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 - 개그맨 김영철의 톡톡 튀는 도전기
김영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2011년 12월에,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최고의 책 시상식이 있었다. 북피니언들이 뽑은 그해의 최고의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에 대한 시상과 함께 최고의 책을 쓴 작가에게도 시상을 하는 행사였다.

그때에 사회를 본 사람이 김영철이다. 영어를 잘 하는 개그맨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때에 책도 많이 읽는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 그가 번역한 <치즈는 어디에?/ 디팩 맬호트라ㅣ 이콘 ㅣ 2012>라는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치즈는 어디에?>는 '스펜서 존스'가 쓴<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같은 듯한 이야기이지만 또다른 시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치즈를 찾아 다닐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미로에서 벗어나서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120 페이지 정도의 우화집이자 자기계발서이다.

영어를 아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원서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시중에 출간될 책의 번역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치즈는 어디에?>의 서문인 '번역에 앞서'에서 그가 밝히듯이 문장의 내용을 아는 것만으로는 번역다운 번역을 할 수 없다. 한글로 어떻게 옮기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같은 의미의 접속사라도, 문장에서 어떤 접속사를 쓸 것이냐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번역 후에 그가 들려주는 뒷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김영철은 영어관련 책도 썼고, <치즈는 어디에?>>와 <개구리와 키스를>도 번역했다. 그러나 내가 읽은 책은 <치즈는 어디에?> 만을 읽었기에 그의 성장과정과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같은 일을 하는 연예인들과의 인간관계, 영어에 대한 열정 등과 같은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일단, 시작해>를 통해서 그의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영어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2003년,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고 하니, 약 10년간을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다.

내가 김영철이 영어를 하는 것을 본 것은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였다. 간단한 영어회화를 어린이들과 주고 받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린이 프로그램이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영어 잘하는 연예인이 된 것이다.

그의 영어 인생은 아주 작은 계기에서 시작된다.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코미디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개그 콘서트> PD인 서수민은 그에게 참석해 보겠냐고 했고, 그는 그 자리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코미디 페스티벌을 구경하다 보니, 그들이 영어로 하는 개그를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언젠가는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공부에 열정을 쏟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가 캐나다로 갈 때에 비행기 속에서 읽으라고 손미나 아나운서가 준 책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고 하니, 아마도 지금의 그가 있게 하기 위한 뜻이 담긴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매 순간 진실하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 왔다고 자신있게 밝힌다.

이 책 속에는 그의 영어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 제목처럼 "일단, 시작해"라는 말은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 그렇다. 같은 밥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매번 다른 밥상이 들어온다. 아마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또한 그렇게 올 것이다. 좋았던 과거의 기억과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그래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지금 왔는지 아직 오고 있는지 잘 구별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그대에게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언제였는가? " (p. 100)

연예인들 중에도 그가 영어를 잘하니까,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 단어를 몇 만 단어를 외운 후에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거나, 영문법 기초가 없으니, 문법을 공부한 후에 학원 등록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그런 사람들은 결코 영어 공부를 할 수 없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당장, 지금, 일단...." 시작하라.

책을 읽으면서 김영철의 독서편력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인데, 이 책도 읽었구나.' '이런 분야의 책도 읽었네!'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연예인 중에서 책관련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는 자신의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베스트 셀러였던 <아웃 라이어>에 나오는 말인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이야기한다.

하루에 약 세 시간씩, 일주일에 스무 시간을 몰입하고, 집중해서 10년 이상 연습한다면, 1만 시간 이상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1만 시간이면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 법칙을 인용하여 '1만 시간'이 길다면, 1년만 미쳐 보라고 한다.

그 역시 서른 살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으니,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은 결코 늦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철의 열정을, 그리고 긍정적인 웃음을,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오늘도 김영철은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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