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흔히,, 동양화를 말할 때에 '여백의 미'를 이야기한다. 꽉 채우지 않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그래서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웠다면 꼭 채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비워진 상태가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자주 해 본다.

<오늘, 뺄셈>에는 뺄셈의 철학을 적용할 수 있는 에피소드 47편이 담겨 있다. 47편의 이야기는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읽었던 내용들도 몇 편이 다.

일본에서 드라마 <휠체어로 나는 하늘을 난다>로 제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얼마전에 읽었지만, 또 다시 읽어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하루 하루를 무의미하게 살던 청년은 불량배가 된다. 어느날, 불량배 끼리의 싸움에서 두 다리를 잃게 된다. 엄마의 도움으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에 엄마가 과로로 쓰러지게 되고,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엄마에게도 아들은 버림을 받았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청년은 죽기로 결심하고 자살을 하러 가게 되는데, 도중에 그의 휠체어를 밀어 주는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게 된다. 삶을 포기하려던 그는 그들의 도움에 감동을 받고 새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힘들다고 좌절하는 순간에 그의 손을 잡아 주던 사람은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괴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등에 짊어진 그 괴물의 이름은 '보여주고 말겠어'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나는 이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라고 보여주기 위해서 등에 그 괴물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홀가분하게 내려 놓으면 좋으련만 꽉 붙잡아 매달고 다닌다. 우리의 삶 속에서 뺄셈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떨쳐 버릴 수 없는 괴물을 무겁게 짊어지고 끙끙거리는 우리들.

" 삶은 마치 수학과 같아서 덧셈을 배울 때 뺄셈까지 함께 배워야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덧셈만을 반복하려 들 뿐 뺄셈을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뺄셈은 우리에게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주므로, 스스로를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p. 32)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가로이 붉게 물든 저녁 노을 조차 볼 수 없는 현대인들. 어느 부부의 이야기가 이런 삶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에게 '어서 와봐요! 하늘이 정말 예뻐요. 이런 구름은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들걸요?'

휴일이지만 바빴던 남편은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네'하고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얼마 후,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 없는 삶 속에서 우연히 보게 된 저녁 노을. 아내 생각이 날 수 밖에. 그때에서야 남편은 아내가 함께 보기를 원하던 그 하늘을 홀로 쳐다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무심한 남편이었건만, 아내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남편을 위해서 나누어 썼던 것이다. 남편이 혹시라도 아내가 없는 불편한 날들을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작은 노트에 남편이 꼭 알아야 할 전화번호를 빼곡히 작성해 놓았다. 아내는 자신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시간들을 남편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삶 속에서는 뺄셈 뿐만아니라, 나눗셈도 하여야 하는 것이.

뺄셈을 하면 그것은 오히려 나에게 덧셈으로 되돌아 오기도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눗셈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 우리의 삶이란, 본래 '새는 양동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 아무리 많은 것을 담아서 지키려고 한들, 어딘가는 새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야. 그 이치를 받아들이면, 전에는 몰랐던 귀중한 가치들이 새롭게 보여. 반면에 모든 걸 장악하고 지켜내려 집착할수록 고통과 불행은 더 가까워질 뿐이야. " (p. 80)

'파바로티의 두 개의 의자' 편에서는 좋은 선택이란 미련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지혜롭게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이 과감한 포기임을 말해준다.

이 책 속에는 이처럼 사랑의 이야기, 미움의 이야기, 원망의 이야기, 배려의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삶 속에서 뺄셈을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준다.

아니, 뺄셈과 함께 나눗셈도 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동안 나는 삶 속에서 얼마나 뺄셈을 잘 했는가를 생각하면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많은 것을 움켜쥐고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보다 적게 가진사람들이 있으니, 나는 그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가졌으리라.

내려놓자. 버리자, 비우자.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뺄셈을 할 때에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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