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경제의 미래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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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꾼다는 요즘입니다. 저자는 말하기를, 만약 집단 면역이 완성되면 미국 경제는 거의 원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과연 모든 것이 완전히 예전으로 회복되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몇 가지 조건들이 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 출현이 백신을 무력화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아야 하고, 각종 경기부양책이 부작용 없이 연착륙할 수 있어야 하며, 중국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분명한 합의가 필요한 점 등입니다. 


저자는 사획과학과 자연과학에도 공통점이 있듯(p7), 정치와 경제 사이에도 일정 부분 닮은 점이 있으며 따라서 두 영역 사이에 순행적 연결고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p55, p57). 저자는 한국 헌법 119조를 거론하며, 경제권력이 어떤 독점적 욕구를 제한 없이 발휘하려 들 때 이 헌법 조항이 그를 비토하려 든다고 합니다. 규범적으로는 헌법이 이를 규율하며, 사실적으로는 국민 혹은 대중이 이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겠죠. 


21세기의 첫 10년대는 누가 뭐래도 중국의 시기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이 앞으로 세계 경제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를 두고 미-유럽-중국 사이에 의견이 크게 갈라지면, 세계 정세는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앞에서 저자는 경제 불황을 타개하는 가장 나쁜(그러나 종종 가장 확실할 수 있는) 방법이 전쟁이라고 했는데, 미-중 간의 대립 역시 그 돌파구를 전쟁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또하나의 미드웨이 대해전(p62)"이, 경제, 외교, 군사, 기후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질 조짐이 있다고 말합니다. "과연 새로운 시대는 중국이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시대가 다시 백 년을 이어질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제3의 다른 나라가 패권국으로 떠오를 것인가."


저자는 이 대목에서 미디어나 대중이 놓치곤 하는 포인트를 짚습니다. 우선 중국이나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들을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마냥 파악되기엔 부적절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경제가 자생적이라기보다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이유 때문이죠. 또 미국과 유럽(더 정확하게는 독일)은 서로 성장률의 차이가 있고, 둘은 달러와 유로라는 기축 통화를 보유한 나라이니만치 이들의 성장률 1%는 타국 성장률 10%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다고 합니다(p64).


코로나19 팬데믹 덕에 근근이 연명하는 중소기업이 많으며 이들은 가뜩이나 회계 문제, 후계 문제 등으로 내부가 곪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들이 좀비 기업으로 화하여 거시경제 전반에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결코 경시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72). 한국에서 중소기업 문제는 언제나 잠재한 화약고 같은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그간 정면으로 환부가 조명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규모가 작다고 해서 다 좀비기업이라는 건 결코 아니며 내실 있고 양심적이며 기술력 위주의 경영을 하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저자는 또 그간 빈곤층이나 소상공인들에게 풀었다고 하는 여러 자금이 과연 효과적으로 집행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습니다. 공적 기관의 지출이 늘어나면 민간의 수요가 급감하는데 이는 소득 양극화를 초래하고(p75), 정실배분(cronyism) 때문에 혜택을 본 기업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주로 미국, 영국 등 외국의 예에서 근거를 찾은 주장입니다. 한국의 지원금 지급은 이와는 다른 형태(지역화폐 등)로 집행되었으므로 아마도 더 큰 효과를 내었을 듯합니다. 


기업은 R&D등에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하며 한 국가의 거시경제 역시 민간 경제주체의 이런 노력이 모이고 모여 그 근원적인 동력을 마련합니다. 저자는 지난 십여년 동안 한국 정부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였으며 이를 구호에 그친 포퓰리즘 경제(p103)라고 비판합니다. 성장과 발전의 정의도 달라질 것이며, 효율과 능률만을 냉혹히 추구하는 사회 체제가 뿌리를 내리면 더 이상 사회과학 기반의 메타적 비판도 그저 감성적 접근이라 평가절하되어 앞으로는 실종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영화 <인 타임>을 예시합니다. 


양자컴퓨터의 발전은 "인지와 추론의 무한 반복 작업을 가능하게 하며 이것이 AI 분야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또한 사이버 보안도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되며 북한이 특히 역점을 두어 개발 중인 악의적 해킹 시스템인 라자루스 역시 주목의 대상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직전 정권이었던 트럼프 정부를 두고 평등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결한, 어떤 정치적 술책을 구사하여 정치적 빈틈을 파고든 세력으로 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해커는 미국 내 서버를 표적으로 삼아 해킹을 시도하기에 추적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저자는 규정하네요. 특히 여기서 저자가 지적하는 건 "소프트웨어 공급사슬의 보호에 실패(p195)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런 국제정세를 짚으면서도 기존의 대(對)미국 동맹을 강화해야 할지, 아니면 중국과의 친분을 도모해야 할지, 그도저도 아니면 제3의 길을 모색해야할지 한국의 포지셔닝이 여전히 국가전략적으로 모호함을 지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는 힘이 있어야 온전한 생존을 모색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전략을 추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허망한 명분론이나 내부 정쟁에 골몰할 게 아니라 철저한 실리 위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국가 발전을 이뤄낸 시기의 모범적인 사례들, 즉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철도, 고속도로 건설로 경제적 대전환점을 만든 미국이라든가, 부국강병이라는 목표 하나로 일로매진하며 기존의 권력을 전광석화처럼 대체하여 국가 개조에 성공한 메이지 유신, 또 비교적 최근의 뉴질랜드 경제개혁 등을 하나의 좋은 교본처럼 소개합니다. 확실히 역경을 이기고, 혹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대도약을 이룬 이야기는 누가 주인공이라 해도 통쾌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한국을 둘러싼 최근의 정세 급변은 물론 위기를 부르는 면도 있지만 이런 격동의 틈을 타서 큰 부와 권력을 손에 쥘 수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역량에 달렸다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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