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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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에서 우리 민족의 설움이 읽히기도 한다. 개항을 전후로 맞이한 한반도의 고난과 역경을 지켜본 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보듬어주고 싶기도 하다.

_ 귀화식물은 죄가 없다 중 - P147

우리나라에는 고층습원이 딱 한 곳 있는데 천연기념물이자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된 대암산 용늪이다. 해발 1,304 미터의 대암산 정상 부근에는 약 4천5백 년간 꾸준히 퇴적된 이탄층이 축구장 크기로 펼쳐져있다. 물이끼가 쌓은 이탄층의 평균 깊이는 1미터가 넘는다.

_ 작지만 우아한 이끼 중 - P156

잎을 다 떨군 활엽수가 사는 겨울 숲에서 눈에 확띄는 나무들이 있다. 상수리나무나 신갈나무처럼 마른잎을 땅에 내려놓지 않고 그대로 달고 서 있는 참나무류들이 바로 그들이다. 겨울에 나목과 상록수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그들 모습은 숲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곤 한다. 그 풍경이 환하지만은 않다는 게 좀 아쉽다. 버석하게 말라서 뒤틀린 잎은 어쩐지 처연해 보이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떨어져 나무가 수척해 보이기 때문이다.

_ 감태나무의 암그루만 사는 세상 중 - P184

과학자들은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감태나무가 선택한 아포믹시스를 보다 촘촘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나 국제적 정세의 변동에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미 홀로 후대를 생산하는 작물을 개발하여 모계의 우량한 형질을그대로 유지하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_ 감태나무의 암그루만 사는 세상 중 - P189

구절초의 진짜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다. 박용래 시인의 노래처럼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꽂아도" 정말 예쁜 꽃이 구절초다. 덕분에 가을이면 지역곳곳에서 구절초 꽃 군무가 펼쳐진다. 전북 정읍, 세종시장군산은 가을의 구절초로 이름난 지 오래다. 세시풍속중 하나인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우리 선조들은 곱게 부친 구절초 화전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포천구절초 등 잎과 꽃의 생김새에 따라 구절초종류는 조금 더 다양하게 구분된다. 생김새와 효능 덕분에 구절초의 꽃말은 ‘순수‘와 ‘모성애‘다.

_ 들국화는 없다 중 - P256

침엽수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신생대 제3기와 제4기, 지구가 극도로 추웠던, 그래서 매머드가 수북한 털을 방한복처럼 두르고 활동했던 그 시기에 한반도를 비롯하여 전 대륙에 드넓게 자랐던 식물이 그들이다.

_ 침엽수 학살 중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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