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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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버드대학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더 클 것이다. 그러니, 하버드 법대에서 '최초의 아시아 여성 종신교수'라는 타이틀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부모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는 하버드 법대 첫 동아시아계 교수이자, 첫 아시아 여성 교수, 첫 번째 한인교수가 되었다. " (p. 217)

그래서인지 그녀는 지금까지의 성장과정과 그녀가 택한 길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아 왔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얼마전에 그녀가 TV에 출연했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 중의 끝부분만 잠깐 보았기에 그녀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해서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책의 중간부분까지는 많이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읽지 않았다면 더 산뜻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TV프로그램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그녀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현대레알사전에게 묻는다면(개콘버전으로),그녀에게 한국은? 그녀의 엄마에게는?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물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녀가 지금의 위치에 올라 가기까지의 많은 부분들은 특권층인듯이 살아가는 엘리트 한국인들의 극성스러운 치맛바람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좀 씁쓸했다.

그녀에게 따라 다니는 '엄친딸 종결자'라는 말이 딱 맞는 말임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과연 이 책을 읽게 되는 학생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금도 매스컴을 통해서 떠들어 대는 특권층만이 갈 수 있는 학교들이 있으니...그들의 자녀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바탕에는 재력과 권력, 사회적 지위 등이 한 몫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친가는 지주출신으로 6.25때 피난을 와서 재산과 지위를 잃었다고 하지만, 외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어를 습득하였기에 외국인 상대의 무역사업과 버스 사업으로 성공한 대단한 재력가였던 것같다.

아버지는 서울의대 출신의 내과의사, 어머니는 이대 약학과 출신(집안에서 남녀공학을 보내지 않던 그런 시절에)의 제약회사 독일인 사장 비서였는데, 이런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1970년대에 미국 이민을 많이 갔었다. 부모들이 이민을 간 이유를 군사 독재하의 냉혹한 현실에서 가족의 희망찬 미래을 위해서였다고 쓰고 있지만, 그것은 나라를 걱정하고 그 힘이 되어 주어야 할 지식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그 시절에 택했던 하나의 방법이었기에 그 시대를 살아 왔던 나는 어렴풋이나마 그 시대의 엘리트 집단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6살 어린이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는데, 학창시절 그녀는 하버드대학하면 생각나는 공부벌레는 아니었다. 다재다능하여 어떤 분야을 전공했다고 해도 성공을 거두었을 것 같은 그런 학생이었다.

미국에서의 초등학교 시절에 그녀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남겨 주었던 슈타이너 선생님은,

"지니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어. 하지만 너는 제일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니?" (p. 52)

그녀가 6살에 미국으로 간지 5년 만에 가족들은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된다. 중학교에서는 영재학생들을 위한 특수 실험학교인 헌터스쿨을 다녔고, 방과후에는 전문 무용가가 될 학생들이 가는 SAB 발레 학교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면서 발레를 배우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그 꿈은 접게 된다.

" 뮤지컬 경험을 통해 나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협동작업의 핵심은 내가 세운 기준에 정확하게 맞춰 일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과 어울려 창조성을 발휘하고 의미있는 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바로 그 점이 협동작업의 묘미였다." (p. 124)

청소년기에는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예일대에서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에서는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발레, 피아노, 문학 등을 공부하면서 전혀 법을 전공하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하버드 법대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 법대에 진학하기 전에 법적인 사고방식을 접해 본 적도 거의 없었다. 다만, 예술과 문학에 깊이 빠져 있었던 나는 법의 복잡한 자료분석적이고 수행적인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고 즐길 뿐 아니라, 법의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한 제약과 규칙을 즐길 수 있는 밑바탕을 갖추고 있었다. " (p. 165)

이렇게 해서 그녀가 하버드 법대의 종신교수가 되지만, 그녀는 아직도 춤을 추지 못한 것을 슬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녀가 찾은 법학자의 길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찾은 것이기에 그녀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녀의 가정환경의 배경이 되어 준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부모들의 만남, 미국 이민을 결정하게 된 배경, 미국에서의 유치원, 초등학교시절에서부터 현재의 그녀가 있게 되기까지의 삶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 놓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가 한국인들에게 공명되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그녀가 홀로 자신의 길을 가기까지, 즉, 자유를 찾기까지의 삶의 많은 부분은 엄마의 뜻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삶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의 쉴새 없이 내쏟는 딸에 대한 비평(잔소리와 간섭), 그리고 무슨 일을 해서라도 딸을 돕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하겠다는 절대적인 의지에서 나온 행동들은 딸의 삶을 좌지우지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이민간 한국인들이 자녀들을 사회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자녀에게 지나친 교육열을 쏟아내는 것을 그녀의 엄마의 행동을 통해서 엿 볼 수 있다.

그녀의 엄마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라면, 그녀가 지금과 같은 성공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그것은 맞는 말이다. 미국 교육시스템이 가져다 준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의 성공의 바탕에는 재력이 있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사실인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한국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학생들의 입장과는 너무도 큰 괴리감만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다만, 그녀가 결국에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것에 박수를 쳐 주어야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상을 주는 의미는 그녀가 쌓아 올린 하버드법대 종신교수가 되었다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녀를 성공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보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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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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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어린이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비밀의 강.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어린이이기에 찾을 수 있었던 비밀의 강.

<비밀의 강>은 포근하고 아름다운 내용과 함께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마터면 그 모습을 세상에 내 보이지도 못할 뻔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저리 키넌 롤링스'는 1953년에 50대 후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평소에 오렌지 과수원을 가꾸면서 전원생활을 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들을 몇 권 남겼는데, <비밀의 강>은 발표를 미처 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서재를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1955년에 그의 작품에 '레너드 웨이즈 가드'가 그림을 그려서 발표를 하게 되는데, 그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흑인 어린이가 주인공이라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림을 그린 '레너드 웨이즈 가드'는 흑인 어린이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커피색 종이를 사용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그 시대의 미국인의 사고방식이었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2011년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일러스트레이터 부부에 의해서 다시 그려진 그림인데, 그림 속에는 또다른 그림들이 숨어 있는 등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그림들이라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어른들이 이 책을 읽을 때는 내용만을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그림 속의 또다른 그림을 눈여겨 보지 않고 책장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눈에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칼포니아가 찾을 수 있었던 비밀의 강처럼 그 비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칼포니아의 머리 모양이 물고기 형상을 하고 있기도 하고, 또는 머리 속에서 꿀번들과 과일, 꽃이 어우려져 있기도 하고, 나무 가지 속에 물고기가 숨어 있기도 하고, 나무들이 사람 형상을 하고 춤을 추는 듯하기도 하고, 부엉이의 깃털 속에 또다른 부엉이들이 숨어 있기도 하다.

<비밀의 강>의 이야기는 플로리다의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오렌지 나무가 금덩이 처럼 반짝거리는 곳에 사는 칼포니아와 버기호스의 이야기이다.

칼포니아는 쾌활하고 씩씩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시를 읊기를 좋아하는 지혜로운 흑인 여자 아이이다. 그가 기르는 버기 호스는 게으르지만 칼로니아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가는 흰색에 갈색과 검은 색 무늬가 있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이기에, 물고기를 잡아서 파는 칼포니아의 아빠 역시 생활이 어렵다. 생선 장수인 아빠가 물고기를 못 잡으니 살림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날, 이런 이야기를 들은 칼포니아는 숲 속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인 알버타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선다.

" 숲 속에는 비밀의 강이 있다. 숲 속에는 비밀의 강이 있는데, 커다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단다. 암, 물고기 녀석들이 많이 있고 말고 ! 메기며, 농어며, 모래무지며, 날치들하며 ! 특히 메기들이 아주 많지 " (p. 17)

칼포니아와 버기호스가 찾아 나선 비밀의 강,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 미끼로 분홍종이 장미를 낚시대에 매다는 아이, 그리고 무진장 많이 잡힌 물고기를 집에 가져 가기 위해서 실유카 이파리를 찾아서 메기들을 낚싯대에 꿰어 메고 오는 지혜는 칼포니아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만나는 부엉이, 곰, 표범에게 까지 싱싱한 메기를 나누어 주는 나눔의 마음을 가진 칼포니아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누군가 널 겁주려 할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 (p. 33)

칼포니아의 아빠 역시 딸이 가져 온 메기를 마을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판 후에 하루치 품삯을 받으면 메기값을 받기로 하니, 부녀의 마음이 모두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많은 메기를 잡았던 비밀의 강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 비밀의 강은 네 마음 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지, 자, 눈을 감아 보렴, 그럼 보일테니까. " (p. 43)

비밀의 강은 분명 존재했고, 그래서 칼포니아가 많은 메기를 잡아 배고픈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었는데, 비밀의 강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강이라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이 바로 비밀의 강에도 해당하는 말이 된다니...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감명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니, 마음이 메말라가는 어른들이 읽고 더 많은 반성과 깨달음을 가져야 할 그림책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작가가 쓴 지 약 6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뜻에는 퇴색된 느낌이 전혀 없는 신선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2011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칼포니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마음 속에도 메기가 뛰어 노는 비밀의 강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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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ㅣ 마음산책

   메리 올리버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낯선 저자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인지 궁금하다.

시원한 책표지의 색상이 눈길을 끄는 <완벽한 날들>은 '영혼과 풍경 사이의 관계'를 말해준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 젊은 날의 책읽기 / 김경민 ㅣ쌤앤파커스

 

요즘 책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출간된다. 벌써 이런 류의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래도 또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우리의 인생 언제쯤엔가 한 번은 읽은 책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책제목만으로도 그 책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잘 알려진 책들이 이 책 속에는 36권이 담겨져 있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정말 주옥같은 책들. 그 책들을 읽을 때의 내 모습이 잠시 스쳐간다. 다시 이 책들을 읽는다면 나는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더욱 성숙해진 독서력 때문에 그 작품들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해 본다.

 

 

 

 

 

3.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김선미 ㅣ위즈덤하우스

소로우의 삶과 교감을 하며 저자와 그의 가족들은 10년간을 이 책에 실린 내용과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 왔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많은 것을 가지려고만 할까?, 가진 만큼 행복한 것일까? 아니, 그와 반비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소박하게 사는 삶에서 어떤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이 책을 따라 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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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개그콘서트> 대표 개그맨 5인의 민낯 토크
박성호 외 지음, 위근우 인터뷰.정리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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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위근우'가 <개그콘서트>에서 그 누구보다 큰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 5명을 약 6개월간에 걸쳐서 인터뷰를 하고 쓴 책이다.

방송을 통해서 보는 <개그콘서트>가 아닌 방송에 나오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동안 방송으로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볼 수 있었다.

고심, 고심끝에 만든 코너가 방송 조차 타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고, 방청객 앞에서는 녹화를 했는데, 본 방송에서는 통편집되고, 다음 주부터는 그 코너가 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웃음이 메말라 가는 사회에서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는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이 아닌 민낯의 모습을 살펴본다.

" 개그 외적인 여러 영역에 촉수를 뻗어야 한다는 박성호,

웃음 에너지로 스스로를 충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정의하는 김준호,

무엇보다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원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열중하는 최효종,

그리고 노래라는, 어쩌면 개그 외적인 재능일 수도 있는 달란트를 통해 최고의 인기 개그우먼이 된 신보라." (p. 6)

이렇게 5명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물론 이들은 <개그 콘서트>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그맨들이고, 이들이 하는 개그는 요즘에 빵~빵 터지는 개그이기에 <개그 콘서트>이외의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을 인터뷰이로 선택한 것은 인터뷰어의 마음이기에 '왜 이 5명이냐'고 '내 생각에는 ooo가 더 <개그 콘서트>에서 더 큰 위상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인터뷰 과정이 좀 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간단하게 5명에 대한 생각을 펼쳐 본다면,

박성호는 <개그 콘서트> 서열 1위이며 '멘붕스쿨'의 가루상 캐릭터처럼 망가지고 희화화되길 원하는 개그맨이며, '아이디어 빨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상상력이 뛰어나다.

이미 <개그 콘서트> 초창지 멤버들은 새로운 길로 떠나갔건만, 박성호는 " (...) 예능을 해도 좋겠지만, 한 길을 파서 어떤 한 자취를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p. 63) 라는 말로 지금까지 <개그 콘서트>를 지켜온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나는 박성호의 '갸루상' 캐릭터를 비롯한 분장술에 의존하는 개그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한 '분장의 끝'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과도한 분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 말들의 유희에서 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과 과장된 행동은 오히려 어수선한 분위기만 자아낼 뿐이기에 그런 캐릭터에 의존하는 개그는 이제 그만하고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그 콘서트>를 지키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개그는 아니라고 본다. 그건 오히려 그의 개그 인생에서 도태될 수 있기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에서, 박성호는 '철들지 않아야 개그를 할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펼치지만, 이제 철들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마흔이 넘은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어떤 개그에서 그의 캐릭터를 보면 안스럽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김준호는 대한민국 콩트 연기의 달인이라는 말를 듣는 연극영화과 출신의 개그맨이다. 요즘 인기있는 '갑을 컴퍼니'에서 술 취한 사장의 모습이 제 격이지만, 그 이전의 코너에서도 성공한 코너들이 여러 개가 있다. 그의 개그 연기를 보면 시청자를 의식하는 쑥스러운듯한 눈빛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개그가 1초 정도는 어색한 개그로 변하는 듯한 경우가 가끔씩 보게 된다. 천연덕스러운 듯하지만, 타인을 의식하는 듯한 그런 점이 눈에 거슬릴 때가 있곤하다.

지금은 개그도 왕성하게 하고, 코코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개그맨 지망생들을 뽑아서 인턴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 후배 양성에 많은 노력을 하는 개그맨이다.

김원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 콘서트>에서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비상대책위원회'에서의 캐릭터가 큰 영향을 미쳐서 뜨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9시쯤 뉴스'때까지만 해도 불안, 불안하였으나, 그래도 다양한 목소리를 배역 안에서 내면서 자신만의 잘를 잡아 가고 있다.

최효종 사회의 핫뉴스를 정의롭게 풀어 나가는 풍자개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국회의원를 비하했다고 해서 강용석이 고소한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적도 있다. '개그는 개그일뿐'이라고 하지만, 그의 개그를 보면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최효종은 연기 베이스 보다는 철저한 멘트에 의존하는 개그를 한다. 그래서 개그라는 우회로를 거치지만 메시지는 직설적인 것이다. 그래서 그가 한 개그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적이 여러 번 있기에 공인으로서 한 언행이 미치는 파장도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왕비호 윤형빈의 독설은 가상의 설정 안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연기지만, 최효종은 직설을 온전한 지금 이곳에 대한 이야기다. " (p. 187)

신보라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계기로 급성장한 개그우먼이다. 그녀의 달란트인 타고난 가창력은 코너 속 장치가 아닌 한 개인의 재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를 떠올리는 순간 개그보다는 노래가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녀가 가진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 시작한 코너인 '거제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의 개그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월 25일 방송된 <개그 콘서트> 코너에서 1위의 시청율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리 와닿지는 않는 코너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코너는'현대 레알사전'이다. 사전적 정의가 아닌 현대 레알사전의 정의가 재미있다. 똑같은 단어라고 해도 사전적 정의로 해석되지 않는 경우는 자주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남자의 경우와 여자의 경우에 따라서, 가치관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코너의 개그맨들도 이 책의 5명의 주인공과 같은 열정이 돋보이는 사람들이다.

<개그 콘서트>는 1999년 9월 11일에 첫 방송이 시작된 후에,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개그 프로그램이며 2011년, 2012년 2년 연속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프로그램이 계속되다 보니 친숙하고 편안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때로는 연예인들이 영화나 음반을 냈을 때에 홍보하는 공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개그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연예인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무분별하고 노골적인 홍보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가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 5명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개그 콘서트>에서 개그를 위하여 불철주야 열정을 쏟지 않는 개그맨은 없으며, 그런 개그맨들이 있기에 우리는 일요일 밤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일주일간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활력소를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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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해 - 개그맨 김영철의 톡톡 튀는 도전기
김영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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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1년 12월에,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최고의 책 시상식이 있었다. 북피니언들이 뽑은 그해의 최고의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에 대한 시상과 함께 최고의 책을 쓴 작가에게도 시상을 하는 행사였다.

그때에 사회를 본 사람이 김영철이다. 영어를 잘 하는 개그맨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때에 책도 많이 읽는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 그가 번역한 <치즈는 어디에?/ 디팩 맬호트라ㅣ 이콘 ㅣ 2012>라는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치즈는 어디에?>는 '스펜서 존스'가 쓴<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같은 듯한 이야기이지만 또다른 시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치즈를 찾아 다닐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미로에서 벗어나서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120 페이지 정도의 우화집이자 자기계발서이다.

영어를 아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원서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시중에 출간될 책의 번역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치즈는 어디에?>의 서문인 '번역에 앞서'에서 그가 밝히듯이 문장의 내용을 아는 것만으로는 번역다운 번역을 할 수 없다. 한글로 어떻게 옮기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같은 의미의 접속사라도, 문장에서 어떤 접속사를 쓸 것이냐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번역 후에 그가 들려주는 뒷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김영철은 영어관련 책도 썼고, <치즈는 어디에?>>와 <개구리와 키스를>도 번역했다. 그러나 내가 읽은 책은 <치즈는 어디에?> 만을 읽었기에 그의 성장과정과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같은 일을 하는 연예인들과의 인간관계, 영어에 대한 열정 등과 같은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일단, 시작해>를 통해서 그의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영어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2003년,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고 하니, 약 10년간을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다.

내가 김영철이 영어를 하는 것을 본 것은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였다. 간단한 영어회화를 어린이들과 주고 받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린이 프로그램이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영어 잘하는 연예인이 된 것이다.

그의 영어 인생은 아주 작은 계기에서 시작된다.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코미디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개그 콘서트> PD인 서수민은 그에게 참석해 보겠냐고 했고, 그는 그 자리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코미디 페스티벌을 구경하다 보니, 그들이 영어로 하는 개그를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언젠가는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공부에 열정을 쏟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가 캐나다로 갈 때에 비행기 속에서 읽으라고 손미나 아나운서가 준 책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고 하니, 아마도 지금의 그가 있게 하기 위한 뜻이 담긴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매 순간 진실하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 왔다고 자신있게 밝힌다.

이 책 속에는 그의 영어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 제목처럼 "일단, 시작해"라는 말은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 그렇다. 같은 밥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매번 다른 밥상이 들어온다. 아마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또한 그렇게 올 것이다. 좋았던 과거의 기억과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그래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지금 왔는지 아직 오고 있는지 잘 구별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그대에게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언제였는가? " (p. 100)

연예인들 중에도 그가 영어를 잘하니까,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 단어를 몇 만 단어를 외운 후에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거나, 영문법 기초가 없으니, 문법을 공부한 후에 학원 등록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그런 사람들은 결코 영어 공부를 할 수 없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당장, 지금, 일단...." 시작하라.

책을 읽으면서 김영철의 독서편력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인데, 이 책도 읽었구나.' '이런 분야의 책도 읽었네!'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연예인 중에서 책관련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는 자신의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베스트 셀러였던 <아웃 라이어>에 나오는 말인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이야기한다.

하루에 약 세 시간씩, 일주일에 스무 시간을 몰입하고, 집중해서 10년 이상 연습한다면, 1만 시간 이상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1만 시간이면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 법칙을 인용하여 '1만 시간'이 길다면, 1년만 미쳐 보라고 한다.

그 역시 서른 살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으니,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은 결코 늦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철의 열정을, 그리고 긍정적인 웃음을,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오늘도 김영철은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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