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가 - 채소값부터 노후연금까지,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16가지
랑셴핑 지음, 차혜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랑셴핑'은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국제 금융학 관련 논문 인용율이 세계 제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뛰어난 경제학자이다. 그래서 그를 유력한 차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거론하기도 한다.

그의 애칭이 Mr. Mouth 인데, 그것은 통계의 허점과 실물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그렇다고 한다.

<화폐전쟁>을 쓴 '쑹훙빙'을 중국의 경제학자들의 활약을 두르러지고 있는데, '랑셴핑'은 무엇보다도 '서민경제회복론'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경제 상황에서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과 비교의 핵심은 물가, 세금, 금리, 주택, 교통 등 실물 경제 회복을 위해 어떤 리더십과 정책 로드맵이 필요한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이나 서민들을 위한 공약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서민들이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있다. 서민들의 무력감은 위기에 빠진 삶에 깊숙이 파고 들었는데, 이것은 그 어떤 정서보다도 더 위험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정부의 정책에 분노하고 비판하고 질책을 한다면 그것은 정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그것 조차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들의 정부에 대해서 어떤 희망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서민들은 무력감에 빠져서 정부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의 관심사는 물가의 상승, 집값의 상승, 낮은 소득....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채소값, 유가, 집값...

저자는 이런 것들이 정상적인 유통구조때문에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채소의 산지가와 소비자 가격의 큰 차이는 유통구조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정부의 상황 판단 능력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정부는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 때에 제공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물가인상의 요인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비롯한 유류세 징수도 있는데, 이것은 중국의 사회 구조상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독과점 기업들도 한 몫을 하는데, 그런 경우로는 중국 석유 천연가스와 중국 석유 화공 집단, 중국 석유 천연가스 등이 독점적으로 석유, 천연가스 가격을 좌우하기에 중동의 석유 상황과는 상관없이 제멋대로의 유가 형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문제로 떠오르는 금리, 노후연금의 폐단, 내집마련의 어려움, 투기자들에 의해서 시장이 형성되는 부동산 문제, 중소 소득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고소득자들에게 돌아가는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문제가 되는 현안이기에 이런 내용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경제 관련 문제점들이 결코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의 사회문제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밑바탕에는 권력의 오만함이나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정책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하는 일과 서민이 원하는 방향은 일치하기는 커녕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괴리감은 서민들은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뜻을 전달할 통로가 막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들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힘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는 정책들이기에 이 책은 위정자들이 꼭 읽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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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에는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비단 올해만이 아닌,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이다.

오래전, 사회초년생이었을 때 언니처럼 이것 저것 가르쳐주고 보살펴 보았던 K 선생님이 생각난다.

특히 K 선생님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면 한 번쯤 떠오르는 분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소읍에 위치한 중학교 사회교사로 부임하였다. 서울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가서 시외버스로 15분 가량을, 그리고 걸어서 약 15분 가량을 더 들어가면 아주 예쁜 학교가 있었다.

철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울긋불긋 수를 놓는 그런 학교였다.

K 선생님은 내 옆자리에 앉으신 음악 선생님이었는데, 취학전의 아들과 딸, 그리고 시어머니와 함께 학교 사택에 살고 계셨다. 남편은 미국에 계셨기에 가족들과 서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나는 출퇴근길에 읽기 위해서 집 앞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책을 사서 읽곤 했다. 그중에는 최인호, 한수산, 박범신, 김홍신 등의 소설책도 있었는데, 당시 출간만 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인기 작가들의 소설책이었다.

K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한수산의 소설을 특히 좋아하셨는데, 그런 소설을 읽으실 때는 소녀적 감성에 젖으시곤 하셨다.

서울에 살고 있던 나는 신간서적을 비교적 빨리 구입할 수 있었기에 그런 인기 소설들은 내가 먼저 읽고 그 선생님에게 빌려 드리곤 했다.

그래서 K 선생님은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셨고, 같이 읽은 책들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2년인가, 3년인가를 같이 근무하고 선생님은 자녀들을 데리고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셨다. 그후에 한 번 서울에 오실 기회가 있어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벌써 아들은 중학생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지금은 사회인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이런 오래전 추억에 잠겨서 K 선생님과 읽고 싶은 소설 5권을 골라 보았다.

한수산 작가의 소설이 담겨 있다면 좋았겠지만, 작가는 필화사건이후에 글을 접으셨다가, <용서를 위하여/ 해냄 ㅣ 2010>란 장편소설을 쓰셨지만, 여기에서는 '문학동네' 소설 5권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한강'의 <희랍어시간>, '김훈'의 < 내 젊은 날의 숲>,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그리고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이다.

이 5권의 소설 중에 K 선생님의 독서 취향과도 맞아 떨어지는 책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박완서' 작가나 '황석영' 작가의 책들은 그때도 함께 읽었던 책들이기에 버킷 리스트에 담아 보았다.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 / 문학동네 ㅣ 2012>

'박완서'소설 중에 <나목>,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오만과 몽상>등은 선생님과 함께 읽었던 작품들이다. 그래서 '박완서'작가의 마지막 소설집인 <기나긴 하루>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작가는 1970년,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하여 40 여년이란 긴 세월을 작가로 살아 왔다. 떠나는 그날까지도 작가로 남겠노라고 말씀하셨으니, 말년까지도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하시지 않으셧다.

작가는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녀의 소설이나 에세이에는 한국전쟁이 가져온 불행한 오빠의 죽음, 그리고 작가 어머니의 유난스러운 교육열, 그리고 남편과 아들과의 사별.에서 온 상실감과 허무감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래서 박완서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새롭다는 생각보다는 '또 이 이야기가 등장하네!' 하는 식상함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가슴에 사무쳤으면 이리도 우려 내고 우려내도 또 그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박완서의 작품들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녀의 작품 속의 이야기는 평소 우리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고, 등장인물들도 우리 주변의 인물들, 때론 거부감이 들 정도로 속물스러운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이 속마음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거침없이 작품 속에 담아 낸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작가는 독자들의 시각으로는 파헤치지 못했던 상황과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박완서가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가의 필치는 얼마나 날렵하던가, 그러니, 그녀의 작품을 아니 읽을 수 없는 것이다.

박완서가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기나긴 하루>에는 단편 소설 6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 3편은 문예지를 통해서 발표는 되었지만, 책으로 묶여지지 않았던 소설이고, 나머지 3편은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신경숙, 김애란이 추천하는 소설이다.

그중의 <빨갱이 바이러스>는 역시 박완서의 단골 소재인 한국전쟁, 빨갱이가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세 여인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들은 언제 다시 만날 사람들이 아니기에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 속에 숨겨졌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것이다.

엄청난 이야기 속에는 박완서가 그리도 치명적으로 생각했던 빨갱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짧은 소설 속에도 녹아 있는 빨갱이 바이러스는 그녀가 평생을 짊어지고 살았을 바이러스임을 자각하게 된다. 또다른 이야기인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그동안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여자들의 심리 묘사가 기막히게 잘 표현되어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과 친정어머니.... 며느리 입장일 때와 딸 입장일 때가 다르고, 시어머니일 때와 친정 어머니입장일 때가 다른 것이 여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딸이면서 며느리, 시어머니이면서 친정어머니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런 소통에 관련된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어서 여자들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소설이다.

'신경숙'은 자신의 소설인 <모르는 여인들>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도 역시 소통할 수 있는 입장과 소통이 단절되었을 때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해 준다.

이 책 속에 3편의 추천작 중에 작가 '신경숙'이 추천하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1993년작품>은 아마도 박완서의 작품 중에서도 독자들에게 많이 읽힌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아들을 잃은 후에 그 아픔으로 집필을 하지 못하다가 그 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질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줄 때는 가슴이 찡해짐을 느끼게 된다.

박완서는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다정다감한 듯하면서도 때론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호되게 꾸짖기도 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작가이기에 우리들의 어머니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하여 오래전부터 작가들의 작품을 따라 읽었기에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는 작가로는 신경숙 작가와 황석영 작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작가의 작품은 세월을 뛰어 넘어 언제든지 책이 출간되면 서둘러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문학동네 ㅣ 2011>

신경숙의 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기에 너무도 익숙하다. <모르는 여인들>은 그동안 작가가 침울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써 두었던 단편 소설 7편이 실려 있다. 장편소설은 장편소설대로의 느낌이 있고, 단편소설은 단편소설대로의 느낌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은 짧은 호흡으로 읽어내려가기는 하지만 읽은 후의 여운은 장편소설보다 더 길게 남는 소설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린 어쩌면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닐까 !'

하기야,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나를 알 수 있겠는가?

우리는 소통의 단절, 소통의 부재 속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던가?

또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다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입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단절, 서로가 이해를 하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오는 불통이 아닐까 한다.

7편의 단편 중에 <세상끝에서의 신발>,< 어두워진 후에>,< 모르는 여인들>에는 신발, 맨발 등이 등장한다. 삶의 가장 내밀하면서도 누추한 것이 맨발, 신발이 아니던가? 자신의 무게를 짊어진 그 부분들을 이야기함으로써 관계맺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경숙의 소설에는 맛깔스러운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여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봄나물을 맛깔스럽게 무쳐 놓았는다. 그 나물 무치는 과정을 설명해 주면서 기다림을, 무쳐 놓은 나물의 색이 추하게 변색해 감을 통해 연인들의 결별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처럼 신경숙은 음식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사랑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K 선생님에게서 느꼈던 그 마음을 보는 듯하다.

내 추억 속의 그때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었던 때이다. 교사들도 교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K 선생님의 시어머니는 선생님을 위해서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싸 주셨는데, 보통 도시락이 아니었다.

점심 시간에 맞추어서 따뜻한 도시락을 가져다 주셨는데, 큰 찬합에는 가지 가지 반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은 그 도시락을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셨다. 가까이 앉은 교사들끼리 나누어 먹던 점심 도시락.

그중에서도 여름날이면 밭에서 딴 호박으로 부쳐낸 호박전, 겨울이면 김치전, 때에 따라 잡채를 비롯한 별미 반찬.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면서 음식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그 선생님이 내밀던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 따뜻했던 선생님의 손길을....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내가 신경숙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 속의 묘사가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없는 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관찰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작품 속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같으면서도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항상 내 말만 들어주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마음이나 아픔보다는 나의 마음을 더 드러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그때는 상대방과의 소통보다는 입을 닫아 버리고 체념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소통의 단절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통의 단절 속에서 서로 무관심하게 살아가다가 어느날, 어느 사건을 계기로 그때서야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

이 7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내가 아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아프면 아프다고, 마음이 울적하면 울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 황석영'의 < 낯익은 세상 / 문학동네 ㅣ 2011>

황석영의 소설로는 <삼포가는 길>이 그즈음에 읽었던 소설이다. 그후에는 <오래된 정원>, <모랫말 아이들>을, 그리고 최근의 작품으로는 <개밥바리기별>, <바리데기>, <강남몽>을 읽었다.

<모랫말 아이들>, <개밥바라기별>, <바리데기>,<낯익은 세상>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낯익은 세상>의 장소적 배경인 쓰레기 처리장인 꽃섬.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을
"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지옥 또는 천국처럼 낯선 것이 아니라 너무도 일상적으로 낯익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p234- 작가의 말 중에서)
" 내가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 (p235- 작가의 말 중에서)
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이런 마음을 알기 전에는 이 소설의 배경이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작가의 배경 설명으로 낯익은 세상이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필요없어서 버린 물건들이 뒹글어 다니는 쓰레기 하치장의 모습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일반인들에게는 쓰레기같은 (?)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도 쓰레기 하치장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기에 조금은 낯익은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멀고 낯선 세상이 바로 낯익은 세상인 것이다.
꽃섬에서 만나게 되는 두 소년 딱부리와 땜통.
산동네에 살다가 엄마와 함께 쓰레기차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처럼 꽃섬에 흘러 들어오게 된 딱부리.
그리고, 쓰레기 하치장의 반장인 아수라의 아들인 땜통.
이 두 소년은 더럽고 삭막한 이 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거기에 도깨비와 같은 김서방네 꼬마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무르익게 된다.
<개밥바라기별>이 성장소설인 것처럼, <낯익은 세상>도 딱부리와 땜통의 성장소설인 것이다.
꽃섬을 벗어나면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소년들이지만 두 소년에게는 그들만의 일상이 있고, 그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가장 가난한 곳이지만 가장 풍요로운 곳이 꽃섬일 수도 있으며, 그 꽃섬에서 살기에 다른 소년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 소외된 곳의 이야기를 담아 냈듯이 이번에도 꽃섬에서 맑고 고귀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내는 것이다.

내 추억 속의 작은 시골 중학교의 학생들을 지금도 가끔씩 생각한다. 도시락을 못 싸오던 아이, 공납금을 못내던 아이, 고등학교 입학을 할 수 없었던 아이...

그런 가난한 아이들을 보아 왔기에 <낯익은 세상>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가는 것이다. 물론, 꽃섬처럼 쓰레기 처리장은 아니었지만, 가난이 얼마나 뼛 속 깊이 스며드는 아픔이었는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아이들, 보고싶다~~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문학동네 ㅣ 2010>

만약, K 선생님이 '김훈' 작가의 소설을 읽는다면 <칼의 노래>, <남한산성>보다는 <내 젊은 날의 숲>을 좋아하실 것 같다. 그만큼 순수하고 맑은 분이시기에.

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칼의 노래>,< 남한산성>을 읽었지만, 이 소설들은 역사 속의 인물들의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인간적 고뇌와 번민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새로운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나도 '김훈'의 소설 중에는 <내 젊은 날의 숲>을 훨씬 더 좋아한다.

소설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아주 아름답다. 그 문장들이 모여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청정지역과 같은 소설을 만들어 낸다. 자연과 합일을 이룰 정도로 세밀하고도 날카로운 관찰이 토대가 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 소설은 한 권의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문장 문장이 가슴에 와서 꽂힌다. 그 어떤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쓰여져야 할 내용이 적확하게 씌여졌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허세에 찬 할아버지에서 안요한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을, 아니 겨울을 닮은 것처럼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서로가 잘못 얽힌 관계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한 것처럼....

그러나, 그 외로움의 색깔은 각각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 외로움을 나타내는 방법도 다른 것이다. 아니, 인간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외로운 존재들이기에 이렇게 자연의 묘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김중위가 내민 명함 한 장. 그것은 또 다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가방 속에 오래도록 담겨 있다가 정리되는 한낱 종이일 수도 있다는....

화자인 연주에게 '젊은 날의 숲'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숲의 자연 속에서, 그리고 또다른 인연들과의 관계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그 무엇을 얻을까. 아니면, 그 이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가. 독자들은 그들의 수준에서, 그들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주인공인 연주의 ' 내 젊은 날의 숲'이라기 보다는 약 1년 여의 시간을 전국 방방곡곡의 숲을 벗삼아 다닌 김훈 자신의 '내 젊은 날의 숲'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아직도 '쟁쟁쟁' 울린다.

' 한강'의 <희랍어 시간 / 문학동네 ㅣ 2011>

'한강'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그녀는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눈물상자>를 비롯한 동화와 소설은 그이후에 읽게 된 작품들이다.

그만큼 <희랍어 시간>이 준 감동이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의 글은 어떤 작가의 글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문체가 돋보였고, 어떤 문장들은 마치 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성적이었다.

이 소설은 내용도, 주인공도 평범하지 않다. 인문학 아카데미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자와 여자.

희랍어, 그것은 오래 전에 죽은 말, 구어(口語)로 소통할 수 있는 말이다. 두 사람은 신체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시력을 잃어가는 것은 운명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고, 여자가 말을 잃어 가게 된 것은 마음의 상처가 가져다 준 의지적인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마음에 큰 멍울이 한가득 차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왜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을까.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은 지금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의 지난 날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게 된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는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났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도 어떤 공감을 느끼지도 않았었다.

그들에게는 흘러가 버린 시간들,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어느날 두사람이 새의 출현으로 겪게 되는 장면들에서 그들은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되고, 서로가 상대방의 모습에서 서로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기쁨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3인칭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남자와 여자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옥같은 5편의 소설.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으면 훨씬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책들.

K 선생님은 아직도 열심히 책을 읽으실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 소설을 구입할 수는 있으니, 우리나라 소설을 꾸준히 읽으시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내 마음이 담긴 이 5권의 소설책을 선물로 드리고, 그 감동을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과의 연락은 이미 끊어졌다. 지금도 민구와 정화라는 아들과 딸의 이름 석 자를 알고 있는데...

선생님, 보고 싶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고, 그 감동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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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장 보고서 - 10대들의 뇌, 심리, 행동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적 분석!,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EBS <10대 성장 보고서> 제작팀 엮음, 최성애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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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10대 성장 보고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대체적으로 EBS 를 비롯한 TV의 기획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려주는 심도 높은 프로그램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은 실험을 통한 사례 연구가 주축이 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10대의 성장 보고서라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춘기를 일컬을 때에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75대 25의 비밀'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사춘기 청소년의 75%는 무난하게 사춘기를 보내고, 25 %는 격렬한 사춘기를 보낸다고 한다.

이것은 어렸을 때의 부모와의 관계, 또는 현재 청소년들이 부모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소년이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부모를 사랑하고, 관계가 원만하다면 사춘기도 무난하게 보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힘겨운 사춘기를 보내기에 '75대 25의 비밀'의 답은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 사춘기는 두 마음, 내 마음 나도 몰라" (p. 47)

" 사춘기는 나만의 공간,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 " (p. 47)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조사해 보면 그들의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 10대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부모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10대 성장 보고서>에서는 이런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나타나는 문제점을 뇌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알려준다.

즉,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수면 패턴, 미엘린 형성과 '가지 치기'등에 대해서 여러 종류의 실험를 하고, 그 실험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10대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직접 10대 청소년과의 갈등이 심한 가정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기에 부모와 자녀의 갈등 구조나 대화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부모들은 자녀의 말에 귀 기울이거나, 함께 생각해 보려는 생각보다는 부모의 관점으로 판단하여 자녀들의 생각을 억누르려는 경향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대화는 '다가가는 대화'가 아닌 '원수되는 대화'이거나 '멀어지는 대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아이들이 커 가면서 자신의 날개를 펴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하면 그때 어느 정도 물러 서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 (p. 215)

이 책에서는 특히 사춘기의 행동을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많이 살펴 보게 되는데, 청소년기에는 판단과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미완성이고, 감정을 다스리는 변연계가 활성화 되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부모들의 단절된 대화가 쏟아지니, 청소년들은 반항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함께 공감해 준다면 설령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라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감정을 남겨 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은 '사춘기의 수면일기'이다.

집에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면 늘 말썽이 되는 것이 수면과의 싸움이 아닐까 한다. 밤 늦도록 깨어 있다가 아침에는 늦잠을 자니, 등교 시간에 맞추어서 자녀들을 깨우는 것에 대한 고충은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춘기의 생체 시계는 어린이나 성인에 비해서 대략 2시간이 늦게 돌아간다고 한다. 그것은 사춘기가 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평균 2 시간 정도 지연되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세인트 조지 고등학교에서는 10대들의 수면 패턴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등교 시간을 30분 늦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실의 채광도 밝게 하였더니, 더 민첩하고 확실하게 깨어 있는 교실이 되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서적들에서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자녀의 행동은 부모에게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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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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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완서 작가가 우리곁을 떠난지도 2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동안 출간되는 책들마다 따라 읽다 보니, 박완서 작가의 글들은 어떤 책에선가 읽었던 글들을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하기에 새롭다는 생각은 가질 수가 없다.

박완서 작가를 말할 때에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불혹의 나이에 등단하여, 등단할 때의 나이만큼인 40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도 2010년에 출간되었으니,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 어떤 작가 못지 않은 글 욕심(?)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내가 가장 먼저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휘청거리는 오후>였다.

우리집은 딸부자집이고, 언니들이 있었기에 집에는 항상 이슈가 되는 책들이 많았다. 언니가 책을 읽고 있으면 옆에서 지켜 보고 있다가 내가 읽을 차례가 되면 읽곤 했는데, 어떤 책의 경우에는 그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좋은 책이 있으면 다음은 누가 읽을 것인지 차례를 정해 놓곤 했었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이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과 같이 자매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에는 소설 속에서 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있게 읽게 되기도 했다.

마치 우리들이 소설 속의 몇 째 딸의 경우가 되는 것처럼.

그래서 <휘청거리는 오후>의 경우에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인 초희, 우희, 말희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그녀들의 가치관과 삶의 모습에 관심이 가는 것이었고, 이 소설을 더 흥미롭게 읽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휘청거리는 오후>로 시작된 '박완서의 책 읽기'는 계속되었고, 작가의 작품 인생 40년을 고스란히 지켜 보게 되었던 것이다.

박완서의 글들은 개인사와 가족사를 중심으로한 일상의 편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작가 어머니의 유난스러운 교육열로 인한 성장기의 이야기, 6.25 전쟁시에 황량한 도시 서울에 남겨져서 겪어야 했던 아픔의 흔적들, 그리고 88 올림픽으로 들뜬 대한민국에서 잇달아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 곳으로 보내야 했던 아픔들....

그 중에서도 박완서의 작품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6.25 전쟁 일 것이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 " 6.25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 대해선 비극적인 가족사를 반복적으로 우려 먹는다는 평' ('기나긴 하루'중에서 p. 34)

6.25의 경험이 없었으면 내가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느끼고 남들도 그렇게 알아줄 정도로 나는 전쟁 경험을 줄기차게 울궈 먹었고, 앞으로도 할 말이 얼마든지 더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곤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p. 24)

작가의 소설, 산문 등을 접해 본 독자들은 그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신선하다기 보다는 때론 식상하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너무 속물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박완서의 작품을 읽으면서 평범하고 일상적인 개인의 이야기같지만, 곱씹어 보면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한 번쯤은 우리 사회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박완서 작가의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혜안과 그것들을 평이한 일상의 이야기로 맛깔스럽게 옮겨 놓는 날렵한 필치를 좋아하는 것이다.

작가의 생전의 마지막 산문집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집인 <기나긴 하루>를 끝으로 이제는 생생 작가의 글들을 못 읽을 줄로 알았다.

그런데, 반갑게도 작가의 노트북 바탕 화면 속에 2편의 글이, 책상 서랍 속에 잘 정리해서 모아 놓은 글들이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작가는 곱게 간직하다 몇 편의 글들을 더 써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내용 중에,

'박완서 작가의 문학 강좌 대담론 - 문학인생'에서는 작가에게 독자들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싣고 있다. 박경리 작가 1주기에 토지문학관에서 열린 대담을 그대로 실은 것이다.

그동안 박완서는 유니셰프 활동을 하였기에 '유니셰프 세계 아동 현황 보고서 주제 발표문' 실려 있다.

그런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행사에서 읽기로 된 현황 보고서를 함께 읽기로 한 연예인이 불참한다는 통보를 받고, 어떻게 그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내용의 글은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기도 하다.

초등학생 김호중 어린이커서 작가가 되고 싶어서 그에 대한 질문을 보내왔는데, 거기에 대한 답신도 이 책 속에 실려 있다.

특히 사랑하는 손자에게 보내는 글.

그리고 법정스님, 김수환추기경, 장영희, 박경리 등을 기리면서 쓴 글들은 작가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고, 존경하는 분들을, 선배를, 후배를 먼저 보내는 슬픔이 묻어 나기도 한다.

이 책 속의 글들은 2000년이후의 글들이기에 작가의 노년의 글들이다.

박완서 작가가 마지막으로 쓴 글이라는 '깊은 산 속 옹달샘' 우리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 작은 옹달샘도 차면 어차피 흐르게 돼 있다. 낮은 곳으로 흘러 흘러 마침내 큰 강에 이르렀지만 큰 강은 이미 오염 물질로 더럽혀져 죽어가고 있다. 사람의 목숨에도 생과 사 사이에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臨界點)이라는 것이 있듯이 죽어가는 강에도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부로 오염시켜도 아직은 강이 아주 죽지 않고 살아날 가망이 있는 건 작지만 어디선가 졸졸 흘러드는 맑은 물이 아슬아슬하게 강의 임계점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어디엔가 높은 정신이 살아 있어야 그 사회가 살아 있는 것과 다름없는 이치라고 생각한다. 2010년" (p. 208)

박완서 작가는 우리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글들은 오래 오래 독자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의 글들은 너무도 낯익은 글들이기에 새롭다기 보다는 익숙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삶 속에서 얻은 소재와 주제로 어렵지 않은 글들로 그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을 쓰셨지만, 그 글 들 속에는 우리 사회를 세심하게 재조명해 볼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그 사랑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작가의 새로운 글을 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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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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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은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우선 이 책을 쓴 작가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청소년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빈번하게 올라 오는 소재가 있다. 문제아의 힘겨운 일상을 통해서 청소년을 이해하는 것,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무관심이 가져다 주는 문제들, 그리고 결손 가정의 청소년들이 겪는 아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 학생의 심리 분석, 학교 생활에서의 이성교제 등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소재들은 작품 속에서 한 가지만이 아닌, 몇 가지가 섞여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맺기 마련이다.

또한, 작가들은 청소년들의 일상을 꿰뚫어 본다는 생각에서 너무 가벼운 대사들을 나열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녀 문학작품들은 청소년들에게도, 일반 독자들에게도 어설프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김선영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몇 가지 주문을 넣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 소설과 다르게 쓰자.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아보다는 나름의 자기 빛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철학을 녹여 넣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 (p. 240)

이런 작가의 생각이 들어 갔기에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공은 평범한 여고생이다. 아니, 평범하다면 이야기의 전개가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고,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시간'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 (이 책의 주인공 온조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시간을 파는 상점'에 올려진 글)

이 소설의 주인공인 백온조는,

소방관이었던 아버지가 질주하는 차에 희생되고, 환경단체의 일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한다. 닉네임은 크로노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해서 온조는 의뢰인이 원하는 일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네곁에'가 의뢰한 학교의 누군가가 훔친 물건을 주인에게 몰래 다시 가져다 놓는 일.

'강토'가 의뢰한 가정적 문제때문에 사이가 나빠진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번민하는 강토의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하는 일.

그리고 같은 학급의 범생이지만,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로 유일한 친구라고는 헤드폰이 고작인 혜지의 의뢰를 받아 들이는 일.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해서 의뢰된 일들은 아주 간단한 일같지만, 이 일들이 여러 문제들과 얽히게 되는 것이다.

책의 끝부분에 <시간을 파는 상점>의 심사평, 당선소감, 수상자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소설가 '이상권'의 질문에, 작가 '김선영'은 이런 답변을 한다.

" 온조가 의뢰받은 모든 사건이 크로노스라는 물리적 시간을 팔아 결국 카이로스라는 의미의 시간을 발견해 가는 것이 아닌가" (p. 259)

물론, 그 의미가 나에게는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저 나에게는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 의뢰한 사건들은 자신들이 처리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 해 준다는 의미밖에, 그 보다 더 심오한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다만, 이 소설은 흡인력이 강하고, 소설의 분량이 200 페이지 정도이기에 손에 잡으면 그냥 다 읽고 일어 설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다는 것이다.

길지 않고, 어렵지 않은 내용 속에서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친구와의 우정도, 그리고, 엄마의 새로운 인연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맑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약간의 추리기법이 차용되기는 했지만,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라면 몇 명 나오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네곁에'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도 읽어 가면서 쉽게 파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서 시간이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그렇기에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다른 어딘가로 안내해 준다는 거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p. 219)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파는 상점>은 청소년 문학의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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