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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심리학
바이원팅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7월
평점 :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동기, 내심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대뇌를 비롯한 각종 신경 기제가 우리 자신을 속이는 중인데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죠. 이 책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우리 자신의 진짜 심리, 혹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속이는 과정을 가르쳐 줍니다.
왜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며, 괴로운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처럼 느리게 지나갈까요? 책에서는 착각을 일으키는 요소 세 가지에 대해 설명합니다(pp.38~39). 1) 생활환경과 조건의 차이(가난한 아이는 어쩌다 먹는 밥이라도 매우 맛있게 먹음) 2) 생리적 구조(시각 분석 기관 내부의 흥분에 따라 같은 도형도 다르게 보임) 3) 과거의 경험(과거에 비슷한 걸 보았으면 현재의 것도 그 경험에 맞추어 판단) 등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외모를 지닌 여성 현미(p42)"씨가 겪는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소개합니다. 그녀는 현재 두 눈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하고, 혹시 시력에 큰 지장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자신의 외모가 비정상(물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일상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그녀를 면밀히 검사해 보니, 아주 예전부터 학력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 괜찮은 신랑감을 물색해 왔으나 결국 실패한 과거의 경험들, 이 모든 것이 얽혀 현재의 외모 강박증을 낳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처럼 현재의 심리적 강박이나 집착은, 한 가지 원인만 있는 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여러 심리적 좌절, 실패의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분에 따라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는 시간의 착각은 아인슈타인이 예전부터 효과적으로 설명했었습니다(p57). 불교의 가르침에 "일체유심조"라는 게 있지만, 저자는 이런 경우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모든 게 좌우되므로 결국 자신의 마음, 같은 것을 길게도 짧게도 느끼는 우리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렸다고 합니다. 또 유명인 효과도 이어서 설명하는데, 사실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능이란 게, 그걸 누가 광고하는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상할 만큼 유명인의 한 마디에 좌우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유명인을 일부러 키워서 특정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려는 기획도 있다고 하죠. 우리들도 어떤 유명인에 아주 미미한 연관만 있어도 바로 지인들 앞에서 "아무개가 나의 지인"이라며 자랑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인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것"으로만 여길 뿐 대체 어디서 유명도가 유래했는지, 대체 왜 사람들이 유명인에 그토록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별반 깊이 생각하질 않습니다.
마케팅 기법 중에는 "문전 박대(p87)"라는 게 있습니다. 먼저 일부러 상대가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한 후 보기좋게 거절 당합니다. 그런 다음 그보다는 약한 부탁을 하면, 상대 입장에서 이것까지 거절하기는 힘들겠으므로 본래의 의도(두번째 부탁)를 달성한다는 식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10을 얻기 위해 먼저 100을 요구하는 지혜"라고 요약합니다. 또 책에서는 추기급인(推己及人)이라는 성어를 인용합니다(p100). 이는 "역지사지와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라고 책에서는 말하는데, 윤이라는 인물이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예화를 소개하면서 "윤의 잘못은 역지사지하고 않고 추기급인한 데에 있다"고 합니다. 추기급인은 사실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내가 이러하니 남도 이러하겠거니 짐작하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거죠.
몇 년 전에 어느 유명한 정치인이 "삼인성호"를 거론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자성어와 거의 어언제나 함께 거론되는 게 "효자 증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살인을 의심하여 뛰쳐나가는 이야기(이른바 曾參殺仁)"입니다. 이걸 두고 책에서는 "축적된 심리적 암시"의 효과라고 설명합니다. 또 언어 자체보다는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거짓 여부를 알 수 있는데, 공연히 웃음을 짓는다거나 하는 건 "위장된 표정이 실패했을 경우 재빨리 무마하려는 제스처(p131)"라고 합니다. 동공이 커지고, 억지 감정을 만들어 내고, 코를 만지고(어떤 늙은 유튜버가 생각나네요), 얼굴에 두려움이 비칠 때 그런 상대방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잘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물을 자주 마실 것을 충고합니다. 물은 우리 몸에 산소만큼이나 중요하며(p153), 특히 아드레날린이라는 고통 호르몬이 분비되면 이를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그때 물이 핵심적 구실을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건 우뇌엽인데, 이것이 우리를 젊게 지키는 중요 기제라고 하는군요. 또 웃음은 그 자체로 효과적인 심호흡 운동(p161)이라고 합니다.
앞에서도 지나친 집착이 모든 걸 망치는 원흉일 수 있다고 했는데, 책에서는 모든 목표를 억지로 달성하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정책 목표의 75%만 달성해도 성공이라고 평소에 주변에 말했다고 하네요(p201).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하며 두 보 전진을 위해서는 한 보를 후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저자의 말입니다.
미국에는 한 세기 전에 헬렌 켈러라는 위대한 강연자, 모티베이터가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중국에는 황메이리엔(黃美廉. 황미렴) 박사라는 분이 있는데(p214) 이분이 저 헬렌 켈러하고 비슷한 위상인 듯합니다. 어렸을 때 뇌성마비를 앓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데도 불굴의 의지로 박사 학위까지 딴 분입니다. 이분의 특징은 "모든 일에 감사하자. 나에게 귀여운 얼굴, 길고 예쁜 다리 둘을 준 신과 부모님께 감사하자" 등 매사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그리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중증 장애를 극복하자니 그럴 수밖에 더 있었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디 그렇겠습니까? 사람은 아주 사소한 좌절이나 불편만 겪어도 바로 의지를 잃거나 주위를 탓하는 습관에 바로 빠져듭니다. 긍정과 만족의 마음가짐은 저 황 박사의 예처럼 기적을 부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때 자원봉사자에 대한 처우가 논란을 빚은 적 있습니다. 자원봉사에는 가격을 매기면 안 되고, 오히려 자원봉사자의 의욕을 잃게 하여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책에서 드는 게 재미있는데, 우리의 행동은 사회 규범, 시장 규칙 두 가지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p249)이라고 하네요. 명예와 자기만족을 더 중시하는, 사회 규범에 의해 이미 영향 받고 행동하는 사람더러 느닷 시장에서 형성된 대가를 들이대면 기존의 의욕도 다 빠져나가고 나아가 분노까지 유발시키는 게 당연합니다.
확실히, 배우자를 고를 때에는 뭔가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앞에서 본 현미씨(p42) 역시 자신에게 부족한 학력을 채워 줄 수 있는 배우자가 필요했으나 이게 잘 되지 않아 그 모든 불안과 행동장애가 찾아온 경우죠. p291에는 거꾸로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작용하여 세 번이나 남편을 술고래 타입으로 맞아 파탄을 빚은 어느 여성의 사례가 나오는데 이 여성의 아버지도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다고 합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그런 행동을 낳은 어떤 심리적 원인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므로 타인이건 자기 자신이건 이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야 어떤 함정과 반복되는 오류에 빠지지않을 수 있다는 게 결론입니다. 심리를 바로 파악하는 건 내가 내 자신의 진짜 주인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