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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년 혁명 - 박원순 서울시정 10년의 기록
혁신정책네트워크 디딤 엮음 / 해피스토리 / 2021년 7월
평점 :
박 시장이 처음 서울 시장에 취임했을 때 순수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과연 어떤 행정을 펼칠지 모두가 궁금해했습니다. 처음부터 민주당 소속은 아니었고 선거 과정(지금으로부터 십일 년 전)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단일화도 했었죠. 평소에 인터뷰 같은 데서 입버릇처럼 NGO, NGO를 이야기했었고 스스로의 정체성 규정시 최우선 순위로 시민운동가를 거론했었으며 노 대통령도 임기 말에 대선 후보로 박원순 영입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본인이 고사했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그때만 해도 대중 인지도가 높지 않았으니.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p32)" 그래서 교육은 파편적으로, 고립적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공동체 전체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마을이 가진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이 생태계를 이루는..." 이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마을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이라야 공동체의 가치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공유하는 성원이 자라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한 경쟁교육을 지향하는 사교육 등이 지향하는 바와는 대척점을 이룹니다.
경제민주화 운동은 사실 그 지향점 초석을 놓은 이가 김종인 씨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분의 커리어는 시민운동과 접점이 거의 없지만, 뭐 여튼 이 운동만큼 시민단체의 활동 동선과 잘 어울리는 것도 없죠. "민주화"이니만큼 당연히 기존의 소외계층, 빈곤층이 많이 참여하고 목소리도 높이는 플랫폼이 마련되어야만 하고, p48에 표를 통해 이 구체적인 지표와 세부 목표가 제시됩니다(물론 박 시장의 재임 기간 동안의 사항). 독자로서 제 눈에 띄는 건 중금리 보증상품 지원, 프랜차이즈 불공정 거래 피해 구제, 특사경 활동 확대 등입니다. 최상위 범주는 크게 상생/공정/'노동 등 3개입니다. 이 중 단연 두드러지고 중소상공인, 소비자 모두에게 피부로 와 닿을 만한 건 제로페이인데 그 구체적인 성과는 더 두고봐야 하겠습니다.
스마트시티는 현재 많은 도시공학자들이 야심차게 추구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 과제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환경오염, 범죄 등 전통적인 도시 문제로 불려 왔던 다양한 이슈들이 이론적으로 해결을 보게 됩니다. 또 이런 아젠다는 이념의 좌우도 초월합니다. 좌우 어느 진영도 이 프로젝트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반대할 이유가 조금도 없죠. 박 시장은 2018년 당선된 후 특히 마곡지구에 이 개념을 전폭 적용하고 IoT, 인공지능 등(p89) 당장 입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여러 구체적인 기술적 수단을 통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주거 복지를 넘어 공간 복지를 마련할 시점"이라는 구절이 눈에 띄네요.
도시재생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등 약탈적 현상과는 정반대 지점에 위치한 정책적 지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또 박시장의 평소 지론도 그랬지만) 2009년 용산 철거 사태에서 이 도시재생에 대한 결정적 반성과 모색의 지점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꼭 그 사건이 아니었다 해도, 책에서는 한참 전의 성수대교 붕괴라든가 삼풍백화점 사고 등도 함께 거론합니다.
1) 이용도가 낮은 공간 발굴
2) 잠재적인 가용 토지 확보
3) 입지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산업 거점 (先)선정
4) 민간 투자 유발을 위한 기반시설 투자
5) 지역 상권 활성화
이상의 목표가 도시재생 사업의 구체적 하위 목표입니다(p97). 이어 p98에는 이 사업의 유형을 더 세분화하여 표로 정리했는데,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직장 다니는 이들이 참 참고했으면 좋겠다 싶은 멋진 정리, 요약, 설명입니다. 프로젝트 꾸미는 사람은 무릇 이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라도 알아보기 쉽고, 또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한눈에 확 와 닿지 않습니까.
p113에는 마추카토 교수의 말을 빌려 "정부(중앙정부, 지자체 두루 포함)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선도적 투자자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박 시장도 이 명제에 충실한 시장 노릇을 했거나, 적어도 그런 의도를 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가 재임 기간 중 많은 지지를 얻었고 또 높은 득표율로 두 차례 재선에 성공했던 건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나 사업은 선제적이어야 효과가 있으며 이 점에서 다른 시민운동가나 좌파 인사와는 동선이나 범위의 차이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p142에는 다소 반성적 성찰도 나오는데 "보조금 공모제에 대한 피로도가 쌓였다"거나 "민간위탁 방식으로 참여한 중간지원조직도, 행정의 감시와 추궁에 답답해했다" 같은 말이 나옵니다. "권한 없는 참여는 동원이 되고 만다" 같은 말도 인상적이죠. 종전에도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었습니다만 박 시장은 새로운 주민자치회 방식을 지향했습니다. 다만 책에도 나오듯이 "더 많은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겠습니다.
p153에도 박 시장 체제가 지향했던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시 차원에서 지원할 것인지가 도표와 그래픽으로 아주 잘 나와 있네요. 이 책은 이처럼 독자가 한번 보기만 해도 골자가 바로 전달되는 빼어난 편집력이 정말 독보적입니다. 컬러라서 더 가독성도 좋고 말입니다.
민주주의가 피상적으로 흐르거나 포퓰리즘에 의해 타락하면 안 되죠. 박 시장은 "숙의민주주의(p214)"를 지향했는데 다양한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한다거나 평화통일 원탁회의 등을 구성했다든가 하는 게 그 구체적 실천 사례라고 나옵니다. 다만 참여자의 전문성이 더 높이 요구되는 면이 있겠네요.
참여형 직접민주주의, 예산에의 시민 참여는 아직 미진하지만 여튼 박 시장이 그 초석을 놓은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겠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직접민주주의로 더 성큼 나아가는 추세인데, 이것은 모바일 등 관련 분야 기술과 실천 의지가 더 밀접히 만나야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과 관심은 더욱 가중되어야만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