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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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쪽 짜리 짧은 소설이다. 

그러나 서사가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되는 이야기책이 아니다.

부끄럼많은 생애를 살면서 그저 죽지 못해 살아기기 위해 살면서 인간이 무엇이고 세상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다. 약간 허무주의같달까?

그래서 짧지만 막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원래 이런 류의 책은 별로 안 좋아했는데, 젊은 시절 하지않은 존재의 이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으로 살 것인가데 대한 고민은 이제야 하면서 일본 1920~30년대 어느 자살을 시도한 젊은 작가의 고민이 진지하게 다가왔다. 

아마 2018년 대한민국 현재의 상태와 지금을 살고 있는 나 개인의 심정이 전쟁 중인 일본과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비슷해서일까. 


주인공 요조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세상에 맞춰 살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결국은 자살을 시도한다. 그는 세상에 맞추지 말고 자신을 드러낼 수는 없엇던 걸까.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우리는 세상에 나를 맞추고 있는 걸까. 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걸까.

사람...세상...참 어렵다. 

저는 학교에서 존경을 받을 뻔햇습니다. 존경받는다는개념 또한 저를 몹시 두렵게 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떠 ㄴ사람한테 간파당하여 산산조각이 나고 죽기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이 ‘존경받는다‘는 상태에 대한 제 정의엿습니다. 인간을 속여서 ‘존경받는다‘해도 누군가 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들도 그 사람한테서 듣고 차차 속은 것을 알아차리게 되엇을 때, 그때 인간들의 노여움이며 복수는 정말이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23~24쪽

서로 속이면서, 게댜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량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중략)...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인간은 끝내 저한테 그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터득했더라면 제가 인간을 이렇게 두려워하면서 필사적인 서비스 같은 것은 안 해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27쪽

처세술의 재능? 저는 정말이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한테 처세술의 재능이라니! 그러나 저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속이는 것도, 건드리지 않으면 탈이 없다느니 하는 똑똑하고 교활한 처세술과 마찬가지 얘기가 되는 걸까요.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치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92쪽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 (중략) .......
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것이 개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예전보다는 다소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엇습니다.

93쪽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왼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행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지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97쪽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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