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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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인줄 몰랐다. 책을 펼쳐보니 9개의 단편모음집이다. 김영하 특유의 하나의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작가의 하고픈 말을 은유하는 짧은 단편들이다.솔직히 어떤 것은, 뭐 이런 따위를 가지고 얘기를 썼지?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뭘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되는 것들도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아주 짧은 소설인데, 왜 이 이야기가 책의 제목으로 선정됐는지 알겠다. 제일 명료하지만 제일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출근길에 5~6층 사이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에 낀 채로 구조를 기다리는 그 아파트에 사는 어느 주민. 그러나 바쁜 아침 출근길이라 누군가 제대로 구조신청을 못했을 것 같은 불안을 느끼는 주인공. 휴대폰도 없고 마침 그날은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는 마냥 안좋은 일들이 종일 줄줄이 생겨서 끝내 구조신청을 못하고. 그런데 마침 주인공도 회사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건이 생기고. 막상 내가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보니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낀 이웃일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생각이 나고, 역시 내 처지를 그 누군가도 오해하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고. 바쁜 현대사회 이웃의 부재 공감의 부재 이기주의 명확함을 아주 짧은 아주 간단한 소재로 아주 잘 풀어내었다.

 

 

 

그 외 나머지 단편들, 사진관 살인사건, 홉혈귀, 피뢰침, 비상구, 고압선, 당신의 나무, 바람이 분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 은 엘리베이터만큼은 여운이 없었나보다.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 걸 보니. 그러나 하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작가는 주변을 허투루 보지않고 계속 관찰하면서 그게 사회이든 사람이든 환경이든 그가 사상하고있는 그 어떤 것과 잘 조화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로선 참 감당하기 힘든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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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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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이전의 한심한 인간들이 사악하고 미치고 비참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의 세계는 그들에게 일을 쉽게 처리하도록 용납하지 않았고, 건전하고 행복한 덕망의 삶을 살아가게끔 용납해주지도 않았다. 어머너들과 연인들, 금기들로 인해 그들은 복종하게끔 훈련되지 않았고, 온갖 유혹과 고통스러운 양심의 가책 때문에, 온갖 질병들과 끝없이 홀로 시달려야 하는 고통 때문에, 불확실성과 가난 때문에 그들은 억지로 강한 척해야만 했다. 그리고 강한 척하면서, (두구나 무기력하게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 존재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그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

84쪽

"개인이 감정을 느끼면 집단생활이 비틀거려요." 레니나가 반박했다.
"글쎄요. 집단생활이 조금쯤 비틀거려서 안 될 건 또 없잖아요?"

156쪽

웬일인지 그는 여태껏 포페를 진심으로 미워한 적이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얼마나 포페를 미워하는지 적절하게 표현할 길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를 미워하지 않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는 이런 어휘들이, 북소리와 노래와 마법 같은 어휘들이 생겨났다. 그가 알게 된 어휘들과, 그리고 바로 그런 어휘들로 엮어진 (그것들이 무엇인지 그로서는 알 길이 없었지만 여하튼 멋지고도 멋지며) 이상하고도 이상한 이야기들은 포페를 증오해야 할 이유를 그에게 마련해주었다.

209쪽

성공은 버나드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었고, 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모든 좋은 마취제가 다 그렇듯이)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중요하다고 인정해주는 한 세상의 모든 질서는 한없이 좋기만 했다. 하지만 성공으로 인해 타협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기존 질서를 비판하는 특권을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비판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드높였으며 그로 하여금 휠씬 큰 인물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244족

‘인간이 만일 행복에 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했다.

272쪽

"우리가 처음 같이 얘기를 나눴던 때를 기억하나요? 작은 집 밖에서요. 당신은 그때의 모습을 되찾았어요."
"그건 내가 다시 불행해졌기 때문이에요."
"글쎄요, 난 이곳에서 당신들이 누리는 그런 거짓된 가짜 행복을 누끼기보다는 차라리 불행해지고 싶은데요."

274쪽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오셀로"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강철이 없으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가 없으며, 사회적인 불안정이 없으면 비극을 생산할 길이 없으니까요.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잃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히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드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 소마가 기다립니다."

333쪽

"하지만 난 불편한 편이 더 좋아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통제관이 말했다. "우린 편안하게 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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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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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쪽 짜리 짧은 소설이다. 

그러나 서사가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되는 이야기책이 아니다.

부끄럼많은 생애를 살면서 그저 죽지 못해 살아기기 위해 살면서 인간이 무엇이고 세상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다. 약간 허무주의같달까?

그래서 짧지만 막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원래 이런 류의 책은 별로 안 좋아했는데, 젊은 시절 하지않은 존재의 이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으로 살 것인가데 대한 고민은 이제야 하면서 일본 1920~30년대 어느 자살을 시도한 젊은 작가의 고민이 진지하게 다가왔다. 

아마 2018년 대한민국 현재의 상태와 지금을 살고 있는 나 개인의 심정이 전쟁 중인 일본과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비슷해서일까. 


주인공 요조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세상에 맞춰 살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결국은 자살을 시도한다. 그는 세상에 맞추지 말고 자신을 드러낼 수는 없엇던 걸까.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우리는 세상에 나를 맞추고 있는 걸까. 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걸까.

사람...세상...참 어렵다. 

저는 학교에서 존경을 받을 뻔햇습니다. 존경받는다는개념 또한 저를 몹시 두렵게 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떠 ㄴ사람한테 간파당하여 산산조각이 나고 죽기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이 ‘존경받는다‘는 상태에 대한 제 정의엿습니다. 인간을 속여서 ‘존경받는다‘해도 누군가 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들도 그 사람한테서 듣고 차차 속은 것을 알아차리게 되엇을 때, 그때 인간들의 노여움이며 복수는 정말이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23~24쪽

서로 속이면서, 게댜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량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중략)...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인간은 끝내 저한테 그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터득했더라면 제가 인간을 이렇게 두려워하면서 필사적인 서비스 같은 것은 안 해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27쪽

처세술의 재능? 저는 정말이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한테 처세술의 재능이라니! 그러나 저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속이는 것도, 건드리지 않으면 탈이 없다느니 하는 똑똑하고 교활한 처세술과 마찬가지 얘기가 되는 걸까요.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치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92쪽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 (중략) .......
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것이 개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예전보다는 다소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엇습니다.

93쪽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왼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행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지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97쪽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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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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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출판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티임 슬림을 소재로한 이야기. 

아마, 출간된 즉시인 2002년 즈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신선한 소재와 결말의 반전으로 많은 여운이 남았을지 모르나, 이 책을 읽은 지금 2018년 3월 1일 현재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은 타임 슬림 소재의 영화, 드라마가 제작되고 선보여지고 있어서 좀 뻔한 연애 소설을 읽는 듯한 진부함을 약간 느낄 수 있다. 

주인공 도키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다쿠미의 지리멸렬한 젊은 시절을 견뎌내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숙제엿다. 읽는 도중 책을 덮으려했던 유혹이 아주 많았다. 그의 되도 않는 치기와 포기와 절망, 남탓으로 인해서. 그리고 이런 아버지 다쿠미를 보는 도키오가 얼마나 답답햇을까는 생각하며 읽으면 가슴에 돌덩이를 하나 얹은 느낌이엇다. 이건 작가의 탓은 아니것이다. 인물을 그리고자 했던 대로 그린 능력이라도 몰라도. 

그러나 작가의 원체 뛰어난 필력으로 일부 커버가 되니 나름 차선의 선택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어던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요. 아무리 짧은 인생이라도 설사 순간일지라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 분명히 말해두죠.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고요.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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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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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오빠가 돌아왔다이후 6년만에 펴낸 김영하 댜편모음집이다.
총269쪽짜리 그리길지않은 책한권에13개의 이야기들이 토막토막 담겨있다.
*로봇: 미래가없는 여행사직원과 로봇이라주장하는 눈맑은 젊은이의 이야기
*여행:옛연인인 수진과 한선의 재회에서 여행을 가장한 납치이야기
*악어: 갑자기 악어로부터 천상의 목소리를 받았다 다시 뺏기는 이야기
*밀회:하이델베르그에서 밀회하는 불륜커플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명예살인:어느 피부과 접수계 여자이야기
*마코토:꽃미남일본남자를 두고 일어나는 현주 지영의 이야기
*아이스크림:소위 미츠라는 까먹는 아이스크림을 둘러싼 엪소드
*조:라는 형사 및 백화점 경호원의 일탈이야기
*바다이야기1,2: 너무 잛은 바다가에서 일어난 두쪽짜리 엪소드
*퀴즈쇼:정동국 조은이 두 중학동창이 퀴즈쇼서 재회하여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오늘의 카피:스벅 오늘의 커피가 라떼에게 소소한 복수를 허용하는 이야기
*약속:터미널에서 돈 삼만원빌려주고 받겠다고 약속받는 이야기

가장 긴 50쪽 50쪽 있고 짧은 두쪽짜리도 있다.
먼말을 하고싶은지 짐작되는것도있지만 대개는 이런ㅁ걸 왜 썼을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말에 의뢰받은것이 아닌 그냥 쓴것도있다는 걸보니 후자는 대개 후자인가보다.

작가는 작가인가보다. 아무 쓸잘데기없어보이는 사실도 잘 관찰하여 얘기로 만든다. 의뢰를 받으면 이런 쓰잘데기없어보는 사실돌도 큰 소설의 구성이 되겠지.
새삼 관찰과 기록과 구성의 힘 그리고 창작의 힘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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