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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평점 :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보면 똑같은 외모를 한 여인들이 각각 요일 이름을 달고 나옵니다. 이 소설에서도 자칭 목요일, 월요일, 화요일이라는 여성 셋이 나옵니다. 정확하게는 목요일 여성만 자신에게, 또 다른 두 명의 여인들에게 그런 이름을 붙이는 건데요...물론 그 영화에서처럼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상황은 전혀 아니구요. 그저 지극히 평범한, 우리 시대의 세팅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주인공 여성은 불편하고 불안합니다. 믿었던 남성이 몰래 두 명의 정부를 두어서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자신이 미리 양해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정이 그러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그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고,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남자는 고맙게 받아들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도 그렇게 여기지만 여튼 딸의 선택을 인정합니다.
소설 본문 역주에도 나오지만 모르몬 교도는 창교 당시 일부다처제를 교의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과 영국 법, 상당수 유럽법은 중혼을 범죄로 취급하죠.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다 해도 세상 어떤 여인이 다른 여자들과 남편을 공유하길 바랄 리 없습니다. 생각만 해도 역겹습니다.
이 소설에서 참 흥미로운 대목은, 여인이 다른 여인들(남편이 요일 따라 찾는 여인, 또 전처 등)을 몰래 탐색하는 부분입니다. "이 여자한테서 내 남자가 무엇을 기대하고 바라봤을까?" 확실히, 각각의 여인들은 어떤 미덕이라는 걸 표상합니다. 아주 약하게 표상하는 여인도 있고, 그렇지 않아서 거의 모든 남자들이 그 여자한테서 그 미덕(우아함, 섹시함, 정숙함, 이지적임, 강인함, 푸근함, 착함 등등)만을 바로 캐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바람둥이는 "어떤 여자라도 그녀만의 매력이 있기에 소중하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어떤 여인에게서도 그녀만의 장점을 보고 그 장점을 찬양하고 끄집어냅니다. 여성을 잘 유혹하는 비결이 거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건, 이 여인이 워낙 해당 남성에게 몰입해서인지, 용케도 그의 시선으로 그 여인들을 관찰할 줄 안다는 겁니다. 남자의 시선으로 여성을 본다는 건, 논자에 따라 그만큼 해당 여성이 남성에 종속적이어서 그렇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그게 다 그 여성이 해당 남성의 심리 동선을 꿰뚫어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남녀 관계에서 가장 끔찍한 건 "폭력"입니다. 남성과 남성 사이라면, 폭력이 어떤 갈등을 매조지하는 (가장 야만적인)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녀 사이라면 대개 신체적 우월, 강약이 정해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부, 혹은 연인 관계라면 원칙적으로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소통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런 데에 폭력이 한번 개입하기 시작하면 관계는 치명적으로 다칩니다. 더욱 기가 찬 건, 많은 경우 여성들이 상대 남성에게 이미 의존 관계를 맺은 후라서 쉽사리 종료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목요일 여사는 과연, 나쁜 버릇을 지닌(독자인 제 생각으로는 구제불능으로 보이는) 세스를 단호히 끊어낼 수 있을까요? 책 뒤에는 흥미롭게도 독자가 더 생각해 볼 문제, 그리고 작가와의 질의, 응답까지 실어 놓았습니다. 출판사와 편집인의 기발한 아이디어 같기도 하고,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