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출간 당시 (2010년 12월)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함께, 사진작가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집이라는 것이 가슴에 와닿았다.

사진작가 이석주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다. 다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밖에는.

나중에 알게 된 그에 대한 정보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스튜디오를 열어 예술인들과의 교류가 많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사진작가였다는 것,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의 전시회를 준비하던 2010년에, 만 스물 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눈을 아주 좋아했던 것같다.

" 눈은 아무도 모르게 내릴 때 제일 예쁜 것 같아요...." (p. 5)

책의 시작인 '빛을 비우는 눈들의 이야기'에서 시인 김경주는 절친 이석주의 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 그의 사진은 온통 하얗게 표백된 쓸쓸함 투성이였다.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는 사진을 아직 시작하기 전 어떤 묽은 질감을 먼저 여백에 담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 6)

이석주만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스타일은 희뿌연 막이 한 곂 덮여져 있는 듯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사진이란 빛을 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석주는 사진이란 빛을 비워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것에 대해서도 '사람을 담으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두고 가야 하는 이 세상이 사진작가의 눈에는, 마음에는 너무도 그리울 것 같았나 보다.

이런 시각에서 찍은 온통 눈으로 덮힌 그의 사진들에 시인 강성은이 글을 올렸다.

나는 그동안 여행에서의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언어가 담겨져 있는 책들을 수없이 읽었다.

이병률의 <끌림>,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변종모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백승선, 변혜정의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번짐 시리즈...

그러나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런 책들에 비하면 조금은 가슴에 와닿는 울림이 적은 사진과 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 이석주의 블로그 중에서 -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다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다.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

" 시들지 않는 건 없지만

영원할 수 없지만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시간은 지속된다. "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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