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 문명의 중심
프랜시스 우드 지음, 박세욱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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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크로드,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내가 처음 이 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역사 시간을 통해서 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때는 비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배웠던 것 같은데, 그 이름만으로도 하늘하늘 윤기가 흐르는 비단을 연상했었다.

그런데, 실크로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877년 독일의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인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붙였다고 한다. 그 보다 훨씬 이전인 1세기경부터 중국인들은 서역으로 가는 북쪽 길과 남쪽 길에 자신들이 붙인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실크로드는 중국 서안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유럽의 로마에 이르던 교역로로 주로 중국의 비단이 로마로 전해지게 되었는데, 로마인들은 그당시에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비단에 매료되었다. 이 멀고 먼 길, 그리고 혹독한 기후와 사막을 거쳐야 하는 지형에도 불구하고, 이 길은 동서양의 문물이 교류되었던 길이다.

1980년대 말부터는 실크로드 관광업이 크게 성행하면서 이 길에 대한 서적들은 대체로 여행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비하여 '프랜시스 우드'가 쓴 <실크로드>는 역사와 문화를 중심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이책의 저자는 " 학술적 연구 보다는 실크로드 2천 년의 숨결이 울려주는 미세하고도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마치 실크로드의 흐믈을 재연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주 평탄하면서도 생생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저자인 '프랜시스 우드'는 영국 국립도서관 중국 문헌담당 큐레이터이기에 실크로드에 관한 책들을 비롯하여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귀한 도판들을 책 속에 소개해 준다. 그와 함께 이곳에 관한 여행기, 탐험기 속의 흥미로운 부분들은 발췌하여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실크로드를 이야기하자면 자연스럽게 중국의 한나라에서 현재에 이르는 역사을 알아야 하겠기에 중국의 역사를 아우르면서 그와 함께 중앙 아시아의 여러 세력들이 어떻게 흥망성쇠를 하였는가를, 그리고 유럽에는 어떤 물품들이 건너가게 되었으며, 어떤 물품들이 중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특히 이 길은 비단이 교역되던 길이기에 기원전 1~2세기에는 이미 중국의 비단이 로마에 전래되게 되는데, 이것이 동방에서 서방으로 수출된 최초의 물품인 것이다.

이밖에도 실크로드 남쪽 루트에 있는 호탄지역으로부터 옥이 전래되기도 했고, 한나라때는 중앙아시아로 부터 천마, 무소뿔, 상아, 별갑, 빈랑, 포도 등이 들어 오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의 왕실에서는 코끼리, 사자, 타조, 맹수들을 궁에서 사육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이런 물류만 동방에서 서방으로, 서방에서 동방으로 건너갔을까.

종교를 비롯한 문화적 요소들도 교류를 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마르코 폴로 이전의 선교사들의 기록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럴 스타인의 탐험기 등을 읽고 그 속에 담긴 내용들 중에서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을 이 책 속에 담았기에 그 어떤 실크로드에 관한 책들 보다  깊이있고 흥미로운 실크로드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음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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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자기조절력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이시형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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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에 관한 서적이 시중에 넘쳐 나는 것을 보면 '자녀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서도 자녀 양육법은 달라졌다.

1946년 미국의 ' 벤저민 스포크' 박사의 육아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체벌 위주로 양육하였는데, 이후에는 애정중심 양육법이 환영을 받으면서 1960년대에 와서는 자기중심 사회로 변하게 된다.

'스포크' 박사의 양육서적은 우리나라에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육아 이론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근래 수십 년간에 행해진 애정 과잉 양육, 자녀 중심 양육은 자녀를 과잉 보호하고, 교사에게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부모들이 속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자녀들은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되어 가게 되고, 그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이 붕괴하게 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아이의 자기 조절력>이란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는 이미 자기계발, 자녀 교육, 공부법에 대한 책을 저술하였고, 그와 관련된 강의도 많이 했기에 부모와 자녀에 관한 많은 내용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이 책은 교육학이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하였던 기존의 양육 관련 책과는 달리, 뇌과학 연구에 근거를 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양육에 관한 이론을 펼쳐 나간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지성만을 발달시키는 기형적이 두되를 배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는데,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조절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정신 기능 중에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곳은 전전두엽인데, 이곳에는 OFC와 그 위의 이마 바로 뒤 앞머리 부분이 이 기능을 담당한다.

옛 말에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은 뇌의 기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바로 인간의 기본 틀이 만들어 지는 것은 태아기 9개월에서 생후 24개월까지 33개월이 그에 해당한다. 이 시기가 OFC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데, 그중의 태아 9개월은 태교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좀더 자세하게 살펴 보면, 3세까지는 기초회로인 하드웨어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고, 6세까지( 길게는 사춘기의 재 성장기까지)는 소프트 웨어를 발전시키는 단계이다. 전전두엽은 청소년기에 또 한 번 폭발적으로 발달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은 좀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고, 좀 생소한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 지 모르나, 책 속에서는 비교적 쉽게 풀어 나간다.

그리고 이 책의 제 3부에서는 각각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그에 대한 양육법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대하는 부모들의 경우를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경우, 자기 고집이 강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자녀를 향한 부모의 애정 과잉은 자녀의 자기 통제력 결핍의 원인이 된다. 물론 애정 과잉보다 더 나쁜 것은 방임학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를 잘 살펴보면 자녀에 대한 애정 과잉을 형태의 양육법도 많이 볼 수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부모에게서 버림받다시피 내팽겨친 것과 같은 대우를 받는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왕따가 된 아이들이나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두 부모의 잘못이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녀 교육은 사랑과 절제가 적당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

유치원에서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서서히 문제점이 발견되게 되는데,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고, 그에 대한 정확한 양육법을 제시해 주기에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한 번 쯤은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알고,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엄마들이니, 엄마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양육법을 되짚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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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옷 어때? - 패션 디자이너 일과 사람 4
곰곰 지음, 선현경 그림 / 사계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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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짜장면 더 주세요!/ 이혜란 글 그림, 사계절, 2010>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짜장면 !!

이 책에서는 중국 음식점을 하는 아빠와 엄마의 일상을 통해서 중국 음식점의 모든 것, 그리고 중국 요리사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를 낱낱이 살펴보았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 코끝이 찡해진다. 힘든 일을 하는 아빠의 손을 그린 장면때문이었다.

     (짜장면 더 주세요!  중에서)

 

자식들이 부모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계기로 한 번쯤은 부모의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짜장면 더 주세요>는 사계절에서 나온 <일과 사람>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었던 것이다.

그후에 우편 집배원, 소방관, 패션디자이너, 어부, 의사 등에 대한 책이 시리즈로 나왔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직업들은 꼭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직업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가는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과 사람 > 시리즈 네번 째 이야기가 패션디자이너의 이야기이다. 바로  <내가 만든 옷 어때?> 이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어릴 적에 인형놀이를 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인형을 예쁘게 만들고, 그 인형에게 여러 종류의 옷을 만들어서 갈아 입히면서 놀던 그 인형 놀이....

우리집에는 딸만 7명이었기에 인형놀이는 그 어떤 놀이보다 재미있었던 놀이이다. 특히 둘째 언니는 패션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다.

그래서 우리 자매들에게는 인형놀이를 할 때에 인기가 제일 좋았다. 아버지가 사오시는 과자나 빵 포장지를 모았다가 옷을 만들어 주는데, 패션 쇼를 하는 모델들이 입을 것처럼 화려한 옷을 잘 만들었었다.

그런 추억이 떠오를 정도로, 이 책의 주인공인 패션디자이너도 딸이 8명이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어쩌면 이렇게도 우리집과 같을까?

주인공의 엄마는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딸들의 옷을 만들어 주신다.

우리 엄마도 초등학교때까지는 여름 원피스나 브라우스는 가끔씩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옷은 사는 옷보다 더 예뻐서 친구들이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만든 옷 어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가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옷은 만들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는가, 

이런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누가 있는가,

옷감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으며,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은 어떤 것인가,  

계절에 어울리는 빛깔은 어떤 것이며, 그런 빛깔들은 어떤 느낌을 주는가....

이렇게 패션디자이너의 일상을 통해서 그들이 하는 일을 꼼꼼하게 살펴 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업종의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짜장면 더 주세요! > 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어떤 직업이 있는가를 알아 볼 필요가 있으며, 그 직업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도 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책의 내용에 해당하는 직업을 취재하기 위해서 직접 일터를 답하하여 만들었기에 일(직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직장에서 사용하는 도구, 작업할 때에 입는 옷, 일의 내용 등을 꼼꼼하게 그림을 통해서 보여주고 설명하기에 도감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거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책이기고 하고, 그림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림책이기도 한 것이다.

<일과 사람> 시리즈는 현재까지 14권이 출간되어 있는데, 어린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가를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인문교양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과 사람> 시리즈를 읽고 자신의 부모가 하는 일을 접하게 된다면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직업을 좀더 자세하게 알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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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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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읽기 이전에 '정유정' 작가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 가녀린 몸매의 작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7년의 밤>을 읽었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게 된 <7년의 밤>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강한 흡인력으로 나를 소설 속으로 빨아 들였다. 여성작가의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섬뜩한 묘사들이 담겨 있었지만 결코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읽은 후의 느낌은 뇌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한국 여성 작가의 소설들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하고 독한 기운....

그건 정유정 작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서 정교한 취재를 하기 때문에 그녀의 소설은 읽는다기 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생생하게 한 장면, 한 장면이 머리 속에 그대로 그려질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7년의 밤>이전에 쓴 <내 심장을 쏴라>의 경우에도 소설의 배경이 된 정신병원 중에서도 폐쇄 병동에 들어가서 환자들과 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것들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소설은 몇 년간에 걸쳐서 완성된 소설을 모두 폐기하고 다시 쓰기를 거듭한 후에 독자곁으로 올 수 있었다.

두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어디까지 악마적인 근성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악과 선, 인간의 본질, 도덕성에 관한 깊이있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정유정 작가는 그래서 나에게는 작품에 자신의 혼을 모두 쏟아 붓는 열정적인 작가로 기억된다.

그러니 이번에 출간된 <28>은 출간 전부터 예약을 해 두었다가 구입하게 된 책인데  물론,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 그해 겨울, 그러니까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을 당하던 '충격의 겨울'이 없었다면 (...) <28>의 시놉시스를 쓴 건 돼지 생매장 동영상을 접하던 밤이었다. " (p. 493)

어찌 그 누군들 이런 광경을 보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구덩이로 몰려가던 소와 돼지, 닭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에, 개에게도 이런 운명이 온다면....' 그런데, 작가는 그 충격의 장면에서 '만약 반려동물이라면 ?' 하는 생각을 했고, 마음 속의 대답은 반려동물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거기에서 이 소설은 출발하고, 쉽게 소설을 풀어나가지만, 그녀는 초고를 뒤집어 엎어 버리고 다시 새롭게 소설을 쓰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정유정 소설이 갖는 탄탄한 구성과 치밀하고 압도적인 서사를 만들어 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정유정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잘 꿰뚫어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28>에선 개의 심리와 행동까지도 작가 자신이 개의 분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하게 표현한다.

<내 심장을 쏴라>보다는  <7년의 밤>이, <7년의 밤>보다는 <28>이 소설의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 그만큼 작가로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넓고도 깊어진다는 의미이니 작가의 역량이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화양'이라는 가상도시에서 일어나는 28일간의 생존의 사투이다. 첫 장면은 세계 최대 개썰매 경주인 '아이디타로드'에 출전한 서재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앵커리지에서 스켄트나, 핑거레이크, 화이트 마운틴, 베링해에 이르는 1600km를 달리는 개썰매경주. 한국인 최초로 16마리의 썰매개가 끄는 쉬친을 이끌고 출전하지만, 그는 조난을 당하게 되고, 늑대개를 만나는데, 자신이 살기 위해서 썰매개를 희생시키게 된다. 11년 후에 그는 버림받은 개들을 돌보는 수의사로 드림랜드를 운영하지만, 그에게는 다갈색 눈의 마야릉 잊을 수가 없다. 썰매개의 어미이자, 할미였던 마야. 그의 눈은 "대장, 내 아이들을 어쨌어?"라고 말하는 듯하였으며 그건 재형이에게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트라우마이다.

부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아버지에 의해 지하실에 감금당한 악몽에 시달리는 박동해는 아버지가 사랑하는 개를 처참하게 살육하는 것을 계기로 개를 괴롭히고 학대하고 괴기스럽게 죽이는 일을 일삼는다. 그가 학대하는 개를 살리게 된 재형과의 악연은 이 소설의 한 축이 된다.

그리고 화양에 일어난 끔찍한 재난에 맞서 싸우다가 아내와 딸을 잃게 되고, 그 원수를 갚기 위해서 개와의 사투를 벌이게 되는 119 구급대원 기준.

재형의 과거를 파헤친 한 통의 메일에 재형을 위기로 몰아 넣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계획적인 의도였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 윤주, 그리고 간호사 수진.

이 소설은 각 장마다 기준, 동해, 재형, 윤주, 수진, 5명의 인간의 시점과 링고라는 한 마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양이란 가상도시에는 괴질이 발생한다. 빨간 눈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 환자들은 한나절이면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다가 이삼 일 안에 폐출혈이 일어나면서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 병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개에게서도 나타난다. 치명적인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순식간에 번지는 전염병으로 인하여 개들을 살처분 당하게 되고,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게 도시가 봉쇄된다.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처절한 상황 속에 처한 사람들이 화양을 벗어나려고 하면 군인들은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마치 광주 6월 항쟁을 상기시키는 듯하기도 한 화양의 고립된 도시의 이야기는 처절하다 못해 처참하다.

이 소설이 5명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여기에 링고라는 개의 시점이 덧붙여진다. 투견장에서 활약을 하던 투견인 링고, 투켠판에서 스스로 살아 남아야 했던 링고, '나의 삶'이 '너의 죽음'을 의미했던 링고.

그에게 찾아 온 스타와의 사랑. 늑대개인 링고를 비롯한 개들의 이야기는 작가가 수의사 등의 감수를 거쳤을 정도로 리얼리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간호사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직에 근무한 경력도 있기에 그런 부분들도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28>을 통해서 전작에서도 다루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유기견, 번식견, 투견, 그리고 동물 학대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급속하게 번지는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 도시를 봉쇄해 버리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과 도덕적인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가상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할 수도 없는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에 생각은 꼬리를 문다.

재형과 기준의 관계. 기준과 링고의 관계, 그리고 재형과 윤주의 관계. 이런 관계들을 생각하면서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 내려가는 마음은 숙연해진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은 비록 아무런 희망이 없는, 그 처절한 곳에서 빠져 나갈 수 조차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으로 남지 않았을까....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 가장 증오했던 대상을 구원하고

가장 혐오했던 대상을 사랑하게 하는 역설,

그 속에 구원의 비밀이 숨어 있다. " (p. 492 - 작가의 말 중에서)

정유정은 낭만적 휴머니즘으로 재난의 공포를 얌전히 길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7년의 밤>이나 <내 심장을 쏴라>보다 한결 혹독하고 가차 없는 리얼리티로 '재난 속 구원'이 아닌 '재난 속 인간 본성의 탐구'라는 더욱 본질적인 테마로 육박해 들어가고 있다. 그녀의 붓끝에서 피어난 대재앙의 서사는 가상의 시뮬레이션이라기 보다는 지금 바로 여기. 우리의 현실을 향한 뜨거운 알레고리로 읽히는 것이다. (p. 480 -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작품 해설 중에서)

정유정 작가의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취재와 불타는 열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작품을 쓸 때마다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 작가의 그 마음이 이렇게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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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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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시인의 포토 에세이에 이제는 중독이 된 것일까. 시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시인의 에세이에서는 지독한 외로움이 묻어 났었는데, 이제는 그런 고독감 보다는 아름다운 사진들과 감성적인 글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보다. 서른이 넘어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때에 쓴 글들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인으로 등단하여 출판과 관련된 직장을 거쳐서 프리랜서로 전업을 하고, 1998년 이후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이 그의 삶이었으니, 길 위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사람을 만나고, 그런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사는 '생의 탐색가, 시간의 염탐자, 길의 몽상가'라 할 수 있다.

" 그의 몸은 길 위에서 단단해졌고 정신은 투명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멘 순간에야 그는 비로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나는 꽃과 구름과 바람과 사람들은 구체적이었다. 그것들은 살아 있었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꽃과 구름의 말을 배우고 바람의 표정을 읽었다. 조그만 나사가 천천히 회전하며 나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박히듯, 그는 여행을 떠나 길을 따라 돌며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 (p. 20)

나는 장마가  내리기 시작된 첫 날,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방울 방울 떨어지면서 울려 퍼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비오는 날에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 Sentimental Travel' 이다. 책 제목이 말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사랑, 그리고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을 뜻한다고 하니, 그래서 책의 내용들이 진한 외로움 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먼 길이었네. / 매화가 필 무렵에서 은행잎이 질 무렵까지. / 철길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

 

잡아야 하는 사랑이 있다면 놓아주어야 하는 사랑도 있는 법./ 어디선가 날아온 은행잎 하나가 발치에  떨어진다네. / 그때 그 시절은 지금쯤 어디에서 당나귀처럼 새파랗게 웃고 계시는지.....//

서른 넘어 맞이하는 이별은 대부분 그대로 영원한 이별이 되지. / 그때 고백했어야 했어. /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래야 우리는 이별하지 않았으리라. //

곧 찬 서리가 내리고 가을은 끝이 나겠지. / 찬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부는대로 /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대로 / 이런저런 핑계로 떠나간 그대들을 생각하겠지. //

나는 오래된 다방 귀퉁이에 앉아 찻잔을 쓰다듬는다네. / 떠나간 사랑들은 모두 아름답고 / 가을의 모든 저녁은 쓸쓸하여라. // " (p. 191)

이 책 속에는 시인이 거쳐간 국내외 이곳 저곳의 사진들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곳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들이 감성적인 글로 담겨 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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