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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개그콘서트> 대표 개그맨 5인의 민낯 토크
박성호 외 지음, 위근우 인터뷰.정리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인터뷰어 '위근우'가 <개그콘서트>에서 그 누구보다 큰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 5명을 약 6개월간에 걸쳐서 인터뷰를 하고 쓴 책이다.
방송을 통해서 보는 <개그콘서트>가 아닌 방송에 나오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동안 방송으로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볼 수 있었다.
고심, 고심끝에 만든 코너가 방송 조차 타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고, 방청객 앞에서는 녹화를 했는데, 본 방송에서는 통편집되고, 다음 주부터는 그 코너가 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웃음이 메말라 가는 사회에서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는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이 아닌 민낯의 모습을 살펴본다.
" 개그 외적인 여러 영역에 촉수를 뻗어야 한다는 박성호,
웃음 에너지로 스스로를 충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정의하는 김준호,
무엇보다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원효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열중하는 최효종,
그리고 노래라는, 어쩌면 개그 외적인 재능일 수도 있는 달란트를 통해 최고의 인기 개그우먼이 된 신보라." (p. 6)
이렇게 5명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물론 이들은 <개그 콘서트>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그맨들이고, 이들이 하는 개그는 요즘에 빵~빵 터지는 개그이기에 <개그 콘서트>이외의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을 인터뷰이로 선택한 것은 인터뷰어의 마음이기에 '왜 이 5명이냐'고 '내 생각에는 ooo가 더 <개그 콘서트>에서 더 큰 위상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인터뷰 과정이 좀 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간단하게 5명에 대한 생각을 펼쳐 본다면,
박성호는 <개그 콘서트> 서열 1위이며 '멘붕스쿨'의 가루상 캐릭터처럼 망가지고 희화화되길 원하는 개그맨이며, '아이디어 빨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상상력이 뛰어나다.
이미 <개그 콘서트> 초창지 멤버들은 새로운 길로 떠나갔건만, 박성호는 " (...) 예능을 해도 좋겠지만, 한 길을 파서 어떤 한 자취를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p. 63) 라는 말로 지금까지 <개그 콘서트>를 지켜온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나는 박성호의 '갸루상' 캐릭터를 비롯한 분장술에 의존하는 개그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한 '분장의 끝'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과도한 분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 말들의 유희에서 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과 과장된 행동은 오히려 어수선한 분위기만 자아낼 뿐이기에 그런 캐릭터에 의존하는 개그는 이제 그만하고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그 콘서트>를 지키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개그는 아니라고 본다. 그건 오히려 그의 개그 인생에서 도태될 수 있기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에서, 박성호는 '철들지 않아야 개그를 할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펼치지만, 이제 철들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마흔이 넘은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어떤 개그에서 그의 캐릭터를 보면 안스럽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김준호는 대한민국 콩트 연기의 달인이라는 말를 듣는 연극영화과 출신의 개그맨이다. 요즘 인기있는 '갑을 컴퍼니'에서 술 취한 사장의 모습이 제 격이지만, 그 이전의 코너에서도 성공한 코너들이 여러 개가 있다. 그의 개그 연기를 보면 시청자를 의식하는 쑥스러운듯한 눈빛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개그가 1초 정도는 어색한 개그로 변하는 듯한 경우가 가끔씩 보게 된다. 천연덕스러운 듯하지만, 타인을 의식하는 듯한 그런 점이 눈에 거슬릴 때가 있곤하다.
지금은 개그도 왕성하게 하고, 코코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개그맨 지망생들을 뽑아서 인턴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 후배 양성에 많은 노력을 하는 개그맨이다.

김원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 콘서트>에서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비상대책위원회'에서의 캐릭터가 큰 영향을 미쳐서 뜨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9시쯤 뉴스'때까지만 해도 불안, 불안하였으나, 그래도 다양한 목소리를 배역 안에서 내면서 자신만의 잘를 잡아 가고 있다.
최효종은 사회의 핫뉴스를 정의롭게 풀어 나가는 풍자개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국회의원를 비하했다고 해서 강용석이 고소한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적도 있다. '개그는 개그일뿐'이라고 하지만, 그의 개그를 보면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최효종은 연기 베이스 보다는 철저한 멘트에 의존하는 개그를 한다. 그래서 개그라는 우회로를 거치지만 메시지는 직설적인 것이다. 그래서 그가 한 개그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적이 여러 번 있기에 공인으로서 한 언행이 미치는 파장도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왕비호 윤형빈의 독설은 가상의 설정 안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연기지만, 최효종은 직설을 온전한 지금 이곳에 대한 이야기다. " (p. 187)

신보라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계기로 급성장한 개그우먼이다. 그녀의 달란트인 타고난 가창력은 코너 속 장치가 아닌 한 개인의 재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를 떠올리는 순간 개그보다는 노래가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녀가 가진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 시작한 코너인 '거제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의 개그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월 25일 방송된 <개그 콘서트> 코너에서 1위의 시청율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리 와닿지는 않는 코너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코너는'현대 레알사전'이다. 사전적 정의가 아닌 현대 레알사전의 정의가 재미있다. 똑같은 단어라고 해도 사전적 정의로 해석되지 않는 경우는 자주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남자의 경우와 여자의 경우에 따라서, 가치관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코너의 개그맨들도 이 책의 5명의 주인공과 같은 열정이 돋보이는 사람들이다.
<개그 콘서트>는 1999년 9월 11일에 첫 방송이 시작된 후에,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개그 프로그램이며 2011년, 2012년 2년 연속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프로그램이 계속되다 보니 친숙하고 편안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때로는 연예인들이 영화나 음반을 냈을 때에 홍보하는 공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개그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연예인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무분별하고 노골적인 홍보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가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 5명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개그 콘서트>에서 개그를 위하여 불철주야 열정을 쏟지 않는 개그맨은 없으며, 그런 개그맨들이 있기에 우리는 일요일 밤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일주일간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활력소를 얻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