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5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요석 미생 5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생 4>의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가?

영업3팀의 활약으로 박과장이 주축이 되어서 추진하던 요르단 중고차 수출이 비리로 밝혀지면서 무산되었던 일을.

그 당시 장그래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서는 영업 3팀에게 성과금을 주고, 과장 7년차였던 오과장은 오차장으로 승진을 한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기쁘기 보다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일어난 불법 행위를 밝혀 낸 것이니 회사의 곪아가는 환부를 도려내는 정당한 행위였지만, 그 치료에는 고통이 동반되었다.

또한, 회사내의 시선도 영업3팀에 대하여 '내부 고발자', '조용히 처리하지', ' 동료를 버리고 이익을 취했네'. '너희는 깨끗하냐' 하는 등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된다.

거기에 영업 3팀에 새로 합류하는 천과장은 초반에 팀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추석이 다가오게 되니, 장그래는 친척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밖으로 돌다가 갈 곳이 없어서 회사에 들리게 되지만, 그곳에서 만난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2년 계약직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직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뒷말들.

친척들이 모이는 날에는, 장그래는 2년 계약직이라는 것과 바둑을 그만 둔 것 때문에 슬며시 집을 나오곤 한다. 그러니, 명절은 '가족이란 이름의 폭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장그래는 홀로 된 엄마가 맞이하는 명절이 안스럽기만 하다. 못난 아들인 것만 같아서.

어려서부터 바둑만을 공부했으니, 당연히 장그래는 회사일을 잘 모른다. 열심히는 하지만, 일처리는 항상 느리기만 하고, 허둥대기도 하지만, 일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기에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날도 많다.

또한 회사일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것은 때론 다른 팀원들보다 더 신선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리 사건으로 접어 두었기에 아무도 다시 추진하려고 하지 않는 요르단에 중고차를 수출하는 사업을 영업 3팀에서 다시 한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내놓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영업 3팀은 이 새로운 사업에 올인하게 된다.

새로운 아이템를 접하는 장그래의 열정은 무모한 도전이 아닌 파격적이고 신선한 도전임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해준다.

파격 !! 이 단어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이 <미생5>이다.

직장이란 바둑판과 같지 않을까? 바둑판에서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는데, 그 이전을 미생이라고 하는 것처럼, 아직 완전하지 않은 미생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생이기에 더 폭넓은 입지를 가지고 있음이 아닐까.

그래서 직장인들에게는 인생 교과서 또는 직장생활의 교과서와 같은 책이 <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식가의 도서관 - 어떤 테이블에서도 나의 품격을 높여주는
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보다는 여행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여행자들은 음식에 끌려서 여행지를 정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라고 한다. 그건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그 지역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방법이기에 어떤 지역에 가장 쉽게, 가깝게 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 제목만으로는 식문화에 대한 넓은 지식들을 담아 놓았을 것같지만, 여행정보 책이나 음식 관련 책을 몇 권만 읽었어도 갖출 수 있는 각 나라의 대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밖의 치즈, 초콜릿, 커피, 차, 맥주, 와인 등에 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 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

마치 음식에 관한 초보 입문서라고 생각하면 이 책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PART 01 : 오리엔탈 푸드 - 동양의 대표적인 나라의 음식.

PART 02 : 웨스턴 푸드 - 서양의 대표적인 나라의 음식

PART 03 : 치즈와 초콜릿 이야기

PART 04 : 식사의 완성인 음료와 술 이야기

PART 05 : 테이블 매너 & 상식

먼저, 오리엔탈 푸드에서는 태국, 베트남, 터키, 중국, 일본, 인도의 음식 이야기이다.

태국은 독창적이면서도 다면적인 국민의 성격에 맞게 음식도 다양하게 발달했다. 음식의 특색으로는 맛과 색감이 두르러진 다채로움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의 음식 중에 포 (고기 육수에 쌀국수를 넣어 먹는 누들 수프>는 보트 피플에 의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기에 동양적인 음식과 서양적인 음식의 만남을 맛 볼 수 있기도 한 나라이다. 터키하면 케밥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제는 뉴욕, 런던, 파리 등에서도 길거리 음식으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중국은 동양 최고의 음식을 자랑하는 나라인데, 이 책의 저자가 먹어 본 '만한취엔시' 저녁 식사에서는 양의 골(원숭이 골 대신), 코끼리 코, 풍뎅이 튀김까지 있었다고 하니, 중국인에게 식재료는 눈에 들어 오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서양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일본 음식은 신선하고 산뜻하고,'눈으로 보는 요리'이기도 하여서 푸드 스타일링과 테이블 세팅도 강조하는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인도는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종교를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음식을 통해 영혼을 맑게 한다고 하여 '약과 음식의 근원은 동일하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과 일맥상통하는 음식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오리엔탈 푸드에서 동양의 6개국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듯이, 웨스턴 푸드로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영국, 스페인, 미국 등의 음식 이야기가 소개된다.

영국인은 블랙퍼스트를 중요하게 여겨 왔기에 풀 블랙퍼스트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8코스의 음식이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애프터눈 티도 영국의 전통적인 차 문화이기도 하고.

미국은 퓨전 음식의 탄생을 가져온 나라로, 다른 나라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점차 미국 음식으로 변화시켰다.

그밖의 내용으로는 오랜 시간을 담아 풍미를 전달하는 치즈와 많은 사람들에게 달콤함을 전달하는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와 음식의 완성을 가져다 주는 커피, 차, 맥주, 와인이야기까지 소개되는데, 깊이 있는 수준의 내용은 아니고, 일반적인 내용들이다.

특히, 각 나라의 음식이 소개되거나, 디저트, 술에 관한 내용이 끝날 때마다 - 품격을 높여주는 음식 교양사전- 이란 코너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각나라의 대표 음식, 식사습관, 식사예절, 요리 용어까지 알려준다.

요즘에는 음식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담은 책들이나 치즈, 와인, 맥주 등에 관하여서도 전문적인 지식이 담긴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 '도서관'이라는 의미가 가져다 주는 풍부한 지식이라기 보다는 서양과 동양의 대표적인 음식들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 음식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음식 초보 입문서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버드대학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더 클 것이다. 그러니, 하버드 법대에서 '최초의 아시아 여성 종신교수'라는 타이틀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부모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는 하버드 법대 첫 동아시아계 교수이자, 첫 아시아 여성 교수, 첫 번째 한인교수가 되었다. " (p. 217)

그래서인지 그녀는 지금까지의 성장과정과 그녀가 택한 길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아 왔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얼마전에 그녀가 TV에 출연했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 중의 끝부분만 잠깐 보았기에 그녀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해서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책의 중간부분까지는 많이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읽지 않았다면 더 산뜻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TV프로그램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그녀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현대레알사전에게 묻는다면(개콘버전으로),그녀에게 한국은? 그녀의 엄마에게는?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물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녀가 지금의 위치에 올라 가기까지의 많은 부분들은 특권층인듯이 살아가는 엘리트 한국인들의 극성스러운 치맛바람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좀 씁쓸했다.

그녀에게 따라 다니는 '엄친딸 종결자'라는 말이 딱 맞는 말임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과연 이 책을 읽게 되는 학생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금도 매스컴을 통해서 떠들어 대는 특권층만이 갈 수 있는 학교들이 있으니...그들의 자녀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바탕에는 재력과 권력, 사회적 지위 등이 한 몫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친가는 지주출신으로 6.25때 피난을 와서 재산과 지위를 잃었다고 하지만, 외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어를 습득하였기에 외국인 상대의 무역사업과 버스 사업으로 성공한 대단한 재력가였던 것같다.

아버지는 서울의대 출신의 내과의사, 어머니는 이대 약학과 출신(집안에서 남녀공학을 보내지 않던 그런 시절에)의 제약회사 독일인 사장 비서였는데, 이런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1970년대에 미국 이민을 많이 갔었다. 부모들이 이민을 간 이유를 군사 독재하의 냉혹한 현실에서 가족의 희망찬 미래을 위해서였다고 쓰고 있지만, 그것은 나라를 걱정하고 그 힘이 되어 주어야 할 지식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그 시절에 택했던 하나의 방법이었기에 그 시대를 살아 왔던 나는 어렴풋이나마 그 시대의 엘리트 집단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6살 어린이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는데, 학창시절 그녀는 하버드대학하면 생각나는 공부벌레는 아니었다. 다재다능하여 어떤 분야을 전공했다고 해도 성공을 거두었을 것 같은 그런 학생이었다.

미국에서의 초등학교 시절에 그녀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남겨 주었던 슈타이너 선생님은,

"지니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어. 하지만 너는 제일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니?" (p. 52)

그녀가 6살에 미국으로 간지 5년 만에 가족들은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된다. 중학교에서는 영재학생들을 위한 특수 실험학교인 헌터스쿨을 다녔고, 방과후에는 전문 무용가가 될 학생들이 가는 SAB 발레 학교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면서 발레를 배우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그 꿈은 접게 된다.

" 뮤지컬 경험을 통해 나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협동작업의 핵심은 내가 세운 기준에 정확하게 맞춰 일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과 어울려 창조성을 발휘하고 의미있는 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바로 그 점이 협동작업의 묘미였다." (p. 124)

청소년기에는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예일대에서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에서는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발레, 피아노, 문학 등을 공부하면서 전혀 법을 전공하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하버드 법대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 법대에 진학하기 전에 법적인 사고방식을 접해 본 적도 거의 없었다. 다만, 예술과 문학에 깊이 빠져 있었던 나는 법의 복잡한 자료분석적이고 수행적인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고 즐길 뿐 아니라, 법의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한 제약과 규칙을 즐길 수 있는 밑바탕을 갖추고 있었다. " (p. 165)

이렇게 해서 그녀가 하버드 법대의 종신교수가 되지만, 그녀는 아직도 춤을 추지 못한 것을 슬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녀가 찾은 법학자의 길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찾은 것이기에 그녀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녀의 가정환경의 배경이 되어 준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부모들의 만남, 미국 이민을 결정하게 된 배경, 미국에서의 유치원, 초등학교시절에서부터 현재의 그녀가 있게 되기까지의 삶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 놓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가 한국인들에게 공명되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그녀가 홀로 자신의 길을 가기까지, 즉, 자유를 찾기까지의 삶의 많은 부분은 엄마의 뜻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삶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의 쉴새 없이 내쏟는 딸에 대한 비평(잔소리와 간섭), 그리고 무슨 일을 해서라도 딸을 돕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하겠다는 절대적인 의지에서 나온 행동들은 딸의 삶을 좌지우지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이민간 한국인들이 자녀들을 사회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자녀에게 지나친 교육열을 쏟아내는 것을 그녀의 엄마의 행동을 통해서 엿 볼 수 있다.

그녀의 엄마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라면, 그녀가 지금과 같은 성공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그것은 맞는 말이다. 미국 교육시스템이 가져다 준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의 성공의 바탕에는 재력이 있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사실인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한국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학생들의 입장과는 너무도 큰 괴리감만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다만, 그녀가 결국에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것에 박수를 쳐 주어야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상을 주는 의미는 그녀가 쌓아 올린 하버드법대 종신교수가 되었다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녀를 성공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보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비밀의 강.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어린이이기에 찾을 수 있었던 비밀의 강.

<비밀의 강>은 포근하고 아름다운 내용과 함께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마터면 그 모습을 세상에 내 보이지도 못할 뻔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저리 키넌 롤링스'는 1953년에 50대 후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평소에 오렌지 과수원을 가꾸면서 전원생활을 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들을 몇 권 남겼는데, <비밀의 강>은 발표를 미처 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서재를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1955년에 그의 작품에 '레너드 웨이즈 가드'가 그림을 그려서 발표를 하게 되는데, 그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흑인 어린이가 주인공이라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림을 그린 '레너드 웨이즈 가드'는 흑인 어린이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커피색 종이를 사용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그 시대의 미국인의 사고방식이었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2011년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일러스트레이터 부부에 의해서 다시 그려진 그림인데, 그림 속에는 또다른 그림들이 숨어 있는 등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그림들이라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어른들이 이 책을 읽을 때는 내용만을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그림 속의 또다른 그림을 눈여겨 보지 않고 책장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눈에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칼포니아가 찾을 수 있었던 비밀의 강처럼 그 비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칼포니아의 머리 모양이 물고기 형상을 하고 있기도 하고, 또는 머리 속에서 꿀번들과 과일, 꽃이 어우려져 있기도 하고, 나무 가지 속에 물고기가 숨어 있기도 하고, 나무들이 사람 형상을 하고 춤을 추는 듯하기도 하고, 부엉이의 깃털 속에 또다른 부엉이들이 숨어 있기도 하다.

<비밀의 강>의 이야기는 플로리다의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오렌지 나무가 금덩이 처럼 반짝거리는 곳에 사는 칼포니아와 버기호스의 이야기이다.

칼포니아는 쾌활하고 씩씩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시를 읊기를 좋아하는 지혜로운 흑인 여자 아이이다. 그가 기르는 버기 호스는 게으르지만 칼로니아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가는 흰색에 갈색과 검은 색 무늬가 있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이기에, 물고기를 잡아서 파는 칼포니아의 아빠 역시 생활이 어렵다. 생선 장수인 아빠가 물고기를 못 잡으니 살림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날, 이런 이야기를 들은 칼포니아는 숲 속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인 알버타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선다.

" 숲 속에는 비밀의 강이 있다. 숲 속에는 비밀의 강이 있는데, 커다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단다. 암, 물고기 녀석들이 많이 있고 말고 ! 메기며, 농어며, 모래무지며, 날치들하며 ! 특히 메기들이 아주 많지 " (p. 17)

칼포니아와 버기호스가 찾아 나선 비밀의 강,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 미끼로 분홍종이 장미를 낚시대에 매다는 아이, 그리고 무진장 많이 잡힌 물고기를 집에 가져 가기 위해서 실유카 이파리를 찾아서 메기들을 낚싯대에 꿰어 메고 오는 지혜는 칼포니아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만나는 부엉이, 곰, 표범에게 까지 싱싱한 메기를 나누어 주는 나눔의 마음을 가진 칼포니아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누군가 널 겁주려 할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 (p. 33)

칼포니아의 아빠 역시 딸이 가져 온 메기를 마을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판 후에 하루치 품삯을 받으면 메기값을 받기로 하니, 부녀의 마음이 모두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많은 메기를 잡았던 비밀의 강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 비밀의 강은 네 마음 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지, 자, 눈을 감아 보렴, 그럼 보일테니까. " (p. 43)

비밀의 강은 분명 존재했고, 그래서 칼포니아가 많은 메기를 잡아 배고픈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었는데, 비밀의 강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강이라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이 바로 비밀의 강에도 해당하는 말이 된다니...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감명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니, 마음이 메말라가는 어른들이 읽고 더 많은 반성과 깨달음을 가져야 할 그림책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작가가 쓴 지 약 6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뜻에는 퇴색된 느낌이 전혀 없는 신선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2011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칼포니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마음 속에도 메기가 뛰어 노는 비밀의 강은 보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ㅣ 마음산책

   메리 올리버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낯선 저자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인지 궁금하다.

시원한 책표지의 색상이 눈길을 끄는 <완벽한 날들>은 '영혼과 풍경 사이의 관계'를 말해준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 젊은 날의 책읽기 / 김경민 ㅣ쌤앤파커스

 

요즘 책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출간된다. 벌써 이런 류의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래도 또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우리의 인생 언제쯤엔가 한 번은 읽은 책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책제목만으로도 그 책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잘 알려진 책들이 이 책 속에는 36권이 담겨져 있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정말 주옥같은 책들. 그 책들을 읽을 때의 내 모습이 잠시 스쳐간다. 다시 이 책들을 읽는다면 나는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더욱 성숙해진 독서력 때문에 그 작품들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해 본다.

 

 

 

 

 

3.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김선미 ㅣ위즈덤하우스

소로우의 삶과 교감을 하며 저자와 그의 가족들은 10년간을 이 책에 실린 내용과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살아 왔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많은 것을 가지려고만 할까?, 가진 만큼 행복한 것일까? 아니, 그와 반비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소박하게 사는 삶에서 어떤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이 책을 따라 가 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