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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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떤 사람들에게 집은 안전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도망쳐야만 살 수 있는 폭력의 공간이기도 하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집으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_ 숲의 끝 중 - P78

"사람 잊는 법 알려주는 학교,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잡는지 알려주는 학교 없냐." _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중 - P90

자기 마음을 배울 수 없고, 그렇기에제대로 알 수도 없는 채로 살아간다. 송문은 그 사실을 알았다. _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중 - P95

밥을 먹는 내내 둘 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할 말도 없었고,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아서였다.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았다. _ 한남동 옥상 수영장 중 - P98

가끔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고, 가끔은 머릿속이 따끔거리기도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못했다. 마음이란 건 하도 걸어 물집투성이가 된 발바닥 같았다. 예쁜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이 아니라. _ 한남동 옥상 수영장 중 - P104

"나는 사랑과 하느님을 다른 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_ 저녁산책 중 - P120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배워나갔겠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감춰야 하는구나, 나를 숨기고 나를 고치고 나를 세상에 맞게 바꿔야 하는구나.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짓밟아야 하는구나.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섞어 쓰면서 말이야.
응, 저쪽에서는, 저쪽 세상에서는. _ 우리가 그네를 타고 나눴던 말 중 - P124

문동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연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_ 문동 중 - P134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_ 임보 일기 중 - P170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을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그런 생각을 위선이라고 지적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바라." _ 안녕, 꾸꾸 중 - P189

미리는 늘 자신의 문제로부터 도망쳤고 그것은 그녀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자신의 분노로부터, 불안으로부터, 슬픔으로부터 도망쳤고 최대한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대신 미리는 일에 몰두했다. 동료들은 그녀가 일중독자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그건 일견 사실이었다. 일이 좋기도 했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면 공허함을 느꼈고 불안해졌으니까. 하지만 현주와 그렇게 싸운 이후에는 일에 몰입할 수가 없었고 자주 악몽을 꿨다.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누가 차가운 칼을 꽂은 것처럼 머리와 눈이 자주 아팠다. 실컷 도망쳤는데 그 끝에 다다라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_ 무급휴일 중 - P213

미리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어머니의 자유의지였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리는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때로는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선택할 수 없었다. 이런 삶이 자신의 것이었을까. 미리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미리는 자기 의지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다. _ 무ㅂ 휴일 중 - P227

미리에게 관계란 매 순간 상대의 시선으로 자신을 심판하며 최대한 자기 자신의 황폐함을 철저하게 감춰야 하는 노동이었으니까. _ 무급휴일 중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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