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불어넣기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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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출신으로 '오키나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쓴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대충이라도 알아야 한다. 오키나와는 '낯선 일본'이라고 할 정도로 같은 일본이면서도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에 의해 군사요충지였던 오키나와는 27년간 미군정통치하에 들어간다.오키나와에서는 미국달러를 사용하였으며,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이곳의 주민들은 일본의 엔화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달러에 비해서 엔화가 조잡하다는 생각들을 가지는 이야기가 이 책의 작품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이면서도 오키나와에서는 인명, 지명을 읽을 때에 같은 한자임에도 다르게 읽는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중에 미군의 폭격 등으로 인해 전쟁 희생자가 15만명이나 되었으며, 그당시 같은 일본인인 일본군이 오키나와에 들어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 사람들이 일본군에 의해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기도 하고, 식량 등을 약탈당하기도 한 아픈 상처를 가진 곳이다. 또한, 풍광도 태평양상의 아열대지역의 바다를 연상할 정도로 예쁜 물고기들이 있는 산호초 바다가 아름답다고 한다.
'메도루마 슌'은 이런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진, 그리고 미군기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작품속에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6 작품으로 작품마다 특색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한 '혼불어넣기'는 전쟁 고아인 고타와의 혼이 빠져나가서 그를 아들처럼 돌보던 우타 할머니가 초혼의식을 하여 혼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이야기와 혼이 빠진 고타와의 입안에 소라게가 기생하면서 들락날락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전쟁중의 이야기인 고타와의 부모에 대한 회상, 소라게와 바다거북에 대한 연관성까지 이어진다.
이와같은 '혼' 신을 모시는 여자인 '신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에서도 나타난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혼자된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
죽는 순간의 묘사에서 죽음후의 춥고, 어둡고, 넓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이야기로 끝맺음하는 것이 더 가슴이 아려오게 만든다. 

미안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너같이 어린 여자 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말이야. 하지만 너는 나처럼 되면 안돼. 절대로. 아, 작은 물고기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구나, 반짝 반짝 빛나면서. 그 사람도 어디선가 이 빛을 보고 있을까.... (P204)
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느낌이 남는 작품은 표제작인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가난때문이리라) 어릴적 브라질에 가서 살다가 온 할아버징와 그 지역의 개구장이 소년과의 풋풋한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할아버지의 무용담,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 들이 소개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호초바닷가에서의 새우잡이. 그러나, 아름다웠던 이야기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리고, 어린시절에,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브라질로 떠나는 할아버지에게 술을 담가서 묻어둔 장소를 가르쳐 주면서 먼훗날 꺼내 보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 '잊지마라'하는 그 한마디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을 할아버지. 그러나 너무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하챦게 여기는 사람들과 할아버지가 아끼던 술이 무용지물이 되어서 깨져버리는 이야기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더 오싹한 것은 '투계'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선물로 준 다우치(오키나와 투계)를 애지중지 기르던 중에 조폭들에 의해서 빼앗기고, 그들이 투계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마지막에는 비참하게 희생당하는 이야기인데, 투계인 '아카'의 투계장면이나 비참한 죽음이 너무도 전율을 느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나 할까. 마지막 복수의 장면이 통쾌하면서도, 착한 소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분노의 폭발의 묘사가 인간의 속성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메도루마 슌'의 문학성을 알 수 있는데, 그가 쓴 작품들의 소재가 오키나와의 아픔을 그려내면서도 문장의 유려함때문에 너무 어둡게 그려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문체에서도 색채감이 느껴질 정도로 묘사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작품속의 내용을 보면서 그가 오키나와의 생물들의 종류나 생태 특징까지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제주직박구리, 틸라피아, 소라게, 바다거북, 바다 반딧불이,백로, 물떼새, 상사수, 흰독말풀꽃 등등등....
그리고, 미군부대근처의 실태나, 오키나와에 건설된 제당공장과 양돈장에 얽힌 폐수, 오염, 기형물고기들의 소재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세속과 풍물, 신화까지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것들이 작품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신화같기도하고, 전설같기도 한 내용들도 엿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오키나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탁월한 저자의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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