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도 축복이다 - 고정관념의 세상에서 뜻밖의 축복 누리기
정재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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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 다들 보기 좋다고 하며 동안이다 뭐다 해서 지나치게 외관을 꾸미는 노력을 요즘은 그리 좋게들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그저 자기 나이대로 보이는 게 최고이며, 그에 따른 연륜이 멋지게 드러나 보이는 늙음이야말로 가장 축복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문평론가 정재영 선생이 쓴 이 책에는 그런 멋진 노화에 대한 유익한 상념이 담겼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렸을 때에도 이성(異性)에 대한 설렘, 반함 같은 감정이나 체험이 있을까요? 답이 "있다"라는 건 우리 모두 그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p41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어떤 여자애한테 반했는데, 외모가 예뻐서라기보다는(물론 예쁘기도 했겠지만) 풍금(당시에는 학급마다 풍금이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연주 솜씨가 뛰어나서였다고 합니다. 아마 초등학교 때 관악부에서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 앞에서 지휘를 하는 친구 등을 보고 부러워하거나 좋아했던 기억은 다들 있겠습니다(물론 공부 잘하는 것 앞에 다 깨갱이지만 ㅋ). 

아닌게아니라 악기를 잘 연주하는 재주는 남자건 여자건 당사자를 매우 돋보이게 하는데, 중근세 유럽 왕실에서도 공주들에게 이런저런 악기 연주를 가르쳤습니다. 이상하게도 동아시아에서만 이런 솜씨를 창기들이나 익히는 것이라 하여 기피했죠. 아무튼 이 챕터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씀은, 나이 들수록 오히려 악기 연주 같은 것에 취미를 붙여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라는 겁니다. 그 활동은 첫째 창의적일 것, 둘째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야 할 것, 셋째 여럿이 해도 좋지만 혼자서도 가능한 활동일 것 등입니다(p46). 너무 쉬운 건 금세 재미도 잃을 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안 되며(이 책에는 치매 관련 정보가 매우 많습니다), 나이 들면 인원이 잘 모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큰 걱정거리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까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p114)는 일찍이 내 힘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안달복달해 봐야 어차피 내가 손을 쓸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걸 걱정해서 대체 뭘 어쩌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저자의 부인께서 들려 주는 충고가 매우 현명하며, 에픽테토스를 능가하는(?) 통찰이 든 말씀이라서 우리들도 귀담아 새길 만합니다. 워런 버핏은 심지어,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만 빼고 다 버리라고까지 했습니다. 

늙는 게 딱히 서러울 필요가 없다는 게 저자의 말씀인데, 가장 젊고 아름다웠을 시절의 나는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전성기가 있고, 걔는 그대로 박제된 채 또다른 내가 늙어갈 뿐이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이 말은 원래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박완서 선생이 했다고 나오네요(p164). 이런 생각을 연장하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작으나 크나 그래도 흔적을 남겼다는 게 큰 의의가 있으며, 보람 없이 살다가는 인생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누구나 소소하게라도 전성기는 있지 않았겠습니까? 

p179를 보면 노안(老眼)이 와서 상대의 외모 결점이 잘 안 보인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도 멋진 표현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대목을 잘못 읽고, 나이 들면 미남(미녀)이나 추남(추녀)이나 다 똑같아져서 차별이 사라진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老眼이 아니라 이건 老顔인 셈이죠. 명배우 故 찰스 브론슨은 젊었을 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독하게 못생긴 개성으로 유명했는데 나이 들고는 그 중후함이 외모에 완전히 각인되어 여느 미남배우보다 훨씬 근사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서서히 상실됩니다. 그런데 p204를 보면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라는 할머니(스페인 분)는 청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세상의 온갖 잡된 헛소리, 시비거는 못된 놈들의 음성이 귓전에서 싹 없어지니 그처럼 좋을 수가 없더라는 건데, 물론 이분의 경우 고가의 청각보조장치 덕에 의사소통에 불편이 적었다는 점도 감안은 해야겠으나 여튼 무슨 말씀을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요. 세상만사가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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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진짜학습지 첫걸음 - 하루 10분! 중국어가 저절로 외워지는 새로운 공부 습관 진짜학습지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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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나온 외국어 교재를 지금까지 여러 권 리뷰했었고 그 중 학습지 포맷은 영어 두 권, 일본어 한 권이었습니다. 지금 이 교재는 중국어인데, 그 구성은 쓰기 노트 1권, 기초편 네 권, 기초편의 워크북 네 권, 발음편과 발음편 워크북 각 한 권, 초중급편 합본 한 권, 모두 12권이 파일폴더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학습지 포맷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단위로 계획을 세웠을 때 큰 부담 없이 조금씩 소분해서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점, 휴대가 편하다는 점 등입니다. 아마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조금씩 공부를 할 수 있게 배려한 학습지를 다들 한 번 정도는 겪어 봤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일단 초급자들을 위해 이 학습지는 기초편을 제법 많은 분량으로 편성했습니다. 시원스쿨 교재들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가장 핵심이 되는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기초편 1권 p4)"했다는 게 이 교재에서도 드러납니다. 시원스쿨 진짜학습지 사이트에 가면 중국어 자료실에서 모두 8세트의 음원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고, 나머지 1세트는 유료 구매자만이 접근할 수 있어서 무료로 제공받은 저는 다운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운받은 8세트만 갖고 공부해도 차고넘칠 정도이며, 언제나 시원스쿨 음원을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참 제작이 잘 되었습니다. 

초중급편 1과 2가 음원이 각각 두개씩 네 개인데, 그 중 둘은 단순음원이 아니라 음성강의 파일입니다. 재생해 보니 낭랑하고 또렷한 목소리의 여성 쌤 강의가 나옵니다. 시원스쿨 자료실에 올려진 파일들은 대부분 압축파일이어서 다운받은 후 압축해제를 따로 해 줘야 하는데, 이 파일들도 압축이 된 상태지만 해제해 보면 전후로 그 용량이 큰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학습지에 딸린 음원들인 만큼, 학습지 본체가 하나하나 소분되었는데 정작 음원은 통으로 묶였다면 좀 불편할 수도 있겠죠. 음원도 물론 챕터별로 다 쪼개 놓았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8세트의 용량을 다 합치면 대략 300Mb에 약간 못 미칩니다(압축상태 기준). 

기초편을 펼쳐보면 컬러 일러스트가 친근한 모습으로 독자들을 맞습니다. 이렇게 뭔가, 그 생긴 모습부터가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시원스쿨 교재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이 기초편에서는 등장인물 네 명이 계속 독자들의 학습을 이끄는데, 好久不見!이라고 외치는 양웨이는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식 한자어 발음으로는 [호구불견]이지만, 중국식으로는 [하오지우뿌지엔] 비슷하게 읽습니다. 모든 중국어 발음에는 로마자 병음이 달렸지만, 물론 원어민 음성이 녹음된 음원으로 직접 들어보고 큰 소리로 따라해 봐야 실력이 는다는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초편 넷째권 p42를 읽어 보면 부사 才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말에서는 이게 예전에 의존명사 살(나이)이라는 뜻으로도 쓰였지만, 중국어로는 부사로 쓰일 때 "고작'이란 의미라고 하네요. 이런 뜻은 한자를 한문(고전) 속에서만 배운 사람들은 전혀 짐작이 안 되죠. 또 비교문에서 比라는 글자는 "~보다"라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비교라고 할 때의 그 비 라는 글자입니다. 학습지 겉표지가 생긴 건 부드러운 원색으로 밋밋해 보여도 일단 펼쳤다 하면 내용은 굉장히 컬러풀합니다. 

발음편은 더 다채롭게 알록달록합니다. 1권 p24를 보면 병음으로 zh, sh, ch, r 등이 나오는데, 이게 중국어를 좀 공부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모두 권설음, 즉 혀가 입천장 뒤로 말려올라가며 내는 발음들입니다. 이게 남방 쪽으로 내려오면 이런 권설음이 서서히 없어지죠. 중국어는 운모라는 말을 쓰는데(발음편 p34) 이게 타 언어의 모음과 대충 일치하지만 모음에 없는 개념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이 교재에서 중국어의 4성조를 배울 수 있습니다(p40). 

중국어 초급, 중급편은 모두 두 권 구성인데 1권 15일분, 2권 15일분 해서 모두 30일분입니다. 여기서부터 내용이 슬슬 어려워지는데 예를 들면 2권 p14(DAY18)의 得了, 不了를 활용한 가능 표현 같은 게 그렇습니다. 또 DAY23(p34)에는 일반부사 여럿이 나오는데, 白, 決不, 肯定, 一定 등이 나옵니다. 세번째 것은 우리말로 읽으면 "긍정"인데 이게 중국어 구어에서는 "확실히"라는 뜻이니 신기합니다. 매일매일의 분량을 부담없이 익힐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한 그 편집부터가 벌써 백점짜리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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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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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표, 혹은 대상을 충분히 사랑하고, 꾸준한 노력을 가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황준연 대표의 이 신작 p32를 보면, 중국에 거주하던 어떤 평범한 아버지가 낳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놀라게 됩니다. 이 아버지에게는 멘케스 증후군을 앓고 있던 아들이 있었는데, 고졸 학력밖에 없던 그 부친이 온갖 논문을 찾아 읽고 마침내 아들을 낫게 했습니다. 황 대표의 서술대로, 신약 개발까지는 아니고 기존 처방의 성공적인 재현에 불과하지만 여튼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빅파마라고 해도 신약 개발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이분의 이름은 쉬웨이(徐偉. 서위)인데 나무위키에도 항목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대만, 미국, 영국 등의 세계 유명 매체에서 3년 전에 이미 보도한 내용이므로 그 진위에는 의문이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황 대표처럼 훌륭한 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p50에서 황 대표는 잘 쓰려면 무엇보다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투입되는 자원이 없는데 산출되는 결과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 지식이 자연스럽게 차오르고 넘치며 그때 비로소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대전연일)라는 일본의 경제학자는 시간을 달리쓰고, 사는 곳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고 인생을 바꾸는 3대 조건(p70)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셋을 모두 충족시키는 게 바로 독서라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나는 다른 곳을 간접으로 찾으며, 또 다양한 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한 가지 활동으로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셈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독자들에게 바로 다가오지 못하면 그 책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듭니다. 많은 독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 책은 그 좋은 내용을 널리 전파하지 못하고 묻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p93 같은 곳에서 제목을 잘 지으라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사람도 그 사람을 처음 몇 초 동안 만나고 결정되는 이미지가 그 사람의 모든 평가를 좌우한다고 말하면서, 책 역시 제목으로 사람을 첫눈에 확 끌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알려 줍니다. 실제로 저자도 많은 양의 책을 구입하고 읽어 내는데 제목에서 끌리느냐 아니냐가 기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p105에는 좀 놀라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황 대표의 어떤 지인분은 원고를 조금도 안 쓰고, 오직 출판기획서만 갖고 두 건이나 단기간에 출판사와 계약을 마쳤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 미집필 상태에서 계약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다시 읽어 보았는데, 기획 자체가 시장성이 있으므로 계약까지 갔다는 뜻이었습니다. 기획만 좋다고 다 시장에서 히트를 치는 건 아니고 여러 건을 띄우면 그 중에 뭐 하나가 히트작이 나오기 마련이며 나머지의 손실분을 메꿉니다. 글 잘 쓰는 사람과, 황 작가처럼 히트작을 내는 사람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p107에 답이 나옵니다. 목차를 잘 쓸 수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이며, 목차가 나온다는 건 책을 만들기 위한 구조가 머리 안에 자리잡혀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KBS의 <인간극장>은 유명인이 나오지 않는데도 장수프로그램입니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요? p142를 보면 아무리 좋은 책을 써도 자신이 효과적인 홍보를 하지 않으면 그 책이 팔릴 수가 없다고 나옵니다.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작가분들이 꼭 들러서 책을 읽어 달라고 홍보도 하시고 부탁도 하시는데, 다들 열심히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시선을 일단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제부터가 본인이 쓸 수 있고 감당이 되는 그런 주제라야, 처음의 그 당찬 의도를 완성물로까지 빚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루 1시간의 (효율적인) 노력만으로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이 특히 설득력 있는 건, 저자 본인이 그런 모범을 스스로 보여 준 분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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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 두뇌가 좋아하는 스도쿠 120 : 초급 수피아 두뇌 훈련 시리즈
수피아 편집 기획팀 지음 / 수피아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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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날개를 보면 두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하나하나가 다 도움이 되는 지침들인데, 그 중에서도 1) 규칙적인 운동하기(피지컬) 5) 스도쿠 같은 문제를 풀면서 두뇌 운동하기가 제게는 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문제 푸는 데에 힘이 들어지는 게 사실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일찍 포기해 버리면 이제 이 부분은 쓰지 않는구나 하고 몸이 판단해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신체(두뇌 포함) 그 기능은 급격히 퇴화합니다. 작게라도 꾸준히 그 기능을 써버릇해야 못쓰게 되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풀이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효과는 효과대로 나는 아주 유익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에는 모두 120개의 퍼즐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 이 스도쿠라는 퍼즐을 평소부터 즐겨 풀어 오던 시니어분들은 아마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생전에 제 부친이, 요즘 말로는 베딕 수학이라고 하는 기술들을 매우 잘 쓰는 분이었는데, 친구가 제 집에 놀러 왔을 때 걔한테 아주 멋진 요령으로 가르쳐 주는 걸 보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정작 아들한테는 아무 말도 않고 말입니다. 아마 아들은 공부를 잘하니까 이런 잔기술은 안 가르쳐 줘도 지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생각하셨던 듯합니다. 스도쿠도 노년에 들어 재미있게 하셨는데 여튼 이런 스도쿠 교재만 보면 돌아가신 부친 생각이 저는 납니다. 

p5, p6과 p7을 보면 스도쿠를 쉽게 푸는 요령이 나옵니다. 물론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스도쿠 책들은 서두에 이런 요령이랄까 택틱스 같은 것을 제시합니다. 저도 여태 스도쿠 책 여러 권을 블로그에다 리뷰했습니다만 그 중에는 이 책에서 제시한 팁들이, 뭐랄까 스도쿠 구조의 본질을 짚은 그런 설명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많이 열려 있는 숫자를 보라, 행, 열 중 같은 숫자에 집중하라, 이미 채워진 숫자를 주목하라, 그리고 전체를 보라 등 네 가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교재를 직접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도쿠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아니 이게 대체 뭔가, 십자말풀이처럼 글자를 써 넣는 것도 아니고... 라며 당황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p4에 설명이 나옵니다. 그 규칙은, 겹치는 것 없이 가로세로대각선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써 넣는 것입니다. 합이 맞아야 한다거나 할 필요는 이 책에서는 없고, 이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됩니다. 대체로, 스도쿠는 공개된 숫자들을 감안하고서 풀면, 정해잔 답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p38을 보면 29번째 퍼즐이 나오는데, 오른쪽 상단에 보면 날짜를 적는 난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처음에 문제를 풀 때는 연필로 풀고, 이후에 다시 풀 때를 대비해서 첫 풀이는 지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풀이 방법이 나왔지만, 작은 사각형 9개 각각에 일단 겹치는 숫자가 없어야 하며, 큰 사각형 9×9를 보면 가로와 세로에 겹치는 숫자가 또한 없어야 합니다. 단, 큰 사각형의 대각선 아홉 칸은 겹치는 게 있어도 무방합니다. 만약 이런 제한까지 두면 문제 풀이가 더 복잡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문제 출제의 난이도가 높아질 뿐 풀이가 어려워지는 건 아닙니다. 

보통 아홉 칸 중 가로줄에는 여섯 개의 숫자가 차는 게 최대한입니다. 일곱 개의 숫자가 차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없다고 봐도 됩니다), 여섯 개의 숫자가 차는 줄도 두 개 이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가로줄에 여섯 개 숫자가 이미 채워진 줄이 하나라면, 세로줄에는 여섯 개가 채워진 게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건 본인이 직접 출제를 해 보면 경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p91의 82번 문제를 보면 이 문제는 여섯 개는커녕, 다섯 개가 채워진 줄조차 단 한 개도 없습니다. 가로 세로 모두 네 개가 고작인데, 대신 한 개나 두 개가 채워진 줄도 적으므로 난이도가 높아진 건 아닙니다. 단, 많이 채워진 줄부터 공략하는 게 습관이 된 독자라면 이런 유형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편집이 깔끔하고 글자 크기가 커서 나이드신 분들이 보기에 편한 게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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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준 길입니다 - 스치는 바람 소리도 하나님 세상
장진희 지음, 김주은 일러스트 / 샘솟는기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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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에게 있어 믿음의 씨앗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뿌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반도 최남단에 가까운 전라남도 순천은 그 경치도 아름답고 예전부터 사람들 살림살이도 풍요로웠던 고장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개척목회자 김영춘 목사님과 결혼하신 저자 장진희님은 한국적 풍토에서 목사 사모로 사는 고충과 애환이 어떤 것인지 토로하십니다. 지금껏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쓴 책은 여러 권 읽고 리뷰도 올렸습니다만 목사님 배우자께서 쓰신 책은 처음 읽어 봤는데, 재미도 있고 뭔가 생각해 볼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책이고 국민일보에도 칼럼을 게재해 오신 분이라고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묘하게도 그 어머니를 닮아가며 자신의 생 한 계단 한 계단을 밟는 듯합니다. p34를 보면 약초를 캐며 가사노동을 하시다 자라가는 딸을 보며 환히 웃으시던 자신의 어머님을 회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자녀들은 그 어머니의 땀방울이 하나하나 맺혀 이뤄진 결실이라는 문장이 어느 독자에게건 뇌리에 또렷이 남을 듯합니다. "비가 개면 여태 쓰고 온 우산을 아무데나 두고 잊는 것처럼" 우리는 과연 고마운 부모님의 은혜를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친 건 아닌지 가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는 독자들은 익히 알듯이 둘째따님 솔양이 소아암으로 투병중이었고 현재도 종양이 다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분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첫출근(p95)까지 했으니... p81, p159를 보면 MRI 촬영비가 보험 적용이 되어 환급을 받으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통 우리들은 작은 금액이라도 페이백이 되면 그 순간 만족감이 듭니다. 그러나 장진희 저자께서는 이런 소식조차 마뜩지 않은데, 3대 소아암에 포함되어 환급된다는 건 딸이 오진된 게 아니라고, 틀림없이 암이라고 나라에서 확인해 준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철 이른 낙엽 하나가 슬며시 곁에 있어 준 게 고맙다고 했던가! 하나님은 그 강한 힘으로 새롭게 하심에 나는 감사한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저는 기독교 구약 시편의 저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 새롭게 되지 못하는 건 곧 죽은 것 아니겠습니까.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자리한 그이름교회, 올해로 창립 21주년이 된(p197) 이 교회에서 여느날처럼 강대상을 꽃으로 장식하던 저자께서는 지금까지 소통하던 권사, 집사님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봅니다. 개척교회야 목사님의 수고가 가장 크겠지만 본래 교회라고 하는 곳은 모든 성도들의 피와 땀이 어울려 세워지고 한 발 두 발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기로도 이곳 계양구는 유난히 개척교회가 많은 곳이고 그만큼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동네입니다. 목회가 치열한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독의 시간이 더 밀도높게 찾아오더라는 말씀도 인상깊습니다.  

"장선생님은 (목사) 사모감이 아닙니다(p154)." 세상에. 내가 어떤 호감을 표현했던 남성이 저런 답을 내놓았다면 그 실망감이 차라리 황당함으로 변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일견 퉁명스럽게도 들리는 저 말씀 안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실은 깃든 것입니다. 개척교회 사모님 앞에 놓인 고생길이 훤하게 보녀서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21세기 한국에서 그 어느 여성도 개척교회 사모님 노릇을 기꺼이 맡으려는 분이 과연 있겠나 싶을 만큼이죠. "강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흘러가면 돌아올 수 없다. 길은 인간의 것이어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며 그 위를 걷는 자가 바로 그 길의 임자"라는 구절(p177)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그부터는 길도 엄청 옹상스러운디 더 들어갈라고?(p32)"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님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 험한 산길을 어떻게 겁도 없이 약초를 캐러 들어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길은 용기 있게 그 어두운 곳을 대담히 개척한 사람에 의해 비로소 생기는 것이며, 그 용기는 자녀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부모님들에 의해 발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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