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로 적중 해커스 중학영문법 1학년 + 워크북 + 해설집 세트 - 전4권 - 핵심문법 암기리스트 + 핵심 단어암기장 수록 / 최신 개정 교과서·중학 내신 기출 빅데이터 반영 / 실전·서술형 문제로 내신 완벽 대비 해커스 중학 영문
해커스어학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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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영어를 배웁니다만 "문법"은 아마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배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식 문법이 낯설다. '구동사' 같은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폄하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나고자랐으며 군복무 현역으로 마친 한국인이라고 해도 "형태소, 접두사, 연결어미, 선어말어미" 같은 말을 못 들어본 사람이 엄청 많을 겁니다. 문법은 문법이고 회화는 회화이며, 문법은 언어를 반성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검토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따로 배워야 할 분명한 (교육적)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몇 년 알바 안생 비슷하게 살다 와서는 "한국식 영문법"에 분풀이를 해 대는 사람은 정말 무식한, 답이 없는 인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중학교 영문법에 입문하는 학생들이 가장 편하고, 또 실제 내신(중간/기말)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비하게 꾸며진 책입니다. 페이지 수도 엄청 두꺼운데, 익힘책(워크북)이 별책으로 들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중학교 1학년용 책이 너무 어려워도 곤란하고, 또 문제가 너무 단순반복형이라고 해도 학생들이 지루해하기가 쉽습니다. 이 책은 문제의 양이 많지만, 1학년 학습에 걸맞게 다양하면서도 난이도가 낮게 문제 난도를 조절하여 학생들이 처음부터 공부 부담 때문에 좌절하지 않게 세심히 배려합니다. 

 

문제를 실제로 풀어 보니, 전국 고교 실제 내신 출제 문제에서 추출했는지 다양하면서도 실력을 늘려 줄 만한 좋은 문제들로 잘 골라 실어 놓은 것 같습니다.


 

p18에서는 be 동사의 변화형을 가르칩니다만, 그 전에 1인칭, 2인칭, 3인칭이 무엇인지, 또 단수 복수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명사를 적절한 대명사꼴로 먼저 바꾸게 하는 연습을 시킵니다. be동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대명사 학습부터 먼저 시키는 거죠.



 

그렇다고 대명사 단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앞 p18의 제1과 be동사 단원에서는 일반명사를 인칭대명사로바꾸는 훈련을 시켰고, p204에서 본격적으로 대명사, 그 중에서도 인칭대명사가 무엇인지를 따로 배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앞 단원을 통해 배운 바를 또 되풀이하는 건 지면 낭비이고 애들이 지루해할 수 있죠. 그래서 이 10과에서는 인칭대명사를 표로 정리한 후, 문제에서는 소유격이라든가 소유대명사 같은 걸 주로 연습시킵니다. 이처럼 세심하게 문법사항을 문제화한 게 돋보였습니다. 

 

아무래도 1학년 때는 문장의 형식을 확실히 배워야 합니다. 2학년, 3학년 교재에는 문장 형식이 너무 자세하게는 나오지 않죠. 2~3학년 과정에서 더 자세히 배울 내용이 따로 있기 때문이죠. 또 문장의 종류, 명령문, 청유문, 감탄문 등을 이 1학년 교재에서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예전에는 일반의문문, 특수의문문이라 부르던 것을 지금은 yes-no의문문, 또 의문사의문문으로 부릅니다. 이래야 아이들에게 그 뜻이 더 분명히 다가오죠. 이 책은 또 의문사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문문의 형태가 어떻게 갈리는지 자세히 다루는 게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중학생 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파트 중 하나가 전치사입니다. p308의 30번을 보면 ②는 수단을 나타내므로 by 다음에 아무 관사도 오면 안 됩니다. 반면 ③은 특정한 장소(도서관)을 가리키므로 the가 와야 하며, 좁은 장소를 나타내므로 전치사 at이 오는 게 맞겠죠. ④의 on은 마치 커팅 행위가 어디 "위"에서 "접촉"하여 이뤄지므로 on이 맞을 것 같지만, 잘라서 그 결과가 절반이 되었다는 뜻이므로 in이 맞습니다. 이 문제는 숙어로 접근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가 양도 많지만 유형이 다양하여 지루하질 않습니다. 또 위의 문제애서 보듯 교과서에서 추출한 훌륭한 예문(혹은, 그의 변형)만을 선지 혹은 문제로 삼았으므로 전국 어느 고교이든 기출의 수준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함량 미달의 문제가 없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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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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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편 소설의 주인공 맷 뿐 아니라, 사실 청소년기는 모든 게 고민스러운 시기입니다. 외모 고민, 성 정체성 (조금이라도), 가난(상대적이지만), 외로움(이건 절대적이죠) 등을 고민 않고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축복 받은 인생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코 그 자체야.(p63)"


코는 매우 정교하며, 1조 개 이상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 정도로 다양한 냄새를 분별하지는 못합니다.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처럼 "뇌까지" 특별히 발달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여튼 맷은 "굶주린 후" 지금까지 "내가 이 정도밖에 못한다는 생각을 모두 버린 후에" 냄새를 분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티셔츠의 냄새로부터 그 주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점까지 추적해 냅니다. 이 모든 게 1) (내 능력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2) 배를 주리기만 하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따라해 보고 싶습니다.


최근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갖고 싶은 능력"에 대한 설문이 (몇 년 만에 다시) 유행입니다. 이상하게 인기가 없는 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더군요. 내 앞에 선 한 사람의 생각이든, 불특정 다수의 생각이든 그 내심만 간파할 수 있으면 연얘도 백전백승, 주식도 무조건 성공투자일 텐데 왜 저평가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또 두뇌를 예리하게 단련시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남의 생각을 읽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그것이 합리적이면 합리적인 대로, 불합리하고 감정적이면 그것대로 말입니다. 


p103에서 맷은 애들의 마음이 "들립니다". 말 그대로 마음의 소리입니다.


'이 OO XX, 여긴 왜 온 거지?'

'이 XX도 우리 학교 다니는 거 맞아?'

'맥주가 필요한데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네.'


사실 생각이란 모호한 정보의 뭉치이기 때문에 슈퍼히어로이건 아니건 이렇게 "들을" 수는 없을 겁니다. 워래 사람 생각이란 당사자 자신도 모르는 법이니, 말로 명확하게 하지 않는 이상 뭐 어떤 수를 써도 들을 수는 없습니다. 최근 AI나 뇌파 관련 연구를 통해 생각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제 생각에는 허무맹랑한 소리 같습니다.


"가끔씩은 몸에 주도권을 줘야 한다.(p152)"


이 정도라도 마음, 정신에 주도권을 주는 건 맷 정도나 되어야 할 수 있는 거고, 우리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끔이 아니라 매번 몸에 주도권을 줍니다. 그래서 범죄가 생기거나 그 무수한 트러블이 인간 사는 사회에서 발생을 하는 겁니다. 가끔이라니 원. 


p171에 "피부"에 대한 긴 설명이 나옵니다. 피부는 보통 제2의 뇌라고까지 불리죠. 맷이 위키백과를 통해서건 자기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건 간에 이 정도로 의식을 하는 걸 보니 진정 슈퍼히어로의 경지에 접어들었나 봅니다.


"나는 이것이 법칙서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p360)." 하지만 소설인지 빤히 알고 이 책을 읽는 우리들도 이 책이 (어떤 종류이건 간에) 법칙서라고 이미 받아들이고 읽었습니다. 법칙서란 딴 게 아니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두루 통할 수 있는 "격률의 모음"을 담은 것입니다. 


영화 <슈퍼맨>도 과거에는 완벽하고 흠결 없으며 뭔가 "소수자스러운" 요소는 깡그리 제거된 이상적인 이미지만 담았습니다(소년 시절 제외). 9년 전에 나온 영화 <맨 오브 스틸>은 능력도 완벽하지 않고 감정도 불안정하며 성장기에 끝내 극복 못 한 어떤 열등감도 그대로 지닌 인물로 묘사되죠. 맷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특출한 능력이 단식 후에야 발휘가 되며, 알고 보면 능력의 각성이 "소수자로서의 콤플렉스"를 치열하게 겪고서야 이뤄졌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넌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야." 음, 이 설득력 없는 무기력한 충고가 적어도 이 법칙서 안에서는 현실이 되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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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 하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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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럼 그 아가씨의....?"

"네. 사촌 동생이에요." (p87)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떤 느낌은 오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동아시아인이니 말입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아직 나이 어린, 더군다나 여성 두 명에서 미국 땅을 이처럼 정처없이(?) 돌아다닌다는 게 독지 입장에서 위험천만하다는 느낌, 그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거둘 수 없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인데도 이건 무슨 마치 스릴러를 읽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큰 사고 같은 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정도는 압니다. 하지만 독자가 걱정되는 건 주인공 그녀들의 "감정, 정서, 영혼, 마음" 같은 것입니다.


방금 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어떤 이가 "사람 몸은 아주 강인하여 위기에서도 잘 살아남는 듯하지만,죽으려면 한순간"이라고 하는 걸 들었습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살아가면서 나쁜 본을 보게 되고, 혹은 나쁜 사람한테 큰 상처를 입고, 그 자신도 똑같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특유의 선한 마음으로 제법 커서까지 좋은 심성을 간직하지만, 우연히 나쁜 인간을 만나 한순간에 악귀로 변하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쌓이는 건가?(p91)"


이츠카가 이렇게 말할 때는 약간 남자 같아서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아니면, 이츠카는 한 번도 열도의 북국(?)을 못 가 봐서 그 엄청난 적설량과 추위를 경험 못 해 본 걸까요? 


맡은 일이 바빠서인지, 아니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브라이언은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말썽을 부리거나 그럴 것 같은 손님을 "Sir, ma'am" 호칭 등을 써 가며 부랴부랴 쫓아냅니다. 말은 정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ㅋ 어떻게 보면 브라이언 다운 행동이고 말씨라서 웃음이 지어집니다. 이런 생생한 인물 묘사는 아마도 작가 에쿠니 상이 실제로 미국에서 겪어 본 바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서가 아니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작가가 이 모델(...)을 실제로 보았을 때의 느낌이 지면을 통해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헤이, 당신들이 일본에서 온 손님이로군. 리틀록을 즐겨요.(p230)"


"리틀록에 온 것을 환영한다" 같은 의례적인 인사말보다 "즐기라"고 하는 말투에 눈길이 갑니다. 리틀록은 한때 인종차별 관련 큰 사고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고, 가장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의 출생지이기도 하죠. 


p278에서 오렌지남은 리틀록이 어땠냐고 묻습니다. 이때 레이나의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최고였어요." 과거형을 썼다는 게 씁쓸한 기분이라고 하네요. 어딘가를 곧 떠나야 할 때는 그곳이 어디라도 아쉽습니다. 


p303에는 재미있는 묘사가 있습니다. 남자아이가 호텔로 데려왔는데 살찐 여성이 머리를 묶은 고무줄이 헬로키티라는 것입니다! 뭐 글로벌 캐릭터이니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구태여 놀라는 이츠카가 재미있습니다. 


p334에서 이츠카는 다시 과거형을 씁니다. "있었지"라고요. 이제 이 긴 여정이 서서히 마무리되어간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아이올라이트를 손에 쥐고 둘은 "돌아옵니다". 길다면 물론 길었지만, 사실 그리 길지도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독자들은 함께 지치고, 함께 뿌듯해하고, 함께 맛있었고, 함께 눈물 지었으며, 또 함께 많은 친구들(나이를 떠나)을 사귀었습니다. 다시 제목을 봅니다. "집 떠난 뒤 맑음". 내 마음의 날씨는 과연 어떨까요? 여태 안 겪어 본 많은 사람, 많은 고장, 또 많은 이별을 겪은 후에 말입니다. 여행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키를 키워 주는 듯합니다. 눈으로 그들의 여행을 따라가보기만 한 경우에도 어쩌면.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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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 상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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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딸 키우기가 그렇게 겁이 나나 봅니다. 보통 아들 키우기를 엄마들이 더 버거워하고, 딸 걱정은 아빠들이 더 자주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처럼 기본적인 치안은 안정된 나라에서도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저 잠시 밖에만 나가도 부모들이 걱정스러워하는데, 그것도 미국에서 무작정 가출이라면 얼마나 걱정들이 되시겠습니까.


이런 도입부는 예전 영화 <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The Cure)>가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몸이 아픈 아이 하나, 그 아이보다는 키가 크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 하나(둘은 혈연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위험천만한 환경으로 "치료약을 찾아" 가출하는 이야기인데 물론 곳곳에 위험한 요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사람"이었죠. "악의를 품은 사람".


사촌 사이라는 게 묘합니다. 아주 형제처럼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른바 sibling rivalry라고 해서 뿌리 깊은 적대감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물론 의 좋은 형제들도 많죠)... 어찌 보면 간만에 보는 사이라서 더 반갑고 살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남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레이나와 이츠카는 독자인 제 생각에 너무 서먹하지도 않고 너무 친하지도 않고 딱 동양에서 보기 쉬운 적절한 친족 관계입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어(p91)"


그렇죠. 좋은 사람 옆에 항상 좋은 사람이 끼기 마련입니다. 널 처음 만났을 때 이러이러했다면서 좋은 느낌과 설레는 기억을 항상 떠올려 줄 수 있는(지겹지 않은 범위 안에서) 사람이 곁에 있는 건, 또 원할 때 옆에서 떠올려 줄 수 있다는 건 행복합니다. "뱅!"하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느낌. 우리는 삶이 힘들어도 이런 추억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고 또 평생을 버텨 나갈 활기를 얻습니다. 


"재미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보통이었어(p167)."


그렇죠. 이츠카가 이렇게 대답하자 크리스는 씩 웃습니다. 그 느낌 안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마음이 통하는 친구끼리는 말없이 짓는 미소만으로 모든 소통이 됩니다. 


"Shameful(p219)."


왜 할머니들은,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체면을 먼저 떠올리거나, 아예 자신의 탓을 하는 걸까요. 속상합니다. 이츠카는 다만 지금 레이나를 먼저 찾아보는 게 급해서 더 이상 못 머뭅니다. 다리도 짧고 우스운 닥스훈트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이후 미즈 패터슨과는 병구완을 하면서 더 친해집니다. 그리고 구르망... 언제나 이츠카가 신경 써 주어야 하는 아이... 곧 이 곳에는 패터슨 부인의 친손녀인 어느 뮤지션이 그녀의 남자친구와 함께 도착한다고 합니다.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실로 파란만장한 두 사촌의 모험 아닌 모험은 과연 어떤 방향을 틀지. 환경보다는 마주치는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 지울 수 없습니다. (하권 서평에 이어짐)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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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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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인 저는 개인적으로 동해 하면 뭔가 약간 흥겨우면서도 상업적인, 금단의 무엇인가가 자리한 고장으로 여겨집니다. 아마도 고교 수학 여행 당시, 친구들이 그곳에 대해 퍼뜨린("몇 발짝만 나가면 무엇인가가 있는") 잡담 속의 불측한 이미지 때문인 듯합니다. 고교생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뭘 알까 싶고, 물론 그런 이미지는 실상과는 거의 무관한, 철없는 아이들이 제 멋대로 지어낸 허상과 과장에 불과합니다. 이성적으로는 이리 여기고 한 점의 의혹도 없는데, 사람의 감성이란 또 별개의 영역으로 자라는 듯합니다. 막상 이 장편 소설을 펴 보니 또 그때의 이미지가 작중 주인공들의 사연과 얽혀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다섯 청춘 남녀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그러니 예전 저의 수학 여행 당시, (아마 저보다는 한참 나이가 많았겠지만 여튼) 비슷한 또래의 시간을 보냈을 젊은 영혼들의 사연이라는 게 더 궁금해지는 거죠. 


요즘은 국제협약이라는 게 있어서 함부로 고래잡이를 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일본이 최근 그 협약을 깨려는 움직임을 보이죠..). 강주는 물론 가상의 도시입니다만 1980년대 고래잡이라면 아마 나이 좀 드신 분들이라면 대번에 어느어느 고장이 떠오를 것입니다. 


"사람의 성장은 어느 한 사건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어촌에는 언제나, 고기잡이(물론 엄청 큰 포유동물인 고래이지만)를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사연이 항상 있습니다. 고려, 조선 이래 우리 나라는 풍족하게 농업을 일구며 산 적이 없습니다. 인구는 많지만 산지 위주의 지형 때문에 산물이 넉넉하지를 못했죠. 삼면이 바다인데 왜 어업에 다들 종사하지 않았을까? 답은 이처럼, 농사에 비해 어업이라는 게 예측 불허의 바다라는 터전에서 일을 해야 하는 위험이 따릅니다. 또 어업권이라는 게 텃세가 없지 않죠.


드라마 <스파르타쿠스>를 보면 빚을 지고 자진하여 검투사 노릇을 하는 가장이 있습니다. 돈을 보내 주기는 하나 너무 적은 나머지 그 부인은 다른 일을 하다 외간남자에게 몸을 빼앗기고 아이를 배는 사고를 당합니다. 어디까지나 사고였으며 외도 같은 건 아니었습니다만, 남편 입장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동찬은 살인범 강태호에게 어머니를 "빼앗기지만" 달리 대향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튼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남자로서 성장합니다. 그 영혼에 새겨지는 생채기가 얼마나 깊고 독한 것인가와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시골 어촌이라고 뛰어난 두뇌가 없겠습니까? 오상윤이가 바로 그런 아이이며, 오히려 큰 인물은 이런 나쁜 환경에서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성취 동기를 키웁니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처한 환경이 다 다른데 생각도 달리 가질 수밖에 없고, 얼굴이 엉망이 된 동찬은 상윤이한테 속 편한 소리를 듣습니다. "폭력적인 운동은 문명 세계에서 다 퇴출시켜야 해.(p118)" 그러면서 하는 말이 스포츠도 바둑이나 체스 처럼 두뇌를 쓰는 거만 남겨야 한다는 겁니다. 이거는 시대 배경을 좀 살펴야 합니다. 1980년대에 최고 인기 스포츠는 격투기 관련 종목들이었습니다. 복싱 세계 타이틀전이 열리면 지상파에서 생중계를 했으며 승자는 그날로 국민 영웅이 되고 돈방석에 앉았죠. 물론 바둑도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같은 스타가 있었으나 아직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종목은 아니었고(응씨배 등 거액의 상금이 걸린 단일 대회는 있었다고 하죠)... 근데 과연 상윤이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는지 (상윤이 지금이라면 노년의 연령에 접어들었을) 한국에서 지금 복싱의 인기는 안타깝게도 완전 바닥입니다.


"9월 동진호는 세 마리의 밍크고래를 포획했다.(p210)" 이 대목은 독자 입장에서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마치 내가 어떤 수확을 거둔 것처럼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보면 에이허브 선장의 그 집요함에 전율이 느껴지듯, 동찬도 무슨 품은 한이 그리 큰지 내뱉는 말을 보면 살벌합니다. 영미문학의 진가가 그 복잡하기 짝이 없는 뱃사람 어휘를 풍부하게 구사하는 묘미에 있다고 하듯, 이 장편에도 같은 한국 사람인 우리가 들어본 적도 없는 희한한 말이 다 나옵니다. 무대가 바다라는 게 실감납니다. 


"나와 붙어 보자. 돼지xx, 자신 없냐?"


무모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류재열은 강한 상대입니다. 이제 "아버지" 없이, 동찬은 그 거친 주먹을 견딜 수 있을까요? 류재열은 그저 개인이 아닙니다. 강주라는 거친 도시, 비열한 거리를 상징하는 주먹입니다. 


사람은 결국 혼자 살아야 합니다. 부모님도 결국은 내 곁을 떠납니다. 어른이 되면 배우자 한 사람을 곁에 두고 자녀도 두어야 하며, 그때부터 헤쳐나가는 삶에는 저런 류재열이 계속해서 밀려들어옵니다. 삶은 누가 대신 싸워 주지 않습니다. 거친 바다도 바다이지만, 이곳 강주 역시 끝까지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곁의 윤주를 지켜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강해져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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