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위하여 -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
한수산 지음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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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작가, 그 분의 작품이라면 망설임없이 읽을 수 있는 작가중의 한 분이 '한수산'님이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흘러간 날들의 추억들이 함께 담겨져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겐 이런 추억이 아마도 없을 것이며,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 지금의 독서가 그런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들어 줄 것이다.
작가 '한수산'은 70년대에 아주 인기있는 작가였다. 특히, 그의 작품중 세월의 흐름속에 잊혀져가고 퇴락해 가는 곡마단을 소재로 하여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는 곡예사들의 삶과 그속에서의 사랑과 슬픔을 그린 '부초'는 요즘 말로 '인기짱'이었다. 그밖에 '해빙기의 아침'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들이 그의 유려한 문체로 쓰여져서 독자들에게 많이 읽혔다. 그당시에 중학교 교사였던 나는 출퇴근시간과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었다. 옆자리의 음악 선생님은 결혼을 하신 2자녀의 엄마이며, 남편이 미국에 있어서 이민을 가기 위해서 대기상태였었다. 지금처럼 해외여행이나, 이민이 수월하지 않아서 기다림에 지쳐 있던 중이었다. 그런 그 분도 책을 많이 읽으셨는데, 내가 읽는 '한수산'님의 소설을 아주 좋아했다.

음악 선생님은 주부였기에 읽고 싶은 책은 많았으나, 책을 구입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읽고는 그 선생님에게 빌려드리곤 했는데, '한수산' '박범신''최인호''김홍신' 등의 작가의 작품들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요즘도 그분들의 작품을 대할 때는 꼭 '민구' '정화'엄마였던 음악 선생님이 생각난다. 지금도 미국에서 그분들의 책을 열심히 읽고 계시려나.....
이렇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한수산' 작가가 어느날 갑자기 절필을 하셨단다. 나중 나중에 알려진 소식은 일명 '한수산 필화사건' 그리고 '일본에 계신다' 등등....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1980년대가 그런 시대였기에 짐작만 하고 있었다. 그후에 나가사키 원폭투하와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의 처참한 삶을 그린 '까마귀' 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의 역사속 불행을.... 그리고 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힘있는 문체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그런 '한수산'님의 신간인 '용서를 위하여'는 어떤 내용일까? 그리고, 얼마나 힘있는 글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리의 큰어르신이셨던, 그러나, '바보'로도 불리셨던 '김수환'추기경...
그 분의 선종이후, 싸늘한 막바지 겨울의 명동거리에 나도 서있었다. 발이 시리고, 손이 시리고. 1~2시간이면 되겠지 하는 맘에서 줄을 섰던 것이 명동의 골목 골목을 돌고 돌아서.... 점심도 굶은채로 조용히 그 줄에 서있었다. 천주교 신자도 아닌 내가. 신교인 개신교의 모태신앙은 있지만, 세례교인이라는 명칭은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신앙의 세계와는 담을 쌓은 내가 그곳에 있었다. 차마 그분을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어서. 그분의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그 한마디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용서를 위하여'는 작가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카오로 김대건 신부와 함께 신부수업을 받으러 갔던 한국의 2번째 사제인 '최양업'신부에 관한 소설을 쓰는 과정의 2월 어느날. 김수환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그분의 발자취를 더듬어간다. 군위의 어린시절의 집에서부터, 소학교, 동성고, 그리고 일본에서 신부 수업을 받던 조치대까지. 조치대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가진 '김수환'이 겪었을 마음까지도 가늠하여 가면서. 그리고, 첫 사제가 되었던 성당과 추기경과의 짧았던 단 한 번의 만남까지를 생각하면서 1년여에 걸쳐서 추기경의 삶을 더듬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씨줄이 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날줄은 무엇일까..... 그것은 70년대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그가 어느날 갑자기 '국가원수 모독'‘군비방과 이적행위’‘사회부정시’라는 말도 안되는 죄목으로 끌려가서 갖은 고문과 인간적 모욕을 당한 후에 겪게되는 정신적 혼란. 그것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가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그래서,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못하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의 씨줄이 된 김수환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화해와 일치는 남을 받아주고 용서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60)

작가는 말한다.
신부님, 이걸 누가 모르나요? 진리와 정의와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 세상이 그래야 한다는 거 다 잘 압니다. 그걸 위해서 추기경께서는 서로 사랑하라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러써 우리 모두 하나가 되는 일치를 향해서 나아가자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런 그분 말씀이 오히려 저를 참 힘들게 합니다.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 일치로 가자고 하시는데, 사랑과 용서라는 걸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 거 같아서요. (263)
한수산 작가의 고문 사실은 그 일이 있은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해. 그리고 작가의 어떤 글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바로 이 책 '용서를 위하여'에 그 상황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잔인한고 모욕적인 행동을 서슴치않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어찌 이런 일은 당한 사람에게 감히 '용서'라는 단어조차 내뺃을 수 있겠는가. 그의 글은 정말 이런 부분에 대해서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가 금기시하는 '신앙'에 대한 부분까지도. 그리고 '주님'에 대한 원망과 비난까지도.
미움을 넘어서기 위한 흐름에도 순서가 있으리라고. 용서란 무엇인가. 사랑, 그렇다. 그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너희의 살도 나의 삶도 그리고 우리들의 삶도 사랑하는 것이었다. 용서는 거기서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p286)
누구든 참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그를 참으로 잊어버려야 가능한 게 아닐까요? 하느님이라면 가능하지만 그건 인간으로서는 좀처럼 이루어내기 힘든일이지요.(p329)


그러나, 이제 작가는 30년동안 마음속에서 진정한 용서를 하지 못했던 그가 당했던 고문들을 곱씹어보면서, 그리고, 김수환추기경의 삶과 말씀을 되새겨 보면서, 또 자신에게 백두산 정상에서 세례의식을 거행하시고 좋은 말씀으로 위안을 주셨던 이경재 신부를 기리면서, 일본의 시라야나기 세이치 추기경의 선종을 접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갖게 된다. '글로 하느님을 증거하리라' 그가 쓰려고 하는 최양업 신부의 이야기를 쓸 때에, 그리고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쓸 때에 그가 고문 받았던 체험이 그대로 작품속에 녹아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주님이 작가에게 행한 고문의 의미가 아닐까.... 작품속의 글이 단순한 활자가 아닌 체험에서 우러나온 글이 아닐까.... 추기경님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는데 한 평생이 걸렸다." 하시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옛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작가 '한수산'
그의 신작인 '용서를 위하여'는 이렇게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말씀을 추적하면서, 작가 자신의 삶과 개인적 체험, 특히 30여 년에 걸친 세월속에서도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이 작품이 소설이기에 픽션인지, 아니면 너무도 생생한 인물의 삶이기에 '논픽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픽션'과 '논픽션'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연륜이 쌓인 삶의 단상들이 유연한 문체로 쓰여져서 읽는내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겨지는 조각, 조각의 퍼즐들이 쌓여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도중에 30 년만에 제자 8 명을 만나게 되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가 첫 수업에 입었던 옷차림,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중의 일부분까지도 기억하는 그들.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던 얼굴들이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하는 과정에서 옛날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매치되어서 하나로 만들어짐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의 작가의 30 년전의 처참했던 고문의 기억과 나의 30 년전의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억들은 상반되기는 하지만,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듯 하다.
이 책을 덮는 이 순간, 오랜만의 시간 여행에서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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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처럼 -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지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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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낯익은 이름이기에 망설임없이 선택한 '언제나 여행처럼'
'삶이 여행처럼 새롭고, 즐겁다면.... ' 하는 단상을 가지고.
  내가 '이지상'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04년에 터키여행을 준비하면서 였다. 동로마제국의 수도였기에 오랜 기간동안 영화를 누렸던 곳. 그러나, 우리에겐 유럽이나 미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공부하다보니,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들의 역사를 등한시하였고,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읽었던 책이 '길 위의 천국'(2003)이었다. 그때 저자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글의 흐름이 마음에 들었었다. 얼마후,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2004)가 출간되었음을 알자마자 또 그 책을 읽게 되었다. 2000년에 여행을 했던 프라하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황금소로'... 그러나, 내 기억엔 길을 잃기에는 너무 단조롭고 좁은 길이 아니었던가. 물론, 은유적인 표현이겠지만,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그 길위에서 아름다운 동행들과 느꼈던 느낌들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어둡고 통제된 모습이 아닌, 자유롭고 활달한 사람들로 넘치는 중세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던 것이었다. 이렇듯, 여행은 나에게는 새로움과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는 일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지상'에게 있어서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그도 처음엔 나처럼 이렇게 규칙적인 직장생활의 틈바구니속에서 일탈을 꿈꾸면서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나처럼 잠시 머물다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고, 오랜 동안~~~~ 그리고,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찾지 않는 곳까지 자신의 마음이 가고자 하는 곳을 찾아서 배낭을 메고 떠나서, 머물고, 또 다른 곳을 향하여 떠나고, 머물고, 그리고 돌아오고....
이런 과정을 오랫동안 하게 된다. 그가 '여행은 황홀한 독'이라고 했던가.


우리들에겐 그의 방랑생활(?)이 부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직장생활의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떠났던 여행속에서 또다른 권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엇때문에?'라는 마음의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토록 열망하던 여행길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고, 고통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 노마드적(유목적인)삶이 될 우려까지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고, 인간의 한계였던 것이다.
그에게 '삶은 여행이고, 세상은 수행의 장'(p76)이었던 것이다.

방랑과 방황은 존재 자체의 숙명인 것이다. (p17)
떠남과 돌아옴. 고뇌와 희열, 유한과 무한은 하나가 없으면 하나가 존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공존하고 있으며 이를 알아 차리는 것은 '깨어 있는 마음'이다. (p130)
'언제나 여행처럼'은 그런 깨달음을 알게 된 저자가 쓴 13번째의 여행이야기이다.
나는 왜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고, 돌아와서도 정신은 안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가? 그 흔들림의 정체는 무엇인가? (p8)
그가 여행을 하면서 부딪힌 많은 고민들.
그것은
방랑과 방황, 그리고 노마드적인 삶은 인간의 숙명이었고, 흔들림은 인간을 효율성, 생산성, 기능, 수단으로 대하는 근대화된 사회에 대한 저항이었다. (p8)
저자는 이런 삶과 여행사이에서 가지게 되었던 고민들을 사회학적 시각으로 넓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지금까지 '공간여행자'였던 것에서 벗어나 인식의 지평선을 넓혀서 '시간 여행자'가 되어서 이 책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기 보다는 삶과 여행사이에서 가지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들이 들어간 인문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사인 교육에서부터, 88만원세대, 백수세계, 노마드적인 삶, 공정여행 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사회학적 시각으로 풀어준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50줄에 들어선 저자가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사회학 석사'가 되고, 강연을 하고, 대학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져진 인문학적 지식들이 풍부하기때문이다. 이 책의 4부 '노마디즘과 상상력의 세계'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문학적 시각이 많이 들어간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던 독자들은 당황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쯤은 우리가 일탈로 꿈꾸는 여행을 통해서 이런 사회학적 시각으로 삶과 여행을 함께 풀어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아닐까 한다.
그가 이 책에서 남기는 마지막 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지평선을 넓히는 일이다. 시간 여행자가 되면 매일 똑같은 아침을 맞아도 가슴이 설렌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꽃과 아이들 웃음소리와 빵 한 조각, 커피 한 모금 속에서 여행을 한다. 무지개만 보아도 설레던 동심을 찾으면 일상이 여행이 된다. 그러다 언젠가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나는 그 순간, 우리는 하늘을 나는 것이다. 혹시라도 공간 여행자에서 시간 여행자로 가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세상은 넓다. 그러나, 사유와 상상의 세계근 더욱 더 넓다. 사유하고 상상하시라. 우리는 지구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있지 않은가? 일체유심조(일체유심조). 세상은 스스로 맏느는 것이다. (p360)
'모든 것은 자기의 선택이요, 운명'이라고 덧붙인다.
어떠십니까? 시간 여행자가 되어서 '일상이 여행'이고 싶지 않으신지요~~
그리고, 가끔은 낯선 길위에서 새롭고 아름다운 만남을 가지고 싶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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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고양이 마코 2 - 마코와 시온과 막내 시로타로의 이야기
마에다 케이코 지음, 윤나영 옮김 / 니들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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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음식물을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깜짝 놀라서 숨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배고픈 고양이들은 그렇게 스스로 먹이를 찾아 다니다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고, 비바람을 피하기도 하고, 새끼를 낳아 거느리고 다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설의 고향과 같은 드라마에서 좋지 못한 이미지로 그려져서인지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다. 요사스럽고 사람에게 해(복수)를 끼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해서 일본에서는 매년 마네키네코 축제가 열릴 정도로 고양이가 복을 부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마코'는 동물 광고 기획 프로덕션에서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 굶주리며 살아가던 고양이인데,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서 행복한 생활이 시작된다.
마코는 무뚝뚝하지만 낯가림은 없는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로 책을 좋아해서 책장에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이다. 그런데, 아주 못 생긴 고양이. '얼큰'이어서 큰 얼굴에 작은 눈,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여러 가지 표정이 엿보이는 고양이.
   
 
이 집에 들고양이인 시온이 들어온다. 이 녀석은 낯가림이 심해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고양이. 그러나 브러싱을 해 주면 너무도 좋아라 한다.
 
또 한 마리의 고양이는 시로타로이다. 놀란 얼굴에 응석쟁이. 개구장이. 먹보, 언제나 시로타로는 목을 삐딱하게 트는 버릇이 있는데, 이것이 시로타로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시로타로는 뒷다리 수술과 횡경막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고양이이다.
  세 고양이는 참 개성만점의 고양이들이다. 성격도 제각각. 그리고 모두 못 생긴 고양이들. 그런데, 자꾸자꾸 보면 귀엽고 정겹게 느껴지는 고양이
세마리 고양이의 습관, 표정, 놀이모습, 장난치기 등등을 찰칵찰칵 찍어서 모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꾸몄다. '못생긴 고양이 마코'에 이은 2번째 포토 에세이로~~
그래서 이 책은 '못 생긴 고양이가 전하는 따뜻한 포토 에세이'이다.
나도 우리집 강아지 사진찍기를 좋아하지만, 동물 사진찍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이 순간의 포착이듯이... 동물 사진을 찍기위해서는 항상 디카를 가지고 대기상태여야만 좋은 한 컷의 표정있는 사진이 나오는 것이다. 동물은 움직임이 많기에.....
 
  그런데, 이 책의 사진들을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정겹게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코, 시온, 시로타로가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길고양이들도 사랑을 받고 살아 갈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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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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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 '과학적 사고'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읽으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끌어나간다.
'파라다이스1'에서 8편의 글이, 그리고 '파라다이스2'에 9편의 글이 실려 있다.
1권과 2권은 같은 '파라다이스'라는 책제목이 붙어 있지만, 그 느낌은 매우 다르다. 1권에서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를 과학적 추리력으로 환경오염, 지구파괴, 나라가 사라진 하나의 인류, 인간의 멸망과 새로운 탄생 방법 들을 과학적 분석과 상상력에 의해서 풀어나갔다면, 2권은 읽으면서 느끼는 충격적인 생각과 상상력이 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1권의 느낌이 '너무 획기적인 이야기아니야. 정말 그렇게까지야 될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면, 2권의 느낌은 '응, 그런 일도 있을 수는 있겠지, 그래, 그럴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라고 하면 어떨까싶다.
2권 역시.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추억' '있을 법한 과거' '막간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 맞춤 낙원 (있을 법한 미래)
처음엔 알딸딸하다고 해야할까~~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형식으로 시작되지만, 어쩐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님을 감지하게 된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게 생각하다보면 조금씩 이야기의 틀이 잡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순간,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그것이 자신을 향한 찬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고, 가장 정상에 오른 순간이 있으며,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걷게 됨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 남을 망치는 참새 (있을 법한 과거)
이 이야기 역시 처음에는 무슨 참새이야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차츰 인간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되어 갈 것이다. 시발린은 참새처럼 여리고 가냘프고 불행한 여자.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를 돕는 사람을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사람이며, 그것이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행동에 의해 지칠대로 지친 남자가 내뺃는 말.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없으며, 기껏해야 남들이 겪는 고통의 증인이 되고 잘 견디라고 격려나 할 수 있을 뿐이다. 끼어들면 바로 끝장이다. 특히, 어떤 감사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주제넘게 도와주려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 (p57)
불행의 길을 찾아들어가는 것처럼 부질없는 행동을 하여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여자. 그리고 인간의 양면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의사 '막시밀리앵 폰 슈바르츠'박사. 그는 저명한 정신과 의사로 알려져서 대중들에게는 인자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랑의 화학 전문가'이지만 그는 작은 키에 대한 컴플렉스를 비롯하여 코카인 흡인, 여성구타, 부모학대그리고 박사는 '인류 전체를 증오하며, 사람 모두를 죽여 버릴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양면성을 가진 성격의 소유자. 3사람의 이야기가 연애소설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독자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농담이 태어나는 곳 (있을 법한 미래)
인기 코미디언, 그가 하는 농담은 작가들에 의해서 쓰여진 대본을 자신의 농담처럼 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농담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본 작가의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농담들이 누눈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도둑질하는 행위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농담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의 단순한 농담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일을 넘어 예상하지도 못한 모험이 펼쳐진다.
 
☆ 대지의 이빨 (있을 법한 과거)
베르나르는 개미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미에 대한 조사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에는 마냥개미. 마냥개미가 지나간 길에는 아무 것도 남겨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휩쓸 정도의 마냥개미. 여왕개미를 촬영하기 위해 식인부족과의 생활을 하게 되는 개미조사의 열정....
개미하면 베르나르가 떠오르듯. 마냥개미하면 또 베르나르가 떠오르게 될까...
 
☆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있을 법한 미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TV드라마 각본 선정과정을 계기로, 시청율을 의식한... 대중들이 원하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덩달아 좋아하게 되는....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결정짓지 못하는 사람들의 우매함을 일깨워준다. 음식점에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부터, 직업선택, 배우자 선택, 드라마 선택, 의상 선택...
그것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자신의 취향에 의한 선택인가? 타인이 권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닌 당신의 마음의 선택을 해 본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자유로움속에서 누구와도 닮지 않은 진정한 개성.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영향받지 않는 자기만의 취향에 의한 선택. 우린 어쩌면 자유를 활용할 줄 몰라서 그 자유를 박탈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는 뭔가가 있어요. 직관, 무의식, 오직 당신만의,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진정한 개성,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영향받지 않고 자기망의 선택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존재하는 개성말입니다! 당신은 눈먼 양 떼 중 한 마리 양이 아니란 말입니다! (P207)
'똑같은 소리로 일제히 '메~' 소리밖에 낼 줄 모르는 양 떼같은 인간들! (P208)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야만 하는 것을 누가 여러분에게 말해 줄 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요.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말고 혼자 깊이 생가하십시오. 설령 여러분 생각이 틀렸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저지르는 오류조차 여러분을 규정합니다. 적어도 그 오류가 여러분 대신 생각하려는 사람들 것이 아니라. 여러분만의 것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자유를 활용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자유를 잃게 될 것입니다. (P218)


☆ 상표 전쟁 (있을 법한 미래)
'코카콜라 총매출액, 스페인 국민총생산보다 높아' '마이크로 소프트 총매출액, 아프리카 모든 국가 총생산액과 맞먹어' 이런 세상이 온다면, 미래의 기업이 국가의 권력을 뛰어 넘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지 않을까.... 지금도 '정경유착'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느데... 대기업들이 국가를 해체시키고 세상을 장악하게 되고, 심지어 위성끼지 점령하게 된다면... 기업의 상표가 국기보다, 기업의 CM송이 국가(國歌)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 때에.... 미래의 기업들이 벌이는 상표전쟁.  과장이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이기에 먼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야기.
☆ 허수아비 전략 (있을 법한 과거)
베르나르의 '있을 법한 과거'의 이야기는 현실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대중의 판단과 선택을, 당신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는 전략.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표심잡기 전략. 음흉한 흉계속에서 드러내는 '대중 조작의 네 가지 법칙 추론' - 감정호소 법칙, 점진법칙, 교란법칙, 허수아비법칙
이 작품을 읽는 순간, 당신도 언젠가는 이런 교란 작전에 휩쓸렸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  안티-속담
우리가 흔히 심심풀이로 하던 속담을 이야기하고 그 속담이 이치에 많지 않음을 이야기하던 그런 것을 연상하게 만드는 글이다. 예를 들면.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지요. '모르는 것이 약이다.' 속담들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면 모순점을 발견하게 된다. 노숙자들끼리의 속담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인데, 속담이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노숙자는 철학교수, 그리고 반대의견을 가진 노숙자는 청년. 독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심심풀이로 이야기해보던 우리의 이야기같은 이야기.
☆ 아틀란티스의 사랑 (있을 법한 과거)
지금은 사라진 섬, 아틀란티스. 최면에 의해 전생여행을 떠난다. 1만 2천년정의 아틀란타 섬에서 우주에서 가장 놀라운 여성과의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을 더듬어 가는 이야기. 최면속의 황홀한 사랑이야기를 자신만이 간직하는 남자.
추억도 아름다운데, 전생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 이렇게 9편의 짧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르나르식'의 좀더 강한 과학적 추론에 의한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좋아한다면 '파라다이스 1'이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고, 현실과의 괴리감이 좀 덜하고, '아 그럴수도 있겠네.' 하는 수긍이 좀 더 갈 수 있는 현실감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파라다이스2'가 더 좋은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파라다이스'이다. 흔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인들보다 한국사람이 더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경우도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인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의 경우로 설명해 보면 어떨까한다. 각 출판사의 베스트셀러의 서열에 올라오는 책들. 과연,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윗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베스트셀러 몇 위이니까 읽어볼까.... 아니면,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니까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서 읽을 책을 선정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남이 좋아하니까....' ' 저명한 작가이니까.... ' 이런 자신의 선택이 아닌 남들의 선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닐까...
하여튼,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이 출간되면 빼놓지 않고 읽는다. 그의 작품에는 우리들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상력의 세계가 너무도 넓게 펼쳐지고, 그속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나. 사회의 모순점에 대한 생각들이나.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생각이 들어 있다. 그리고, 또한, '베르나르'만의 독특한 풍자와 패러독스가 담겨 있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찾아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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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불어넣기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저자인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출신으로 '오키나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쓴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대충이라도 알아야 한다. 오키나와는 '낯선 일본'이라고 할 정도로 같은 일본이면서도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에 의해 군사요충지였던 오키나와는 27년간 미군정통치하에 들어간다.오키나와에서는 미국달러를 사용하였으며,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이곳의 주민들은 일본의 엔화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달러에 비해서 엔화가 조잡하다는 생각들을 가지는 이야기가 이 책의 작품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이면서도 오키나와에서는 인명, 지명을 읽을 때에 같은 한자임에도 다르게 읽는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중에 미군의 폭격 등으로 인해 전쟁 희생자가 15만명이나 되었으며, 그당시 같은 일본인인 일본군이 오키나와에 들어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 사람들이 일본군에 의해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기도 하고, 식량 등을 약탈당하기도 한 아픈 상처를 가진 곳이다. 또한, 풍광도 태평양상의 아열대지역의 바다를 연상할 정도로 예쁜 물고기들이 있는 산호초 바다가 아름답다고 한다.
'메도루마 슌'은 이런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진, 그리고 미군기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작품속에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6 작품으로 작품마다 특색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한 '혼불어넣기'는 전쟁 고아인 고타와의 혼이 빠져나가서 그를 아들처럼 돌보던 우타 할머니가 초혼의식을 하여 혼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이야기와 혼이 빠진 고타와의 입안에 소라게가 기생하면서 들락날락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전쟁중의 이야기인 고타와의 부모에 대한 회상, 소라게와 바다거북에 대한 연관성까지 이어진다.
이와같은 '혼' 신을 모시는 여자인 '신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에서도 나타난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혼자된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
죽는 순간의 묘사에서 죽음후의 춥고, 어둡고, 넓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이야기로 끝맺음하는 것이 더 가슴이 아려오게 만든다. 

미안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너같이 어린 여자 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말이야. 하지만 너는 나처럼 되면 안돼. 절대로. 아, 작은 물고기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구나, 반짝 반짝 빛나면서. 그 사람도 어디선가 이 빛을 보고 있을까.... (P204)
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느낌이 남는 작품은 표제작인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가난때문이리라) 어릴적 브라질에 가서 살다가 온 할아버징와 그 지역의 개구장이 소년과의 풋풋한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할아버지의 무용담,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 들이 소개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호초바닷가에서의 새우잡이. 그러나, 아름다웠던 이야기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리고, 어린시절에,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브라질로 떠나는 할아버지에게 술을 담가서 묻어둔 장소를 가르쳐 주면서 먼훗날 꺼내 보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 '잊지마라'하는 그 한마디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을 할아버지. 그러나 너무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하챦게 여기는 사람들과 할아버지가 아끼던 술이 무용지물이 되어서 깨져버리는 이야기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더 오싹한 것은 '투계'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선물로 준 다우치(오키나와 투계)를 애지중지 기르던 중에 조폭들에 의해서 빼앗기고, 그들이 투계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마지막에는 비참하게 희생당하는 이야기인데, 투계인 '아카'의 투계장면이나 비참한 죽음이 너무도 전율을 느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나 할까. 마지막 복수의 장면이 통쾌하면서도, 착한 소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분노의 폭발의 묘사가 인간의 속성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메도루마 슌'의 문학성을 알 수 있는데, 그가 쓴 작품들의 소재가 오키나와의 아픔을 그려내면서도 문장의 유려함때문에 너무 어둡게 그려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문체에서도 색채감이 느껴질 정도로 묘사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작품속의 내용을 보면서 그가 오키나와의 생물들의 종류나 생태 특징까지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제주직박구리, 틸라피아, 소라게, 바다거북, 바다 반딧불이,백로, 물떼새, 상사수, 흰독말풀꽃 등등등....
그리고, 미군부대근처의 실태나, 오키나와에 건설된 제당공장과 양돈장에 얽힌 폐수, 오염, 기형물고기들의 소재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세속과 풍물, 신화까지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것들이 작품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신화같기도하고, 전설같기도 한 내용들도 엿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오키나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탁월한 저자의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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