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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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비타민도 별로 나을 게없다. 8만 명 이상의 미국 의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보충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7퍼센트 높았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39

심장의 건강을 위해 매일 20분 동안 운동하더라도 베이컨이나 스테이크 85그램이 우리의 노력을 전부 무효로 되돌릴 수 있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44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뭘 먹어야 할까? 그 답은 빤한 것 같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먹는 것. 그런데 그 과일과 채소가 이국의 것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지 않은 한, 람부탄이나 용과일 필요가 없다. 그냥 양배추, 토마토, 브로콜리, 시금치, 사과면 된다. 값싸고 평범한것이면 된다. 게다가 유기농일 필요도 없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45

수명 연장의 관점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가장 깨끗한 식품을 찾아다니는 일이 전혀 타당치 않다. 유기농 식품보다는, 그리고 슈퍼푸드, 유행하는 다이어트, 영양제, 심각하지 않은 과체중에 대한 우려, 또는 매일의 걸음 수 확인보다는, 우리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게 더 타당하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49

이들은 이탈리아 전통에 따라 서로 보살피며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았다. 가족 사이는 끈끈하고 연장자들은 존경받았다. 틈날 때마다뒷마당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가족 경조사를 기념했다. 로제토 주민들은 개인이 더 큰 무언가, 즉 공동체의 일부라 생각했다. 주민이 2000명 미만인 마을에 낚시와 사냥 클럽, 스포츠 클럽, 기독교 청소년 단체부터 도서관까지 22개나 되는 시민 단체가 있었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51

행복한 결혼 생활은 사망 위험도가 49퍼센트낮아지는 것과 같다. 심지어 그냥 룸메이트일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살면 사망 위험도가 19~32퍼센트까지 낮아지며, 폭넓은 교우관계를 맺으면 45퍼센트까지 낮아진다. 그 밖의 마음가짐과 사회지표는 건강에 대단히 좋은 식생활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자원봉사는 약 22퍼센트까지 사망 위험도를 낮추는데,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경우와 비슷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 튼튼한 친구 관계, 소속감 등 모든 걸 합치면, 그래서 사회적 통합 또는 이른바 로제토 효과의 정수라 할 수 있을 것을 이뤄낸다면 사망률이 무려 65퍼센트 줄어든다. 그렇다. 이 수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 서로 다른 연구에서 나왔기에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떤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53

신체 단련이 사망률을23~33퍼센트 낮춰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몇 번 헬스장에 가며 술을 적당히 마시고 금연하는 등 건강에 좋은 몇 가지 생활 습관을 더하면 사망 위험도를 66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 엄청 큰 수치이다. 이는 로제토 효과에서, 또는 사회에 참여하며 만족스러운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수명 연장 수준과거의 비슷하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54

하지만 문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접촉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고독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어떤 사람들은 수명을 늘려줄 수있는 옥시토신 수치를 높이기 위해 시간당 52달러(약 6만 원)를 내고 껴안아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찾아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_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중 - P158

이런 이유로 신경과학자들은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을 구분하려 든다. 느낌은 감정에 대한 정신적 경험이지만 여전히 대뇌피질이 관여하는 우리의 생리작용에 단단히 기반을 두고 있다. 감정은 기본적으로 장이나 가슴을 자극하는 것이다. 느낌은 뇌가 그 자극을 처리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그 자극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감정은 환경에 대한 우리의 안내자이다. 느낌은 그 징후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감정은 무의식적이지만 느낌은 좀 더 의식적이다. 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게 아니다 중 - P65

장내 세균이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걱정과 불안이 우리의 장내 미생물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험 대상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반응해 이들의 똥 속 미생물의 구성이 나빠진다. 이것은 내가 딸의 콧물이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마감일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후변화로 우리 모두가 곧 몰살 당하리라는 공포심에 빠질 때마다, 나의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해치는 반면 해로운 미생물에는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의 생리작용에 간섭해 세균의 서식지를 유익한 세균에게 비우호적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게 아니다 중 - P86

유익한 장내 미생물은 중추신경계와 상호작용하고 우리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 외에, 신체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 망가진 장내 미생물군은 당뇨병, 다발성경화증, 류머티즘성 관절염, 알레르기를 포함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반면 젊은 기증자의 대변을 이식하면 적어도 어류에서는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게 아니다 중 - P87

이것이 만성이 되면 심장병, 이른 노화, 심한 감기까지 일으킬 수 있다. 우리의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네 가지 주요 경로가 있는데, 이 모두가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이 있다. 그 네 가지 주요경로는 교감신경부신수질 축(Sympathomedullary axis),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줄여서 HPA axis), 면역 체계, 그리고 우리 장에 사는 약 1.4킬로그램의 미생물이다. 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중 - P69

하지만 역경에 대처하는 이런 식의 반응이 오늘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는 직장, 아이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여러질병에 감염되기 쉽다. 이는 장기로 보면 당뇨병, 뇌졸중, 심장병, 암으로 이어진다. 주요 10대 사망 원인 가운데 적어도 일곱 가지 질병의 한 가지 요인이 만성 염증이다. 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중 - P75

마음, 우울증, 염증의 관계는 복잡하면서 양방향성을 갖는다.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를 높여 결국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염증 자체도 우리가 외롭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존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우울증 환자에게 항염증제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울한 기운을 느낄때마다 이부프로펜을 복용해야 할까? 아직 이 문제를 다룬 연구는없다.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약을 상시 복용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염증제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다. 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중 - P77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투쟁-도피 반응의 기어가 고속에 걸려 있어 미주신경이 긴장을 완화하는 반응을 못하도록 막을수 있다. 심장박동 변이도가 항상 낮아, 이 체계의 조절이 불가능해진다. 회복력과 적절한 감정 통제의 부족, 지나친 걱정, 불안, 고독감, 이 모두가 낮은 심장박동 변이도와 연관이 있다. 신체 건강이 나빠질수도 있다. 현재 낮은 심장박동 변이도가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심지어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많은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_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중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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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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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하는 건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유기농 구기자를 사들이는 대신에 우리가족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집중해야 했다. 제일 좋은 건강 측정기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았어야 했다. _ 들어가며 중 - P9

우리는 자원봉사를 하거나 우정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이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는커녕 글루텐을 걱정하고 생선에 든 수은과 농약에 집착하며, 줌바와 실내자전거 교실에 등록한다. 활력을 되찾게 해줄 손쉬운 처방을 찾는다. _ 들어가며 중 - P10

연구에 따르면, 가족 및 친구와 튼튼한 지원망을 형성하면 사망 위험도가 약 45퍼센트까지 낮아진다. 반면 운동은 사망 위험도를 23~33퍼센트까지 낮춘다. 하루에 채소와 과일을 6인분 이상(이는 분명 대단히 많은 양이다) 먹으면 사망 위험도를 대략 26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 과일과 채소와 통곡물을 많이 먹고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쓰는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면 21퍼센트까지 낮아진다. _ 들어가며 중 - P11

이 책에서는 수명을 늘리는습관에 우선순위를 두고서, 오래 살고 싶다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게 뭘까? 헌신적인 애정 관계이다. 충격적이게도,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망 위험도를 49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 두 번째는 친구, 가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웃으로 이뤄진 폭넓은 사회 관계망으로, 조기 사망 가능성을 약 4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세 번째는 성실한 성격으로, 조기 사망 가능성을 44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_ 들어가며 중 - P16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30~50대가 노화와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바는 경제적 안정이었다. 하지만 생애 초기에 안 좋은생활 방식을 택하면 텔로미어(말단소체)를 손상시킬 수 있는데, 텔로미어란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덮개로 유전자의 훼손을 막아준다. 이는 결국 노년에 수명을 단축하는 질병에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_ 들어가며 중 - P18

우리 몸은 나이가 들수록 단순한 마모로 인해 서서히 망가진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마모는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DNA,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에 변이와 손상이 쌓여간다. 이런 손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려면, 아주 작은 벌레인 예쁜꼬마선충보다 관찰하기 좋은 생물은 없다.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중 - P40

우리의 DNA는 평생 동안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주 신는신발이 닳듯이 DNA는 쓸수록 마모된다. 때로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 같은 외부 요인이나, 세포가 복제되는 동안 발생하는 단순한 오류때문에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세포 내 에너지 생성의 부산물인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 결과 DNA 가닥들은 작은 손상을 입거나 심지어 절단될 수 있다. 보통은 세포의 청소와 복구가 진행돼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여느 정비사와 마찬가지로 이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아서 일부 손상을 못 보고 넘어가거나 실수를하게 된다. 해마다 DNA 안에는 결함이 쌓여간다. 이것이 결국 암, 심혈관계 질환, 알츠하이머병 같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중 - P42

나이가 들수록, 세포에는 점점 더 많은 후성적 변화가 쌓인다. 이런 변화는 DNA 염기 순서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끈다. 식단, 스트레스 정도, 명상 여부, 이 모두가 후성적 시계의 속도를 높이거나 늦출 수 있다. 이것은 DNA 외관에 과학자들이 분석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긴다. _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중 - P46

하지만 인터넷으로 본인이 가진 FOXO3a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할 실험실을 찾지는 마라. 인간은 히드라보다 훨씬 복잡한 생물체이다. FOXO3a 유전자는 많은 장수 관련 유전자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어쨌든 장수의 유전성은 20~25퍼센트에 지나지않는다. 기억나는가? _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중 - P49

하다.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 면역 체계를 억제하는 경향이있어서 남성은 바이러스와 세균에 더 민감하다. 반면 에스트로겐같은 여성호르몬은 면역 체계에 힘을 보태는 한편 동맥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_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중 - P53

사회성과 건강 사이의 이런 상관성은 그다지 놀라운 게 아니다. 결국 우리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축, 면역 체계, 심지어 장 내에 살고있는 3파운드(약 1.46킬로그램)의 미생물을 통해 많은 면에서 연결돼있다. _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중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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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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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떤 사람들에게 집은 안전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도망쳐야만 살 수 있는 폭력의 공간이기도 하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집으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_ 숲의 끝 중 - P78

"사람 잊는 법 알려주는 학교,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잡는지 알려주는 학교 없냐." _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중 - P90

자기 마음을 배울 수 없고, 그렇기에제대로 알 수도 없는 채로 살아간다. 송문은 그 사실을 알았다. _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중 - P95

밥을 먹는 내내 둘 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할 말도 없었고,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아서였다.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았다. _ 한남동 옥상 수영장 중 - P98

가끔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고, 가끔은 머릿속이 따끔거리기도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못했다. 마음이란 건 하도 걸어 물집투성이가 된 발바닥 같았다. 예쁜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이 아니라. _ 한남동 옥상 수영장 중 - P104

"나는 사랑과 하느님을 다른 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_ 저녁산책 중 - P120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배워나갔겠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감춰야 하는구나, 나를 숨기고 나를 고치고 나를 세상에 맞게 바꿔야 하는구나.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짓밟아야 하는구나.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섞어 쓰면서 말이야.
응, 저쪽에서는, 저쪽 세상에서는. _ 우리가 그네를 타고 나눴던 말 중 - P124

문동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연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_ 문동 중 - P134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_ 임보 일기 중 - P170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을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그런 생각을 위선이라고 지적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바라." _ 안녕, 꾸꾸 중 - P189

미리는 늘 자신의 문제로부터 도망쳤고 그것은 그녀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자신의 분노로부터, 불안으로부터, 슬픔으로부터 도망쳤고 최대한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대신 미리는 일에 몰두했다. 동료들은 그녀가 일중독자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그건 일견 사실이었다. 일이 좋기도 했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면 공허함을 느꼈고 불안해졌으니까. 하지만 현주와 그렇게 싸운 이후에는 일에 몰입할 수가 없었고 자주 악몽을 꿨다.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누가 차가운 칼을 꽂은 것처럼 머리와 눈이 자주 아팠다. 실컷 도망쳤는데 그 끝에 다다라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_ 무급휴일 중 - P213

미리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어머니의 자유의지였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리는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때로는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선택할 수 없었다. 이런 삶이 자신의 것이었을까. 미리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미리는 자기 의지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다. _ 무ㅂ 휴일 중 - P227

미리에게 관계란 매 순간 상대의 시선으로 자신을 심판하며 최대한 자기 자신의 황폐함을 철저하게 감춰야 하는 노동이었으니까. _ 무급휴일 중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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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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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했어.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모든 게 수월했을 텐데. 내가 너를 조금만덜 사랑했더라도 우리는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 거야. _ 꿈결 중 - P62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단 걸 알았어. 우연이 계속된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_ 꿈결 중 - P64

이제는 네 얼굴도 구체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아. 화소가 낮은 사진처럼, 뿌옇게 보여, 네 목소리도, 아주 멀리서 들리는 소리처럼 기억돼. _ 꿈결 중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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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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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마 구경을 안 하고 근교로 왔느냐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데비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 애에게 취직을 준비하고 있으며 종종 새똥을 맞는다고 나를 소개했다. 가장 싼 티켓을 사서 타이베이와 방콕에서 두 번의 경유를 했고 인천에서 로마까지 24시간이 걸렸다는 말도 했다. 90년대 홍콩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장만옥을 좋아한다고 하자 데비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어렸다.
_ 데미 챙 중 - P37

‘너를 사랑하는 나에 도취한 모습과 그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내게 감정을 강요하던 남자들에 대한 기억이 내안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오염시켰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_ 데비 챙 중 - P43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 _ 데비 챙 중 - P50

남희,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운이 좋았지. 그녀와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잖아. 그게 어떤 건지 태어나서 경험할 수있었잖아. 어릴 때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지. 이런 사랑을 경험해보려고 태어났구나. 그걸 알게 됐으니 괜찮아. _ 데비 챙 중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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