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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죽어서 해방되고 화해한 이야기>
이번 주말 전라남도 구례를 다녀오려고 한다.
어제밤 읽었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주무대가 구례이다. 읍내 산림조합장례식장에서 만난 빨치산 아버지의 연결망을 경함하고 결국 화해하는 그 딸(고아리)의 이야기이다.
48년부터 52년까지 백운산과 지리산을 넘나들던 4년의 시간이 죽을때까지 지배했던 아버지와 그 딸은 문상 오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이 소설의 장점은 절대로 무겁거나 교훈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항상 삐닥하거나 비틀어서 읽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들이나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여학생과 함께 담배를 피는 아버지, 사정이 어려운 아래집 보증을 선 사정, 70년간 작은 아버지와의 갈등, 교통사고 수습에 앞장선 아버지, 군인 예편후 교련선생을 했던 소학교 친구. 물론 구빨치산 동지들도 함께 한다. 아내도 빨치산 출신으로 재혼이라는 사실도 ...장례식은 상주 손님이라고 하는데, 소설속 장례식은 아버지가 살아 생전 만났던 사람속에 살아 숨쉬던 따뜻한 태도나 도리가 녹아 있다. 역사 무대의 한가운데 ‘하염없이‘와 ‘가차없이‘를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구례중에서 오지였던 지금도 오지인 반내골에 살았던 이야기이다. 읍내 기준으로 보면 시골인 오산(사성암이 있는 5개 봉우리) 뒷편의 문척면이나 간석면도 가려고 한다. 물론 읍내 오거리나 읍사무소 주변까지...
올해 여름부터 구례는 문척교 보존 애기를 들었다. 이 소설을 읽었다면, 지리산 피아골이나 백운산이 아니라 문척교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