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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최갑수 시인의 포토 에세이에 이제는 중독이 된 것일까. 시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시인의 에세이에서는 지독한 외로움이 묻어 났었는데, 이제는 그런 고독감 보다는 아름다운 사진들과 감성적인 글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보다. 서른이 넘어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때에 쓴 글들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인으로 등단하여 출판과 관련된 직장을 거쳐서 프리랜서로 전업을 하고, 1998년 이후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이 그의 삶이었으니, 길 위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사람을 만나고, 그런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사는 '생의 탐색가, 시간의 염탐자, 길의 몽상가'라 할 수 있다.
" 그의 몸은 길 위에서 단단해졌고 정신은 투명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멘 순간에야 그는 비로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나는 꽃과 구름과 바람과 사람들은 구체적이었다. 그것들은 살아 있었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꽃과 구름의 말을 배우고 바람의 표정을 읽었다. 조그만 나사가 천천히 회전하며 나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박히듯, 그는 여행을 떠나 길을 따라 돌며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 (p. 20)
나는 장마가 내리기 시작된 첫 날,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방울 방울 떨어지면서 울려 퍼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비오는 날에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 Sentimental Travel' 이다. 책 제목이 말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사랑, 그리고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을 뜻한다고 하니, 그래서 책의 내용들이 진한 외로움 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먼 길이었네. / 매화가 필 무렵에서 은행잎이 질 무렵까지. / 철길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
잡아야 하는 사랑이 있다면 놓아주어야 하는 사랑도 있는 법./ 어디선가 날아온 은행잎 하나가 발치에 떨어진다네. / 그때 그 시절은 지금쯤 어디에서 당나귀처럼 새파랗게 웃고 계시는지.....//
서른 넘어 맞이하는 이별은 대부분 그대로 영원한 이별이 되지. / 그때 고백했어야 했어. /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래야 우리는 이별하지 않았으리라. //
곧 찬 서리가 내리고 가을은 끝이 나겠지. / 찬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부는대로 /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대로 / 이런저런 핑계로 떠나간 그대들을 생각하겠지. //
나는 오래된 다방 귀퉁이에 앉아 찻잔을 쓰다듬는다네. / 떠나간 사랑들은 모두 아름답고 / 가을의 모든 저녁은 쓸쓸하여라. // " (p. 191)

이 책 속에는 시인이 거쳐간 국내외 이곳 저곳의 사진들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곳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들이 감성적인 글로 담겨 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