 자신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했을 때 받았던 도움에 대해 상기하는데 사실 이 저자분께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건 이 일이 큰 계기가 된 면도 있죠. 타인의 도움 없이 개인은 생존이 불가능하니 어떻게 타인을 적으로 돌리겠습니까. 타인 속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사회인으로 거듭납니다.

책장에 꽂는 책이 정해져 있는 편일까요, 아니면 가리고 가려서 꽂는 편일까요? 책은 어떤 편이라도 자기 취향대로 관리하면 되지만, 추억과 기억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집착은 버려야 합니다. 나쁜 기억도 그것을 설욕하려 들며 자꾸 책장에 꽂아 두면 안 됩니다. 잊어야 합니다. 당신이 그걸 기억하고 절치부심하면 그 원수를 갚을 수 있습니까? 갚을 수 있다고 치고, 그 후폭풍은 뒷감당할 수 있습니까? 엉뚱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요? 현실이 이렇다면 먼저 내 자신을 겸허히 반성하고 유한한 인생 알차고 행복한 체험으로 더 채워 나갈 일입니다.

인생은 찰나와 같이 짧습니다. 그런 인생을, 좋은 사람들과 체험, 감정을 공유해 가며 알콩달콩 채워 가도 모자랄 판에, 분노와 회한, 집착, 통분 등의 건설적이지 못한 감정에 사로잡혀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면 되겠습니까?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집중해야 할 목표, 아릅답게 가꿔야 할 추억과 대상이 무엇인지를 언제나처럼 확실히, 그리고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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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1년 만에 2권의 책을 썼을까
황준연 지음 / 와일드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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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정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성장하면서 주변의 어른들에게 몇 번 정도는 심한 질책도 듣고 비판도 받는 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안 그런 경우가 이상한 거죠. 그러나 만약 저런 말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그건 저 말을 한 사람과 들은 사람 둘 중 하나는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을 책을 읽으면서 남달리 불우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는 저자들의 사연을 많이 접했습니다. 최근에도 그런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아마 그 책들도 이 책 저자님만큼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그 다른 책 저자들은 이미 연세가 지긋하신 편이고 당시에는 누구나 어려웠으므로 이 책 저자분처럼 나이가 젊은 분과는 사정이 또 다릅니다.

읽으면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얘가 정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제가 만약 저 소년 근처에서 지켜 본 어른이었다면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커서 큰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다." 이 독후감에 일일이 옮겨 적지는 않겠지만 여튼 요즘 세상에 이처럼 굴곡진 청춘기를 보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군대라도 일찍 다녀오는데 저자의 경우 그렇지도 않아서 27세가 되어서야 입대했다고 합니다.

일단 오랜 동안 연을 끊었던 어머니와 다시 연락이 닿아 제주도로 이주한 게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기를 대구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주변 지인들도 환경도 그대로라서 아마 종전의 삶을 그대로 이어갔으리라는 거죠. 이처럼 일이 잘 안 풀릴 때에는 주변 환경을 확 바꿔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듯합니다.

또 저자에게 큰 도움이 된 건 몇 분의 친절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자는 음악 면에서 적성을 타고난 듯 보이는데 이 음악 방면 재능을 기부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떤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남에게 도움만 받고 살아온 이가, 나 역시 남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은 경험은 상당히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번역 공부, 용접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알바 비슷하게 했던 일에서 결국 뭐 하나를 챙겨서 나온, 어떤 성실성 같은 요소가 끝내 저자분을 수렁에서 건져낸 동력이 된 것도 같습니다.

항상 남들한테 문제아로만 여겨졌던 그가 결국 권유를 듣고 대학교를 졸업하여 선생님이 된 건 정말 잘한 결단이었습니다. R선생님은 좋은 조언을 베풀어 주었을 뿐 아니라 금전적 도움까지도 줬습니다. 본인도 어려우면서 친구가 어려울 때마다 돈을 빌려 줬던 그 벗 역시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반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저자의 인생을 더욱 어렵게 만든 아주 나쁜 사람도 있었는데 저자는 이 때문에 어린 나이에 금융회사의 빚 독촉에 쫓겨 다녀야 했습니다. 이런 인간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 남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자신이 가로챈 후 종적을 감추는 것입니다.

자계서에 대해 많이들 비판합니다만 저자는 20대에 엄청나게 많은 자계서를 읽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계서 중에는 일반 대중의 눈에 평범하게 보이는 저자들이 쓴 것도 많습니다. 이런 책을 왜 쓸까 싶은 것도 있지만(출판에는 큰 비용이 드는 편이므로) 여튼 저자들의 입장에선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다면서 그 나름 절실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던 경우도 있겠고, 그냥 복권 긁어 보자는 생각으로 스토리가 있는 분, 혹은 없는 스토리를 지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출판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혹은 이 책을 읽고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다며 찾아오는 이들을 향해 일종의 네트워크 영업을 목적으로 펴낸 책들도 있을 듯합니다.

여튼 그런 책들도 대놓고 나쁜 이야기를 적지는 않았을 터이므로, 방황하는 청소년, 청년들이 읽고 어떤 감동을 받고 회심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 역시 아 이런 경우도 있겠구나 하며 자계서의 순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열린 귀를 갖고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건 확실히 보통 큰 장점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결코 남의 말을 안 듣고 기어이 자기 직성대로 해야만 하며, 어떤 사람은 나쁜 말만 골라서 듣습니다. 그러나 내 주견만을 내세우지 않고, 타인의 말에 일단 귀를 기울이는 습관은 매우 좋은 것입니다. 물론 앞에 저 대출 건처럼 나쁜 인간이 찾아와 이렇게 해 보자면서 현혹하는 말은 단호히 걸러 들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본인은 능력이 없으면서 남의 능력과 노고를 가로채어 편하게 살아 보려는 쓰레기들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받아 챙긴 건 전혀 생각도 않고 받아챙길 것만 챙기려는 아주 썩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죠. 가족 중에 범죄자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쁜 본을 받고 자라니 성장해서도 내내 그꼴인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입니다. 이렇게 행동을 하려면 먼저 주변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만약 저자가 22세 정도에 바로 입대했더라면 혹시 이런 회심의 계기가 더 빨리 찾아와 훌륭한 작가로 더 이른 시기에 변모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제는 책쓰기 연구소를 창업한 어엿한 회사의 대표님이 되었으니 말이죠.

"내 목표가 흐릿해지고 지칠 때면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책과 영상을 본다. 그리고 힘을 내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지쳤을 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기분이 새로워지는 어떤 원천이 있을 것입니다. 없으면 만들어라도 내어야 합니다. 10대 때의 저자분처럼 그것이 무슨 게임이라거나 어떤 도피처 같은 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의 타성을 벗어나 새롭고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는 그런 긍정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인생을 바꾼다."

당장 어떻게 성장할지 막막하다면 어떤 롤모델이나 틀을 마련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누구를 따라해 보기라도 하라는 뜻이죠.

"누구나 다 하는 얘기 아닌가요?"

통나무 위 개구리의 우화(p136)처럼, 말하는 것, 마음만 먹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건, 서로 아주 다릅니다(p216).

"책 쓰기는 인생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

"누구나 주인공의 삶을 살 수 있다."

청소년기 그처럼이나 어려운 삶을 살았던 저자가 우리 독자에게 던지는 말입니다. 이 말을 받아들여 우리 인생을 바꿀 계기로 삼고 안 삼고는 우리의 몫이겠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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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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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法醫)인류학자(人類學者)에게는 놀이동산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을 '뼈의 방(The Bone Room)'이라 부른다. (p8)

 

제목이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서문에서 저런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들 누구나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고, 그 전문 분야의 일을 할 때에는 마치 놀이를 하듯, 일하는 보람이 마음껏 생기게끔 신명 나게 일을 해야 마땅하겠습니다. 저자 리옌첸 박사, 그리고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이수정 경기대 교수 같은 분들은 아마 그런 기분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섬뜩해지는, 사람의 뼈, 그것도 대부분은 훼손되거나 부검 과정을 통해 들여다 봐야 하는 변사체의 뼈를 다루는 직업군에서 "놀이동산"을 거론한다는 건 아무래도 일반인의 감정과는 거리가 좀 멀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런 특출한 재능을 지닌 전문가들이, 남다른 영감을 받아 가며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는 과정이 있어야 그 숱한 미제 사건들이 해결되겠죠. 또, 이런 분들의 비범한 "놀이"를 거쳐야, 악랄한 지능범들이 그 소굴에서 안온히 쉬지 못하고 결국은 끌려나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법의학이라고 하지 뒤에 인류학을 붙이지는 않는데, 저자께서는 홍콩 중문대에서 인류학으로 석사를 한 후,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법의인류학"으로 박사를 마쳤다고 나옵니다. 용어가 이렇게 된 건 저런 사정을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법의인류학과 법의학이 어떻게 다른지는 p20 이하에 상세히 나옵니다. 잠시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법의학자가 주로 시체에서 사망 원인을 찾는다면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원인을 관찰해 낸다. 법의학자들은 연조직이 남아 있는 시체를 다루기 때문에 부패 단계에 들어서거나 백골화한 시체를 접할 일이 거의 없다. 그에 비해 법의인류학자들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시체를 다룬다. 심지어는 미라(mummy)화된 시체를 접하기도 한다."

 

이 구절을 읽고 다시 책 제목인 "뼈의 방"을 보면 우리 독자들도 느낌이 좀 다를 듯합니다. p66에도 언급되는 미드 <본즈>를 즐겨 본 시청자들이라면 책에 특히 몰입할 수 있겠습니다. 

 

"법의인류학자의 사고 방식과 연구 방법은 인류학에서 가져온 것이 많다.(p21)"

 

또 우리 독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저자는 동티모르에서 경찰과 함께, 예전 인도네시아의 군부 폭정 당시 학살당한 무연고 사체를 검시한 분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일 뿐 아니라, 인류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남기기도 했다는 거죠. 그것도 매우 젊은 나이에. 

 

"법의인류학자들은 국제 법정에서 전범을 판결하는 데 증거를 제공하기도 하고, 무연고자들이 묻힌 집단 무덤에서 사망 원인을 분석하여 고인이 생전에 학대를 당하지는 않았는지 연구할 때도 있다.(p21)"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사법 정의 구현을 위해 자주 참고한 법의학 서적이, 중국 원나라 때 저술된 <무원록(無寃錄)>이었습니다. 조선 초기 이를 보강해서 낸 책이 <신주 무원록>입니다.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나 고전문학 등에서 자주 접한 이름이죠. 

 

지금 이 책에서는 <세원집록(洗寃集錄)>이 언급됩니다(p16). 원나라보다 앞선 송나라 때 송자(宋慈)라는 분이 집필했다고 하며 저자는 이 책이 중국 법의(인류)학의 원조라고 합니다. 그 내용은, 현재 학자들이 기술하는 지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뼈의 개수라든가), 여튼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고, 간교한 범죄자의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지혜와 노하우가 총동원된 뜻 깊은 책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유골을 빨리 발굴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p28)"

 

우리 나라에서 과거 무녕왕릉 발굴 때도 그랬지만 서두르거나 졸속, 경솔한 발굴은 언제나 유물과 유골에 치명적인 해를 끼칩니다. 비록 다른 구석이 많긴 하나 저자는 고고학과 법의인류학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어야 할 중요한 원칙들이 있다고 합니다.(p29) 

 

1. 누증의 법칙(superpositikon) 
2. 공반 관계(association)
3. 반복(recurrence)

 

이 세 가지가 모여 고고학이든 법의인류학이든 모두 중요시하는 "맥락"이 형성된다고 하네요.

 

앞서 언급된 <무원록>이나 <세원집록> 등 모든 법의학서와 관련 분야 종사들이 한결같이 추구하는 건 "회복적 정의(p31)"입니다. 뼈는 평생에 걸쳐 만들어지며 훌륭한 법의인류학자는 뼈나 그의 잔해만 보고도 그 사람이 생전에 어떤 습관을 갖고 살았으며 어떤 상해나 질병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뼈보다 더 당사자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는 증거나 단서는 없다고 봐야 하겠네요.

 

"동물과 사람의 뼈, 법랑질은 동식물, 음식, 식수의 근원을 반영한다.(p45)" 이른바 동위 원소 분석에 대해 자주 들어 봤을 건데요. 저자는 특히 스트론튬 분석을 통해 "어린 시절의 거주지를 추정하는 데 유용하다"고 합니다. 또 "뼈가 직접 말할 수 없을 때 우리 법의학자들은 그들을 대신해 말한다(p49)"고도 합니다. 


 

얼마 전에 어떤 기업의 반도체 생산 시설에서 일하던 분들이 백혈병 등의 발병에 대해 피해 배상 소송을 낸 적 있습니다. 18세기에 본격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성냥은 인류에게 많은 편의를 선사했지만 이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에서 일하던 여공들은 인(phosphorus) 중독 때문에 건강에 큰 이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주된 부작용으로는 턱뼈가 괴사하고 치아가 빠지는 것 등이 있습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남편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소를 쓰는 것이었다(p59)." 약간은 조크가 들어갔지만 당시에는 큰 사회 문제였고 19세기 후반 크게 유행한 추리 소설에서도 가장 즐겨 쓰이던 소재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현재에도 이런 중독은 결코 사라진 문제가 아니며, 암과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비스포네이트가 이런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법의학에서 중시하는 단서는 (사체 다음으로) 의류품이라고 합니다. 옷에 션명한 노랑색이 남는 경우 아마도 옷을 입었던 사람이 비만이어서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옷에 난 구멍을 잘 분석해서 어떤 흉기로 어떤 방향에서 어떤 손을 주로 쓰는 사람이 남긴 흔적인지 추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세모그룹 창업자가 수배 중 갑자기 백골화가 급격히 진전된 시선으로 발견되어 논란이 인 적 있습니다. 저자도 일반적으로 어떤 시신이 백골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추산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강수량이 매우 많다고 하여 반드시 부패 속도가 빠르지는 않는데, 이는 파리의 알이 비에 더 많이 씻겨내려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p84). p90에서는 한국의 세월호 사건을 저자가 직접 언급하면서, 죽은 이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일은, 남은 사람들(유가족이나 친지)의 마음에 난 구멍을 메우는 뜻 깊은 작업이라고 강조합니다. p109에는 "죽은 사람을 잊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계에 사는 종족 중에는 의도적으로 신체를 변형시키는 풍습을 지닌 이들이 많습니다. 책에서는 미얀만의 카렌 족 여성들이 목에 착용하는 여러 개의 링을 거론합니다. 그 외에도 의도적으로 편두를 만드는 아프리카의 어느 종족, 입 안에 링을 끼워 아랫입술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키우는 이들, 또 중국의 전족 등 다양한 예가 있죠. 에콰도르의 수아 족은 머리를 수축시키는 문화로 유명한데, 정신과 의사를 가리키는 미국 속어인 "슈링크"도 여기서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인체의 신비"라는 전시회는 요즘 중국 당국의 투명하지 못한 행정과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소재로 자주 쓰입니다. 물론 해당 전시회가 정말 끔찍한 만행의 결과물이라는 증거는 아직 발견된 바 없습니다. 사실 중국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까지도 인육을 먹는 악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는데 특히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p130 이하에서 자세히 서술합니다. 인육과는 별개로 이를 지탱한 인골(人骨)의 매매에 대해서도 저자는 동서양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서술합니다. 한결같이, 그 결론은 "뼈에 대해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을 보내야 한다"입니다. 

 

앞서 언급된 법의학서들의 경우 그 제목에 공통으로 "원(寃)"이라는 글자가 들어갑니다. 이 글자는 원통하다는 뜻이며, 누군가에 대한 원한을 나타내는 "원(怨)"과는 다릅니다. 후자는 가해자라든가, 혹은 가해자로 여겨지는 사람에 대한 복수 등이 암시되지만, 전자는 그저 힘이 없어 억울하게 당했다는 마음가짐이 다입니다. 이렇게 원통한 경위로 죽은 사체는 일찍 강직이 이뤄질까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몸이 일찍 굳을까요? 아직 명확한 결론은 과학적으로 내려진 바 없으나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을 걸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뼈는 매우 생명력 넘치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혈관도 있고 신경도 있으며 그 때문에 "뼈를 때리면" 아픔이 극도에 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뼈는 그 민족이나 거주자의 특이 체질 같은 걸 다 반영하며,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국민으로 평가 받는 네덜란드인들의 경우 골반 크기로 남녀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합니다(여성들이 골반이 남자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음). 이는 키가 작아야 성장 과정에서 출산에 유리한 몸을 만들기 위해 골반을 키우는 성향 때문에 그렇다는군요.

 

한센 병은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됩니다(p161, p178 등). 이 병은 주로 피부를 썩게 하는데, 뼈하고는 무슨 상관일까 생각도 듭니다. 책에서는 나병환자의 경우 특히 손가락, 발가락의 뼈 등에 마치 막대사탕을 빨아먹은 듯한 흔적이 남는다고 합니다. 

 

역사학자 E 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규정헸습니다. 저자는 "뼈"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유기적으로 소통하게 돕는 단서이며, 현재와 과거가 순환할 수 있을 때에 우리의 문명이 진보할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저는 "잊는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모욕적이기도 하다"는 망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고인을 잊는 걸 가리킵니다. 세상에는 뜻 깊게 자신의 목숨을 버린 이들도 많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 깊은 한을 남긴 이들도 많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영원한 생명 같은 게 보장되었다면 망자에 대해 무심해도 상관 없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망자에 대한 망각, 무관심이란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경시이자 모독일 수 있습니다. 뼈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도달하게 된 지점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의미심장한 힌트였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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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꽃말
김윤지 지음 / 이노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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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풋풋함 그 자체가 좋다.
욕구와 욕망이 앞서는 것보다, 마음이 앞서는 풋풋함이 좋다.
 (p33. <연애> 中)

욕구와 욕망이라고 할 때 꼭 그것이 성(性)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겠습니다. 대뜸 그런 것부터 떠올린다는 게 벌써 풋풋함과는 거리가 먼 타락한 영혼의 증명입니다(독자인 저를 포함해서). 김동인의 단편 <광화사>에는 주인공인 화공이 순수한 여인의 아름다움에     반해 하룻밤의 연을 맺은 후, 바로 그 다음날 이미 알 것을 알고 난 여인의 눈빛이 예전과 달리 흐려져 있는 걸 보고 크게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 때문에 여인과 연을 맺었으니 그 이기심을 지나치게 탓할 건 아니지만 여튼 어떤 경험이 있고 없고가 사람을 이처럼 전과 후가 달리 보이게 만드는지 신기합니다. 

 

이뿐 아니라, 돈과 이익을 위해 달려드는 것, 그렇지 않고 그저 순수히 마음이 끌려서 몰두하는 건 서로 다릅니다. 무엇이든 타고난 본성이 시켜서 그 앞에 다가가는 건 풋풋함이고 순수함이며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가 뭐 별거 있나요.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낱말과 문장이 되고,
당신과 나의 숨결이 우리의 운율이 되고,
 (p35. <시> 中)

 

셋째 행을 보면 전반부는 "당신과 나", 서로 분리된 주체였다가, 후반부에서는 "우리"로 융합됩니다. 이때 숨결은 비로소 운율로 승화합니다. 별거 없지만 분명히 별 게 있습니다. 

 

사랑이란
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것 (p19. <물음> 中)

 

그러나 "설렘의 감정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것 또한 사랑의 단면이다. 때론 다툼을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냉혹한 현실을 말할 때 시는 산문을 닮네요(행 구별은 제가 생략했습니다). 그럼 역시 풋풋함만으로는 사랑을 지킬 수 없다, 이어갈 수 없다는 뜻도 될까요? 제가 예전에 읽은 고 이윤기 선생의 책을 보면 군신 아레스의 입을 통한 "사랑도 전쟁과 같아서 때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활짝 피었던 우리가
이는 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중략)
그러니 꽃잎 한 점도 남기지 말자, 우리 (p68. <꽃잎 한 점>)

 

길지도 않은 한 편의 시이지만 마지막 행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이 왜 꽃잎 한 점인지 알았습니다. 사랑이건 우정이건 온전히 헌신하고 공유하고 보여 주고 안겨 줘야 하며 어떤 미련이나 비자금을 남겨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주 하는 말인데 예전에 드라마 <사랑과 전쟁> 어느 에피소드에서 "아낌없이 주는 게 뭐가 좋은지 알아? 미련이 안 남는다는 거야."라는 대사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부정을 저지르고 뉘우치는 전남편의 재결합 요구를 거절한다는 거죠. 물론 저런 건 미련이 남든 안 남든 무조선 거절해야 되는 거고 말입니다. 

 

이 시는 마지막 행에 자꾸 눈이 갑니다. "-X에게로부터-" 왜 이 작품에만 저 말이 붙어 있을까요? 또, "에게로부터"라는 조사 뭉치는 무슨 뜻일까요? "에게+로부터"일까요, 아님 "에게로+부터"일까요.

 

나날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미련들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살면서 이런 기분을 몇 번이고 느껴 본 적이 있습니다.
미련들이 사라져 삶의 마련이 사라지는 그런 기분을. (p170. <미련이 남기는 마련> 中)

 

미련이 저렇게 사라져 버리면 "마련"도 결국 같이 사라지고 만다, 정말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결국 미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미련은 떠나 보내어도 마련은 남겨 둬야 할 텐데 그게 그렇게 다 뜻대로 되면 인생이 참 쉽겠죠.

 

집 안 어딘가에 있는 서랍장 안에는
전달되지 못한 주인 잃은 편지들이 있다 
(중략)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p60. <서랍장> 中)

 

화자도 그 서랍장이 집 안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지,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는 듯합니다. 그러니 주인을 잃은 것 아닐지... 혹은, 어차피 처음부터 편지들이 주인을 잃게 하려고 내심 작정했기에, 알고 있었던 서랍장에 대한 기억을 고의로 잃었는지... 누구를 향해 쓴 편지도 그 누구한테 전달되게 하려면 그 나름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지막 행의 "사랑들"을 저는 처음에 "사람들"로 잘못 읽었습니다. 서랍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내가 잊은 사람들, 내가 잃은 사람들... 편지를 집 삼아 서랍장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 안에는 하나씩의 사랑이 둥지를 틉니다...라고 생각했었으나 제가 잘못 읽은 것일뿐...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무한하지만 유한한 시간들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중략)
닿지 못한 한마디 한마디들이 쌓여
소리 없이 울부짖고 있지는 않을까. (p115. <무한하면서도 유한한 것> 中)

 

이 작품에서도 "전달되지 못한 주인 잃은 편지들"이 연상됩니다.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말은 유한하지만 담은 정은 무한합니다. 3차원 공간도 테두리는 유한하지만 그 안에 무한대의 넓이를 품을 수 있습니다. 유치환의 <깃발>에서처럼 노스탤지어 때문에 소리 없이 질러진 아우성들이 유한한 서랍장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그 서랍장은 사실 무한한 공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랑들이 그리 옹기종기 모여 있었으니...

 

사회에서도 보면 꽤나 많은 타인들이 우리의, 나의 삶에 필요치 않은 간섭을 하는 때가 있다. 
(중략)
나를 어느 정도 안다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의하지 말아주길.
(중략)
우리가 아무리 가깝더라도 우리는 결국에는 다르기에, 
우리는 더없이 가깝고 그래서 더 서로가 서로를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소중한 타인입니다. 
(p161. <우리는 타인입니다> 中)

 

사실 이런 무례한 언행을 우리는 일상에서 겪기도 하고, 혹은 내가 타인에게 저지르기도 합니다. 내가 저지른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당한 사람은 많다는 것도 좀 신기합니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한테 그러고 다니는 건지... 그런데, 아마, 그랬던 사람도 혼자서 나중에 생각하기로, 그때 선을 넘은 게 아닌가 하고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너무 상처 받지 말자구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더 힘든 일이란 것을 
몇 번의 좌절과 실패를 통해 알게 되었다.

(중략)
틀린 길, 맞는 길은 없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내가 있는 길이고 나이다. 
(p192. <내려놓기>)

 

틀린 길, 맞는 길이 따로 없고 각자가 서 있는 길이 모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리 된 것입니다. 자연계에도 얼마나 다양한 생물들이 있습니까. 꽃은 또 얼마나 종류가 많습니까. 그 다양한 모습 중에 틀린 것도 없고 맞는 것도 없죠. 그래서 우리에게는 모두 각자의 꽃말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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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책고래마을 38
이경은 지음 / 책고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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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Godfather III>을 보면 처음에 기념 파티 장면에서 이른바 cumulative song인 "Eh, cumpari!"라는 이탈리아어 노래가 나옵니다. 우리로 치면 어렸을 때 하던 놀이인 "시장에 가면 ♪ 옷도 있고 ♬ 떡볶이도 있고..." 처럼 앞사람이 부른 구절을 다 받아서 뒷사람이 하나씩 추가하는 것과 비슷한 꼴인데요...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저것과 조금 비슷합니다. 조이라는 이름의, 보라색 머리(약간 브리지)를 한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이 아이는 무엇인가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혼자서는 찾기 어려워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려고 해.(이 그림책에는 페이지수가 안 적혀서 출처를 못 적겠네요)"라고 우리 독자에게 말을 거는데요... "너희도 같이 찾아 주지 않을래?"라고 묻는데 저 "너희"가 아마 독자를 가리키겠습니다만 말만 저렇게 하고 우리 독자들에게는 직접 힌트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어 가면서 뭔지 우리가 짐작을 해 내야 합니다. 수수께끼와도 비슷합니다. 아니, 뒤에 나오는 힌트를 보니 수수께끼가 맞습니다.

 

조이는 먼저 티미를 찾아가는데요. 티미가 누구인지는 말로는 설명이 없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니 아 티미는 생쥐구나, 하고 우리 독자들도 알게 됩니다.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샤갈 풍의 그림 안에 큰 시계가 보이는 걸로 봐서 이 티미는 시계탑 같은 곳에 사는 듯합니다. 영어에 as poor as a church mouse라는 표현도 있듯 티미는 교회에 사는 애일수도 있죠. 

 

조이가 뭘 찾는지 티미가 조이한테 듣고 말 해 주는 힌트를 보면 "소중한 것, 까만 나무로 된 몸"뿐입니다. 티미는 알지 못한다고 하고, 척척박사 휴고한테 가서 물어 보라고 합니다. 이때 티미도 따라가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동행하는 친구 하나씩이 늘어나면서 힌트도 조금씩 늘어나는 식입니다. 

 

"부드럽게 만져 주면 노래를 불러서 널 기쁘게 해 준다고?" 조이에게 말을 듣고 휴고가 되묻습니다. 힌트가 더 는 거죠. 처음부터 힌트를 다 말해 줬으면 덜 번거로웠을 건데... 아마, 친구들이 잘 모르니까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마다 조이가 머리를 더 짜내서 생각을  해 내는 것 같습니다. 


 

휴고는 도서관 같은 데 사는 올빼미인데 자신도 모르겠어서 티미와 조이를 데리고 "파란 숲에 사는 마빈 형제"한테 물으러 가자고 합니다. 역시 소개만 시켜 주는 게 아니라 자신도 동행, 아니 리드를 하는데 새라서 날개로 날아갑니다. 티미와 조이는 휴고의 발을 잡은 채 매달립니다. 휴고가 아는 것만 많은 게 아니라 힘도 좋습니다. 매달린 티미의 등을 보니 은은한 와인색 장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책 제목이 "똑똑똑"인데 이 뜻은 조이와 그의 친구들(처음에는 친구가 아니었으나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친구가 되었죠)의 다른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파란 숲"이라고 해서 정말로 blue한 숲일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초록색이었습니다. 올빼미는 나이가 많아서인지 언어 습관이 좀 올드하네요. 마빈 형제는 미어캣으로 보입니다. 

 

마빈 형제에게는 앞선 힌트에 "가끔 화가 나면 '꽝'하고 입을 닫는다"는 말을 덧붙여서 묻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독자들에게는 "혹시?"하고 느낌이 오는 뭔가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산꼭대기 탑에 사는 루크는 뭔가 고깃덩이 같은 걸 뜯고 있는데 저는 얘가 무슨 동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은 용처럼도 보입니다. 또 힌트가 하나 추가되는데 "루크처럼 이빨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어떤 독자는 여기서 "역시!"하고 확신이 오겠고, 어떤 독자는 "아닌가?"라고 오히려 더 흔들릴 것 같습니다. 

 

루크는 혼자서 살며, 조이 들과 같이 떠나게 될 목적지인 페리네 바다동굴로 가게 되면 "100년만의 외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안 움직이고 살면 수명이 길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페리는 어떤 관악기를 불고 있는 뮤지션이며 해마처럼 보입니다. 페리에게는 티미, 휴고, 마빈, 루크가 모두 다가와 한 마디씩 힌트를 얘기해 줍니다. 이쯤 되면 이제 페리가 답을 알아낼 것 같습니다. 

 

답은 스포일러이므로 이 독후감에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왜 이걸 찾았냐고 묻자, 조이는 동생 로이의 생일이라서 축하 노래를 불러 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책 맨 앞 페이지에 달력이 하나 나오는데 생일은 5월 11일인가 봅니다. 


 

동생에게 노래 한 곡 불러 주기 위해 그토록 먼 여행을 떠나 기어이 답을 알아내고 만 조이의 노력을 보고 우리들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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