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가 쉬워지는 초등 맞춤법 사전 교과서가 쉬워지는 시리즈 1
이미선 지음, 권석란 그림 / 미래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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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초등학교 맞춤법에 대해 우리 어른들은 얼마나 잘 알까요? 아이들 앞에서 목에 힘 주고 뭘 가르치려면, 가르치는 본인부터가 지식을 제대로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잘 틀리는 건 아직 활자로 된 텍스트를 많이 접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어른들은, 나이를 먹고도 책을 많이 안 읽어서 표기법 자체에 서투르거나, 예전식 책을 읽던 습관이 남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 생각에 아이들한테도 편집이 예쁘고 핵심만 잘 짚은 교재를 골라 학습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잘 틀리곤 하는 맞춤법 사례"를 잘 정리한 교재로 공부하게 해서, 이러이러한 건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 안 틀리게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커서 한국어 능력 시험 같은 스펙, 자격 요건을 채우게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 내신, 중간/기말고사 대비는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일찍이(O), 일찌기(X) 어른들이 이걸 잘 틀리는 이유는 예전에 이런 맞춤법이 실제로 통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는 누가 생각해도 형태소 분석이 "일찍+이"로 되기 때문에 발음대로 적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1989년 개정 때에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렇게 바꾼 거죠. 제 생각에는 지금 초등학생들은 이렇게 틀리는 경우가 극히 적을 듯합니다. "일찌기"란 표기를 본 적이 없으니, 정말로 소리나는 대로만 적는, 다소 학습 능력이 부족하거나 한글 감각이 서투른 아이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역할(O), 역활(X) 이 역시, 후자는 아예 없는 말이고 나이 든 층에서만 저런 실수를 합니다. 이는 발음의 착오일 수도 있고, 활동(活動)하고 헷갈려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역할"이 일종의 사회과학용어이며 한자에 분명히 그렇게 옮긴 의도가 들어있다고 절대 후자로 쓰면 안 된다고까지 말합니다.

p114에 천정(X), 천장(O)이 나오는데 원래는 천정에서 유래했다고 책에도 친절하게 나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게 후자가 되었으므로 이렇게 정했고, 다만 지구과학 용어 중에 전자가 있기는 합니다.

뒤치다꺼리(O), 뒤치닥거리(X). 책에서는 어원 설명이 있습니다. 원래 "치다꺼리"라는 말이 있었고, 그 앞에 "뒤"가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발음은 쌍기역으로 나는데 "거리"를 왠지 살리고 싶으니 뒤치닥거리라는 말이 오래 통한 거겠죠?

p32에는 "나래"와 "날개"가 둘 다 맞다고 나옵니다. 과거에는 전자를 사투리로 여겨 시(詩) 등에서만 쓸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표준어로 인정된다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p55에는 "며칠"이 맞고 "몇 일"이 틀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이 책은 단어를 제시할 때 원고지 칸 안에 표제어(틀린 것이건 맞은 것이건)를 넣습니다. 그러니 띄어쓰기까지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겁니다.

p186에는 지향과 지양의 서로 다른 뜻에 대해 설명합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죠.

p86에는 안성맞춤과 안성마춤이 나옵니다. 이상하게도 과거에는 후자가 제법 많이 쓰였습니다. 맞춤은 분명히 동사 "맞추다"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 "마춤"으로 할 이유가 없는데, 아마 안성맞품의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그리 쓴다고 착각한 듯합니다.

안쓰럽다 vs 안스럽다 도 많이 틀리는 경우일까요? "스럽다"라는 접사형이 워낙 많이 쓰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책에는 "윗사람한테는 쓰지 않고, 안타깝다라는 표현을 쓰면 돼요"라고 친절히 일러 줍니다.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건 맞춤법은 아니고 존비법 이슈입니다만 초등학생들이 함께 배우면 좋지 않겠습니까.

p178에는 익다 vs 읽다가 나옵니다. 이걸 헷갈리는 경우는 진짜 없을 텐데, 그래도 책에서 이걸 제시한 건 이유가 있겠습니다. 뜻은 전혀 다르고, 쓰는 경우도 확연히 구별되지만, 이게 발음이 같아질 때가 있죠. "읽다"의 발음이 "익따"라는 걸 배우기 위해서라도 이 설명은 주의 깊게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p65의 "벼라별"은 하도 이렇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원이 별의별이라도 이미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까 착각하지만, 몇십 년 뒤 그리 바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아직은 "별의별"이 맞고 책에서도 이 점을 환기합니다.

p196에는 띄어쓰기 오류를 지적해 주는데 가량 앞에는 띄어쓰는 게 맞으니 붙여쓰지 말라고 합니다. 이유는 "가량"이 의존명서라서인데, 책에는 초등학생용이니 그런 말은 없습니다만 여튼 띄어쓰기가 꽤 어려운데 이런 점 지적해 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띄어쓰기는 이 책의 제3장(pp.196~241)에서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p238에 보면 "공부 하다"와 "공부하다" 중 어느 것이 맞겠는지를 묻습니다. 공부, 로그인, 줄다리기 등은 동작성이 있으므로 붙여쓰고, "친구 하다"는 친구 부분에 동작성이 없으므로 띄우라고 합니다. 참 명쾌한 설명입니다.

이 책은 1~3장에서 이른바 정서법에 대해 잘 가르쳐 주지만, 제 생각에 이 책의 아주 보석처럼 빛나는 부분은 제4장입니다. 듣기만 해도 예쁘고 상쾌해지고 귀여운 우리말들을, 예문과 함께 가르쳐 줍니다.

부록에는 틀리기 쉬운 외래어, 문장부호의 정확한 쓰임이 나옵니다. 그리고 색인이 있는데, 기껏 잘 공부해 놓고 나중에 헷갈리면 그 표제어, 사항만 갖고도 바로 본문의 해당 설명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안 되면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답답해 미치는데, 이 책에는 이게 있어서 좋았네요.

제목은 초등학생용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아무 지장 없습니다. 오히려, 애들보다 어른들이 더 요긴하게 쓰겠다 싶었습니다. 편집도 아이들 책이라서인지 예쁘고 산뜻해서 더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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