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 고딕 호러물을 읽을 때 좀 부러운 부분은 역시 그 음산한 고가의 분위기다. 전쟁에 털린 지 백 년도 지나지 않았고 국토 곳곳에 재개발의 바람이 휘몰아친 한국에는 유명한 고가라고 해봤자 어느 종가집, 어느 양반 별장이나 정원, 그런 차원이니까. 하지만 <흉가>를 읽다 보니 한국의 고딕 호려물은 풍수지리물과 대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기가 세기로 유명한 어느 마을, 풍수를 다스리기 위해 치수치산 공사를 한 관리들이 죽어나간 전설, 도끼를 대자 피를 흘리는 당산나무 같은 요소들이 엮이면 제법 그럴듯한 한국형 고딕 호러가 되겠구나 싶다. 


<흉가>에서 좋았던 점은 주인공 가족이 사는 '외딴 집' 자체는 새 집이라는 설정이다. 화를 부르는 집이지만, 사실은 집이 아니라 집을 짓누른 산이 요기의 본산이다. 산에 대해서는 자세히 묘사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산에서 집으로 뻗어오는 음산한 분위기가 더 살아난다.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과 분량 차이는 그리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린이의 시점에서 사건을 풀어가서 그런지 플롯 자체가 단순해서 그런지 이쪽이 훨씬 읽기 편한 소품처럼 느껴진다. 맺는 부분은 살짝 싱거웠지만, 괴담 좋아하는 사람에겐 딱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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