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 쇼피파이 하루만에 끝장내기
이동준 지음 / 라온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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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그 효과적인 모델을 성공시킨 이래 온라인스토어는 소비자로서의 우리들이 일상에서 깊이 의존하는 뚜렷한 경제적 실체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를 이용하건 하나를 골라 무엇인가를 결제를 하고 택배 배송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부업 또는 본업으로 셀러 노릇도 하는데, 다만 플랫폼에서 너무 많은 수수료를 뗀다거나, 최저가로 팔라고 강요하는 등 갑질행태를 접한다며 적잖은 불만이 발생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건을 파는 일이야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만의 관심사였지만,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진지 오래인 지금이라면, 아마 10여년 후에는 우리 모두가 어느 플랫폼에든 소속되어 뭔가를 파는 일을 필수 부업으로 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셀러들에게 상생의 여지를 더 많이 주고 좋은 대우를 제시하는 대안 플랫폼은 없을지 찾아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쇼피파이는 한국에선 그닥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서문 p13에 나오는 대로 NYSE에 상장된, 코스피 네이버 시총의 네 배나 되는 대기업입니다. 그렇게 셀러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서 플랫폼이 오래갈 수 있겠어? 이미 그 단계는 지난, 자기 기반을 벌써 탄탄하게 다져 놓은 업체라는 뜻입니다. p35에 나오듯, 플랫폼 측에 과다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자체 개발을 한다는 건 사실상 힘든 게, 이건 이것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시행착오를 끝없이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기성 플랫폼에 입점해야 편하다는 논리인데 이것뿐이라면 왜 네이버나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 잘 알려진 곳 말고 쇼피파이라야 하는지 아직은 고개가 갸웃합니다. 

네이버, 위메프 같은 데서 뭘 살 때 항상 불편했던 점은, 링크를 누르고 샵에 들어갔을 때 상품 세부 정보 페이지가 항상 지연되어 꿀꿀 늦게 로드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후회 않으려면 저 상세스펙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구매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딜레이가 되는 한 가지 원인을 꼽자면 p47에 나오는 대로 "홈페이지는 워드프레스로 만들고, 스토어는 카페24나 스마트스토어로 만드는" 이중 소스 의존 패턴도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역시 별개 커스터마이징이 꼭 필요하다면 이 쇼피파이가 안 맞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 쇼피파이라는 하나의 솔루션에 몸담는 게 더 편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p48을 보면 쇼피파이의 장점으로 "고객 생성은 물론 고객의 피드백도 등록할 수 있다"고도 저자는 말하는데, 사실 좀 미묘한 대목이기도 하므로 좀 조심해서 각자가 수용해야 하겠네요, 

그럼 쇼피파이에 들어가고 대기업 입점은 하지 말라는 것인가? p32를 보면 대기업 입점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쓰고, 비즈니스의 본진은 1)수수료가 싸며 2)리뷰 등 데이터와 고객을 내가 더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3)해외고객 상대로라면 상대적으로 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한 쇼피파이에다가 구축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 아니겠냐고 저자는 말합니다. 2) 관련해서, 사실 물건을 파는 건 나인데도 내가 신경쓰고 잘해준 고객이 나의 고객이 아니라 플랫폼의 고객이라는 점은 뭔가 맥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만약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들어온 고객에게 직거래를 유도한다든가 하면 계약 위반으로 바로 제재가 들어오죠. 약관에 동의를 했으니 이를 지켜야 마땅하지만 뭔가 내가 사장이 아닌 플랫폼의 점원이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도 몇 년 전부터 아마존에 입점해서 해외 유저들에게 물건을 파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달고나가 잘 팔리기도 하고, 어떤 분은 농기구인 호미를 게시하여 높은 매상을 올리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겠으나 1)아마존은 셀러 직접 발송이 아니라 일단 아마존 선입고를 원칙으로 하며(예외도 있습니다) 2)아마존은 무조건 고객 위주이므로 행여 사고가 생기기라도 하면 셀러에게 책임을 무겁게 묻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쇼피파이는 이런 점에서 중소셀러를 많이 배려하는 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제가 또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쿠팡이나 알리, 네이버, 아마존, 이베이는 서로 경쟁관계이므로 (당연하게도) 협력하지 않지만, 쇼피는 저들과 직접 이해가 갈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저 회사들과 협력한다는 겁니다. 물론 알리의 계열사인 라자다는 쇼피와 포지션이 비슷하므로 이들끼리는 경쟁관계라고 합니다(p38). 쇼피는 이미 한국어 패치기 완성되었으므로 그냥 가입만 하면 적어도 영어 때문에 뭐가 뭔지 몰라서 헤맬 일은 없다고 합니다. p135를 보면 2024년 상반기 현재 아직 여기 본사가 한국에 진출은 안 했는데, 일본엔 벌써 들어왔다고 하네요. 

제 주변을 돌아봐도 조선미녀(p134)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작년부터 다른 나라에서 대박이 나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마녀공장이다 뭐다 하는 이런 인디브랜드들이 다 아마존에 입점해서 떼돈을 벌었는데 기존의 아모레퍼시픽이다 엘지생건이다 하는 대기업들이 중국에만 신경쓰다 죽을 쑤는 결과와 너무도 대조됩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뭔지 모르는 회사가, 해외에다 마케팅한다고 무슨 별 수가 나겠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들 회사들은 멋진 반례를 보여 줍니다.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이 상장사가 아니어서, 이들 화장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인 실리콘투가 대신(?) 증시에서 급등하여 이 주식을 산 이들이 엄청난 수익을 보았습니다. 책 곳곳에서 저자가 해외고객 해외고객 하는 게 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쇼피파이가 이들과 무슨 관계인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첫째 해외 플랫폼이다 보니 해외 바이어 발굴에 (네이버 등 국내 스토어보다) 유리하고, 둘째로 사업에는 아무래도 위험이라는 게 따르니, 아마존같이 냉정하게 입점업체를 관리하는 곳보다 쇼피처럼 셀러친화적인 플랫폼이 낫지 않겠냐는 게 저자의 취지이겠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저자는 본인부터가 자생셀러로서 번창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 본 분이라서인지, 책 곳곳에서 "브랜드가 곧 당신이다.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키워야 성공한다"는 매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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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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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된 입장에서, 아직 감정이 덜 자란 청소년들에게 공연한 감정적 혼란을 끼치기보다는 더 성숙하고 점잖은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엄마라면, 설령 아직도 여성으로서의 솔직한 삶을 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고 싶은 선택을 할 수도 있죠. 그러나 아이가 불편해할까봐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작품은 저런 엄마의 인간적인,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감정을 좀 이해해 주자며,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서 볼 수 없겠냐고 어린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어른인 독자인 저는) 이해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전적으로 (어린) 독자들의 몫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호적메이트라는 말(p27)은 아마도 어느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된 예능프로그램을 조금은 시청했었어야 그 맥락을 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 예능에서는 주로 친남매, 자매, 형제들 이야기였는데, 이 소설에서는 지금은 엄마와 이혼하고 다른 배우자, 아이가 생긴 친아빠인 한성수씨를 주인공 한송이가 그리 부릅니다. 이 말이 좀 독자에게 자연스레 다가오려면 바로 앞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알아야 하는데, 한송이꽃집(엄마가 운영합니다) 옆에 있는 김광석헤어 원장 광석씨를 송이는 "광석"이라고 무람없이 부릅니다. 엄마가 주의를 줬는데도 그렇습니다. 이건 한송이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서라기보다, 이 아이한테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수평적 관계를 이룹니다. 어른들이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저는 좋았습니다. 그러니 친아빠도 호적메이트가 되는 건데, 어쩌면 저 예능보다 이게 더 정확한 뜻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제나 자매라면 상당기간 같은 집에서 살고 그저 호적만 공유하는 관계가 아니지만 송이는 아빠하고 제법 일찍부터 떨어져 살았으니 말입니다. 

부자재를 점검하라며 엄마(김혜경씨)가 송이한테 지시하는 걸 보면 송이는 그냥 어리기만 한 청소년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걸 조금은 이해하는 편입니다(p99를 보면 엄마도 의젓하게 간호합니다). 만약 아니라면, 제가 위에 요약한 (독자들에게 부여된) 과제라는 게, 사실은 어린 독자들을 대표하여, 아니 선행하여 송이가 먼저 풀어야만 하는 문제인데, 애한테 너무 어렵지 않겠습니까. p41에 송이하고 같이 물건을 도매로 떼오러 가면서 부겐빌리아라는 종이 언급되는데, 탐험가 드 부갱빌의 이름을 따 그 이름이 지어진 꽃이죠. 사르트르의 <구토>도 부겡빌에 비가 내린다는 유명한 문장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려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곳은 Bougainville이 아니라 Bouville이었습니다. 

별명이 북극곰인 대호 씨는 아직 총각인데도 김혜경씨와 미묘한 관계로 발전하기 직전입니다. 송이는 예의 그 수평적 관계 지향성을 발동하여 이분한테도 그냥 대호라고 부르면 안되냐고 합니다(p48). 송이도 별로 이 관계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지만(p89, p123) 대호씨 쪽의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p93을 보면 송이 엄마 김혜경씨가 저리 강하게 살아가는 기질을 그 어머니, 즉 송이의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김광석(가수)를 좋아하시는 걸 보면 취향도 참 젊으신 듯합니다. 

소설의 제목에는 "기린"이 나오는데 이 뜻에 대해서는 p110 이하에 잘 설명됩니다. 과연 기린의 눈에는 우수가 깃들었으면서도 참 맑은 기운이 느껴지죠. 송이가 엄마의 "신파극"을 창피해하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까지 창피해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길을 지나다가도산책하는 개의 oo가 두드러져 보이면 민망할 때가 있는데, p115를 보면 대호씨, 김혜경씨, 송이 등이 구경하는 기린이 교접을 시도하여 송이 눈을 가려 주는 장면이 나오네요. p141 이하에는, 혜경씨가 자신의 어머니(송이의 할머니)한테 가서, 왜 자신은 감정대로 마음이 끌리는대로 살면 안 되냐고 마구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떨까요.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나면 이런 나 자신을 부인하고 어떤 역할에만 충실하는 게 맞겠습니까. 

송이는 가출 아닌 가출을 하는데 엄마한테 기다린다는 문자를 받습니다. p162에는 송이가 호리병 속의 거인 이야기(<아라비안 나이트>)를 떠올리며 너무 늦게 구해 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잡아먹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엄포가 생각나 귀가를 마음먹는 대목이 있어 독자를 웃게 합니다. 그건 경우가 크게 다른데도 말입니다. 인간은 현대에 들어설 성장기에 너무 오래 보호를 받다 보니 성숙이 아니라 반대로 퇴화하는 경향(p171)이 있다며, 엄마를 엄마가 아니라 인간으로 봐 주고, 일찍 놔 주며 자녀는 빨리 자녀로서 살아야 한다는 김원장 말씀은 참 타당합니다. 이걸 그는 "엄마를 죽여야 한다"는 말로 표현합니다. 엄마를 "죽이고" 나면, 엄마도 여자로서 새 삶을 살고, 자녀도 자녀로서 독립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달마대사가 "도를 깨치기 위해서 부처가 방해되면 부처를 죽여야 한다"고도 했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의외로 인간의 성숙과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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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복을 풀다 - 구글X 공학자가 찾아낸 불안을 이기는 행복 코드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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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을 보면 that little voice in your head라고 되어 있습니다. the도 아니고 that이라고 한 데에서, 저는 저자인 모 가댓 대표가 그 존재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고 우리에게 이 얘기를 꺼낸다고 생각했는데요. 우리한테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렇게 해 보세요"라는 듯, 언제나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끄는 소리였지만, 우리는 그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일이 바빠서, 혹은 눈 앞의 더 큰 이익에 끌려서거나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였습니다. 저자는 이제, 당신들(우리들)이 그 목소리에 진정 귀기울일 때가 되지 않았냐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혹은 반대로, 소소하게 혹은 심각하게, 나를 지옥으로 몰고가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에도 우리는 주목해서 빨리 걷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구글 등의 기업에거 엔지니어로 일했고 창업전문가로 이름 높은 저자가 언제 이런 생각까지 하셨을까 놀랍기까지 한, 그저 삶의 여정에서 느껴 온 이런저런 상념과 깨달음을 들려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그런 이야기를 해 주신다 쳐도 소중한 가르침이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심리학적 기초를 단단히 지녔으며, 그러면서도 독창적입니다. 이를테면 p72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생되는 기분 나쁜 생각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내가 과거에 애인에게 차였다, 이건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그런데 "난 누구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부족하고, 따라서 또 차일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내가 만들어낸 생각입니다. 저 생각의 앞부분은 내가 애써 찾아낸 근거(잘못되었습니다)이며, 뒷부분은 그냥 은밀하고 불길하게 반복되는 주문 비슷합니다. 빨리 쳐내야 합니다. 저자는 이런 것들을 의식하고 기억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태 그렇게 하지 않아서 불길한 재생이 반복되었으니 말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처음으로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알았을 때 너무도 행복했다고 회고합니다(p125). 내 머리가 그냥 늙어가기보다, 내가 이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계속 발달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두고 "자기개발(이 책의 표기에 따릅니다) 중독자"라고까지 말합니다. 이미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합니다. p129 이하에서는 그가 이해한 대로 신경 가소성이 기능하는 방식이 전화 교환대에 비유되어 설명되는데 역시 명쾌하고 재미있습니다. p96에서는 우리가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도 잘 봐왔던 대로 폴 맥린이 1960년대에 정리한 뇌의 삼위일체 이론, 즉 파충류의 뇌(자율신경계), 포유류의 뇌(변연계. 감정), 이성적인 뇌 셋이 어떻게 우리 안에서 작동하는지가 설명됩니다. 

우리는 왜 불행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럿이 있겠지만, 저자는 책의 제5장에서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을 듭니다. 우뇌는 존재 자체를 행복해합니다. 반대로 좌뇌는 행동을 하면서 비로소 행복을 느낍니다. 어쩌면 햄릿은 전형적인 우뇌형, 돈키호테는 좌뇌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p169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행동하기 전에 존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독자들에게 충고합니다. 사색과 감정 정리를 통해 내 존재를 먼저 다지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존재에만 머물러도 안 되는데, 우뇌형이 불행한 이유는 끝내 행동을 안 하고 존재에만 그치기 때문입니다. 

감정이라는 것도 내가 행복해지는 방식이 따로 있습니다. 만약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이건 직업 배우이거나 사기꾼, 위선자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어떤 감정은 내가 연습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 그래야 내가 행복해져서인데, 이건 거짓이나 위선이 아니라, 마치 지능을 계발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이 감정,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지는 이 감정을 계발하려면 먼저 그런 게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걸 흘려보내지 말고 이거다!하고 먼저 자각을 해야 하는데, 이 주장은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됩니다(불행의 주범들한테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지 말고 나꿔채어서 없애라는 거죠). 처음에 잘안돼도 계속 반복해서 내걸로 만들라고 합니다. 감정도 다 연습임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합니다(p251). 

엔지니어답게 저자는 뇌의 멀티태스킹이 왜 어려운지를, 근거를 갖고, 또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p309). 간단히 말해, 멀티태스킹을 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p311 이하에 자원할당(컴퓨터 전문가답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는 설명하며, 이 중에는 놀랍게도 명상이 그 방법론으로 강력하게 추천됩니다. 심지어 이 책에는 극한의 불행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p352에 나오는데 그 해답은 "전념과 수용(committed acceptance)"라고 합니다. 경험 많고 성취도 많은 성공한 인생의 솔직한 고백과 시스템적 충고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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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미스터리 문명 2 : 잃어버린 문명 - 미스터리 대표 채널 <김반월의 미스터리>가 소개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미스터리 문명 2
김반월의 미스터리 지음 / 북스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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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지혜가 무궁무진할 것만 같아도, 눈 앞에 빤히 제시된 미스테리 하나를 풀지 못할 만큼 그 한계도 뚜렷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나스카 문양, 라인 들(p53)만 해도 그렇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것들을 그렸을까? 책에서는 여태 이 문제에 관심을 둔 이들이 제기한 아이디어들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그런 설명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우며, 우리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마구 자극되는 듯합니다. 이 시리즈의 큰 장점은, 가장 쉬운 문체로, 혹 초등학생 독자가 읽는다 해도 술술 읽어내려 갈 수 있게 토픽을 잘 풀어 준다는 점입니다. 글로 읽는 유튜브 콘텐츠 같은 느낌인데, 특히 이 나스카 파트가 그렇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0에는 스톤헨지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1권보다 이 2권에, 우리가 잘 아는 유적들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이 드신 세대라면 예전 소년잡지류에서 많이도 접했을 소재이며 사연들인데, 이 책에서는 그 이후 추가되었음직한 에피소드들, 즉 스톤헨지 조작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스톤헨지를 긍정적 시선으로 보는 측에서도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 때로는 근거없는 주장도 쏟아내는데, 그 반대진영도 마찬가지 태도이니 소재도 소재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저자는 서술 곳곳에 개입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평가도 개진하는데 이를테면 p34 이하에 나오는 마추픽추에 대한 파트에서도 그리합니다. 나스카 파트에서는 "아마도 외계인들이 건설하고 이용한 활주로였을 것"이라면서 의견을 표면하기도 했죠. 문양은 예술이니 제작의 동기를 따로 상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라인은 용도가 분명히 있었야 저리 수고를 들여 그리지 않았겠는가? 타당합니다만, 이런 생각 자체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입니다. 정 외계인의 존재를 상정해야 한다면 문양이건 라인이건 모두 특정 용도의 시설일 수 있으며, 마추픽추의 피라미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아즈텍 문명이나 잉카 문명이 낳은 테노치티틀란, 마추픽추 유적 등은 현대인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입니다. 대체 누가 왜 어떻게, 이런 뛰어난 기술을 써서 만든 건조물들이 아직도 말끔히 신비가 걷히지 않은 채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걸까? 유럽, 아시아인들이 잘 몰랐던 아메리카 대륙에 이들 유적이 몰려 있다고 여길 때만 해도, 어차피 해당 지역의 고대 문명에 대해 잘 모르니 언젠가는 연구를 통해 종합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p88 이하에 나오는 바소시카 산의 유적을 탐사한 샘 새미르 박사팀의 노력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비소시카 산은 구대륙 발칸 반도 보스니아에 소재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이 유적은, 멀리 아즈텍의 그것과 이렇게도 닮았을까? 

사라진 아틀란티스 대륙은 일개 루머나 음모론이 아니라 무려 서양 고전 철학의 시조격 인물 플라톤의 책에 언급되었다는 게 독특합니다. 플라톤은 과연 어떤 근거를 갖고 이 말을 했을까요? 어떤 역사나 지리학적 지식의 거론이 아니라, 이데아 주제를 설명하며 일종의 문학적 비유를 구사한 건 아니었을까요? 매혹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는 "사하라의 눈"이, 플라톤이 아틀란티스를 묘사할 때 든 여러 지점의 수치와 일치함을 들어, 한 번 바다로 가라앉은 아틀란티스가 아프리카에서 다시 떠오른 게 사하라 사막이 아니겠냐는 주장입니다. 사람의 상상력이란 실로 끝이 없습니다. 

한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통째 증발해 버릴 수도 있을까? 월터 롤리 경은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의 특수 관계 때문에도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친구 존 화이트가, 아메리카 식민지에 다녀올 때 로어노크 섬에 들러 가족도 형성하고 그곳의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만에 다시 방문해 보니 아이들이 갖고놀던 장난감까지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존 화이트는 혹 인근 섬에서 침입하여 그들을 끌고갔다면 그에 대한 복수마저 다짐했으나, 이후 12년 동안 그 인근을 샅샅이 수색했는데도 전혀 행적을 알 수 없었다고 하니 실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플로리다의 잭슨빌은 백만 가까운 인구가 사는 큰 도시입니다. 이곳에 사는 배츠 가족은 1974년에, 인간을 따르는 금속구체(p152)를 발견하여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 해군이 입수하여 연구한다는 말이 들렸을 뿐 이후 그 행방이 묘연해진 구체... 세상에는 이처럼 사람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온갖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기막힌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호기심을 충족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중 과학도 발전하고 전에 없던 지혜도 발휘하게 되는 게 인류의 지난 역사에서 공통되는 이치였습니다. 궁굼함을 견딜 수 없어 모험도 감수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우리의 미래는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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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니체에 열광하는가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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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의하면 인간은 고통없이 안락한 상태에서 사는 게 아니라 가혹한 운명에도 내적 평정과 충일함을 만끽하며 사는 사람이다(p34)." 영화 대사 중에도 종종 언급되는, 이른바 living dangerously를 잘 설명해 주는 표현입니다. 세상 어떤 사람, 어떤 동물도 위험 없는 환경에서 풍족하게 살고 싶지, 수시로 닥치는 위험에 이리저리 치이고 살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정말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p37에 나오듯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데서 그 진의를 드러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매일매일의 스트레스 때문에 매순간 죽을 것만 같다면, 설령 그 곤경을 벗어나도 이미 신체 기관과 정신은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조금씩 입는 중이겠고, 이런 경우는 니체의 저 언명에 해당이 안 됩니다. 니체가 말하는 저런 사람은 상황에 자신이 끌려가며 잠식당하는지, 아니면 매순간 승리하는지 이미 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꼭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뿐 아니라, 책임을 크게 걸머진 부유한 사람도 니체 식의 저런 유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치열한 업계의 죽고사는 경쟁을 직면한 기업 대표도, 비록 수중에 돈이 많다 한들 매순간 몰락과 패망의 위험에 노출된 인생입니다. 이런 사람이 매순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건 그런 위험 하나하나를 극복한 성취감을 통해서이며, 그런 사람 특유의 활기와 강인함, 진지함, 심각함이 육감을 통해서도 전달이 되므로 누가 쓸데없는 시비를 그에게 걸지 않습니다. 

p50 같은 곳에서는 니체가 자신의 저작을 통해 말했던 여러 어구들이 정리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에서 니체는 낙타의 (비참하고 수동적인) 삶, 사자의 (남을 지배하는) 삶, 어린이의 (매순간 호기심을 발동하며 즐기는) 삶 세 유형을 말하며, 이 셋은 별개의 루트에 분리된 게 아니라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상방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지독한 불운, 정신적 타격 등에 대해 하방타락할 수도 있습니다. 니체는 이렇게 생의 다양한 패턴을 핵심적으로 지적했을 뿐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삶에다 어떻게 이를 적용할지까지도 힘있게 논했다는 점이 탁월합니다.    

p90을 보면 니체의 또하나의 언명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주어진 단편적 지령, 원칙, 교의, 이념에 맹종하여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도그마라는 게 설령 절대진리이며 강력한 위력을 가져도, 사람은 어느새 지루해하며 그 정해진 패턴을 벗어나려 듭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한 가지의 원칙에 의해 작동되는 게 아니며, 심지어 어떤 사람이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에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립하고 모순을 일으킵니다. 

수시로 맞이하는 이 모순을 잘 소화하고, 나의 큰 그릇으로 잘 융화하고 담아내어야 일단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앞에서도, 내적 평정이 결국 찾아져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죠), 갈등 상황도 극복이 됩니다. 시도때도없이 다가오는 모순이 어느새 더이상 모순이 못 됨을 느끼고 극복할 때 사람은 그 정신의 키가 한층 커지고 완성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입니다. p96에서도 니체는 도그마에 갇혀 사는 사람은 위대한 게 아니라 오히려 신진대사가 마비된 죽은 인생이라며 비판합니다. 

p129에는 "거리를 두는 파토스"가 언급됩니다. 저자는 니체의 저 언명을 두고, 대중에 아무 생각없이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음이 아닌, 그 대세라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평가라며 존중하되, 적당한 거리를 두어 나만의 개성과 영역을 지키려는 태도가 바로 니체 식의 그러한 파토스라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p149를 보면 그저 정신이 마냥 육신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몸을 치열하게 놀리고 작동시킴으로써 반대로 정신이 강해지는 짜릿한 체험을 니체가 강조했다고 나옵니다. 저자는 p150에서 무용가의 예를 들며, 이성이다 정신이다 의지다 하는 것이 결국은 신체 활동에 의해 통합되고 강화되고 고양될 수 있음을 논합니다. 

지나치게 도덕과 법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가 정말 도덕적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약해서 자기 보호 기제를 발동하는 건데, 이게 집단 전체로 보면 퇴행과 체질약화를 가져와 변화로부터 도태될 수 있으므로 해롭다고 니체는 말했는데, 약자가 알고보면 나쁜 사람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이 이렇게 쉽게 설명됩니다(p173). 아큐식의 정신승리, 르상티망이나 강조하는 책을 읽지 말고 내 자신이 삶에서 사회에서 강력한 의지로 승자가 되는 책을 읽으라(p209)고 저자는 힘있게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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