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Sentimental Travel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 / 최갑수 ㅣ 달 ㅣ2010>를 통해서 알게 된 시인 '최갑수'

그 책 속에는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 올리게 하는 장소가 소개되었다. '서울 청파동 만리시장길'

청파동은 내가 한 살 때에 이사를 한 곳이다. 높은 축대가 있는 집이었는데, 이 집은 아버지가 땅을 사서 지으신 집이다.

아버지가 소유하셨던 최초의 집인데, 그 집을 지을 당시에 집을 짓고 아직 축대를 쌓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 높은 언덕 위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나는 아장 아장 걸어가서 그 꽃을 만지려고 하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놀란 엄마가 뛰어 왔을 때는 이미 나는 그 아래로 떨어지고...

그런데 운명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아래에 계시던 아저씨가 나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아주 높은 곳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 높이는 아마도 4~5 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는 내가 대학교를 졸업한 해 5월까지 살았으니, 나의 성장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을 책에서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최갑수의 <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 >에서는 청파동에서 만리 시장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곳은 엄마따라서 가끔씩 가던 곳이기도 했고, 그 길의 갈림길에 효창공원이 있어서 여름날에는 가족들이 산책을 가던 길이기도 하다.

지금은 낙후한 청파동, 효창동이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살아서 일본식 가옥과 정원이 딸린 운치있는 집들이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

 

<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 >에 실린 사진 중에서

 

나의 독서편력은 이 책을 계기로 '최갑수'의 글들에 꽂혀 버리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나도 시인처럼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

그러나 그 외로움이 싫다기 보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독인 것같은 그런 느낌.

그 고독 속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 놓은 것만 같은 생각.

미움도, 불만도, 불행도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감정들일 것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난, 그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를 읽었고, 이번에 <당분간 나를 위해서만>을 읽었고....

또 < 당신에게, 여행을>을 읽으려고 한다.

 

 

 

 

이 책들은 모두 최갑수 시인 (1997년 문학동네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의 포토 에세이이자 감성 에세이들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원래 사진찍기를 좋아했을까?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일간지와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에 여행전문기자가 된다. 그리고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작가이다.

카메라라고는 만져 보지도 않은 그가,

여행이라고는 떠나 본 적도 없는 시골 촌놈이,

여행전문기자가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우연이었던 것이다.

"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진 것은,

내가 길 위에 서게 된 것은,

내가 그 음악을 듣게 된 것은,

내가 너를 만나게 된 것은....." ( 작가 소개글 중에서)

 

시인의 글은 시인다운 감성이 뚝뚝 떨어진다. 사진은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이라기 보다는 초점이 맞지 않은 듯, 아니면 비에 적은 듯, 은근하게 다가오는 그런 사진들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한 권만 읽었어도, 그가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언젠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의 내용도, 구성도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독자들은 그런 그의 책에 중독이 된 듯하다.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은 2007년 3.30에 초판 1쇄에 들어갔는데, 2012년 8.17일에 벌써 초판 25쇄이다.

책제목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아닐까?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우리에게 이 말은 ' 천부당 만부당'한 말이 아닌가.

내가 지금 당장 '나를 위해서만' 이란 생각을 행동에 옮긴다면, 우리집은, 내 직장에서의 업무는...

당장 지구가 'all stop' 할 것같은 이 불안감.

그러나 그건 기우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역시 나도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 아직도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우리 모두는 정말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다가올 불행한 날들이 두려워졌을 정도니까

그런 날들이 우리 기억 속에 분명 하루쯤은 존재하고 있다.

그 하루의 향기가 불행한 날을 잊게 만든다. " (p. 47)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가오는 지독한 외로움.

마음이 푹 꺼질 것만 같은 슬픔.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야만 했던 아픔.

 

 

"목련이 피고 짐은사랑과 꼭 닮았더라.

툭툭 꽃망울 터트리며 환하게 피다가

검은 꽃잎 낭자하게 뿌려놓고 지듯

사랑도 그러하더라.

필 때는 담장 너머 아득한 거리에서 피다가

질 때는 발에 질끈 밟히며 걸음을 서성이게 하더라." (p. 137)

 

시인의 사진처럼 흔들리면서도 외롭지만 외롭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그런 감정.

그래서 이 책은 읽으면서 '생각에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센티멘탈해지는 책이라고 표현하면 적확할까?

"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어야 하는 것만큼 센티멘탈한 일은 없어," (p.27)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저자 자신은 '여행중독자'인 것이다.

" 여행은 아스피린처럼, 파스처럼, 잘 만든 문장처럼, 불후의 재즈처럼, 연애의 입술처럼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덜컹거리는 열차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든, 버스 안에서 졸든, 비행기 창문으로 뭉게구름을 바라보든, 낯선 도시의 여관방에 홀로 남겨져 빗소리를 듣든, 바닷가를 헤매든, 깊은 산속에 버려졌든, 다만 이곳에 있지 않음이 그에게는 곧 여행이었고 행복이었다. 여행은 삶의 진짜 속살을 보여주었다. " (p. 196)

 

"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나요?

누군가는 사랑을 버릭 위해

누군가는 남루한 삶을 견디기 위해

누군가는 깨달음을 위해

누군가는 밥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누군가는 지구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그러니까 이 세상의 여행자가 모두 100 명이라면

여행을 떠나는 데는 100 가지 이유가 있는거야.

그런 질문은 참아주길 부탁해. " (p. 265)

시인은 말한다.

이 책에 '실린 것들은 시도 아니고, 산문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라고.

독자들에게 이 책에 실린 것들이 아주 사소한 우연이었으면 좋겠다고,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행복이었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아무리 큰 슬픔도, 큰 아픔도 모두 내려 놓을 수 있을 것같으니, 독자들에게는 행복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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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29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좋아요, 라일락님^^ 어린시절 얘기는 한편의 영화장면 같네요. 최갑수 시인이 여행전문기자군요. 전 한권도 읽어보진 못한 시인이에요.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왠지 그말만으로도 위안이 돼요. 저 이번엔 서평단 신청 안 했어요. 다음번에나 해볼까하구요. 라일락님은 계속 멋진 활약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라일락 2012-10-30 00:2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아쉽네요.
저도 선정이 되면 좋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네요.
가끔씩 프레이야님의 서재에 들릴께요. 신간평가단을 통해서 프레이야님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좋은 일도 하시는 것 같은데, 언제나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도심의 절간
데이비드 매캔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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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심의 절간>은 한영대역 시조집이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우리 문화에 심취한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판소리를 배우는 사람, 가야금을 타는 사람, 난을 치는 사람....

그런 외국인을 볼 때는 우린 한국인이지만, 그들보다 더 우리의 것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매캔'은 오래전에 평화봉사단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안동의 시골 마을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우리의 시조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머물고 있던 집에는 돼지가 있었는데, 어느날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해서 돌아 왔는데, 돼지들의 우는 소리를 들곤 처음으로 한국어 시조를 지었다고 한다.

그후에도 한국 문학, 한국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김소월을 주제로 학위 논물을 쓰기도 하였다.

그의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시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 등을 하게 되고, 시조, 가사, 잡가 등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저자가 영어로 쓴 시조들을 한국어로 번역을 하고, 그 원문을 함께 실어서 한 권의 책으로 담아 놓은 것이 바로 <도심의 절간>이다.

저자는 말하기를, 시조는 문학적이고 회화적이라고 말한다.

첫 행은 붓으로 큰 획을 긋는 것과 같고,

둘째 행은 다시 붓에 잉크를 찍어 그림의 세부를 채워 나가는 것이고,

셋째 행에서는 마지막 화려한 붓질로 반전을 그린 뒤 마무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실린 그가 쓴 시조들을 보면 소재가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들이 다수 있다.

문무왕 수중능, 백담사 만해 기념관, 설악산 만해 마을, 독립선언문, 수묵화, 미당의 집, 경주, 도자기 가마 등을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저자는 우리의 역사, 문학, 문화에 대해서 한국인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우리말로 처음 썼다는 시조는 아래와 같다.

" 하룻밤 안동 시내

하룻밤 안동 시내 골목 술집 구경하고

머리가 삥삥 돌아 밭둑길을거닐 적에

도야지 꿀꿀 노래, " 너 인제 왔나" 하더라."

그런데,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시조의 운율인 3 4 3 4, 3 4 3 4, 3 5 3 4 는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가 지은 시조는 '평시조' 라기 보다는 '엇시조', '사설시조' '연시조'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만은 초장, 중장, 종장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자식이라면 그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있는데, 그에게도 '어머니'에 대한 소재로 쓴 시조가 몇 편 보인다.

" 어머니 가시던 날

아버지와 얘기를 끝으로 너무 아파 입 못 때셨네,

그 마지막 날 - 난 이튿날 아침 다시 뵙기로 했다.

전화벨 - 당신은 떠나시고 우리만 남았다.

작년 구월, 내가 휴가도 해변도 갔다 오고

한국 여행도 다녀온 뒤 - 그 시월의 날벼락 !

당신은 영원히 가고 침묵만 남았다.

얻는 게 중하다는 긴 과장된 말. 잃음이야말로 전부다.

체중이든 높이든 잃는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 가는 것.

어머니 쓰러지신 작년 그날은 내가 모든 걸 잃은 날."

" 당신의 손

미소로 내미실 때

내 가슴은 찢어질 듯.

슬픔일랑 거두라며

눈길 주고 돌아서실 때

생전엔 들어본 적 없던 노랫소리

꿈길 따라 들려 왔네 "

어떻게 보면 '시조'라기 보다는 '시'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외국인이 영어로 쓴 시조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시조 사랑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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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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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제목으로 읽었던 책.

검색을 해 보니, 이 책의 제목은 <젊은 베르터의 고통>,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등으로 바뀌어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베르터', '로테' 등으로 표기되니, 처음 몇 장을 읽을 때는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지가 수십 년이 지났으니, 줄거리만 생각날 뿐 구체적인 문장들은 까맣게 잊은지 오래 되었다.

더군다가 이 책의 구성이 주인공이 베르터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이었다는 것은 더 더욱 생각이 나지 않는 부분들이다.

얼마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읽다가 포기했던 그 작품에서 소중한 것들을 건져 냈듯이,<젊은 베르터의 고뇌>도 처음 읽는 책인듯이 새롭게 다가온다.

괴테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문호로 만들어 주었던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그가 25살의 나이에 약 4주간에 걸쳐서 쓴 '불멸의 고전'인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파우스트>가 그의 전 생애를 걸쳐서 죽기 직전까지 60여 년에 걸쳐서 씌여진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집필기간에 있어서만은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까?

아마도, 베르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순수한 사랑, 절대적 사랑을 열망하는 그 부분만을 부각해서 읽었을 것이다.

무도회장으로 가기 위해서 마차를 타고 간 곳에서 우연히 만난 로테.

이런 사랑은 한 눈에 반한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로테에게 약혼자가 있었기에, 그리고 소설이 전개되면서 그녀가 유부녀가 되기에 그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가슴에 절절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 내 마음은 온통 그녀의 자태와 목소리, 일거수 일투족에 쏠려 있었다. 그녀가 장갑과 부채를 가지러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비로소 나는 예기치 않은 황홀경에서 깨어날 시간 여유가 생겼다. " (p.p. 34~35)

그런데, 베르터가 로테를 사랑하게 된 마음의 깊은 곳에는,

그녀가 죽어가는 여자 친구를 보살피는 모습에서 고운 마음씨를, 그리고 엄마없는 동생들에게 빵조각을 나누어 주는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끼게 된 것도 사랑의 화살이 꽂히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녀는 어디를 가든 고통을 덜어주는, 아니 행복을 가져다는 주는 천사처럼 보였을 것이다.

"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것이 다시 불행의 원천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p.84)

그런 반면에 로테는 베르터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않고, 약혼자와 결혼을 하고, 남편인 알베르토와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그것은 알베르토의 촉망받는 인물, 안정적인 생활, 그리고 로테의 엄마가 죽기 전에 한 약속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혼한 로테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베르터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베르터는 잠시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직장을 얻지만, 그곳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내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때로는 인생의 즐거운 광경이 다시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것 같지만, 그것은 한 순간일 뿐이다! 그런 몽상에 잠겨 있을 때면 억누르기 힘든 어떤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만약 알베르트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나는! 그래. 그러면 그녀는.... 나는 줄곧 이런 망상에 휘돌리다가 마침내 아찔한 심연의 가장자리까지 가서야 몸을 떨며 뒷걸음치곤 한다. " (p. 130)

소설의 2부의 앞부분은 베르터의 이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베르터가 느끼게 되는 신분차별에 대한 감정,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토는 안정적인 사회활동을 하는데 반하여 자신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열등감 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여주인을 사랑한 머슴의 살인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참담함. 그것 역시 베르터를 자살로 몰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소설 속의 시대에는 신분적 차별이 있어서 그로 인한 사랑의 슬픔도 여주인과 머슴의 사랑으로 표현된다.

괴테가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쓰게 된 배경에는 작가의 실제 체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의 친구인 예루잘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하여 권총 자살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소설 속의 여주인을 사랑한 머슴이야기와 베르터가 마지막에 권총 자살하는 내용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괴테의 친구도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했고, 자살하기 위해서 사랑하던 연인의 약혼자의 권총을 빌려서 자살한다.

그리고 괴테가 이 소설을 쓰기 직전에 지독한 실연의 아픔을 맛 보았다고 한다.

친구의 죽음, 자신의 실연은 고스란히 <젊은 베르터의 고뇌>에 담겨지니, 약 4주 간의 집필기간으로도 이처럼 훌륭한 한 편의 소설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며칠 전에 읽었던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실리어 블루 존슨 ㅣ 지식채널 ㅣ 2012>을 떠올리게 한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괴테가 소설 속에 '빌헬름'이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어서 쓰고 있지만, 베르터가 보내는 편지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2부의 중간부분 이후에 어떤 편집자가 베르터의 마지막 편지를 중심으로 자살을 시도하고자 하는 베르터의 죽기 며칠 전의 일상과 베르터의 편지를 부분 부분 맞추어 나가는 기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편지란 주고 받는 것이기에 보내는 편지만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베르터의 일기와 같은 형식을 갖추고도 있고, 아니면 베르터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독백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기법이 오히려 이 작품을 더 빛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녀가 눈 앞에 있고 이미 결혼한 운명이고 나의 운명에 연민의 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타버린 뇌수에서 마지막 눈물을 짜낸다. 인생이라는 무대의 장막을 걷어 올리고 퇴장해 버리자 ! 그러면 모든 게 끝난다 ! " (p.p. 171~172)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시점에 읽었을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베르터와 로테의 사랑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니,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세세한 내용들을 거의 읽어 내지도 못 했을 것이다.

흔히 유명인의 자살을 접하면서 사회적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대중들이 있을까 해서 나오는 말에 <베르터 신드롬>이나 <구루미 선데이>가 있다.

<베르터 신드롬>이란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에 소설 속에 나오는 베르터의 옷차림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베르터의 권총자살을 모방하는 자살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죽음이후에 나오는 자살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참고로 <Gloomy Sunday>도 있다.

(사진출처: Daum - 1999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 영화 포스터)

이 노래를 들어 보았다면 상당히 우울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노래는 1933년에 헝가리에서 표된 곡으로 이 곡을 듣고 전세계에서 수백 명이 자살을 하여 '자살찬가', '자살송가'라고도 한다.

1935년에는 헝가리에서 레코드 발매 8주만에 187명이 이 노래를 듣고 자살을 했으며, 세계적인 레이 벤츄라 오케스트라 콘서트장에서는 이 곡을 연주하던 단원들이 권총 자살을 하기 시작하여 연주자 전원이 자살을 하는 사건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곳을 작곡한 레조 세레스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고층빌딩에서 자살을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소설이나 음악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에 대한 일화로는 나폴레옹이 열렬한 독자였다는 것도 유명하다.

또 나의 일화로는 1940년대 후반에 풍선껌이 대박이 나면서 형성된 기업인 '롯데'그룹의 그룹명이 신격호 회장이 감명깊게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불멸의 고전'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책의 제목이 '슬픔'이 아닌 '고뇌'가 된 것을 주의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슬픔'이 아닌 '고뇌'란 그만큼 베르터의 내면의 사고를 중시한 것이 아닐까 보아진다.

이루지 못한 사랑만이 아닌, 그 시대의 젊은이로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편견에서 오는 모멸감,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데서 오는 상실감 등까지 폭넓게 읽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이번에 '창비 세계 문학' 으로 새롭게 11권의 책 ( 10편의 소설)이 출간되었는데, 시리즈의 1권에 해당하는 책이다.

창비에서는 '예술성, 문학성, 대중성을 겸비한 고전을 재평가' (출판사 글중에서)하기 위해서 '창비 세계 문학' 1차분을 시리즈로 펴낸 것이다.

뜻있는 독자들이라면 언젠가 읽었거나, 읽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잘 알려져서 읽은 듯이 착각하는 세계 문학을 다시 한 번 접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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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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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걷기 여행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지역인 생 장 피드 포르에서 스페인의 북서부의 산티아고에 이르는 약 800 km에 이르는순례길이다.

순례길이라는 명칭이 말해 주듯이 이 길 위에는 성당들도 있고, 종착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는 성 야곱 성당이 있는데, 그 유래는 예수의 12제자 중의 하나인 야곱이 스페인에서 7년간 포교 활동을 하고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에 순교한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의 유해를 배로 운반하여 스페인에 매장했으나 이슬람교도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침입하면서 그 무덤의 소재를 모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9 세기 초에 양치기가 별의 인도를 받고 간 곳에서 야곱의 무덤이 발견되어 그 곳에 교회를 세우게 된 것이다.

그후 11세기부터 순례자들이 이 길을 통해서 성 야곱 성당까지 오게 되면서 이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된 것이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순례자들이 모이게 되고, 그 길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책으로 출간되면서 더 유명한 길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으니, 그 길 위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많이 펴내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내용의 책을 '세스 노티붐'의 <산티아고 가는 길>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문인이 쓴 책, 사진이 곁들여진 에세이 등을 통해서 참 많이도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책인 <와일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사람들이 갖는 마음처럼,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서 뭔가 변화를 가져와야 할 시점에서 길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이다.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것이 아니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로 떠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걷기 열풍으로 올레길, 둘레길 들을 걷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처럼 걸어 가야 하는 길이다.

그것도 직선거리로는 1,600 km 이지만, 실제거리로는 4,285 km를. (산티아고 순례길은 약 800 km이다)

100 일의 여정으로.

그 이야기가 고스란히 두꺼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미국의 여류 소설가로 <와일드>를 세상에 펴냄으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그런데, 그녀의 인생은 한때 완전히 바닥까지 추락했었던 것이다.

그녀 엄마의 결혼과 불행 그리고 암투병후의 사망, 그것은 딸의 인생에 있어서 끝없는 추락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십대의 나이에 결혼을 하지만, 남편의 폭행에 견디다 못해서 이혼을 하고 다시 자신보다 어린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 결혼도 불행을 가져다 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딸 역시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 날의 아버지의 학대, 그리고 가난, 결혼.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항상 그녀에게 용기를 주고 꿈을 주곤 했다. 그 꿈은 엄마가 암에 걸려서 세상을 떠나면서 모두 사라지게 된다.

엄마의 죽음이후에 그녀는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생활로 복잡한 남자 관계와 마약 투약까지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가족들과의 이별,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맞지 않는 생각들과 상황때문에 이혼에 이르게 된다.

" 엄마가 떠난 후 모든 게 변해 버렸어.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감히 짐작조차 못 했을 그런 변화들이야." (p. 55)

어느날 그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걷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약 100일을 가야 한다는 그 길.

여자 혼자가기에는 너무도 힘든 그 길을 향해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서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9개의 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도보 여행길.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과 황무지, 인디언 부족 마을, 야영을 하는 곳까지 내려온다는 곰과 퓨마, 그리고 방울뱀까지 있는 곳.

그녀는 그 길을 떠나기 위해서 배낭을 꾸리지만, 그 무게로는 혼자 일어 설 수도 없는 무게의 배낭.

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험준한 산맥과 메마른 황무지 수 천 킬로미터를 과연 걸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물건들은 그녀에게는 꼭 필요한 것들처럼 느껴지니.

첫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마음에 들리는 소리.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야?" 하는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는 너무도 커서 도무지 사라지지를 않는다.

처음 계획은 하루에 22 km를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겨우 한 시간에 1.6 km를 걸을 수 있으니.

엉덩이에는 굳은 살이 배기고, 발에는 피가 나고 물집이 잡히고, 물 한 방울 얻을 수 없는 길도 걸어 가야 한다.

처음보다는 걷는다는 것이 점점 쉬워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길은 험하고, 인적조차 드문 날도 많은 것이다.

모든 것은 단조롭고 어려웠으며, 걷고 걷는 과정에서 마음은 공허해 지기만 한다.

그러나, 길 위에서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 헤어지게 되고, 또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만남 여행자들의 모습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순례자의 길은 아니지만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도 삶이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긴 여정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길인 것이다.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반드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같은 희망을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그런 험한 길인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이 담긴 논픽션임에도 마치 한 편의 굴곡많은 인생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같은 착각을 일을킨다.

소설가다운 필치는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기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되는 듯하다.

인생에 있어서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에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큰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금까지 읽어 온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 중에서 '세스 노티붐'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가장 강렬하게 가슴에 남았는데,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도 그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 (p. 549)

독자들 중에서 혹시라도 지금 힘들고 지쳐 있다면 우리나라의 이곳 저곳에 있는 올레길이나 둘레길 등을 걸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걸으면서 내 자신의 지금 모습을 반추해 보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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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 감성 투자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23가지 설득 기법
필립 헤스케스 지음, 하윤숙 옮김 / 황금부엉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는 16살 때에 '데일 카네기'가 쓴 <카네기 인간 관계론>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책인데, 그는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후에 '로버트 치알 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을 읽게 되고,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도 읽게 된다.

이 책들은 모두 '설득'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책들의 영향인지 저자는 그후에 광고회사에 다니게 되기도 하지만, 평생을 '설득과 영향력,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를 연구하게 된다.

특히,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의 책을 한 권도 집필하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설득'에 관한 책은 수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기도 했고, 읽어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이거나, 너무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을 하여 독자들에게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나 <설득의 심리학>과 같은 책보다 더 잘 쓰지 않을 바에야 책을 집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강연을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저서로는 어떤 책이 있는지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질문을 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평생 연구였던 '설득'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어서 설명을 해주는데, 저자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생활 속에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경우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그런 관점보다는 판매를 하는 판매자의 입장,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의 설득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생활 속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도 '아, 그렇겠구나!'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기 때문이다.

전에 중학교에서 근무할 적에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야기라기 보다는 상담이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그 시간들이 학생들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자신들의 가정 생활, 학교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물어보고, 조언을 해주니까.

그 당시에 기억나는 학생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었는데, 그 지역 유지의 장남이었다. 부농이었기에 남부러울 것없는 가정이었는데, 그 아이는 머리도 참 좋았다. 별명이 '짱구'였으니 얼큰인셈이었다.

그런데, 그 좋은 머리에, 그 좋은 가정환경에 공부를 게을리 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청소시간에 학급 앞의 잔디밭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그 아이는 그저 내 말을 듣는 편이었다. 그때 나는 그 아이에게 더 큰 세상으로 나가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상업 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이어서, 중3이 되고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쓸 때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보내주지 않고, 같은 재단의 상업 고등학교로 유치시키려고 학생들의 능력이나 적성 등을 고려하지를 않는 그런 학교였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공부를 하려면 인문계 고등학교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학생은 어떻게 내 이야기를 알아 들었는지, 차츰 학습 태도가 달라지더니, 중3 때에 대도시로 전학을 갔고, 그후에 서울에 있는 사립 명문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미국 유학을 갔다 와서 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언젠가 그 학생이 나에게 농담처럼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 선생님이 그 날 잔디밭에서 저에게 그런 말씀을 안 해 주셨다면, 저는 촌부(村夫)로 살았을거예요"

나는 까맣게 잊어 버렸던 그 날의 일. 그때에야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아마도 내가 그 학생을 잘 설득을 했었나 보다. 그 학생이 설득당한 것은 나를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 설득이란 잠재 의식이 어떻게 당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드러내는지 이해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리고 " 사람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질 때 보다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 35)

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판매자 입장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 23가지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설득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사항을 제시한다.

1장에서 23장으로 구성된 소제목이 바로 " 감성 투자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23가지 설득 기법" 인 것이다.

" 설득의 시작은 관계다. 그리고 관계의 시작은 첫 인상이다." (p. 36)로 첫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첫인상이 꼭 외모만을 이야기하지 않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흔히 '설득력이 있다' 고 말하면, '말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설득력'과 '말재능'은 같은 의미가 아닌 것이다. 설득에도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는 것이다.

좋은 설득자가 지니는 중요 특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인 것이다. 그래서 유창한 말 대신 감성에 호소하는 단순한 말에 설득을 당하는 것이다.

유능한 설득자는 결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더 많이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설득'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에 '협상'이 있다.

" 협상은 산책과 같다. 협상은 설득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협상이란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단계가 아니다. 협상은 이정표도 아니고 장애물도 아니며 전체 과정 속에 스며들어 있다. " (p. 184)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 속에서 좋은 문장 한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 삶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며, 낮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만 높은 곳을 확인할 수 있다. " (p. 335)

이 책은 판매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사례들만 인지해도 구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구매로 연결 지을 수 있는 노하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일반 독자들이라고 해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설득을 해야 하고, 누군가의 설득을 받을 때에 상황마다 연결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설득'에 관한 책을 쓰기를 원했던 저자이기에, 과연 이 책이 그만큼의 위치에 있는가는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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