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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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제목으로 읽었던 책.

검색을 해 보니, 이 책의 제목은 <젊은 베르터의 고통>,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등으로 바뀌어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베르터', '로테' 등으로 표기되니, 처음 몇 장을 읽을 때는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지가 수십 년이 지났으니, 줄거리만 생각날 뿐 구체적인 문장들은 까맣게 잊은지 오래 되었다.

더군다가 이 책의 구성이 주인공이 베르터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이었다는 것은 더 더욱 생각이 나지 않는 부분들이다.

얼마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읽다가 포기했던 그 작품에서 소중한 것들을 건져 냈듯이,<젊은 베르터의 고뇌>도 처음 읽는 책인듯이 새롭게 다가온다.

괴테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문호로 만들어 주었던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그가 25살의 나이에 약 4주간에 걸쳐서 쓴 '불멸의 고전'인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파우스트>가 그의 전 생애를 걸쳐서 죽기 직전까지 60여 년에 걸쳐서 씌여진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집필기간에 있어서만은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까?

아마도, 베르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순수한 사랑, 절대적 사랑을 열망하는 그 부분만을 부각해서 읽었을 것이다.

무도회장으로 가기 위해서 마차를 타고 간 곳에서 우연히 만난 로테.

이런 사랑은 한 눈에 반한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로테에게 약혼자가 있었기에, 그리고 소설이 전개되면서 그녀가 유부녀가 되기에 그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가슴에 절절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 내 마음은 온통 그녀의 자태와 목소리, 일거수 일투족에 쏠려 있었다. 그녀가 장갑과 부채를 가지러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비로소 나는 예기치 않은 황홀경에서 깨어날 시간 여유가 생겼다. " (p.p. 34~35)

그런데, 베르터가 로테를 사랑하게 된 마음의 깊은 곳에는,

그녀가 죽어가는 여자 친구를 보살피는 모습에서 고운 마음씨를, 그리고 엄마없는 동생들에게 빵조각을 나누어 주는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끼게 된 것도 사랑의 화살이 꽂히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녀는 어디를 가든 고통을 덜어주는, 아니 행복을 가져다는 주는 천사처럼 보였을 것이다.

"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것이 다시 불행의 원천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p.84)

그런 반면에 로테는 베르터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않고, 약혼자와 결혼을 하고, 남편인 알베르토와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그것은 알베르토의 촉망받는 인물, 안정적인 생활, 그리고 로테의 엄마가 죽기 전에 한 약속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혼한 로테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베르터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베르터는 잠시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직장을 얻지만, 그곳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내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때로는 인생의 즐거운 광경이 다시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것 같지만, 그것은 한 순간일 뿐이다! 그런 몽상에 잠겨 있을 때면 억누르기 힘든 어떤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만약 알베르트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나는! 그래. 그러면 그녀는.... 나는 줄곧 이런 망상에 휘돌리다가 마침내 아찔한 심연의 가장자리까지 가서야 몸을 떨며 뒷걸음치곤 한다. " (p. 130)

소설의 2부의 앞부분은 베르터의 이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베르터가 느끼게 되는 신분차별에 대한 감정,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토는 안정적인 사회활동을 하는데 반하여 자신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열등감 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여주인을 사랑한 머슴의 살인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참담함. 그것 역시 베르터를 자살로 몰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소설 속의 시대에는 신분적 차별이 있어서 그로 인한 사랑의 슬픔도 여주인과 머슴의 사랑으로 표현된다.

괴테가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쓰게 된 배경에는 작가의 실제 체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의 친구인 예루잘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하여 권총 자살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소설 속의 여주인을 사랑한 머슴이야기와 베르터가 마지막에 권총 자살하는 내용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괴테의 친구도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했고, 자살하기 위해서 사랑하던 연인의 약혼자의 권총을 빌려서 자살한다.

그리고 괴테가 이 소설을 쓰기 직전에 지독한 실연의 아픔을 맛 보았다고 한다.

친구의 죽음, 자신의 실연은 고스란히 <젊은 베르터의 고뇌>에 담겨지니, 약 4주 간의 집필기간으로도 이처럼 훌륭한 한 편의 소설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며칠 전에 읽었던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실리어 블루 존슨 ㅣ 지식채널 ㅣ 2012>을 떠올리게 한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괴테가 소설 속에 '빌헬름'이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어서 쓰고 있지만, 베르터가 보내는 편지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2부의 중간부분 이후에 어떤 편집자가 베르터의 마지막 편지를 중심으로 자살을 시도하고자 하는 베르터의 죽기 며칠 전의 일상과 베르터의 편지를 부분 부분 맞추어 나가는 기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편지란 주고 받는 것이기에 보내는 편지만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베르터의 일기와 같은 형식을 갖추고도 있고, 아니면 베르터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독백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기법이 오히려 이 작품을 더 빛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녀가 눈 앞에 있고 이미 결혼한 운명이고 나의 운명에 연민의 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타버린 뇌수에서 마지막 눈물을 짜낸다. 인생이라는 무대의 장막을 걷어 올리고 퇴장해 버리자 ! 그러면 모든 게 끝난다 ! " (p.p. 171~172)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시점에 읽었을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베르터와 로테의 사랑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니,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세세한 내용들을 거의 읽어 내지도 못 했을 것이다.

흔히 유명인의 자살을 접하면서 사회적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대중들이 있을까 해서 나오는 말에 <베르터 신드롬>이나 <구루미 선데이>가 있다.

<베르터 신드롬>이란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에 소설 속에 나오는 베르터의 옷차림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베르터의 권총자살을 모방하는 자살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죽음이후에 나오는 자살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참고로 <Gloomy Sunday>도 있다.

(사진출처: Daum - 1999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 영화 포스터)

이 노래를 들어 보았다면 상당히 우울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노래는 1933년에 헝가리에서 표된 곡으로 이 곡을 듣고 전세계에서 수백 명이 자살을 하여 '자살찬가', '자살송가'라고도 한다.

1935년에는 헝가리에서 레코드 발매 8주만에 187명이 이 노래를 듣고 자살을 했으며, 세계적인 레이 벤츄라 오케스트라 콘서트장에서는 이 곡을 연주하던 단원들이 권총 자살을 하기 시작하여 연주자 전원이 자살을 하는 사건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곳을 작곡한 레조 세레스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고층빌딩에서 자살을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소설이나 음악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에 대한 일화로는 나폴레옹이 열렬한 독자였다는 것도 유명하다.

또 나의 일화로는 1940년대 후반에 풍선껌이 대박이 나면서 형성된 기업인 '롯데'그룹의 그룹명이 신격호 회장이 감명깊게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불멸의 고전'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책의 제목이 '슬픔'이 아닌 '고뇌'가 된 것을 주의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슬픔'이 아닌 '고뇌'란 그만큼 베르터의 내면의 사고를 중시한 것이 아닐까 보아진다.

이루지 못한 사랑만이 아닌, 그 시대의 젊은이로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편견에서 오는 모멸감,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데서 오는 상실감 등까지 폭넓게 읽어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이번에 '창비 세계 문학' 으로 새롭게 11권의 책 ( 10편의 소설)이 출간되었는데, 시리즈의 1권에 해당하는 책이다.

창비에서는 '예술성, 문학성, 대중성을 겸비한 고전을 재평가' (출판사 글중에서)하기 위해서 '창비 세계 문학' 1차분을 시리즈로 펴낸 것이다.

뜻있는 독자들이라면 언젠가 읽었거나, 읽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잘 알려져서 읽은 듯이 착각하는 세계 문학을 다시 한 번 접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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