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흔히,, 동양화를 말할 때에 '여백의 미'를 이야기한다. 꽉 채우지 않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그래서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웠다면 꼭 채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비워진 상태가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자주 해 본다.

<오늘, 뺄셈>에는 뺄셈의 철학을 적용할 수 있는 에피소드 47편이 담겨 있다. 47편의 이야기는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읽었던 내용들도 몇 편이 다.

일본에서 드라마 <휠체어로 나는 하늘을 난다>로 제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얼마전에 읽었지만, 또 다시 읽어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하루 하루를 무의미하게 살던 청년은 불량배가 된다. 어느날, 불량배 끼리의 싸움에서 두 다리를 잃게 된다. 엄마의 도움으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에 엄마가 과로로 쓰러지게 되고,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엄마에게도 아들은 버림을 받았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청년은 죽기로 결심하고 자살을 하러 가게 되는데, 도중에 그의 휠체어를 밀어 주는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게 된다. 삶을 포기하려던 그는 그들의 도움에 감동을 받고 새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힘들다고 좌절하는 순간에 그의 손을 잡아 주던 사람은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괴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등에 짊어진 그 괴물의 이름은 '보여주고 말겠어'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나는 이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라고 보여주기 위해서 등에 그 괴물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홀가분하게 내려 놓으면 좋으련만 꽉 붙잡아 매달고 다닌다. 우리의 삶 속에서 뺄셈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떨쳐 버릴 수 없는 괴물을 무겁게 짊어지고 끙끙거리는 우리들.

" 삶은 마치 수학과 같아서 덧셈을 배울 때 뺄셈까지 함께 배워야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덧셈만을 반복하려 들 뿐 뺄셈을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뺄셈은 우리에게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주므로, 스스로를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p. 32)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가로이 붉게 물든 저녁 노을 조차 볼 수 없는 현대인들. 어느 부부의 이야기가 이런 삶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에게 '어서 와봐요! 하늘이 정말 예뻐요. 이런 구름은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들걸요?'

휴일이지만 바빴던 남편은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네'하고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얼마 후,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 없는 삶 속에서 우연히 보게 된 저녁 노을. 아내 생각이 날 수 밖에. 그때에서야 남편은 아내가 함께 보기를 원하던 그 하늘을 홀로 쳐다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무심한 남편이었건만, 아내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남편을 위해서 나누어 썼던 것이다. 남편이 혹시라도 아내가 없는 불편한 날들을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작은 노트에 남편이 꼭 알아야 할 전화번호를 빼곡히 작성해 놓았다. 아내는 자신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시간들을 남편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삶 속에서는 뺄셈 뿐만아니라, 나눗셈도 하여야 하는 것이.

뺄셈을 하면 그것은 오히려 나에게 덧셈으로 되돌아 오기도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눗셈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 우리의 삶이란, 본래 '새는 양동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 아무리 많은 것을 담아서 지키려고 한들, 어딘가는 새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야. 그 이치를 받아들이면, 전에는 몰랐던 귀중한 가치들이 새롭게 보여. 반면에 모든 걸 장악하고 지켜내려 집착할수록 고통과 불행은 더 가까워질 뿐이야. " (p. 80)

'파바로티의 두 개의 의자' 편에서는 좋은 선택이란 미련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지혜롭게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이 과감한 포기임을 말해준다.

이 책 속에는 이처럼 사랑의 이야기, 미움의 이야기, 원망의 이야기, 배려의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삶 속에서 뺄셈을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준다.

아니, 뺄셈과 함께 나눗셈도 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동안 나는 삶 속에서 얼마나 뺄셈을 잘 했는가를 생각하면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많은 것을 움켜쥐고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보다 적게 가진사람들이 있으니, 나는 그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가졌으리라.

내려놓자. 버리자, 비우자.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뺄셈을 할 때에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자음과모음'의 책들은 소설을 주로 읽었다. 근래에 읽었던 작품으로는 <조드/ 김형수>, <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 / 추산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백영옥>,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등인데, 성장소설에서부터 칭기즈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모든 작품들이 나름대로의 진한 감동을 주는 소설들이었다.

그밖에 경제,비즈니스 분야의 책인 <원클릭>도 아마존 닷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아마존의 역사와 기업 정신 등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뜻하지 않게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인문서적을 읽게 되었다. <마녀 프레임>이란 제목부터가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책이다.

마녀라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잔다르크'이다. 백년전쟁 당시에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적인 소녀이지만,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화형당하지 않았던가.

성장기에 잔다르크 위인전을 읽으면서 머리를 갸우뚱거렸지만, '그땐 그랬었구나!'하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서양의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마녀사냥을 주제로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시대적인 상황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갔던 경우도 있다. 요즘는 인터넷에 떠오르는 동영상이나 논객들의 글이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으면서 '파염치한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에 '마녀사냥'이란 말을 쓰곤한다.

나에게 있어서 '마녀'란 이 정도의 상식 밖에는 없기에 <마녀 프레임>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꽤 흥미로운 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문서적들이 그러하듯, 책은 166 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니,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어 내려갈 듯하나, 생각처럼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또한 마녀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녀를 만들어 내는 원리에 대한 이야기, 마녀 사냥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하면서 마녀가 무엇때문에 만들어 졌는가를,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녀사냥과 인쇄술, 근대과학과 마녀, 마녀 프레임의 유령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의 기독교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처해졌던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를 담은 사건으로 마녀사냥을 규정짓는다. 도미니크회에서는 마녀를 악마화시켰고, <마녀의 해머>라는 책에서는 마녀를 규정하고 구체적인 마녀사냥의 방법론을 기술하여 마녀 식별법을 담아 놓았던 책인데, 이 책은 인쇄술의 발달로 대량제작되어 배포되기 까지 하니, 마녀 사냥의 광풍이 몰아치게 하기도 한다.

또한, 마녀와 근대의학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마녀들이란 능력(의학지식)을 가진 특별한 여셩들을 지칭했기에 그 이유를 찾아보면 서로의 관련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중세에는 알 수 없는 질병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설명하기 힘든 질병의 경우에는 악마의 소행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마녀는 '질병의 근원'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그렇지만 근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마녀사냥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많이 해소되었다.

그런데도 1500년대에서 1700넌대에 걸쳐서 수십 만 명의 여성이 마녀라는 미신적 주술에 걸려 살해 당하게 된다. 그런 일들은 1782년에 이르러서는 '왜 마녀를 처형할 수 밖에 없는가'를 논리적으로 진술해야만 합법적으로 처형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바탕에는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역할이 작용하게 된다.

볼테르와 같은 계몽주의 지식인은 마녀사냥이란 무지몽매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하게 되었으며, 이후 민주주의와 사법체계의 확립은 마녀에 대한 처형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마녀사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무슬림에 대한 탄압, 한국에서의 빨갱이 사냥, 인터넷 마녀사냥 등은 현대에 일어났거나, 지금도 자행되는 마녀사냥의 일례가 된다.

<마녀 프레임>은 책의 두께는 얇지만, 그 깊이는 꽤 깊다는 생각이 든다.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면 알지 못할 내용은 없건만, 그동안 독자들이 '마녀 프레임'이 도대체 무엇인가도 몰랐기에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내용인 것이다.

" 마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으로 발명된다. 어떤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면 어느 누군가가 주범자로 지목돼 단두대에 오른다. 사건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사건의 출현이 핵심이다. 마녀라고 규정하는 정확한 방식도 없다. 그저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법칙이 있을 뿐이다. 그 법칙이 바로 마녀 프레임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걷는 자의 꿈, 실크로드 - 봉인된 과거와 열린 미래로의 황홀한 시간 여행
문윤정 글.사진 / 바움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실크로드(Silk Road) !!

지금도 이렇게 힘든 여정인데, 이 길이 처음 열리던 전한(前漢)시대에는 얼마나 힘든 길이었을까?

중국 장안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파미르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고원, 터키의 이스탄불을 지나서 로마에 이르던 길을 실크로드라 말하는데, 이 길은 교역로였다. 중국의 비단이 이 길을 통해서 서역으로 들어갔기에 이렇게 불리지만, 비단 이외에도 각종 무역품들이 왕래를 하던 길이다.

중국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급스러운 옷감인 비단의 생산과정을 함구했기에 로마인들은 비단에 더 매료되었을 지도 모른다. 칠기, 도자기, 화약기술, 제지술 등이 중국에서 서방으로, 기린, 사지와 같은 동물에서부터 호두, 후추, 유리만드는 기술이 서방에서 중국으로 들어 갔던 길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많은 문화를 만나게 된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 헬레니즘 문화, 간다라 문화, 이슬람문화, 불교문화를 만날 수 있고, 알렉산드로스, 칭기즈칸, 쿠빌라이 칸, 마르코 폴로, 혜초, 현장, 고선지, 향비,진시황제, 양귀비 등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쓴 '문윤정'은 이 길을 따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다. 장안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고, 파키스탄의 라호르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니, 실크로드의 일부 구간은 건너 뛰었다고 볼 수 있다.

파키스탄의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탁실라, 카라코람 하이웨이, 길기트, 훈자마을, 소스트.

여기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서 탁스쿠르칸, 카슈가르, 우루무치, 타클라마칸 사막, 투르칸, 둔황, 란주, 천수, 시안까지 긴 여행을 한다.

지명만 들어도 여행길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되는데, 여행자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역사, 문화, 인물,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타지마할을 건축한 샤자한의 아버지인 살림왕자(자한기르 황제)와 아나르칼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애닳기만 하다.

첫 여행지인 라호르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단식하는 붓다>를 보면서 간다라 불상의 특징을 설명해 준다.

간다라 미술은 박트리아인들이 불교 신앙과 인도 문화와 접촉하면서 자신들의 그리스 문화를 가미하여 만들어낸 것인데, <단식하는 붓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불상과는 사뭇 다르다.

아폴론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토가의 주름을 그대로 드러낸 의상과 어깨까지 물결치며 내려오는 머리카락, 캬름한 두 눈은 낯설기만 하다.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파키스탄의 몇 몇 도시는 탈레반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길이기에 발길을 들여 놓을 수도 없이 다음을 기약해야만 한다.

훈자마을은 소설 속에서, 또는 여행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에 살구꽃이 아름답게 피는 마을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려져 있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인지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고 한단다.

" 훈자는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곳이다. 굳이 아름다운 풍광도, 푸근한 사람들의 인심을 손꼽지 않더라도 빠르지도 급하지도 않게 느리게 흐르는 이곳의 시간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 (p. 129)

" 시간은 우리의 기억을 점점 더 두껍게 덮어 버리는 눈과 같다고 했던가. 추억과 기억 위로 한겹씩 차곡차곡 내려 쌓이는 눈, 혹은 추억과 기억을 한꺼풀씩 지워 나가는 눈은 어딘지 시간과 닿아 있다." (p. 177)

카슈가르에서는 푸른 대문과 푸른 늑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위구르인들은 푸른 대문을 통해 그들의 수호신인 푸른 늑대가 그들을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루무치는 위루르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인데, 바로 유목민족의 터전이자 칭기즈칸 제국의 중심무대였던 곳이다. 남으로는 인더스강 유역에서 서쪽 카스피해를 넘어 남 러시아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전역을 차지했던 몽골인들. 작년 이맘때 읽었던 '김형수'의 <조드>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저자는 여기쯤에서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지내본다.

돈황은 석굴로 잘 알려진 곳인데, 수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석굴이 292개, 108개의 비천상이 그려져 있으니, '비천의 고향'이라 말할 만하다.

실크로드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시안에서는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제를 만날 수 있다. 무슨 욕망이 그리도 컸을까?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아는 것이 많으면 보이는 것도 많을 수 밖에 없고, 보이는 것이 많으면 느끼는 것도 많은 것이다.

실크로드 길 위에서 만나는 저자는 역사를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의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내용이 꽉 찬 알짜배기 실크로드 기행문이다.

실크로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길인 듯하지만, 결국에는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길이기에, 이 길을 걷는 여행자는 " 봉인된 과거와 열린 미래로의 황홀한 시간여행 !" ( 책 속의 글 중에서)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실크로드를 걸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에도 벅찬 곳이기에, 마음 속에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에 담아 두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길 위에 서 있었던 저자의 글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독서여행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반 일용이 - 30년 동안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 양철북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반 일용이>는 1983년에서 2011년까지 한글글쓰기 교육연구회에서 펴낸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회보에서 뽑은 글들이다. 말하자면 선생님들의 교단일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1부와 2부로 되어 있는데, 1부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는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고, 2부 '달팽이'는 초등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초등학교는 담임 선생님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중고등학생들보다는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에 2부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더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선생님들은 1년을 주기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낙 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담임을 맡게 되는 학급의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서 학생들과의 눈높이를 맞추어 나가야 한다.

요즘에 공교육을 이야기할 때에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그것처럼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간혹은 학생들이 교사가 하는 행동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하고, 과격하고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는 학생들도 있기에 우려의 말들을 많이ㅣ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학생은 학습 활동을 떠나서는 정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지식만을 전달해 준다면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처럼 아름답고,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들은 책으로 만들어 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선생님들의 글이기에 작가들의 글처럼 뛰어난 문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선생님들의 마음으로 쓴 글들이기에 읽는내내 선생님들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 할 수 있다.

나의 삶 속에서 교사로 지냈던 몇 년간의 사건들과 그때의 내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또렷하게 되살아나기에 그 누구보다도 더 감명깊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임한 중학교에서 만났던 까까머리 남학생들과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나에게도 웃음과 눈물을 나누어 주었던 아이들이다.

기억 속에 떠오르는 일 중에, 어느해 3월 신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살고 있던 집의 방문앞에 까만 봉지가 놓여 있었다. 궁금증에 열어 보니, 그 속에는 뿌리를 깨끗하게 다듬어서 삶은 냉이가 한 웅큼 담겨 있었다. '누가 놓고 갔을까? '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여학생이 들에서 캐어서 다듬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후에야 우리반 여학생이 가져다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 몇 달후에 그 여학생의 아버지가 농약을 먹고 자살을 한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그 아이는 힘들어 하였다. 그래서 그 학생의 어머니 허락을 받고 며칠간 우리 집에서 함께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학생이 집에 돌아가는 날에는 미장원에 가서 예쁘게 머리를 잘라서 보냈었는데, 그 아이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또, 어느해인가는 학급초부터 도난사건이 일어났는데, 잊을만하면 도난사건이 터지곤 했다. 의심이 가는 학생이 있기는 했지만, 돈을 훔쳤다는 증거가 없어서 넘어갈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한 학생이 하복을 맞추려고 가지고 온 돈을 도난당한 것이다. 돈을 잃어버린 학생은 울면서 부모님에게 말씀 드릴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학생에게 교복을 맞출 수 있는 돈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 학교를 그만 둔 후에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그 돈이 돌아 온 것이다. 몇 년후에 돈을 잃어버렸던 학생이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게 되자, 엄마가 돈을 보내 준 것이었다.

흔히, 우리네 어른들이 '내가 살아온 날들을 책으로 쓰면 책으로 몇 권이 될거야' 라든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몇 편이 될거야'라고 하시는데, 교사들이야말로 자신의 교단일기를 책으로 묶는다면 몇 권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교탁 위에 빠알간 사과를 한 알 올려놓고 도망치던 학생도 생각나고, 등록금이 없어서, 수학 여행비가 없어서 눈물 짓던 학생들이 생각난다.

책 속에는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가정의 불화로 인하여, 가난으로 인하여 어린 학생들이 받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장애인 엄마를 둔 상영이가 쓴 글 중에.

"어머니는 쟁애인이시다/ 어머니는 집에서 앉았다가 누웠다가 계속 반복하신다/ (...) 나는 어머니가 왜 장애인지를 모르겠다 / 나는 어머니를 매일매일 학교 갔다 오면 도와드리겠다/ 어머니가 오래 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 " (상영이의 글 중에서)

'장애인'이란 단어도 그 지방의 사투리인 '쟁애인'으로 쓸 정도로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어느 우등생 못지 않다.상영이의 글을 본 선생님은 "내가 누리는 행복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고 말하니, 이것이 바로 학생들의 삶 속에서 선생님들이 느끼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소돌보는 일을 하던 기철이는 새끼 송아지가 태어난지 사흘만에 죽게 되는데, 어른들은 새끼 송아지가 죽은 것이 기철이가 새끼 송아지가 먹을 물을 청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하자, " 다음 생에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건강하게 태어나라" 는 글을 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책감을 이렇게 글로 쓴 아이의 마음이 너무도 예뻐 보인다.

또, 어떤 아이는 아빠가 어디선가 어렵게 일을 해서 급식비를 마련해 온 날, 무심결에 아버지의 낡은 신발과 옷을 보게 된다.

" 한참을 걸어가다가 아버지를 그냥 슬쩍 보았다. 아버지의 모습은 초라했다. 나는 좋은 옷에 좋은 신발을 밖에 나간다고 옷을 잘 입고 나갔는데 아버지는 허들허들한 옷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걸어가고 있었다. 순간 나는 아버지께 미안했다. " (p. 106)

이처럼 철없는 아이들 같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은 꽉 차 있는 것이다.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이다.

가정적 결함때문에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엄마는 도망가고) 매사에 소극적인 아이 성준이. 선생님은 그 아이가 안스러우면서도 항상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이것 저것 챙겨 주기는 하지만, 성준이만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비가 오는 어느날, 긴 비닐을 뒤집어 쓰고 학교에 등교하는 성준이를 본 선생님은 속으로 생각한다. '아이고 쟤는 왜 저렇게 하고 와서 나를 고통스럽게 하나' 그런데, 성준이의 집에는 우산이 한 개 뿐이고, 그래서 형이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면 성준이는 학교를 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이 자신에게 베푸는 마음을 알기에 그날은 비닐을 뒤집어 쓰고 학교에 온 것이다. 선생님의 마음이 불편한 것은 성준이가 미워서가 아니라 그런 성준이가 한없이 안스럽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을 하는 선생님들이 체험한 30년간의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으니, 그 이야기들은 다양하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기쁨 보다는 선생님의 눈물이 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선생님은 한 아이, 한 아이의 가정환경을 알기에 학생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를 파악하고 있으며, 그래서 더 가슴에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들은 자신의 많은 부분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선도하고 돌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그대로 글로 씌여진 것이다.

특히, 선생님들은 글을 통해서 소개하는 자신의 학생들 이야기 속에 그 학생의 글을 함께 올려 놓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글은 아이들의 서툰 글솜씨지만 진심이 담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쓴 글들이기에 더 감동적으로 마음 속에 다가온다.

어른들, 특히 부모들이 자녀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를 이 책의 표제작인 '우리반 일용이'에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엄마의 재혼으로 인하여 새 아버지의 본가에는 그의 존재를 숨겨야 했던 일용이는 시설에 2년동안이나 맡겨지기도 했던 아이이다. 그러니, 일용이가 집을 좋아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자칫 일용이를 나쁜 길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선생님에게까지 욕을 퍼붓는 호민이의 이야기. 거칠대로 거칠어서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버릴 것같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런 호민이의 행동은 비단 호민이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부모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을 외롭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이런 삐뚤어진 학생들을 설득하고 선도하기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의 청소년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선생님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그리고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어느 멋진 일주일 크로아티아 어느 멋진 일주일
이준명 지음 / 봄엔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 전에 인터넷에서 본 두브로브니크의 풍광이 담긴 한 장의 사진.

이 책의 저자가 훗날 크로아티아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된 사진이다. 시작은 이렇게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줄 작은 단초 하나면 충분하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미 유럽인들에게는 '지중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크로아티아이고, 매년 천만 명이 넘는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곳이 크로아티아 이다.

우리나라 여행자에게도 몇 년전부터 꼭 가보 싶은 곳으로 꼽히는 곳이기에, 크로아티아에 관한 책들도 여러 권 서점에 나와 있기에 이제는 낯설지 않은 여행지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이곳을 여행하려고 하니, 영어로 씌여진 여행정보책자는 있지만, 한글로 된 상세한 여행 가이드 북은 아직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여행내내 많은 불편을 겪게 되면서 한국인의 여행 패턴에 맞게 크로아티아를 일주일 (7박 8일)정도로 여행할 수 있는 가이드 북을 쓰게 된다. 여기에서 7박 8일 일정을 잡게 된 것은 우리나라 직장인의 휴가는 여름에 7일 정도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크로아티아의 풍광이 취해서 한 달이고 석 달이고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이다.

" 조약돌로 이루어진 순백의 해변, 크로아티아 푸른 바다를 점점이 수놓은 섬들, 그리고 절벽 위에 피어오른 사이프러스 나무 (....) " (p. 12)

책 속에는 7박 8일간의 일정이 담겨 있다.

DAY 1 : 자그리브 - 크로아티아의 수도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DAY 2 : 플리트비체

DAY 3~4 : 스플리트

DAY 5~7 : 두브로브니크

이렇게 아름다운 크로아티아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우스타샤에 의해 저질러진 세르비아인 학살로 인하여 1991년 유고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을 당시에, 세르비아가 이에 반대하여 크로아티아를 침공하는 피비린내나는 내전을 겪었다.

크로아티아에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400년전까지만 해도 '악마의 정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곳인데, 저자는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님프의 정원'이라고 고쳐 부르게 된다.

이곳은 유럽에서도 몇 안 되는 원시림이라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전부 보려면 3일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저자는 이곳에서 어떤 코스로 구경을 하여야 할 것인가 코스를 자세하게 담아 놓았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두브로브니크도 진주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저자는 크로아티아를 몇 곳을 둘러 볼 수 있는 스케줄을 직접 짜서 그 도시의 지도와 함께 실어 놓았다.

무엇을 볼까, 어떻게 갈까? 어떻게 돌아 다닐까? 어디서 잘까? 어디서 먹을까? 무엇을 살까?

여행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구입할 때는 크로아티아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읽었기에 또 다른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기 위해서 샀는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여행 가이드 북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 번 가고 싶은 곳이기에 고이 간직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