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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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형제란 만난 지 오래지 않은 사람 앞에서도 이렇게 자신들의 관계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걸까. 나도 부부라는 관계성을 그런대로 오래 유지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사이가 틀어진 모습을 최대한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친근한 사람들 앞에서는 걱정이나 억측을 하지 않도록 더욱이 평온한 금실을 가장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해야 했던것은 우리 부부가 이미 금실의 실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나.
흔들림 없는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었을 시절에는 과연 어땠을까. 옛날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피를 나눈 형제는 그 관계성이훨씬 더 견고한 걸까. 아니면 그들이 그저 어린애라서?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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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3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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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카와 미와>라는 작가의 첫번째 만나는 책이다. 문득, 접속한 인스타스램 마음산책에서 나시카와 미와의 이 책 한 소절을 소개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작가들을 좋아한다. 특히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작가들과 무언가 통할듯한 느낌이 있었기에...별 부담이 없다. 그런데 나보다 너댓살 젊은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잡지에 소개한 글을 편집 가감한 책이다. 작가의 고향 히로시마와 희로시마를 연고로 하는 도요 카프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말고 유튜브에 희로시마 도요 카프 관련 동영상을 검색하기까지...그래서 새롭게 안 사람이 <구로다 희로시>였다.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에 희로시마는 폐허가 되었다. 그 지역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준 빨강색의 프로야구단 ˝희로시마 도요 카프˝... 이 구단은 시민들의 참여로 이끌어가는 시민구단이지만, 재정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시민들이 사랑하고 좋아할만한 이야기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초창기 빨강색으로 상징되는 프로야구단 해태 타이거스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일본 2차 세계 대전의 상흔 희로시마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80년 국가폭력으로 민간들이 희생한 광주란 도시가 있었다. 껌을 팔아 구단을 운영했고 이후에는 선수를 팔아 운영했던 타이거스...하지만 연고지 시민들을 하나로 이끌어낸 타이거스 저력을 상상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에서 소개하고픈 꼭지는 ‘사과를 하다니‘ 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승패의 결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패배‘라고 부를 정도로 근사하지 않은 패배감, ‘승리‘라고 가슴을 펼 정도로 뚜렷하지 않은 충족감의 틈새를 흐리멍덩하게 오간다. 흔들림 없는 엄정한 결과에 직면했을 때 사람은 과연 어떤 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이 눈으로 보고 싶다. 그 무람없을 정도의 환희 혹은 거침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동경하며, 나의 응어리까지 거기에 얹는것인지 모른다.
그래도 그만한 것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사정과감정이 있겠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되도록 공적으로 사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들의 기대나 역사, 경기의 지위 향상에 공헌하지 못한 것을 선수 탓으로 돌리는 관람자를 키워서는 안 된다. 일사 만루의 역전 찬스에서 내야 땅볼을 쳐 병살됐을 때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벤치로 돌아가 다시글러브를 끼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사과하는일보다 더욱 어려울 터다. 사과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싸우는 상대는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단언하는 듯한 옆얼굴이야말로 우리를 진실한 의미에서 고무시키는 게 아닐까. _ 27 페이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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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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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일이 그렇게 될 줄 알면서도 찾아온 주제에, 후쿠나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몸을 더듬으려는 사치오에게 적잖이 놀라 같잖게 거절을 해 보였다. 거절하면서 조금씩 흥분하는 자신의 악취미에 소름이 다 끼쳤다. 이 남자에게는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비탄의 감정을 털어놓을 상대가 나밖에 없다는, 어렴풋한 만족감과 함께. - P75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제멋대로 갑자기 죽어버린 유키가 미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되는가. 나 혼자서, 어떻게하면 좋은가.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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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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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왜 내 생일날 왜 지금 불이 나는 거야. 그녀는 옆집주부가 원망스러웠지만 그 체험이 그녀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걸 섹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정확하게는 절정의 감각을느끼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절정이 온다,
하는 단계가 되면 그 파티 때 엄마가 튀겨준 팝콘 냄새가 콧속에서 되살아나는 동시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안이 스쳐, 언제 어떤 상대와 섹스를 하든 "이제 그만해." 라고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 P9

대학이란 4 년 동안 무모한 야심을버리고 칙칙한 체념과 현실주의를 이수하는 장소였나. - P20

이 사람의 ‘아직‘에는 ‘드디어‘가 따라붙을까, 아니면 영원히 ‘아직‘으로 끝날까. - P20

남녀 사이에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은 결혼하기 전 연애 단계에서 다 꺼지는 게보통이라고 들었지만, 우리의 인연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이 날로 깊어지고, 항아리에 물이 차오르듯 자애로움이 늘어간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P23

불확실한 것과 희망적인 예측을 쉽게 말하지 않는 것이 오토모 씨의 장점이었고, 나는 그런 점을 또좋아했다. 사막처럼 메마른 정직함. 해가 뜨면 뜨거워지고 해가 지면 얼음처럼 차가워질 뿐, 거짓도 없었지만 친절함 역시한 오라기도 없었다. - P25

나는 안도를 얻은 대신 내가 사는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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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위한, 정여울의 마음 상담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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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갑질‘이 늘어나는 것도, 의사도 감당하기 힘든 정신이상이 늘어나는 것도, 현대인이 진정한 통과의례를 경험하지 못하도록 점점 편리함과 안락함에 길들어가기때문은 아닐까. 안락함에 길들면 절대 성장할 수 없다. 편안함에 항복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프시케가 편안한 귀족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면 에로스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에로스가 명령하는 세계, 즉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마,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명령에 복종했다면 그녀는 절대로 새로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_ 잃어버린 통과의례의 아름다움 중 - P134

프로이트에게 무의식이 온갖 골치 아픈 트라우마의 박물관이었다면, 용에게 무의식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한한 잠재력의 보물창고였다.

_ 그림자를 극복하는 순간, 마침내 자유로워지리라 중 - P157

고통받는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비로소 자기 안의그림자와 만나는 끝없는 ‘대면‘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개성화는 진전된다. 그림자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진정으로 친밀해질 때 그림자의 유독성을 치유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도 커진다. 나는 나의 아픈그림자조차 나의 내적 자산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나의 뼈아픈 그림자조차 나의 잠재력으로, 나의 진정한 가능성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용기. 그것이 그림자와 춤추는 경지, 그림자와 함께하는 시간조차눈부신 블리스로 만들어내는 경지다. 이런 경지까지 다다르면 그림자는 결코 우리의 영혼을 파괴할 수 없다.

_ 그림자를 극복한 순간, 마침내 자유로워지리라 중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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