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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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은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우선 이 책을 쓴 작가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청소년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빈번하게 올라 오는 소재가 있다. 문제아의 힘겨운 일상을 통해서 청소년을 이해하는 것,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무관심이 가져다 주는 문제들, 그리고 결손 가정의 청소년들이 겪는 아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 학생의 심리 분석, 학교 생활에서의 이성교제 등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소재들은 작품 속에서 한 가지만이 아닌, 몇 가지가 섞여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맺기 마련이다.

또한, 작가들은 청소년들의 일상을 꿰뚫어 본다는 생각에서 너무 가벼운 대사들을 나열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녀 문학작품들은 청소년들에게도, 일반 독자들에게도 어설프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김선영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몇 가지 주문을 넣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 소설과 다르게 쓰자.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아보다는 나름의 자기 빛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철학을 녹여 넣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 (p. 240)

이런 작가의 생각이 들어 갔기에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공은 평범한 여고생이다. 아니, 평범하다면 이야기의 전개가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고,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시간'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 (이 책의 주인공 온조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시간을 파는 상점'에 올려진 글)

이 소설의 주인공인 백온조는,

소방관이었던 아버지가 질주하는 차에 희생되고, 환경단체의 일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한다. 닉네임은 크로노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해서 온조는 의뢰인이 원하는 일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네곁에'가 의뢰한 학교의 누군가가 훔친 물건을 주인에게 몰래 다시 가져다 놓는 일.

'강토'가 의뢰한 가정적 문제때문에 사이가 나빠진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번민하는 강토의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하는 일.

그리고 같은 학급의 범생이지만,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로 유일한 친구라고는 헤드폰이 고작인 혜지의 의뢰를 받아 들이는 일.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해서 의뢰된 일들은 아주 간단한 일같지만, 이 일들이 여러 문제들과 얽히게 되는 것이다.

책의 끝부분에 <시간을 파는 상점>의 심사평, 당선소감, 수상자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소설가 '이상권'의 질문에, 작가 '김선영'은 이런 답변을 한다.

" 온조가 의뢰받은 모든 사건이 크로노스라는 물리적 시간을 팔아 결국 카이로스라는 의미의 시간을 발견해 가는 것이 아닌가" (p. 259)

물론, 그 의미가 나에게는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저 나에게는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 의뢰한 사건들은 자신들이 처리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 해 준다는 의미밖에, 그 보다 더 심오한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다만, 이 소설은 흡인력이 강하고, 소설의 분량이 200 페이지 정도이기에 손에 잡으면 그냥 다 읽고 일어 설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다는 것이다.

길지 않고, 어렵지 않은 내용 속에서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친구와의 우정도, 그리고, 엄마의 새로운 인연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맑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약간의 추리기법이 차용되기는 했지만,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라면 몇 명 나오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네곁에'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도 읽어 가면서 쉽게 파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서 시간이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그렇기에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다른 어딘가로 안내해 준다는 거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p. 219)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파는 상점>은 청소년 문학의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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