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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절간
데이비드 매캔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도심의 절간>은 한영대역 시조집이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우리 문화에 심취한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판소리를 배우는 사람, 가야금을 타는 사람, 난을 치는 사람....
그런 외국인을 볼 때는 우린 한국인이지만, 그들보다 더 우리의 것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매캔'은 오래전에 평화봉사단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안동의 시골 마을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우리의 시조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머물고 있던 집에는 돼지가 있었는데, 어느날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해서 돌아 왔는데, 돼지들의 우는 소리를 들곤 처음으로 한국어 시조를 지었다고 한다.
그후에도 한국 문학, 한국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김소월을 주제로 학위 논물을 쓰기도 하였다.
그의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시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 등을 하게 되고, 시조, 가사, 잡가 등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저자가 영어로 쓴 시조들을 한국어로 번역을 하고, 그 원문을 함께 실어서 한 권의 책으로 담아 놓은 것이 바로 <도심의 절간>이다.
저자는 말하기를, 시조는 문학적이고 회화적이라고 말한다.
첫 행은 붓으로 큰 획을 긋는 것과 같고,
둘째 행은 다시 붓에 잉크를 찍어 그림의 세부를 채워 나가는 것이고,
셋째 행에서는 마지막 화려한 붓질로 반전을 그린 뒤 마무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실린 그가 쓴 시조들을 보면 소재가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들이 다수 있다.
문무왕 수중능, 백담사 만해 기념관, 설악산 만해 마을, 독립선언문, 수묵화, 미당의 집, 경주, 도자기 가마 등을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저자는 우리의 역사, 문학, 문화에 대해서 한국인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우리말로 처음 썼다는 시조는 아래와 같다.
" 하룻밤 안동 시내
하룻밤 안동 시내 골목 술집 구경하고
머리가 삥삥 돌아 밭둑길을거닐 적에
도야지 꿀꿀 노래, " 너 인제 왔나" 하더라."

그런데,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시조의 운율인 3 4 3 4, 3 4 3 4, 3 5 3 4 는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가 지은 시조는 '평시조' 라기 보다는 '엇시조', '사설시조' '연시조'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만은 초장, 중장, 종장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자식이라면 그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있는데, 그에게도 '어머니'에 대한 소재로 쓴 시조가 몇 편 보인다.
" 어머니 가시던 날
아버지와 얘기를 끝으로 너무 아파 입 못 때셨네,
그 마지막 날 - 난 이튿날 아침 다시 뵙기로 했다.
전화벨 - 당신은 떠나시고 우리만 남았다.
작년 구월, 내가 휴가도 해변도 갔다 오고
한국 여행도 다녀온 뒤 - 그 시월의 날벼락 !
당신은 영원히 가고 침묵만 남았다.
얻는 게 중하다는 긴 과장된 말. 잃음이야말로 전부다.
체중이든 높이든 잃는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 가는 것.
어머니 쓰러지신 작년 그날은 내가 모든 걸 잃은 날."
" 당신의 손
미소로 내미실 때
내 가슴은 찢어질 듯.
슬픔일랑 거두라며
눈길 주고 돌아서실 때
생전엔 들어본 적 없던 노랫소리
꿈길 따라 들려 왔네 "

어떻게 보면 '시조'라기 보다는 '시'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외국인이 영어로 쓴 시조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시조 사랑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