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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자음과모음'의 책들은 소설을 주로 읽었다. 근래에 읽었던 작품으로는 <조드/ 김형수>, <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 / 추산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백영옥>,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등인데, 성장소설에서부터 칭기즈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모든 작품들이 나름대로의 진한 감동을 주는 소설들이었다.
그밖에 경제,비즈니스 분야의 책인 <원클릭>도 아마존 닷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아마존의 역사와 기업 정신 등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뜻하지 않게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인문서적을 읽게 되었다. <마녀 프레임>이란 제목부터가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책이다.
마녀라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잔다르크'이다. 백년전쟁 당시에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적인 소녀이지만,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화형당하지 않았던가.
성장기에 잔다르크 위인전을 읽으면서 머리를 갸우뚱거렸지만, '그땐 그랬었구나!'하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서양의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마녀사냥을 주제로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시대적인 상황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갔던 경우도 있다. 요즘는 인터넷에 떠오르는 동영상이나 논객들의 글이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으면서 '파염치한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에 '마녀사냥'이란 말을 쓰곤한다.

나에게 있어서 '마녀'란 이 정도의 상식 밖에는 없기에 <마녀 프레임>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꽤 흥미로운 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문서적들이 그러하듯, 책은 166 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니,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어 내려갈 듯하나, 생각처럼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또한 마녀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녀를 만들어 내는 원리에 대한 이야기, 마녀 사냥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하면서 마녀가 무엇때문에 만들어 졌는가를,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녀사냥과 인쇄술, 근대과학과 마녀, 마녀 프레임의 유령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의 기독교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처해졌던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를 담은 사건으로 마녀사냥을 규정짓는다. 도미니크회에서는 마녀를 악마화시켰고, <마녀의 해머>라는 책에서는 마녀를 규정하고 구체적인 마녀사냥의 방법론을 기술하여 마녀 식별법을 담아 놓았던 책인데, 이 책은 인쇄술의 발달로 대량제작되어 배포되기 까지 하니, 마녀 사냥의 광풍이 몰아치게 하기도 한다.

또한, 마녀와 근대의학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마녀들이란 능력(의학지식)을 가진 특별한 여셩들을 지칭했기에 그 이유를 찾아보면 서로의 관련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중세에는 알 수 없는 질병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설명하기 힘든 질병의 경우에는 악마의 소행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마녀는 '질병의 근원'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그렇지만 근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마녀사냥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많이 해소되었다.

그런데도 1500년대에서 1700넌대에 걸쳐서 수십 만 명의 여성이 마녀라는 미신적 주술에 걸려 살해 당하게 된다. 그런 일들은 1782년에 이르러서는 '왜 마녀를 처형할 수 밖에 없는가'를 논리적으로 진술해야만 합법적으로 처형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바탕에는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역할이 작용하게 된다.

볼테르와 같은 계몽주의 지식인은 마녀사냥이란 무지몽매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하게 되었으며, 이후 민주주의와 사법체계의 확립은 마녀에 대한 처형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마녀사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무슬림에 대한 탄압, 한국에서의 빨갱이 사냥, 인터넷 마녀사냥 등은 현대에 일어났거나, 지금도 자행되는 마녀사냥의 일례가 된다.
<마녀 프레임>은 책의 두께는 얇지만, 그 깊이는 꽤 깊다는 생각이 든다.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면 알지 못할 내용은 없건만, 그동안 독자들이 '마녀 프레임'이 도대체 무엇인가도 몰랐기에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내용인 것이다.
" 마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으로 발명된다. 어떤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면 어느 누군가가 주범자로 지목돼 단두대에 오른다. 사건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사건의 출현이 핵심이다. 마녀라고 규정하는 정확한 방식도 없다. 그저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법칙이 있을 뿐이다. 그 법칙이 바로 마녀 프레임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