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지음 / 나름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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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는 자주 걸어 다녔던 길들.

정동길, 광화문 거리, 북촌길, 인사동길...

그러나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이 길들 중의 몇 곳을 가끔씩 가게 되면서 그 길 위에서 추억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많이 변한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걸으면 좋은 길들. 그런 길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 오롯이 박혀 있다.

도시는 삭막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삭막함을 달래주는 조형물들.

가끔은 그런 조형물들을 보면서 왜 이곳에 저런 모습으로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조형물들이 유명 예술인들의 값비싼 예술품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때론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거리의 예술품들을 만나기도 한다.

<도시 예술 산책>에서는 길 위의 작품 147개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여러 책들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기는 했지만, 같은 장르의, 같은 주제의 그런 어떤 책들보다도 깊이 있고, 폭넓은 이야기들이 담겼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대략 3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의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평가해 주는 내용, 그리고 도시와 예술을 다양한 주제로 풀어나가는 도시 담론, 그리고 서울의 9개 동네길의 마을 예술지도 그리기로 꾸며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영문학을 전공했다. 스포츠 조선 문화부에서 미술을 담당하게 되는 첫 직장생활을 울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첫 직장생활 6년만에 다른 부서로 옮길 때는 울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그만큼 예술과는 동떨어진 전공을 가졌던 사람이었기에 더 열심히 예술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6년간에 걸친 직장생활이 그를 이주헌, 이섭,김진하 등 선배 큐레이터들과 함께 미술 기획사를 차릴 수 있게 했고, 끝내는 공공미술을 전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은 그저 도시의 공공미술 작품만을 보여 주고, 설명해 주는 단계를 훌쩍 뛰어 넘어 다양한 주제로 도시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예술 작품의 설명은 문학, 철학, 사상 등과 접목되어서 상당히 수준높게 이루어진다.

이 책에 실린 몇 몇 작품들은 도시를 거닐면서 마주쳤던 예술품들이기에 낯익은 작품들이다.

삼청동 국제 화랑의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 낙산의 백민준 작가의 <가방 든 남자와 강아지>, 옛 정동의 배재학당의 교사 한 채와 조각 기둥. 63 빌딩 앞의 <생명의 숲>, 대치동 포스코 센터의 <아마벨> 등.

" '시간의 디자인'이 공간 곳곳에 여울져 흘러 시간과 공간, 그 속의 기억으로서의 사건이 함께 산다." (p. 96 - 옛 배재학당의 모습에서)

작년 겨울에 광화문의 <해머링 맨>이 털모자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노동자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한 모습도 모두 작가가 의도한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시민 참여 작품인 <서울, 황금알을 품다>, <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는 작가의 생각에 따라 시민들이 그 자리를 메우는 참여가 필요한 작품들이고, 그래서 그 의미가 더 큰 것이다.

특히 <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는 잊혀진 장소에 서린 기억을 한데 모아, 공동의 기억창고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한다.

'돌을 쌓아 주세요, 바위가 소원을 들어 줍니다.'

돌을 쌓는 그 손길에 소원을 바라는 그 마음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 !

포스코 센터에 있는 아마벨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신선한 발상이라기 보다는 좀 거부감이 생겼는데, 실제로도 '아마벨'의 설치 배경이나 그 후의 철거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예술품들을 보면서 그 의미가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쉽게 된다.

그러나,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작가에겐 표현할 자유가 있지만, 보는 이에겐 해석할 자유가 있다" (p. 150) 는 것이다.

내 맘대로 해석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내가 본 예술 작품은 내 수준으로 보이는 것이기에.

신선한 발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작품에 최정화의 <천개의 문>이 있다. 이것은 건물 리모델링의 공사 가림막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파사드라고 해서 디자인이 화려하고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철제로 막아 놓던 것을 지나 산뜻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변화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게 되는데, 최정화의 <천개의 문>은사람들이 실제 거주했던 집의 방문 711개로 만든 가림막이다.

발상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는 내가 천천히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예술품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 나의 사진첩에서)

마지막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9개 길을 따라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지도와 함께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서울의 이 길들로 나가보면 어떨까

 

" 걷자, 느리게, 살자, 느리게.

그러면 도시가 작품이 된다. 삶과 일상이 예술이 된다.

더는 전원을 꿈꾸며 삶을 유예하지 말자.

바로 이곳, 도시에서 '다른 삶'을 살자." (책 뒷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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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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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출간 당시 (2010년 12월)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함께, 사진작가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집이라는 것이 가슴에 와닿았다.

사진작가 이석주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다. 다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밖에는.

나중에 알게 된 그에 대한 정보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스튜디오를 열어 예술인들과의 교류가 많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사진작가였다는 것,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의 전시회를 준비하던 2010년에, 만 스물 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눈을 아주 좋아했던 것같다.

" 눈은 아무도 모르게 내릴 때 제일 예쁜 것 같아요...." (p. 5)

책의 시작인 '빛을 비우는 눈들의 이야기'에서 시인 김경주는 절친 이석주의 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 그의 사진은 온통 하얗게 표백된 쓸쓸함 투성이였다.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는 사진을 아직 시작하기 전 어떤 묽은 질감을 먼저 여백에 담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 6)

이석주만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스타일은 희뿌연 막이 한 곂 덮여져 있는 듯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사진이란 빛을 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석주는 사진이란 빛을 비워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것에 대해서도 '사람을 담으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두고 가야 하는 이 세상이 사진작가의 눈에는, 마음에는 너무도 그리울 것 같았나 보다.

이런 시각에서 찍은 온통 눈으로 덮힌 그의 사진들에 시인 강성은이 글을 올렸다.

나는 그동안 여행에서의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언어가 담겨져 있는 책들을 수없이 읽었다.

이병률의 <끌림>,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변종모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백승선, 변혜정의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번짐 시리즈...

그러나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런 책들에 비하면 조금은 가슴에 와닿는 울림이 적은 사진과 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 이석주의 블로그 중에서 -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다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다.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

" 시들지 않는 건 없지만

영원할 수 없지만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시간은 지속된다. "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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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양꽃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어른을 위한 동화 16
한강 동화,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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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 중에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 20권이 있다.

그중에 가장 잘 알려진 동화로는 황석영의 <모랫말 아이들>, 안도현의 <연어>가 있다.

작가 한강의 글이 단아하면서도 섬세하여서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던 중에 <내 이름은 태양꽃>을 읽게 되었다.

이전에, 작가의 동화로 <눈물상자>와 <붉은 꽃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읽게 되었지만, 앞의 동화들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에 짧은 글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에 파고 드는 메시지는 있지만,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그런 감동은 없는 것이다.

아마도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읽었기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짧은 동화 속의 이야기는,

하루종일 햇빛이라고는 들지도 않는 버려진 땅에 불과한 담장 밑에서 어린 싹이 얼굴을 들이 내민다.

힘껏 떡잎으로 흙을 밀치고 나왔지만, 세상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흙에서 나오면 밝은 세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새 싹이 만난 세상은 담장으로 가려져서 어둡고 답답한 세상이다.

그런데, 담장에 붙어 있던 담장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힘차게 자라난다. 담장이는 새싹에게 말한다.

담장을 벗어나서 밝은 곳으로 가겠다고....

정말 담장이는 힘껏 담장을 넘어 밝은 세상으로 가 버리고, 그의 긴 다리만이 새 싹의 옆에 남아 있게 된다.

(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떡잎도 조금씩 자라서 꽃을 피우지만,

벌도, 잠자리도, 호랑나비도, 바람도, 그 꽃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한다.

그 누구도 이런 꽃은 처음 본단다.

'어떻게 생겼기에?'

아무도 그 꽃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색깔이 없는 꽃, 투명한 꽃이라고만 말한다.

그는 담장 밑에 핀 보잘 것없는 풀 한 포기인 것이다.

부러워, 부러워~~

담장 너머의 정원에 예쁘게 핀 장미도, 봉숭아도, 그리고 저 멀리 담장 밖으로 나간 담장이도.

풀꽃은 자신의 꿀을 맛나게 먹으러 오는 꿀벌도, 나비도 귀찮아진다.

항상 풀꽃의 존재를 잊어 버리고 풀꽃을 아프게 하는 바람도 귀찮기만 하다.

모두 귀찮아 다시는 오지마.

어느 날 밤, 그렇게 쓸쓸하게 지내던 풀꽃에게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담장 바로 밑에서 싹을 틔워내려고 애쓰는 작은 풀의 목소리.

작은 흙구덩이를 밀고 나오기 위해서 애쓰는 풀의 목소리를.

견디라고, 강해져야 한다고, 더 견뎌야 한다고...

며칠 비가 내리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던 그 풀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던 풀꽃, 자신이 피운 꽃이 화려하지 않아서 힘들어 했던 풀꽃.

그래서 풀꽃은 자신을 둘러 싼 모든 것을 미워했지만, 결국엔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 보잘 것 없었던 풀 한 포기는 태양보다 더 밝고 환한 꽃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 어떤 꽃보다 가슴 아픈 상처와 절망을 이겨냈기에.

(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왜 슬퍼하지 않느냐구요?

이제는 알고 있는걸요. 나에게 꽃이 피기 전에도,
그 꽃이 피어난 뒤에도, 마침내 영원히 꽃을 잃은 뒤라 해도,
내 이름은 언제나 태양꽃이란 걸요" (p. 106)

한강의 동화를 읽으면 참 마음이 예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담장 밑에 핀 보잘 것 없는 풀 한 포기.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풀 한 포기이지만, 작가의 눈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표현이 된다.

작가의 가슴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태어난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보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한 편의 동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이런 소재가 동화에 많이 쓰여졌기에 신선함이 덜 한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존재가 화려하게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동화 속에서 이미 많이 접했기에 그 감동이 반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화의 그림은 동양화를 전공한 삽화가이자 동화작가인 김세현이 그렸는데, 화선지 위에 먹물의 농담만을 준 그림이기에 조금은 칙칙함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그림에서만 꽃에 색을 주었다.

아무래도 담장밑의 어두컴컴한 그 분위기를 살리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맑은 분위기의 잔잔한 그림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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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 - 댄스 스포츠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방현희 지음 / 민음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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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움에 어깨춤이 둥실 둥실 들섞이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런 작은 춤사위는 각 민족들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지면서 그들 나름의 춤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춤을 배우러 다닌다' 고 하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리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었다. 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춤바람'이란 말이 나왔고, 춤추다가 그렇게 된 사람들도 다수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가를 이용해서 취미 활동으로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삶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선율에 맞추어 추는 춤은 그 어떤 스트레스도 확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며칠 사이에 우연찮게 춤에 관한 책을 두 권 읽게 되었다.

박종호의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리고 방현희의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이다.

2 권의 책을 읽으면서 춤의 역사와 의미를 자세하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탱고만을 다루었지만, 깊이 있는 내용의 책이었고,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는 각종 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춤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를 처음 접할 때는 춤에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춤에 대한 이야기을 풀어 나가겠거니 했는데, 그보다는 삶의 이야기 속에서 춤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의 저자인 방현희가 소설가이기에 그의 삶의 이야기 속에 곁들여져서 춤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춤추는 소설가의 춤 에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삶의 한 자락에서 춤을 배우게 되고, 그 춤은 또 다른 춤을 배우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 속에 있었던 각종 상처들을 치유하여 가는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신나게 춤을 추면서 흘린 땀방울이 마음 속의 슬픔을 잠재울 수도 있었고, 춤에 몰입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만의 시간으로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 댄스 스포츠를 통해서 다양한 춤을 배우면서 알게 된 춤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삶, 문학, 가족, 친구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다.

춤의 역사에는 삶의 애환이 담긴 춤들이 다수 있다. 룸바, 탱고, 플라멩고, 살풀이 등을 들 수 있다.

룸바는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 노예들의 춤으로, 그들은 다리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로 힘겨운 낮의 노동에서 풀려나 어두운 밤에 그들의 슬픔을 춤에 녹여 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다리에 쇠사슬이 채워져 있기에 춤사위는 느리면서도 슬픔이 배어 있는 것이다.

탱고 역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춤이며 한국인의 정서에는 가장 잘 맞는 춤이기도 하다. 탱고에 관련된 영화들도 많이 상영되고, 탱고 음악도 낯설지 않아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춤이 탱고인 것이다.

" 탱고는 4분의 2박자에 맞춰 추는 매우 육감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춤이다. 왈츠가 우하한 볼룸에서 추는 춤이라면 탱고는 거리에서 추는 춤이다.

룸바가 사랑의 춤이라면 탱고는 열정의 춤이다. 자이브가 경쾌함의 진수라면 탱고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극치다. " (p. 60)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춤은 아마도 왈츠가 아닐까 한다.

다뉴브 강의 물결처럼 흐르는 듯. 미끄러지듯 원을 그리며 추는 춤.

학창시절에 왈츠나 포크댄스는 수업시간을 통해서 배우기도 했기에 그 춤의 매력을 떠올릴 수가 있다.

<탱고 인 부에노스>의 저자인 박종호도,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의 저자인 방현희도,

"춤은 인생을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기쁨과 슬픔이 춤 속에 녹아 있기때문에 하는 말이 아닐까....

책 속의 룸바, 탱고, 왈츠, 자이브 와 같은 춤은 들어 보기도 했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다소 낯선 춤들도 등장한다.

파소 드블레, 폭스 트롯.

파소 도블레는 투우를 형상화한 라틴댄스의 한 종목으로 4분의 2박자의 빠르고 율동적인 리듬을 탄ㄴ다.

이 춤은 힘차고 절도있는 동작이 특징이다. 쿵쿵 울리면서 딱딱 끊어지며 진행되는데 음악과 춤이 절정에 이르면 케이프 아래에 이끌려 온 소에게 칼을 꽂은 춤이다.

폭스 트롯은 191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사교춤이며 왈츠가 고상하고 큰 물결을 나타낸다면, 폭스 트롯은 굴곡이 많은 잔 물결을 나타내기에 웨이브가 크고 조금 더 빠르고 가벼워 보이는 춤인데, 인생의 희노애락이 진한게 묻어난 춤이라고 한다.

이 책은 통하여 춤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춤은 몸과 몸이 움직이는 것, 몸은 그 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는 것. 몸은 오직 그 사람만의 희열과 서글픔과 눈물을 내비치는 것. 그들의 손을 타고 몸을 타고 그들의 삶이 흐른다. " (p. 241)

우리 민족도 예로부터 삶 속에서 춤을 추었건만, 어느 사이 그 춤들은 우리에게서 멀어진 감이 있다. 모내기를 하면서도, 추수를 하면서도,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 보았던 민족인데...

우리의 춤도 다시 살리고, 서양의 춤들도 배워가면서 인생의 구비 구비를 넘어간다면 훨씬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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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06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끌리더라구요.
저번달 신간에세이 추천에 올린 책인데 선정은 안 됐어요.ㅠ
룸바가 전 참 좋던데, 저런 슬픈 사연이 있는 춤이었군요.
아, 룸바가 새롭게 보여요. 이번 주 댄싱위드스타 볼 때 룸바가 더더 좋아질 것 같아요.
저 대리만족이긴 해도 그 프로그램 꼭 보거든요. 금욜에요.ㅎㅎ

라일락 2012-06-07 06:55   좋아요 0 | URL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군요. 저는 TV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어요.
이번 달에는프레이야 님이 추천하신 책들 중에서 선정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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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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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은 내 기억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풀잎처럼 눕다>,< 죽음보다 깊은 강>,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그러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을 뿐 이 작품에 대한 내용들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들이다.

작가가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했는데, 그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를 못했다. 당시에 박범신의 작품들에 대해서 문학성보다는 대중성이 강하다고 이야기되곤 했지만, 인기작가들 중에 최인호도 그런 평을 듣는 작품들을 다수 썼기에 그저 지나쳐 버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군사독재 체제하에서 그들이 쓰는 연애소설은 어쩌면 독자들에게 더 달콤한 소설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점들이 그가 절필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쓴 작품들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1980년대의 한수산의 필화사건은 작가를 절필을 하게 만들었고, 그를조국을 떠나서 오랜 세월을 타국에서 살도록 하였다.

이후에 <용서를 위하여 / 한수산 ㅣ 해냄 ㅣ 2010>을 읽으면서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인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칠십 년이 걸렸다' 는 말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1980년, 1990년대 작가들의 절필은 그들의 작품을 아끼는 독자들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박범신은 길지 않은 시간들을 보낸 후에 다시 집필을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그 당시의 작가의 마음은, 작가에게 글을 쓰지 않는 시간들이란 글을 쓰는 시간들보다도 더 힘겨운 고통임을 그는 이야기한다.

오죽했으면 용인의 한터 산방에서 깊은 밤에 홀로 앉아 시를 썼을까.

 

 

2000 년대에 출간된 소설인 <나마스테>, <촐라체>을 읽으면서 히말라야를 헤매는 작가를 만날 수 있었고, <고산자>를 읽으면서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보다는 외로운 고산자 (孤山子)를 만날 수 있었다.

 

'촐라체' '고산자'를 거쳐 '은교'에 이르러서 작가는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 은교 p.406)'노라고 말한다.

'은교'는 연애소설이라는 범주에서 생각한다면, 명망있는 70을 바라보는 노시인 '이적요' 와 17살 푸르른 젊음의 '은교' 의 사랑, 그리고 이적요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서지우'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은교'의 사랑....

그리고, 이 두 사랑을 둘러싼 끊임없는 서로의 탐색(이적요와 서지우)과 불신, 배신,그리고 마음속 깊숙히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은교로 인하여 서로를 잃어버리는 것이 두렵고 힘겨운 이적요와 서지우의 삶의 종말, 즉,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심리적 분석을 하듯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마치 한 편의 '심리소설'처럼 잘 쓰여져 있다. 더군다나 '박범신'작가의 문장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신예작가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 표현들이 적확하며, 문장이 감수성이 돋보이고, 탐미적이고 섬세하고 예리하다. 수식어를 많이 쓰고 있음에도 쓸데없이 붙여진듯한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문장들이다. 문학에 일생을 바친 작가만이 쓸 수 있는 무르익은 글들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에 담겨있는 적확한 시(詩)는 소설속에서 또다른 문학장르인 시를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흔히, 시집을 읽게 되면 한 편의 시를 읽은 후에 그 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한 편의 시로 옮겨가게 되는데, 소설속의 시는 소설의 느낌과 함께 시의 여운이 오래도록 소설속의 문장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시들이 그 상황이나 심리묘사에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지는 시들이기에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 것이다.

노시인은 자신의 인생에서 용의 주도하게 설계되어 얻어진 '가짜'위에 또다른 '가짜'..... '죽음뒤에 살아 남는 자'가 되기 위해 죽음후의 전략까지 꾸며 놓고 죽었던 것이다.

갈망.....

그 끝은 어디일까.

나는 영화 <은교>는 보지를 않았지만, 이 소설은 심리적 묘사가 뛰어나기에 그런 것들은 영화 속에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영화가 가지는 대중성과 흥행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소설 <은교>가 가지는 섬세함을 관객들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에 한참 '멍'때리는 기분을 느꼈으니까.

 

이처럼 <촐라체>, <고산자>, <은교>는 갈망의 3부작이라고 하는 작품들인데, 이번에 읽게 된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역시 작가의 갈망이 깃들여 있는 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논산 일기, 2011 겨울'이란 부제가 나타내듯이 박범신이 명지대 교수직을 떠나면서 자신의 고향인 논산으로 낙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일기들이 고스란히 한 권의 책으로 옮겨진 것이다.

" 고향이라는 패찰이 붙어 있을지라도 나는 옛날의 그곳으로 '돌아 온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시간의 레일을 따라 새로운 공간에 처음 온 것이었다. 새로 출발할. " (p. 18)

 

어쩌면 나에게는 이 책의 배경인 논산, 강경, 연무. 이런 곳들이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고향이 논산 성동면 원북리였다. 그래서 논산, 강경, 연무에는 이모들이 살고 계셨다.

이모부들이 농사를 짓는 분들은 아니고, 공무원, 법원에 근무하시는 분들이었기에 국민학교(초등학교), 중학교시절 여름방학에 몇 번 놀러 갔던 곳이다.

 

 

 

 

작가에게 논산, 강경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 그리고 그의 문학 작품 속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이 이곳에서 성장하기도 한 그런 곳이다.

추운 겨울을 난방시설도 잘 갖추어지지 않은 조정리에서 지내는 작가의 모습은 왠지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작품을 쓰지 않고 지내는 9개월이란 시간을 그는 그렇게 논산과 서울을 오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일기에 남겨둔다.

 

 

 

 

집앞에 유유히 흐르는 호수를 조용히 내려다 보면서

계백을 생각하고

계백 휘하 졸병을 생각한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작가에게 말을 건낸다.

아마도 이런 구상이 작가로 하여금 계백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작가에게는 수천 년이 지난 그때의 시간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글로 씌여질 수 있는 것이기에....

책 속의 사진들은 힘있는 작가의 글들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집앞의 잔잔한 호수처럼 작가의 마음이 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상당히 흥미로운 사진이 한 장 소개된다.

 

 

이 사진은 작가의 내면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라는 설명이 곁들여진 한 장의 사진.

" 집필 중에 작가는 그러므로 때로 짐승처럼 울부짖고 때로 폭포처럼 투신하고 때로 바람처럼 솟구친다. " (p. 120)

많은 것을 내려놓은 지금의 작가.

그에게 이 한 장의 사진은 열정을 가지고 또 다른 작품을 쓰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갈망이 담긴 듯하여 마음이 짠해 옴을 느끼게 해 준다.

" 삶에 대한 어떤, 인식의 깊고도 혁명적인 전환을 갈망한다." (p. 76)

역시 작가는 논산으로의 낙향을 통해서 혁명적인 전환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은교>의 이적요의 모습이 작가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작가는 '나무는 늙을수록 아름답다'고 말한다.

'청년작가'다운 기개로 늙어 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죽을 때까지 날 시퍼런 '현역 작가'로 살고 싶은 꿈을 말한다.

 

 

나이듦의 외로움.

'청년작가'로 인기를 누리던 작가의 지난날들.

몇 개월 동안 글을 쓰지 않고 있음에서 오는 창작에 대한 갈망.

그 모든 것이 페북 일기를 통해서 전해진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가 아닌, 일기이기에 더 진솔한 마음을 엿 볼 수 있는 글들이고, 작가의 일상과 마음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는 글들이다.

 

책 속에 나오는 금붕어. 어느날 배를 뒤집고 죽기 직전까지 갔던 그 금붕어는 이 책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힘겹게 살고 있다.

가끔 지느러미를 파닥이면서.

금붕어를 살피는 작가의 그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마음이 느껴진다.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처럼 장편 <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의 출판기념회 인사말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글은 작가가 걸어온 발자취를 말해 주는 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해 본다. 작가 자신이 논산에서 자신의 '마지막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논산은 그의 고향인만큼, 그곳에서 지금 느끼는 외로움, 허전함은 조만간 사라지고 힘찬 그의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리라 믿는 것이다.

그땐 또 그의 작품에 심취되는 독자의 몫을 할 것이다.

 

힘내세요 !! 박범신 작가님~~

당신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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